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02

큥큥 뛰어다녀 2017. 1. 31. 07:29



홍일점













우리 오빠는 처음에 내가 담배피는 걸 몰랐다. 진짜 진지하게 흡연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알게 됐을 때 당장 자퇴하라면서 학교로 뛰쳐나가려고 하던 걸 내가 막았었지. 오빠가 제발 딴 건 다 좋은데 담배는 피지말라고 나한테 처음으로 부탁을 했었다. 오빠의 말에 너무 진지하게 느껴져서 안 펴야지 생각을 했는데, 



"오빠 뭐해."


"응, 뭐하긴. 티비보지."


"왜 집에서 담배 펴?"



오빠가 집 안에서 담배를 딱 한번 핀 이후로 뭔지 모를 배신감이 들어 그때 이후로는 금연 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다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오빠가 물고 있던 담배를 뺏어 내가 물었다. 왜 얘기하는 거냐고? 그냥, 그 담배가 지금 생각나던 참이거든. 



"야, 박찬열 처음에 네 짝꿍이 나 선배라고 생각했는데 너 때문에 망쳤잖아."


"얼씨구, 그게 왜 나 때문? 네 얼굴 삭아보이는 거잖아."



저 변백현이라는 놈 다 알고 있었다. 내가 선배라고 생각한 거. 아, 물론 나년이 존댓말을 써서 그렇겠지만. 혹시 연예인이 되면 이런 기분일까? 오른쪽은 변백현이요, 왼쪽은 박찬열이요, 이 둘이 꼭 내 경호원이 된 기분이었다. 서로 나를 옆에 두지 못해서 안달인가. 반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나를 이렇게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그 덕분에 나는 담배가 생각났고.



"야, 너네 담배 가지고 있냐."


"아니, 나 없는, 어 잠시만. 이거 되게 기분이 이상한데?"


"짝꿍! 너 담배 펴?"



아, 괜히 말했다. 당연히 얘네들 정도면 담배는 기본으로 몇 갑씩 들고 다닐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둘 다 없더라. 내 주둥이를 탓하며 박찬열 말을 무시하고는 다시 앞으로 걸어가는데, 다시 둘이 내 옆으로 딱- 붙어서는, 진짜 펴? 라며 동시에 물어왔다.



"그래, 핀다 펴! 원래 잘 안 폈는데 너네들 때문에 생각났다, 어쩔래!"



정말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 왜냐면 운동장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내쪽으로 왔거든. 내가 행동하는 거랑 다르게 부끄럼을 많이 타서, 이때다 싶어 재빨리 학교 안으로 들어와 반까지 들어왔다. 뛰어왔으니까 오는데 좀 걸리겠지? 라고 생각한 건 크나큰 내 착각이었다. 



"어, oo야."


"에, 오빠!"



아, 지금 내가 인사하고 있는 사람은 김민석. 우리 오빠 친구다. 우리집에 하도 많이 놀러와서 거의 친오빠 수준이다. 오빠도 내가 전학 온 건 당연히 몰랐기 때문에 어지간히 놀랐는지, 너 왜 여기 있어? 라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 담배피는 거 걸려서 강전 당했어."


"어우... 잘한다, 여자 애가. 김준면은 가만히 있든?"




"아니, 완전 난리 났지. 근데 내 편 들어주던데? 저놈에 학교는 담배피는 것도 못 봐주냐, 라면서 그냥 학교 때려치우라면서 그러길래 내가 안 된다고 했지."


"아, 너네 둘은 진짜 스펙타클 하게 사네. 그럼 친구는?"




"아, 생겼는데, 딱히 마음ㅇ,"


"민석이 혀엉!!!"



순식간이었다. 민석 오빠 어깨 위로 날아온 한 물체, 저게 뭐지, 하고 1초간 생각을 했는데 곧 저 시커먼 물체는 박찬열이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이것들이 생각보다 빨리 나를 알았구나, 싶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민석 오빠는 자기 몸에 메달려 있는 박찬열의 뒷통수를 한대 때려주고는, 내려와 하고 무심하게 말했다. 와, 저 뒷통수 나도 때리고 싶다. 



