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04

큥큥 뛰어다녀 2017. 2. 18. 17:07



홍일점













전학을 오고, 첫 주말이 다가왔다. 당연히 나는 박찬열과 변백현이 폭풍 연락이 올지, 미리 알고 있었지. 그래서 이미 오세훈 집에 피신 중이었다. 어차피 우리 집은 들통났고, 오빠가 어떤 유혹에 끌려 내 정보를 알릴 지 몰라, 심지어 오빠한테 어디간다고 말하지도 않고 그냥 와버렸다.


집주인한테 말하지도 않고 와버린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뭐 어때? 이정도 사이면 거의 가족이나 다름 없는 사이지. 코를 드르렁- 굴며 자고 있는 오세훈을 가뿐히 무시하고, 익숙하게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마시는데, 박찬열 전화가 어김없이 걸려왔다. 불쌍한데 한번 받아봐?



-"짝꿍아, 놀자. 오늘 너랑 뭐하고 놀지 다 정해놨단 말이야."


"나 약속 있는데, 미안."


-"누구랑? 남자야?"




"응, 남자야."


-"혹시 어제 담배 피던 그 친구?"


"...담배 안 폈거든."



내가 담배피냐고 물어봤던 게 얘네한테도 들렸는 모양이다. 괜히 전화 받았나, 싶다가도 그럼 잠시만 나와서 케이크만 받아가라고 잔뜩 주늑든 목소리로 말하는 박찬열이다. 뭐, 케이크? 



"웬 케이크?"


-"너 어젠가 블루베리 케이크 좋다고 했잖아. 아침부터 시내 나가서 잔뜩 사왔는데, 너 줘야지."



먹을 걸 주면 내 눈에는 다 천사로 보이는 모양이다. 블루베리 케이크에 이기지 못하고, 재빨리 오세훈 집과 조금 떨어져 있는 곳 이름을 대충 대고, 뛰어나왔다. 절대 블루베리 케이크 유혹에 이기지 못한게 아니라, 기다리고 있는 박찬열이 불쌍해서 나와준 거다. 절대로, 케이크 때문이 아니다.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박찬열을 찾고 있는데, 뒤에서 무언가 내 등에 착- 달라붙더니, oo야! 하고 내 이름을 불러왔다. 역시나 등장부터 평범하지가 않구나, 싶어서 박찬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얘 왜 빈손 같지?



"너 왜 빈손이야, 내 블케는?"


"아, 귀여워. 블케? 내 부탁 들어주면 줄게."


"야, 너 협박하냐? 블케 준다고 해서 당장 뛰어왔건만... 부탁이 뭔데? 이상한 거 말하면 죽여버릴 줄 알아."


"이상한 거 아니야. 오늘 하루동안만 나랑 놀자.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충분히 이상한 것 같은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먹을 것 때문에 박찬열이랑 같이 다니는 건 아니다. 일단 케이크 부터 달라고 하니, 빈손 같아 보인 건 내 착각이였나 보다. 뒤에서 케이크 상자를 꺼내더니, 후광이 빛나 눈이 부신 케이크의 자태가 보였다. 날씨도 좋은 것 같아, 근처에 있는 공원에 와서 허겁지겁 거지처럼 케이크의 맛을 음미하고 있는 중이다. 



"맛있어?"


"응, 나 블케 제일 좋아해. 너 머리 많이 아픈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기억력은 제법이네?"


"나 머리 안 아픈데?"


"아니야, 너 많이 아파."


"아, 그럼 호- 해줄래?"



한 시라도 긴장을 풀면 안되는 모양이다, 얘랑 같이 있으려면. 5개 정도 있는 조각 케이크를 다 먹고 나서, 배가 불러 손으로 배를 툭툭- 치고 있는데, 박찬열이 손을 내밀더니, 우리 인라인 타자, 라며 싱긋- 웃어왔다. 웃을 때 보니까 정말 혜리 말대로 잘생기긴 했는데 말이야. 입만 안 떼면 정말 완벽한 것 같아. 



"근데 오늘 왜 너 혼자 있어? 경리랑 변백현은? 그리고 경수는?"


"너 경수 좋아하냐? 나한테는 번호 안 줬으면서 경수한테는 바로 번호주고."


"너랑 경수는 급이 다르지. 아, 진짜 경수 좋아하는 건가?"



내가 이래뵈도 게임은 잘하지만, 운동신경은 거지 같아서 박찬열의 두 손을 꼭 붙잡고, 유치원생처럼 인라인을 타고 있는데,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움직이던 발을 멈추고 우뚝- 서버리는 바람에, 박찬열 등과 부딪혀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이새끼 왜이래!



"아, 아파! 왜 갑자기 멈추고 지랄이야."


"진짜 좋아해? 경수?"




"아, 안 좋아해! 그냥 귀엽다고! 장난도 못 치냐! 빨리 손 잡아줘!"



정말 좋아한다고 한번 더 장난이라도 쳤다간 이대로 날 버리고 가버릴 것만 같아, 재빨리 장난이라며 놓고 있는 한손을 얼른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혹시 기분이 맨날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건지, 금방 굳어져 있던 표정을 풀고 싱글벙글 웃으며 내 손을 꼭 잡았다. 





-





한편, 집에서 게임을 하며 oo에게 하루종일 연락을 해대고 있던 백현은 자연스럽게 방으로 들어오는 경수를 찌릿- 째려보더니, 왜 들어오냐? 하면서 괜히 신경질을 부렸다. 경수는 간단하게, 뭐 한마디만 해주더니 침대 위에 있는 충전기를 들고 나가려다, 너 웬일로 안 나가네? 라며 물어왔다. 



