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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 조각글] See you again

큥큥 뛰어다녀 2016. 12. 4. 16:58




아마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힘들겠지.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니야.













비가 많이 내렸다.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비가 내리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집 안이 커튼으로 인해, 어둡고 캄캄했다. 멍하니 커튼을 만지작 거리던 손을 떼고는 천천히 커튼을 옆으로 치던 손길이 잠깐 허공에 멈추었다. 아, 지금 밤이구나. 



"몇 시지..."



중간 쯤 쳐둔 커튼을 뒤로 하고, 어디 있는 지도 모르는 휴대폰을 찾다가도 보이지 않아, 그냥 벽에 있는 시계에 눈길이 갔다. 3시라, 밖을 보니 낮 3시로는 전혀 보이지 않네.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이 생활이 너무나도 지겨웠다. 어쩌면,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 지도 모르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씁쓸하기도 하였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아니, 자신은 없다. 어떤 선택을 했을 지는. 그 탓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현재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그냥, 오늘 따라 커튼을 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 열어두고 싶지는 않았다. 혹시나 새벽일지라도 빛이 어딘가에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일까. 나도 잘은 모르겠다. 



사실, 나도 이 생활이 얼마 가지 않을 줄 알았다. 길면 일주일? 짧으면 그냥 하루 만에 끝나버린다거나, 그럴 줄 알았지. 생각보다 내 옆에 있던 그 아이의 영향력이 컸던 모양이네. 한 번만 더 보고 싶다. 나는, 그 순간이 마지막인 줄 알고 있었던 걸까? 알고 그렇게 자만심에 빠져, 상처를 줬던 걸까? 













언제 잠든 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자기 전에 커튼을 다시 쳐버리고 잔 줄 알았는데. 보기 싫던 빛들이 보이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아니, 오랜 만에 빛을 봐서 몸이 먼저 반응을 한 걸까. 아니면 이 빛들이 두려워져 마음이 먼저 거부를 하는 걸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 마음들이, 예전에 느끼던 감정과 같았기에. 나는 사실 조금 두려웠을 지도 모르겠다. 



"빨리 안 일어나고 뭐 해? 이렇게 꾸물 거리다가 늦는다? 오늘 놀러가기로 했잖아!"




"...어?"



아, 그러면 내가 혹시 여태동안 꿈을 꾸고 있었던 걸까? ...조금 긴 꿈을 꿨을 지도 모른다. 나를 일으키는 너의 모습에 나는 멍하니 있다가도, 밖에 내리고 있는 수많은 눈송이들에 눈길이 갔다. 아, 겨울이구나. 



"오늘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그치? 밖에 엄청 예뻐."





손가락으로 바깥을 가리키며 예쁘다고 하는 너의 미소에서 나는 눈이 떼질 생각을 하지 않고, 그녀의 입꼬리에만 머물렀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순간 현기증이 나는 줄 알았다. 너무 오랜 만에 밖에 나와서 그런 건가.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아니지, 난 여태까지 꿈을 꿨던 거잖아. 집에만 있었던 게 아니야. 너와 헤어졌던 게 아니야. 너를... 



"오늘 좀 이상하다? 계속 멍한 것 같아. 아까 나쁜 꿈 꾼 거야?"


"...꿈?"


"응, 잘 때 표정 안 좋던데... 진작에 내가 깨울 걸 그랬나...?"


"...그래, 꿈이지."



어쩌면, 내가 있는 이 공간이 꿈일 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 눈이 내리는데도 춥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하면 따뜻 했지, 이때동안 살면서 이런 따뜻한 눈은 처음 맞아보는 것 같았다. 꿈에도 기다리던 너와 함께 있는 탓일까. 모든게 예뻐보이고, 모든게 따듯해 보였다. 다시 한 번 드는 생각인데, 정말 너랑 함께 있어서 그런 것 같아. 이미, 난 너에게 모든 걸 줘 버렸나 봐. 내가 생각도 못 하고 있을 새에. 


벌써, 이 모든 순간이 꿈이라는 걸 인식해버렸지만 놓지 않고 싶었다. 그냥 꿈 속에 갇혀버려도 좋으니까, 그냥 이대로 있고 싶었다. 그 어두운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싫었다. 눈 속에 갇혀버려도 너무 좋으니까,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눈이 이제 천천히 내린다 싶으니, 이제는 추위가 조금 더 와닿은 것 같았다. 왜 이 행복한 꿈 속에서 깨지 않는 거지? 아, 이게 꿈이 아니고 정말 현실이 맞는 건가? 이제는, 현실과 꿈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냥, 이게 꿈이든 현실이든 이 순간이 계속 유지 됐으면 하는 생각들만 머릿 속에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더이상, 커튼 밖으로 내리고 있는 빗줄기를 보고 싶지 않았다. 



"우리 약속 하나만 할래?"


"무슨 약속?"


"...서로, 한테서... 떨어지지 말자. 항상 옆에 있어주자, 힘들던 기쁘던 슬프던지..."



힘들던, 기쁘던, 슬프던... 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꼭 내가 겪어본 상황 같았다. 아, 나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걸까? 예전과 같은 선택을 할 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하게 될 지. ...나는 혼자가 싫었다. 



"...응, 함께 있자."



어쩌면, 내가 버려진 게 아니라 내가 너를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너의 잘못을 탓하던 나는, 이미 혼자라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난 널 버리려고 한 게 아닌데. 그저 너를 훨씬 넓은 곳으로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게, 처음부터 잘못 되어가고 있었구나. 그냥, 너를 만난 그때부터 난 너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어. 



"나, 버리지 마..."


"...내가 널 왜 버려."



세상에 이런 바보 같은 경우도 없을 것이다. 그냥, 앞에 봤던 내 모습도 지금의 내 모습도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다시, 널 만나서 시작하고 싶다. 솔직한 내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더이상, 비도, 눈도 보고 싶지 않다. 난 그저, 너를 보고 싶다. 



"미안해."


"...왜, 도대체 왜? ...버리지 않기로 했잖아. ...힘들던 기쁘던, 슬프던 우리 함께 하기로 했잖아... 왜, 이유가 뭔데...? 설명해줘."


"아마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힘들겠지.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니야. 어차피 이런 힘든 것들은 금방 사라질 거야. 너는 강하니까, 금방... 금방 잊어버릴 거야."




















스토리를 아주 잠깐, 아주 약하게 설명하자면 맨 처음에 말은 세훈이가 자기가 들었다고 생각하는 말이예요. 근데 마지막에 보면 세훈이 본인이 저 말을 하고 있죠. 

사실 여주와 이별을 한 게 다 세훈이 본인의 책임이었어요. 세훈이가 먼저 여주를 매몰나게 차버린 거죠! 그런데 꿈 속인지, 현재인지 모르는 공간 속에서 후회를 하고 헤메고 있는 거죠! 


휴식을 취한다고 했는데, see you again 노래를 오랜 만에 듣고 너무나도 글이 쓰고 싶어져서 하루만에 다시 이렇게 와버렸습니당! 물론 자랑은 아닙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