"아, 설마 네 친구가 얘네들?"


"아니..."


"짝꿍아, 나 완전 슬퍼. 너랑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밥도 같이 먹었잖아."


"넌 밥 같이 먹으면 다 친해지냐? 그리고 너, 아침에 내 뒷통수 때려서 마음에 안 들어."


"야, 넌 네 짝꿍 뒷통수는 왜 갈기냐? 짝꿍아, 일루와. 오빠가 놀아줄게."



또, 또!!!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또 내 양쪽으로 변백현과 박찬열이 산맥을 이루고 있었다. 박찬열이 먼저, 우리 밥도 같이 먹었잖아, 라며 내 손목을 잡고 자기 쪽으로 끄는데, 내가 딱 거절을 하자마자, 변백현이 내 편을 들어주며 오라고 하는데, 뭐? 오빠? 



"네가 왜 내 오빠야, 나 오빠 있거든? 그리고 너, 내 짝꿍 아니잖아."


"와, 김준면이 너 되게 잘 키웠다."


"김준면? 너 준면이 형 딸이야?"



아니, 여기서 왜 딸이 나오죠? 진짜 쟤네 둘은 또라이가 틀림 없다. 왜 딸인 생각은 하고, 동생일 거라는 생각은 못하는 거지? 민석 오빠의 말에 두사람의 표정이 정말 가관이더라. 내 옆에 있는 변백현은 입이 쩍- 하고 벌려졌는데, 그 사이로 주먹을 꽂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막았다. 



"...왜 동생일 거라는 생각은 못해?"




"아, 맞다. 나 준면이 형이랑 친해."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해야겠다."



결국 이 끔찍한 자리를 피해 먼저 반으로 들어왔다. 반으로 들어가자마자 오빠한테 전화를 해서 다시 다른 곳으로 전학가면 안 된고 물었다가는, 그냥 영원히 자퇴하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 깔끔하게 포기했다. 반으로 들어오자마자 박찬열과 변백현도 쥐새끼 처럼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데, 요것들 정말 귀찮다.



"짝꿍아, 나 물어볼 거 있어."


"뭔데?"


"여기 왜 전학 왔어?"


"친구랑 담배피다가 걸려서."



얘네들 한테 거짓말 해봤자 오빠한테 물어보면 금방 들킬 것 같고 그래서 솔직하게 담배피다가 걸렸다고 하니깐, 변백현과 박찬열 표정이 싹 바뀌더라. 



"와..."


"왜, 혹시 정 떨어ㅈ,"


"짝꿍아, 너 진짜 멋있다. 안 되겠다. 오늘 준면이 형한테 너네 집 놀러간다고 해야지."


"짝꿍아, 너 뭐 좋아해? 맛있는 거 사줄게."


"야, 변백현. 네 짝꿍 아니고, 내 짝꿍이거든? 계속 짝꿍, 짝꿍 거릴래?"


"뭐 어쩌라고, 내가 어떻게 부르던 네 알 바냐?"



정말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는 얘네들이 보지 못하도록 얼른 휴대폰을 꺼내 오빠한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누가 우리 집에 온다고 하면 당장 거절할 것, 무슨 일이 있어도 거절할 것, 거절 안 하는 즉시 우리는 남남. 이렇게.





-





사람은 유혹에 정말 약하다. 당연히 누가 뭘 준다고 하거나, 뭘 사준다고 하면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그리고 우리 오빠가 그런 사람이었다. 내 딴에서는 일찍 집에 간다고 갔는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향긋한 치킨 냄새가 풍겨오더라. 설마 우리 오빠가 그걸 시켰을 리는 없고, 설마 설마 하는 마음에 거실까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는데, 마사카, 박찬열 변백현 민석 오빠, 그리고... 무엇보다 경수가 있었다!



"아, 오빠... 우리 얘기 좀 할까?"


"응...? 그냥 여기서 하지...?"


"아... 하하하, 그래... 됐다..."



