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03

큥큥 뛰어다녀 2017. 2. 1. 01:14



홍일점













아니, 다음 날이 되면 조금은 정상적으로 변할 줄 알았어? 응? ooo 대답해봐, 그랬냐고. 어?! 



"아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박찬열이 건 모닝콜 덕분에 잘 깨지도 않는 잠에서 깨어났다. 덕분에 귀찮은 일이 하나 줄었는지, 잘 잤냐? 라는 시덥지 않은 아침 인사를 하며 나한테 빵을 내미는 오빠였다. 아직 학교를 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돌아버리겠으면, 학교를 가면 도대체 어떤 거지? 


학교에 일찍 가서 잠이라도 자자, 싶은 마음에 머리도 감지 않고 바로 학교로 뛰어갔다. 맨날 이런 생각으로 학교를 갔으면 절대 지각을 할 일은 없겠지만 그 생각도 오늘이 끝이었다. 왜냐면 학교에 가자마자 반의 문을 열었을 때는, 변백현과 박찬열 밖에 없었거든. 



"...하하, 너네 되게 일찍 등교했네?"


"너랑 같이 가려고 했는데, 준면이 형한테 전화해보니까 벌써 학교 갔다고 하길래 우리도 빨리 왔지."



이놈에 김준면이 웬수였다. 내가 도대체 전생에 김준면한테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지금 웬수 사이로 변했는 지 모르겠다. 김준면은 웬수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마이 주머니에 꽂혀있는 휴대폰을 들고가는 박찬열의 행동이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이자식이 지금 누구 휴대폰을 들고 가?



"너 지금 뭐하냐?"


"어? 아, 너 휴대폰 좋아보이길래."


"동작 그만. 너 전화 한다거나 그러면 진짜 죽ㅇ,"



정말로 내 휴대폰으로 지 번호에 전화라도 걸었는지, 요란한 벨소리가 울려댔다. 지도 벨소리로 해놓은 걸 몰랐는 건지 얼마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던지. 벨소리가 멈추고 우리 셋 다 정적에 휩싸이자 박찬열이 냅다 앞문 쪽으로 튀었다. 나는 한발작 늦게 그자식을 따라갔지만 내 달리기 실력이 얼마나 빠른데! 썅, 그래도 꼴에 남자새끼인지 거의 우사인볼트 급인 내 달리기 보다 조금 더 빨랐다. 뛰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저자식은 왜 내 휴대폰도 들고 튀는 건데!!


그렇게 학교 복도 전체를 뛰다보니, 이제 학생들이 등교할 시간이 됐는지 여러명들이 우루루- 학교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쳐서 이제 뛰는 것도 하지 않고 쌍욕을 해대며 박찬열을 따라가고 있었을까, oo야 뭐해?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설마 설마 하며 고개를 뒤로 돌렸는데, 경수라니... 경수가 내 뒤에 있다는 소리는, 뒤에서 내가 하는 쌍욕을 다 들었다는 거잖아...?



"야, 넌 무슨 그런 개고생하는 방법으로 번호를 따냐?"


"안 줄 것 같았단 말이야."



결국 박찬열은 나한테 얻어터지고 나서야 내 휴대폰을 줬다. 반으로 돌아와서 맞은 볼을 자기 손으로 만져대며, 안 줄 것 같았다고 경수한테 얘기하는데, 꼭 회사에 상사 욕을 하는 여자친구 모습 같아서 토가 쏠릴 뻔 했다. 나중에 들은 건데, 뛰면서 변백현한테도 내 번호를 줬다고 하더라...? 소름 돋는 새끼들... 그러다가도,




"oo야, 나 번호 좀 줄래?"


"어? 어어."


"주는데?"



경수가 번호 좀 줄래? 라며 자기 휴대폰을 내밀길래, 냉큼 사심이 담긴 마음으로 번호를 찍는데 박찬열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심지어는 나도 내 행동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ooo 너 생각을 해봐, 박찬열이 경수처럼 번호 달라고 하면 줄 거야? 아니, 절대 안 줄거지. 그치? 그렇다는 말은 경수의 말은 틀렸다. 




