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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2/단짝 친구 (中)

[변백현 빙의글] 단짝 친구 05

단짝 친구

 

 

 

 

 

 

 

 

 

 

 

 

"감기 덜 나아서 그래? 많이 아파?"

 

 

울음이 그치고 나서야 경수와 함께 다시 줄 서있는 곳으로 온 oo다. oo를 보자마자 백현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약하게 올리더니, 많이 아프냐며 걱정스러운 물음을 던져댔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 말을 하기엔 상황이 상황인지라 많이 어려웠다. 잠시나마 백현의 말을 진심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탓해야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생각을 바꾸려 했다. 

 

마지막 반인 10반까지 투표를 마치고, 개표를 시작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내일쯤 결과가 나오려나 했는데, 보충 시간쯤 되니 이미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 전교회장 변백현이래! 하는 학생들 목소리가 학교 여기저기서 들리니 oo도 백현에게 얘기는 듣지 않았지만 대충 눈치를 채고 있었다.

 

 

"이야, 변백현 인기는 못 따라잡나 보다."

 

"그래도 난 경수 뽑았는데."

 

"엥? 너 왜 경수 뽑아? 왜 나 안 뽑아?"

 

"어차피 백현이 될 것 같아서 너희 둘 중 한 명 뽑을랬는데, 너보단 경수가 더 믿음직스러워서."

 

 

석식 시간이 되어 저녁을 먹는데, 오늘따라 말 수가 확 줄어든 oo를 아까 전부터 밥도 안 먹고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백현이다. 찬열과 세리는 전교회장 결과가 더 중요한 모양인지 서로 토론을 하며 자기주장을 펼치기 바빴다. oo의 옆자리에 앉아 조용히 밥을 먹고 있던 경수는, 괜찮아? 라며 oo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물어왔고 oo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oo야, 얘기 좀 하자."

 

"... 무슨 얘기?"

 

 

석식을 다 먹고 교실로 올라가려고 하는 도중, 백현이 먼저 oo랑 얘기 좀 하다가 들어갈게! 먼저 들어가라, 라며 세 사람을 보내고 oo를 데리고 사람이 없는 음악실 앞에 서서 얘기 좀 하자며 먼저 말문을 꺼냈다. oo는 사실 백현과 할 얘기가 더 이상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면전에 대고 그런 말 할 용기는 없었기에 얌전히 백현의 말을 듣기로 했다.

 

 

"오늘 기분이 안 좋아 보이길래."

 

"응.. 뭐 좋진 않네."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 없었는데..."

 

"혹시 내가 너 좋아한다고 말하고, 평소처럼 대해서 그래?"

 

 

알고 있잖아. 알고 있는데도 저렇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저를 대했다는 사실이 oo는 너무 불쾌했다. 혼자 신경 쓰나 싶어서 마음 조리고 있던 시간들이 다 쓸모 없어졌다는 생각에 또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백현 앞에서는 울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네가 내 말에 신경 쓰일까 봐 일부러 평소처럼 대했던 거야. 오랫동안 친한 친구로 지냈는데, 갑자기 내가 이런 말을 해버리면 넌 얼마나 당황스럽겠어... 이게 어떻게 보면 핑계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데, 나는 그때 너 좋아한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 진심이야."

 

 

주절주절 말을 내뱉고 있는 백현을 보니, 또 이게 진심인 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진심 같아 보였다. 그냥 마음에 없는 말을 내뱉었다고 생각하려고 수십 번 되뇌이고 되뇌었지만, 막상 그의 앞에서 대화를 나누니 그 수십번 생각했던 다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럼.. 아직 나 좋아?"

 

"좋아. 나는 너 좋아한 이후로 그 마음이 바뀌거나 사라진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

 

 

 

 

#백현 ver

 

 

 

 

언제부터였을까, 너를 좋아하기 시작한 게.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좋아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게 언제부터다, 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확실한 건, 내가 oo를 좋아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을 때부터 난 이미 oo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확신이 들었던 건 최근이다. 최근에 oo와 집에서 떡볶이를 해먹었던 날. 그 날, oo가 내 다리를 베고 잠을 잘 때 심장에 병이라도 걸린 것 마냥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대길래 oo랑 좀 떨어져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oo가 예쁘다는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해왔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 그 생각이 조금 변한 기분이 들었다. 

 

 

"아.."

 

 

가끔은 oo를 볼 때마다 뭔가 속에서 끓는 듯한 기분도 들어서 더 보면 큰일나겠다 싶은 적도 있었다. 그건 좀 전에 있었던 건데, 그럴 때마다 내가 진짜 병에 걸린 건가 싶은 건가 하고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다. 이지경까지 되었으면, oo한테 알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까지 몇 번 했었다. 그러다가,

 

 

"백현아, 넌 여자 관심 없어?"