"짝꿍이 전화 안 받아."


"누가보면 진짜 네 짝꿍인 줄 알겠네. oo, 박찬열이랑 놀고 있던데?"


"뭐? 그건 또 뭔소리여?"


"몰라. 좀 전까지는 문자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답장 없네."


"너 짝꿍이랑 연락하고 있었어?!"



백현은 새삼 놀라웠다. 당연히 자신과 찬열의 연락을 안 받는 걸 보면, 모두와 연락을 안하는 철벽녀구나 싶었는데, 경수와는 이렇게 쉽게 연락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설마 경수를 좋아하고 있는 건가, 싶다가도, 둘이 어디있는데! 라며 어느새 방 밖으로 나간 경수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아, 진짜 새끼야, 너 이러기냐? 왜 혼자서 짝꿍이랑 노냐고. 좋아?!"


-"어디서 개가 짖나, 시끄러워 죽겠네. 그치, 백현아?"


"나도 같이 놀래. 어디야."


-"여기 LA인데, 올래? 오고 싶으면 와봐."




"내가 너 찾아서 꼭 뒷통수 친다. 뒷통수 조심하고, 찬열아."



어느새, 나갈 준비를 다 마친 백현은 대단한 방법을 쓸 것 같이 말하다가도, 한참 티비를 보고 있는 경수에게, oo 어디갔데? 라며 물었다. 경수는 귀찮다는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어디야? 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왔다. 와, 저새끼 좀 멋있어 보이네. 나도 저렇게 좀 해봐야지, 하고 경수의 말을 몇번씩 따라하는 백현이었다. 



"고기 먹고 있데, 왕대빵에서."


"오키, 왕대빵. 야, 너 잘 때 티비 끄고 자라."



찬열의 지갑을 거덜내주기로 결심한 백현은 혹시나 늦을까봐 재빨리 고깃집, 왕대빵으로 뛰어갔다. 왕때빵으로 뛰어오자마자, oo의 뒷통수에서 얼마나 빛이나던지. 마치 일행인듯이, 자연스럽게 oo의 옆에 앉더니, 맛있어? 하고 싱긋- 미소를 지어오는 백현을 앞에서 보고 있던 찬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어, 너 왔네?"


"응, 짝꿍 보고 싶어서 달려왔어."



오히려 oo는 고기를 먹느라 정신이 없었던 건지, 백현이 오든지 말든지 간단한 인사만 하고는 불판에만 집중했다. 자신을 노려보는 찬열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어주고는 젓가락을 잡아 잘 익은 고기 몇개를 쌈에 싸서 oo에게 먹여주더니, 많이 먹어 하고 말해왔다. 





-





와, 진짜 난 내가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역대급 먹방 기록을 달성하고, 박찬열과 변백현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들어왔는데 움직이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잠시 누워있다가 밖에 움직이러 나가볼까, 생각하고 거의 0데시벨로 문을 열고 나오는데, 너 어디가냐? 하고 귀신 같이 알아채는 오빠 덕에 한숨이 나왔다. 



"아, 배불러서! 나갔다 올게."


"남자 만나면, 넌 그 남자 애랑 같이 지구 밖으로 떠날 준비해."


"오빠는 맨날천날 여자들 만나는 주제에, 말이 많아. 안 만나!"



내가 뭔 남자를 만나?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휴대폰을 꺼냈는데 배터리가 얼마 없어서 별 다른 고민 없이 세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걸자마자, 안돼 하고 말해오는 오세훈한테 벌써 들켜버린 건가, 싶어 좀 어색하게, 뭐가? 하고 물었다.



-"너 우리집 올 거잖아."


"아, 사실 아침에도 왔었는데?"


-"알고 있어. 너 우리집 과자 다 쳐먹고 갔네."


"아, 오빠가 남자 만나지 말라고 했어. 그럼 너 밖에 없단 말이야. 휴대폰 충전 좀 시켜줘."


-"네 눈에는 내가 남자로 안 보이나 보네?"



그럼, 네가 왜 남자겠어? 우리 불알친구잖아!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오던지 말던지- 하고 끊어버리는 세훈이다. 역시, 우리 세훈이는 마음이 넓다니까. 혜리를 부를까, 고민을 하다가, 오세훈 집 하고 간단하게 혜리한테 문자를 보내놨다. 아침에 정모를 하려고 했지만, 밤으로 미뤄진 셈 치지, 뭐. 



"너 오늘 많이 먹었다면서?"


"너희집 오는 길에 다 소화됐어."


"우리 oo, 이러다가 돼지랑 친구 되겠어?"



혜리가 집에서 가져온 남은 치킨을 뜯고 있는데 계속 옆에서 쫑알 쫑알- 말을 거는 오세훈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집주인이므로 그냥 꾹- 참았다.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오세훈한테 하기에 딱 적당한 협박이 떠올라 뼈만 남은 치킨 다리를 가지런히 놓고 말했다.




"야, 계속 지랄하면 우리 괴팍이 소개 안 시켜준다?"



물론 괴팍이(경리)랑 아직 친하진 않지만, 무려 우리 괴팍이라는 호칭을 좀 써봤다. 이래야지 오세훈한테 우리 둘 사이가 깊게 보일 것 같아서. 역시나 내 협박이 좀 효력이 있었는지, 오세훈의 입은 금방 다물어질 수 있었다. 아, 근데 문제는 괴팍이가 오세훈 싫어하면 안 되는데, 최대한 현빈이랑 비슷하게 말해야겠다. 물론 비슷한 구석은 하나도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