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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설렘주의 (完)

[오세훈 빙의글] 설렘주의 05





[오세훈] 설렘주의













"오세후운! 왜 너 혼자 자고 있어, 이게 죽을라고."




oo의 향으로 편안한 마음이 들어, 깜빡 잠에 든 세훈은 자신의 옆에서 배를 쿡쿡 찔러오는 oo 덕분에 얕게 잠든 선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oo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세훈을 따라 침대에 누웠다. 




"많이 피곤했어?"


"음, 아니. 너 보니깐 피곤한 거 다 날아갔어."


"맨날 내 앞에서는 괜찮다고 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해도 돼, 오빠."




너야 말로. 내 앞에서는 맨날 강한 척 하면서. 세훈은 어느 새 풀어져 있는 oo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물감이 다 지워져 있는 볼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oo는 그대로 눈을 감은 채로, 웃으며 말하였다.




"내일은 하루종일 오빠 껴안고 쉬어야지."


"사랑해."


"나도 사랑해, 오빠."







***







불이 다 꺼진 회사 전체를 훑어보던 oo는 뻑뻑한 눈을 세게 감았다 떴다. 그러고서는 다시 컴퓨터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는데, 마우스 옆에 있던 휴대폰이 지잉 지잉- 하고 진동을 울려댔다. 흘긋, 수신자를 확인해보니 다름아닌 세훈이었고. oo는 세훈의 글자를 보자마자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응, 훈아. 어디야?"




야근한다고 말 못했는데. 혹시나 세훈이 걱정해서 전화 한걸까봐 oo는 내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곧 물 내려가 듯 사라져버렸다. 왜냐하면 잔뜩 꼬인 세훈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기 때문에. 




"술 마셨어?"


-"응, 또 회식 잡혔지 뭐야아... 내새끼는 뭐하고 있었어?"


"야근 중."




술에 취했지만, 화낼 건 화내는 건지. 버럭, 소리를 지르더라. 왜 이 시간까지 일 하고 있냐면서. oo는 피, 하고 바람 빠진 웃음 소리를 내더니 입을 열었다. 자기는 왜 이 시간까지 술 마시고 있는 거래?




"아직 술 마시고 있어?"




세훈이 걱정하는 건 싫어서 어차피 이제 곧 퇴근도 할 것이었고, 클러치 백을 챙겨 회사 밖으로 나오는 oo였다. 휴대폰 너머로는 웅얼웅얼 거리는 세훈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니, 걸어가고 있어어..."


"지금 어디 쯤인데?"


-"음, 모르겠어어."




술을 마셔서 어디 쯤에 있는 지도 모르는 건가 싶어, oo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물론 다 컸다고 하지만, 술을 마시면 어린 아이처럼 어려지기에. 세훈이 어디인 지만 알려주면 찾아가서 잡아 올 텐데, oo는 눈살을 찌푸리며 집 가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빠, 설마 길 잃어버리고 그런 건 아니지?"




노심초사한 마음에 세훈에게 물었는데, 세훈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oo는 뭐야, 하고는 세훈의 집 쪽으로 가볼까 싶어 뒤로 몸을 돌렸는데, 




"어, 들켰네에..."




원래 반듯반듯하던 세훈의 앞머리는 어느 새, 다 넘어가 있었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oo에게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oo는 깜짝 놀라 이게 무슨 일이냐며 세훈에게로 달려가, 잔뜩 헝클어져 있는 머리를 슥슥 정돈해주었다. 




"글쎄... 나도 모르게 여기 와 있었어."


"그럼 여기라고 말하면 되지. 왜 계속 모른다고 했어?"


"몰라아, 나 머리 아파, oo야."




oo는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할 세훈이 걱정되어, 세훈의 어깨를 감싸안고는 얼른 집에 가자며 몸을 이끌었다. 내가 못 산다니깐, 술만 마시면 길도 못 찾는 어린 아이가 되어버리는 세훈이었다.




"내새끼 집에 데려다 줘야 하는데..."