"oo야, 그럼 내가 번호 달라고 했었으면 줄 거야?"


"아니, 경수니까 주는 거야."


"...도경수랑 나랑 뭐가 달라! 이런 어좁이 땅따리 보다는 키 큰 멋쟁이 찬열이가 낫지 않아?"


"응, 안 나아. 아, 그리고 너 오늘 나랑 같이 병원 좀 가자."


"병원? 병원은 왜?"


"너 정신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언덕 위에 하얀집 좀 데려가려고 어제부터 생각했었거든."



난 그저 내 진심이 다긴 말을 했을 뿐인데, 경수랑 박찬열이 웃음 바다가 되어버렸다. 아니, 저기여... 님들은 왜 제 진심을 몰라주시는 건가여? 더이상 이 공간에는 있지 못할 것 같아, 괴팍이나 볼까, 하는 생각에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말한 후, 반 밖으로 나왔다. 분명 괴팍이 말로는 옆반이라고 했지? 잠시만, 그러면 2반이여, 4반이여...?


우리반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찍자는 식으로 뒷문과 조금 더 가까운 4반의 뒷문을 거칠게 열며, 괴팍아, 하고 괴팍이 이름을 불렀는데. 어라, 시선이 쏠렸다. 난 이 반이 이렇게 조용한 반인 줄 몰랐지... 우리 반처럼 시끄러운 반인 줄 알았지... 하고 생각을 하다가도, oo야! 하는 불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우리반까지 왜 왔어? 혹시 나 보고 싶어서 온 ㄱ,"


"아니, 절대 아니야. 혹시 괴팍이 이 반 아니야?"


"괴팍이? 그게 누구야? 너, 나 몰래 남자 만났어...?"



역시 변백현은 박찬열 친구구나, 싶었다. 그래도 여자 좋아하냐는 소리보다는 조금 낫네. 한숨을 푹- 쉬고는 이 반은 아니구나, 싶어서 나가려고 하던 참에, oo야? 하는 괴팍이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휙- 돌렸다. 역시나, 이 반이 맞구나!!



"괴팍아, 너 이 반 맞구나!"


"괴팍... 나 괴팍이 아니라니까, 얘두. 그리고 나 이 반 아니고, 2반."


"근데 왜 여기 들어왔어?"


"변백현 잡으러."


"변백현은 왜 잡는ㄷ, 어어...!!"



괴팍이 한테 왜 변백현을 잡냐고 물어보려고 하는 순간, 내 등에 무언가 딱 달라붙더니만 내 몸을 마음대로 움직였다. 괴팍이는 나보고 좀 가만히 있어달라고 말한 후, 내 뒤에 있는 껌딱지를 떼낼려고 하는데, 이것들 싸움 덕에 내가 죽어날 지경이었다. 왜 내 앞뒤에서 이러는 거지...? 혜리야, 보고 싶다. 



"아아악!! 나는 왜 잡냐고!!"


"oo야!! 앞에, 앞에! 변백현!!!"


"아아, 나는 잡기 싫어!!"



결국 아까 전에 데자뷰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분명 조금 전에도 이렇게 뛴 것 같았는데... 그렇게 또 뛰어다니다가 잡은 변백현을 괴팍이한테 넘겨주며, 무슨 일인데... 하고 곧 죽을 사람처럼 물어오니, 괴팍이는 내 얼굴을 보고 살짝 놀라다가도, 어제 저 새끼가 내 카드로 치킨 10마리 긁었어, 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근데 뭐라고? 치킨 10마리?



"야, 그거 너네 돈으로 긁은 거 아니였어?"




"어어? ...흐음, 백현이는 잘 모르겠네."




"뭔 소리야, oo야?"




"아니, 쟤네들 어제 우리집 와서 그 치킨 먹었는데? 10마리..."



좀 미안해지는 걸? 그리고 왠지 나도 그 범행 현장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변백현이랑 같이 뛰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착한 괴팍이가, 넌 무슨 잘못이 있겠냐... 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학교에 있으니까,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것 같아. 





