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01

큥큥 뛰어다녀 2017. 1. 29. 17:30



홍일점













나는 소위 말해서 학교에서 날라리라고 불리는 애들 중 하나였다. 사실 애초에 잘 나가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맨 처음에는 그냥 친구들이랑 놀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사고를 치고 다니더라. 부모님과 오빠가 절대로 안 된다고 말린 담배까지 몰래 피면서 말이다. 난 내가 이렇게 막 나갈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냥 친구를 잘못 만났다고 표현하는게 가장 맞지만, 난 그렇게 말하기는 싫었다. 


그리고 사건은 일주일 전인가, 그때 터졌다. 옆학교에서 싸움이 났다길래 나는 그냥 구경이나 해야지, 하고 가장 친한 친구인 혜리와 커플 담배를 피고 있었을까. 지나가시던 어른 분들께서 우리를 발견하셨는지 바로 신고를 하셨다. 난 물론 경찰이 오기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지. 혜리는 처음 걸린 담배여서 그냥 봉사로 넘어갔지만, 난 수도 없이 운이 안 좋게 흡연하는 모습을 많이 발각 당했었다. 덕분에 나는 강전이라는 칭호를 휙득했지. 


전학가기 전 날, 혜리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강전이라고 해봤자, 우리 집과 더 가까운 학교였다. 사실 개이득이긴 하지만, 친구들이랑 헤어진다는 건 정말 슬펐다. 그리고 처음 가보는 학교에서 도대체 어떤 컨셉으로 밀고 나가야 할 지도 몰랐고, 그냥 그랬다. 




마침내, 전학 가는 당일이 왔고. 나도 모르게 전학가는 걸 신경 쓰고 있었던 건지, 눈이 일찍 떠졌다. 일어난 채로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아침부터 그닥 보고 싶지 않은 오빠의 얼굴이 등장했다. 




"야, 일어, 어? 일어났네, 웬일로 일찍 일어났데. 너도 꼴에 전학가는 게 신경 쓰였냐?"


"그래, 신경 쓰였다. 얼굴 좀 치우지, 아침부터 속 안 좋아지려고 그런다."



나는 오빠와 같이 산다. 부모님은 해외에서 사업 일을 하시기 때문에 1-2달에 한 번씩 쯤 한국에 와서 우리 둘을 보고 가신다. 차라리 엄마 아빠랑 같이 사는게 훨씬 좋지, 오빠랑 단둘이 사는 건 정말 답이 없다. 아침마다 깨워주는 건 정말 고맙긴 하지만. 



"야, 혜리 왔어. 학교 같이 가제."


"에, 쟤 꿈 꿨나. 우리 이제 다른 학교인 거 모르는 건가?"



오빠의 말을 듣고 어제 남긴 치킨 닭다리를 한손으로 잡고, 나머지 손으로는 문을 열어주는데 갑자기 저의 품으로 파고드는 시커먼 물체 때문에 치킨을 입에 문 채, 그대로 꽈당- 하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야야, 졸라 아팡... 엉덩이를 매만지며 고개를 드니, 시커먼 물체는 바로 세훈이었다. 근데 분명 혜리 왔다고 하지 않았나?



"혜리는?"


"안에 들어갔어, 너랑 나랑 넘어질 때."


"...이새끼, 야! 이혜리! 너 치킨 먹으려고 들어갔지?!"



나는 앞에 있는 세훈이를 가뿐히 무시하고는 재빨리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 혜리가 다급하게 먹고 있는 치킨을 사수하였다. 결국 셋이서 사이좋게 나란히 치킨 하나를 손에 붙잡고 학교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 학교랑 조금은 같은 방향이긴 하지만, 곧 얼마 가지 않아 헤어져야 했다. 혜리가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마치 엄마같이 엉덩이를 톡톡- 쳐주는데 뭉클하긴 했다. 이 좋은 친구들을 못 본다니! 



"잘 생긴 애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알겠지?"


"oo야, 나는 연하보다 누나가 좋아. 3학년 잘 봐둬."




"됐거든... 이것들이."