어디 끌고가서 멱살이라도 잡으려고 했건만, 이 오빠 내 수작을 이미 다 꿰뚫고 있었다. 이곳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거 보니까. 다들 앉으라고 하길래 하는 수 없이 나는 사심 가득하게 경수 옆에 앉았다. 사람이 6명인데 치킨을 10마리를 시키다니, 얘네도 정말 생각머리가 없었다. 너네 때문에 귀중한 닭 10마리가 죽었다고!!


학교 끝나면 혜리가 바로 전화 달라고 했는데 깜빡한 모양이었다. 나도 모르게 소파에 던져놓은 휴대폰이 계속 진동을 울리고 있기에, 치킨에 눈이 팔려 누군지 보지도 않고,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세훈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전화 안 했냐."


"아, 쏘리.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었어."


-"어딘데?"


"집, 치킨 먹고 있어."


-"누구랑?"


"...오빠랑."


-"단둘이? 준면이 형이 치킨도 사주시구나, 맨날 네 돈으로만 사먹어서 몰랐는데."




"하, 진짜 내 말이 그 말이다. 치킨 하나를 안 사주지."



세훈이랑 좀 오랫동안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나 싶었는데, 역시나 본심을 드러냈다. 그래서 섹시한 여자는 만났어? 하는 물음에 그냥 통화를 끊을까, 생각하다가도 괴팍이 얼굴을 떠올렸다. 괴팍이가 이름이 좀 그래서 그렇지, 얼굴은 정말 섹시해 보이던데. 



"어, 있는 것 같아."


-"헐, 야 진짜? 누군데?"


"아, 그건 나중에 둘이 있을 때 말해줄게. 근데 아직 별로 안 친해져서 잘 모르겠는데, 친해지고 나서 물어볼게."


-"야, ooo... 몰랐는데 너 진짜 사랑스러운 녀석이구나."


"됐거든, 끊어라. 치킨 먹어야 돼."



역시 세훈이보다는 치킨이 지금은 더 중요하니까 전화를 끊고 다시 거실로 달려가려는데, 앞에 있는 박찬열 때문에 세상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당연히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뛰어가려는데, 내 이마 쪽에 손을 대 앞으로 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이새끼가 지금 뭐하는 거지?



"왜, 뭐. 할 말 있어?"


"누구야?"


"나 누구냐고?"


"아니, 전화한 사람."


"친구. 아, 맞다. 너 혹시 괴팍이 이상형 알아?"


"괴팍? 아, 박경리? ...왜? 너 혹시... 여자가 취향이냐?"



뭐? 너는 왜 아까 전부터 계속 그 지랄병이 돋는 거야? 어떻게 생각을 하면 사람이 너처럼 생각을 할 수가 있지? 난 네가 참 신기하다. 미쳤냐는 표정으로 박찬열을 올려다보니까, 진짜야? 하며 더 미친 소리를 해왔다. 진짜 내일 얘를 데리고 언덕 위에 하얀집에 다녀와야겠구나...




"아니거든. 내 친구가 섹시한 여자 좋아하는데 소개시켜줄까, 하고."


"아, 섹시한 여자면 쟤는 아니지. 너가 훨씬 더 섹시해. 근데 너는 내꺼니까 안 되겠고. 쟤 그냥 키 크고 성격만 좋으면 괜찮을 걸?"



아, 그래? 그러면 오세훈은 안 되겠다. 전자는 맞지만, 후자는 전혀 틀리기 때문에. 그건 그렇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냥 넘어갈 뻔 했는데, 내가 네꺼라니? 너무 어이없어서 콧방귀도 안 나온다? 



"아, 그래? 근데 내가 왜 네꺼지?"


"넌 내가 찜 했어, 짝꿍아."



이제 듣다 듣다, 박찬열의 헛소리는 못 듣겠어서 아직까지도 내 이마를 막고 있는 손바닥을 치우고, 얼른 거실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치킨을 뜯어 먹었다. 변백현이 둘이 뭐하고 왔냐고 물었지만, 가뿐히 무시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