"무슨 소리야. 오빠 이렇게 잔뜩 취해놓고선, 어떻게 데려다 줘? 오늘은 내가 데려다 줄 테니까, 얌전히 있어."




oo는 세훈을 부축한 채로 세훈의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세훈도 뭐라 궁시렁 궁시렁 거리다가도, 고맙게도 oo의 옆에 딱 달라붙어서는 얌전히 oo를 잘 따라와주었다. 




"oo야아."


"왜에."


"너 오늘도 너무 예쁘다."




술에 취했어도, 어쩜 이렇게 오글거리는 말들을 잘 내뱉는 지, 전생에 바람둥이였음이 틀림 없었다. oo는 고개를 내저으며, 세훈의 볼을 손가락으로 꾹꾹 찔러댔다. 정신 좀 차리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




"다른 여자한테 이런 말 하기만 해."


"야아, 나 다른 여자랑은 말 안 섞어."


"어? 정말? 그럼 나 준면 씨한테 전화해서 물어본다?"


"안 돼. 그새끼랑 연락 하지 마."




당연히 농담이었지만, 휴대폰을 꺼내 지금 당장이라도 전화 걸 제스쳐를 취하는 oo를 보더니, 세훈은 곧 팔을 뻗어 oo의 휴대폰을 쏙 가져가 버리더니, 준면과는 연락을 하지 말라며 질투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였다. 




"내일 회사 늦지 말고 잘 가야 돼, 알겠지?"




어느 새, 세훈의 집까지 와서 세훈을 침대 위에 눕혀준 채로 oo는, 듣지도 않겠지만 세훈에게 꼬치꼬치 말해왔다. 이렇게라도 말 해주는 게,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아서. 




"잘 자, 훈아."




눈을 감고 잠에 빠진 세훈의 볼에 살짝 뽀뽀를 하고, 집 밖으로 나오는 oo였다. 아, 도대체 지금 시간이 몇 시야... 세훈이 지각 걱정하다가, 내가 내일 지각하겠구만. oo는 휴대폰에 비춰오는 1시가 넘은 시간에 한숨을 쉬었다. 







***







아까 전부터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아대는 oo를 옆에서 힐끔 바라보던 종대는 어느 새, oo의 옆으로 와 oo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괜찮냐고 물어왔다. 그 덕분에 잠에서 깨어난 oo는 몽롱한 눈을 비비며, 옹알이 하듯이 대답하였다. 




"아으, 죽겠어어..."




어제 세훈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2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한 oo는 야근 때 다 못 끝낸 일을 끝내고 자느라, 4시가 다돼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다음 날인 오늘 회사에서는 꾸벅꾸벅 졸 수 밖에 없었고. 




"많이 피곤해요? 어제 야근하시는 것 같던데."


"네에, 야근 했죠. 좀 오래 남아있기는 했어요."


"그래도 오늘은 중요한 거 별로 없으니깐 설렁하게 해요. 내가 도와줄 건 없어요?"




마음 같아서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구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대로 있으면 쓰러져 잠들 것만 같은 기분에, oo는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 하였다. 




"이것 좀 팀장실에 가져다 주실래요...?"


"이거요?"


"네에. 정 팀장님께서 부탁하신 건데, 10시까지 가지고 오라고 하셨거든요오.."




말하면서도 꾸벅꾸벅 졸아대는 oo를 보고, 종대는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모니터를 가져다주라고 하는 거야? 귀여워 죽겠네. 종대는 oo의 넘어온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oo 씨, 정 팀장님께 모니터를 가져다주라구요?"


"네에?"


"oo 씨가 모니터 가리키면서 말씀하셨잖아요."







"아아. 그게 아니라, 이거. 이거 결재서류요...!"




oo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 지,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결재서류 더미를 종대에게 내밀며 부탁한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종대는 조금이라도 눈 붙이고 있으라며, oo의 등을 토닥여주고는 팀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휴..."




종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도, oo는 책상에 볼을 대고는 그대로 뻗어버렸다. 아, 조금 있으면 잠 와서 죽을 것만 같아. 조금만... 조금만 더 눈 감고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