그렇게 세훈과 혜리와 헤어지고 새로운 학교로 걸어가고 있는데, 야! 박경리! 라는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들리자 마자, 바로 뒷통수가 아파왔다. 이게 뭐지, 하고 상황파악을 하고 있는데 앞에서 내 뒷통수를 때린 장본인과 눈이 마주쳤다. 마주치자 마자, 야! 하고 뛰어가는데, 남자 애새끼가 달리기가 얼마나 빠르던지, 죄송합니다! 하고 바로 뛰어가 버리더라. 



"아나, 아침부터 재수없게 뒷통수나 쳐맞고. 저새끼 눈에 띄기만 해라, 죽여버려야지."



이를 바득바득 갈다보니 벌써 학교에 도착했다. 용모는 내 행동 치고는 정말 바른 편이여서 아침부터 학주에게 걸린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교무실로 가니, 2학년 3반이라며 웃으며 말해오는 선생님이 참 예뻐보이셨다. 와, 같은 여자가 봐도 반할 것 같아. 



"선생님, 저희 반 어때요?"


"응? 아, 애들이 착해."



아, 완전 망나니 반이구나. 이 학교에서도 딱히 생활이 바뀌거나 할 것 같지 않은 예감이 맞은 이유는, 예쁜 담임 선생님을 따라가 2-3 팻말이 있는 반으로 들어가자마자, 내 뒷통수를 때리고 간 녀석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건 무슨 운명인가, 하며 남자 애를 바라보며 싱긋- 웃고는 자기소개를 했다. 



"oo야, 앉고 싶은 곳 있어? 처음이니까 네가 앉고 싶은 곳으로 앉자."


"아, 그럼 저친구 옆에 앉고 싶어요."



뒷통수를 때린 아이를 가리키며 저기 앉고 싶다며 말해왔다. 그 자리로 가자마자 남자 애를 잔뜩 노려보며, 우리 같은 반이네? 라고 웃어보였다. 첫 날부터 괴팍한 애로 찍히기는 싫어서 웃어준 건데, 이 새끼가?!



"야, 너 다 풀렸구나? 그래, 길 가다가 뒷통수 한번 쯤 맞을 수도 있지, 그치?"


"...뭐?"


"난 박찬열이라고 한다. 잘 부탁해."



썅, 마음 같아서는 너도 뒷통수 맞아볼래? 라며 귀때기를 때리고 싶었지만 첫 날이여서 꾹 참았다. 조례시간이 끝나자 마자, 뒷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더니, 박찬열! 하는 소리에 오던 내 잠들이 다 날아가 버렸다. 옆에서 엎드린 채로 자고 있는 박찬열의 뒷통수가 갈겨졌기 때문에. 누군진 모르겠지만, 가서 하이파이브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박경리!! 여자 애가 힘만 더럽게 세가지고. 내 짝꿍 좀 본받아."


"짝꿍? 너 원래 짝꿍 없었잖아, 근데 생겼네?"


"오늘 전학 왔어. oo야, 인사해. 얘는 박괴팍이라고 해."




"안녕... 괴팍아."




"에!? 야, 나 괴팍이 아니야. 박찬열, 너 애한테 이상한 거 가르칠래? 나 박경리라고 해. 너희 옆 반이야."



학교에 오자마자 피곤한 친구들을 사귄 것 같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괴팍이, 아 아니, 경리가 반으로 돌아갔다. 힘이 빠져 책상에 얼굴을 붙이고 누웠는데, 또 다시 누군가가 내 뒷통수를 때려오는 손길에 빡쳐서 그대로, 뭐! 하고 벌떡- 일어서 버렸다. 


그리고서는 내 뒷통수를 건드린 앞에 있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와 진짜 동그랗게 생겼다, 아,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반 아이들의 시선이 다 내 쪽으로 몰리고 말았다. 이런, 첫날부터 제대로 찍혔잖아!!!



"아, 미안. 선생님 오셔서 너 혼날까봐."


"어...? 아, 그래 고마워."


"풉, 야 도경수. 얘 뒷통수에 민감해."