 

 

라는 네 질문부터 내 핀트가 나간 모양인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냥 자연스럽게 술술 내 마음을 고백하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거절 당한 거라고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oo가 대답도 안해줬을 뿐더러, (사실 대답도 듣고 싶지 않았다) 내 고백으로 인해 가까운 우리 사이가 멀어질 것만 같아 이 공허함을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내 고백을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근데, 내 앞에서 뚝뚝 큰 눈물 방울들을 떨어뜨리며, 아직 자기가 좋냐고 묻는 oo의 물음에 나까지도 눈물이 날 뻔 했다. 일단 대답이고 뭐고 oo가 우는 모습이 너무 예쁜데, 다른 마음에서는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져 한걸음 더 다가가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주곤 말했다. 

 

 

"좋아. 나는 너 좋아한 이후로 그 마음이 바뀌거나 사라진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근데.. 나도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순간 여기가 꿈 속인가 싶었다. 내 앞에 예쁜 oo도 있고, 심지어 이 예쁜 oo도 나한테 좋아한다고 똑같이 고백해주고 있고. 이 상황은 꿈이 아니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주먹을 세게 쥐었다. 손톱이 살에 세게 닿여 아픈 느낌이 전해져왔고, 이윽고 나는 꿈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겨 그제서야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정말? 진짜로?"

 

"응.. 네 고백 듣고 한참 생각했어."

 

 

어떡하지, oo야. 나 이제 진짜로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

 

 

 

 

"변백현 무슨 진지한 얘기를 하길래 표정이 저러지? 혹시 쟤네 둘 싸웠어?"

 

"쟤네 싸운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싸운 거 아니던데."

 

 

급식을 먹고 난 이후로 백현의 진지한 표정과 오늘 하루종일 안색이 안 좋아보이던 oo 둘 때문에 남은 친구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세리는 턱을 궤더니 싸웠냐며 헐레벌떡 몸을 일으켰고, 옆에 있던 찬열은 한번도 싸운 걸 못 봤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복도에 지나가던 종대가 뜬금없이, 싸운 거 아니던데 라며 쿨하게 한마디 하고 지나가길래 옆에 있던 세리가 그의 팔을 붙잡더니, 무슨 소리야? 라며 다시 물었다. 

 

 

"어... 뭔가 들으면 안될 걸 들은 것 같아서.. 너희한테 말하기가 좀 그런데."

 

"엥? 너 뭐야, 일부러 사람 마음 흔들고 가는 거야?"

 

"뭐지.. 근데 종대가 싸운 거 아니라고 하니 마음은 놓이는데."

 

"괜찮을 거야."

 

 

종대는 끝까지 oo와 백현 얘기는 하지 않고, 그냥 자기 반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궁금증만 잔뜩 남은 세리는 괜히 복도 바닥에 발을 쿵쿵 쳤다. 옆에 조용히 있던 경수가 괜찮을 거라며 세리의 어깨를 톡톡 쳐주며 위로해주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쯤에 들어온 백현과 oo는 반에 들어왔다. 두 사람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파악한 세리는 저의 앞자리에 앉은 oo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더니, 괜찮아? 라며 그녀의 기분을 물었다. 

 

 

"응, 나 백현이랑 사귀기로 했어."

 

"헐.. 진짜로? 어떡하지, 나 돗자리 펴야 하나봐..."

 

 

세리는 백현과 oo가 사귄다는 사실보다도, 저가 예언한 말이 사실이 되니 그게 기쁜 모양인지 짝꿍인 경수의 손을 붙잡고, 흐헤흐헤- 신난다며 콧노래를 불렀다. 손은 세리의 손을 잡고 놀아주고 있지만, 눈은 oo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경수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잘했다는 뜻으로 싱긋 밝게 웃었다. oo 또한 경수를 따라 웃더니 다시 몸을 앞으로 돌리고 옆자리에서 어느새 oo의 손을 대놓고 조물조물 거리는 백현에게, 너 뭐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oo 손이 차길래, 내가 혈액순환 시켜주는 거잖아."

 

"어이, 거기 두 사람. 사귀는 건 너무 축하하지만, 학교에선 자제 좀 해주지...?"

 

 

백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사람의 어깨에 손이 하나씩 척척 올라오더니,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서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세리였다. 백현은 순간 진심으로 세리가 무서워져 쫄아버렸는지 알겠다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