-





학교에 마치자마자 바로 튈려고 했던 내 몸은 내 생각과는 달리 벌써 어디로 이동 중(?)이었다. 이런 오락실은 또 어디서 찾아냈는지, 온갖 옛날 초딩때 엄마한테 문제집 산다고 구라치고 얻었던 소중한 용돈으로 자주 하곤 했던 오락기계들이 있었다. 오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오빠가 쏜다, 라는 말이었고. 나는 박찬열에게 후회 하지마, 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재빨리 오토바이 게임부터 시작했다.



"너 지면 진짜 오빠라고 불러라?"


"변태 새끼, 그렇게 오빠 소리가 듣고 싶냐!"



어느 새, 나랑 박찬열은 오빠라고 부르기를 주제로 내기를 하고 있었다. 절대 이 게임에서 질 수 없다는 승부욕이 불타올라, 마지막 결승선에서 내가 먼저 골인했다. 골인하자마자 얼마나 기뻐하던지, 옆에 있는 경수의 손을 붙잡고 피날레를 울리려다가, 누나 하고 불러오는 박찬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깜짝 놀랐다. 뭐라구여...? 누나...?



"누나...?"


"응, 나 지면 누나라고 부르라면서."


"...어...? 내가 그랬던가? 그냥 취소할게... 우리 없던 일로 하ㅈ,"


"누나, 우리 저거하자."



하도 승부욕에 불타올라, 우승 상품(?)이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박찬열이 누나라고 부르는 것은 절대 상품이라고 칭할 수는 없는데 말이다. 내 말을 끊어버리고 저거 하자며, 펌프를 가리킨다. 아, 펌프하면 또 ooo 아니겠어? 





-





처음에 물론 박찬열과 변백현 손에 끌려오긴 했지만, 마지막에는 내가 제일 신나게 놀고 있었다. 물론 내가 신난 이유는 내가 하는 게임마다 이겨서 그렇겠지. 박찬열의 누나 소리는 더이상 못 듣겠어서, 누나라고 부르지 말기를 총게임으로 내기를 했는데, 그것도 내가 이겨서 누나라고 부르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같이 동네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여~ ooo~, 하는 아재 포스가 가득 담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찔끔 돌려, 목소리가 들리는 골목길 쪽으로 눈을 돌렸는데. 아니, 쟤 오세훈이잖아! 오세훈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애들을 내버려두고 재빨리 골목길 안으로 들어와 오세훈의 주댕이를 손바닥으로 막아버렸다.



"야! 너 뭐야, 왜 여기 있어? 또 가오잡는다고 혼자 담배피고 있냐? 내가 이런 짓 하지 말라고 했지, 혜리는 어디있어?"




"야아... 하나씩 물어봐... 내가 잘못했어... 나 집 가는 길이었단 말이야... 담배 안 폈어..."



조금 전 아재 포스는 어디로 갔는지, 꼬치꼬치 캐내던 내 행동에 쫄았는지, 담배를 안 폈다며 잔뜩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세훈이었다. 골목길로 들어가서 내가 안 보이자, 얘네가 나를 걱정이라도 한 모양인지 괴팍이가 먼저, oo야! 하며 골목길로 들어왔다. 



"어? 걘 누구야? 친구?"


"어? 아ㄴ,"



나도 모르게 세훈이를 친구가 아니라고 말할 뻔 했지만 뭐 아무렴 상관없다. 오세훈 얘가 내 말을 끊어버리고, 야! 하고 귓속말로 얘기해오더니, 쟤 예쁘다, 라며 내 등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왔다. 이 자식이...



"어, 예전 학교 같이 다닌 친구... 하하, 세훈아 잘 가렴. 전화할게."


"응, oo야. 조심히 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평소라면 저런 걱정 가득한 말은 절대 하지 않았을 텐데, 지 이상형인 섹시한 괴팍이가 눈 앞에 있으니깐 저러는 모양이다. 몰랐는데 뒤에 있던 박찬열과 변백현이 아주 눈에 불을 키고, 저 자식 누구냐며 나한테 따발총 같이 물어대고 있었다. 아니, 이 자식들이... 분명 친구라고 말했는데도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