"왜? 네가 oo 뒷통수 치기라도 했냐?"



도경수? 이름도 귀엽다. 경수랑 박찬열이 하는 대화를 들어보니, 경수 얘 완전 돗자리 펴도 되겠더라. 아침에 있었던 일을 그냥 다 꿰뚫고 있는게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나한테 전혀 거부감이 없는지, 'oo' 하고 자연스럽게 내 이름을 불러오는데, 와 완전 신세계다!!! 혜리야!!! 





-





이상하게 박찬열과 친해진 이후로 다른 아이들은 내가 다가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점심시간에 같이 밥까지 먹게 되고, 쟤네들 만의 세상에 갇힌 기분이었다. 뭔가 데자뷰가 일어나는 것 같아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었을까. 앞에서 경리랑 박찬열이 투닥투닥 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자마자 문득 든 생각인데,



"경수야, 쟤네 둘 사귀는 거야?"


"어? ...풉, 아니. 쟤네 쌍둥이야, 이란성."



허걱스, 쌍둥이라니!! 아, 어쩐지 성이 같다고 했어!! 아니, 그래도 전혀 다른 것 같이 생겼는, ...다시 보니깐 조금은 닮아보였다. 그렇구나, 하고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마이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라서 전화한 건가, 혜리였다. 



-"야, 남자 탐색은 잘 했냐. 어때?"


"그냥... 몰라, 귀여운 애는 있어."


-"진짜? 아, 나는 귀여운 것보다는 섹시한 스타일이 좋은데. 친구는 사겼고?"


"어, 근데 얘네랑 친해지고 나니깐 다른 애들이 나한테 안 와."


-"야, 너 일진 만났냐!? 빼박이네, 걔네 너네 학교 간판들인가봐. 역시 ooo, 다른 학교를 가도 변하질 않네!"



뭐? 간판? 혜리의 말에 설마 그런가 싶어 전화를 한다고 조금 떨어져 있는 경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니, 저 귀염둥이 얼굴만 봐서는 전혀 간판으로 안 보이는데 말이지. 물론 얼굴로 판단하면 안 되는 거지ㅁ, 엥?



"학교에서 휴대폰 쓰면 안 되는데."




"...에? 끊을 테니까 줘... 요."



혜리의 말에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그대로 휴대폰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뺏겨버렸다.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바로 따질려고 뒤를 돌았는데 조금 선배 포스가 나는 남자 덕에 잔뜩 쫀 채로 반말을 쓸려다가 그냥 끝에 '요' 를 붙여버렸다. ooo,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나약했어!!! 어?!




"근데 너 귀엽게 생겼다. 몇 학년이야?"


"2학년..."


"그래?"


"야, 변백현!!! 내 짝꿍 왜 건드냐?"



변백현? ...왜 건드냐? ...반말? 뭐야, 그러면 나랑 동갑인 건가? 잔뜩 선배인 척 했더니만 동갑이였잖아? 동갑인 사실을 알고는 재빨리 변백현이라는 애가 들고 있는 내 휴대폰을 뺏었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런가, 전화는 벌써 끊긴지 오래였다. 혜리에게서 문자가 하나 와있었는데, 



[ 근데 너 귀엽게 생겼다~~ 몇 학년이야~~~? 넹? 저는 2학년 ooo 라구 해용...! ]



"...미친..."



아무래도 혜리가 앞에 한 대화를 다 들은 모양이었다. 평생의 흑역사로 남겠네, 싶어 좌절에 빠져 있었을까. 어느 새, 우리 쪽으로 온 박찬열이 변백현의 어깨를 툭, 치더니 내 짝꿍이야, 라며 나를 가리켰다. 



"야, 너 짝꿍 귀엽다. 나도 너네 반 갈래."



왜 여기서 만난 애들은 다 미친 애들 뿐일까. 그냥 원래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니면, 경수랑만 단둘이 있고 싶었다. 경수가 제일 정상적이니까.






















-



앞으로는 단편으로 만들지 않고 길게 꾸준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당!!! 홍일점, 스따뚜~!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많아질 것 같은데 등장인물 소개 글도 따로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