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05

큥큥 뛰어다녀 2017. 2. 27. 01:47



홍일점













어우, 아무래도 경리한테 오세훈의 존재를 말해줘야 할 듯 싶다. 어제 하도 오세훈을 경리를 주제로 협박을 해댔기 때문에, 어제는 몰랐는데 오늘 생각해보니까 좀 불쌍해 보이더라고. 일요일이라서 좋긴 하지만, 내일을 생각하니깐 마냥 우울해져 왔다.



"아, 경리 번호가 없네."



경리랑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은데 물어볼 사람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박찬열, 변백현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경수 얼굴이 번뜩- 생각나서 서둘러 경수한테 경리 번호 좀 알려달라고 괜히 친한 척을 한번 해봤다. 역시 우리 경수, ...응, 답이 살짝쿵 느리구나.



"아, 하는 수 없지."



우리 경수가 답이 하도 느려서 변백현보다 몇 칸 더 위에 있는 박찬열한테 경리 번호가 뭐냐고 문자를 보냈다. 보내자마자 얼마나 빨리 전화가 먼저 오던지... 아니, 경리 번호 궁금한게 그렇게 큰 잘못인 건가? 누가 내게 좀 말해줘요~


전화를 받자마자, 어디야 부터 시작해서 마치 남자친구라도 된 마냥 하나하나 다 간섭하더니만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와서 경리 번호를 보내준다면서 말하더라. 그래, 기억이라도 해줘서 참 고맙네... 만약에 경리가 남자였으면 절대 안 가르쳐줬을거야, 이 녀석...


그리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박찬열과 전화를 끊고 경리 번호를 저장하자마자 그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 내가 건 게 아니라, 걸려왔다. 놀라서 바로 전화를 받았는데, 경리는 내 번호를 알고 있더라...?



-"아, 진짜? 난 박찬열 폰에서 네 번호 봤지. 어제 걔네들이랑 놀았다면서?"


"응응! 경리야, 나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그래 그래, 이해하지."



사실 내가 원하는 데로 다 해줬기 때문에 힘든 건 딱히 없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경리 덕에 없는 소리(?)를 해버렸던 것 같다. 아무튼 본론은 이게 아니지! 얼른 세훈이 얘기를 꺼내야 했다. 얼마나 떨리던지, 누가보면 내가 오세훈 엄마라도 되는 줄 알겠다. 



"괴팍아, 너 남자 소개 받아볼래?"


-"남자? 좋지, 누군데?"




"아, 나 예전 고등학교에서 같이 놀던 친군데 얼굴은 잘생겼고, 키도 크고..."



성격은 차마 또라이라고 말 못했다. 외모만 말하고, 별 다른게 없어 말을 못하고 있는데 경리는 좋다며 흔쾌히 말해줬다. 역시 우리 괴팍이는 천사가 분명해... 경리랑 전화를 끊고 이 경사 소식을 전하러 내가 친히 오세훈 집에 발걸음을 옮겨줬다. 그나저나, 이 자식은 이 경사 소식을 말해줘야 되는데, 쳐 자고 있다니...



"야, 오세훈."


"...어... 또 왔냐."



아니, 전학을 갔는데 웬지 오세훈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단 말이지.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잠긴 목소리로 눈을 비비는 오세훈 꼴을 보니 경리한테 참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애를 소개시켜준다고 하니, 양심이 찔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벌써 저질러 버렸는 걸...?



"경리가 너 소개 받을 거래."


"...뭐? 그, 예쁜 네 친구?"


"응, 아까 전에 물어봤는데 소개 받고 싶데."



침대에 누워있다가, 내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더니, 야 너 진짜 캡숑이다, 라며 요즘 초딩들도 안 쓸 말투를 잔뜩 뽐내는 오세훈이었다. 아, 쪽팔려서 살겠나...


나중에 와서 알았는데, 경리가 나랑 오세훈이랑 같이 셋이서 보자고 했더라. 아, 썅... 셋이서 보면 오세훈 병맛을 내가 어떻게 감당해? 난 책임감 없이 뒤로 물러나 있으려고 했는데... 내 계획은 이미 다 쏟겨진 물이 돼버렸다. 





-





결국 꼴이 말도 아닌 오세훈 아기 님을 직접 씻겨 주시고, 칫솔까지 입에 물려주신 나 님께서는 깔끔하게 준비 완료를 시켜주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내 몰골은 말도 아니게 됐지. 경리가 만나자는 카페로 조심스럽게 들어왔는데, 썅 여기는 무슨 분위기가 왜 이렇게 좋아? 내 얼굴이랑 안 어울리게...


친구는 닮는다더니, 오세훈 또한 내 반응과 똑같이 카페 안을 두리번 두리번 살펴보고 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라며, 등짝을 한대 때려주니 그제서야 인상을 찌푸리고 앞을 본다. 끝 쪽을 보니까 경리가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데, 어쩜 휴대폰 하나 만지는 것도 왜 이렇게 폭풍 간지가!!!



"어, 왔네? 친구도 안녕."


"...안녕?"



오세훈, 이렇게 어색할 수도 없다. 너 때문에 그냥 다 망했어. 인사 마저도 이렇게 어색하게 해버리는 오세훈 덕에 걔 옆에 앉은 내가 허벅지를 살짝 꼬집어 주었다. 제대로 하라는 뜻으로. 


시간이 좀 지나니, 얘도, 경리도 다 적응이 된 모양인지 일상적인 얘기를 꽤나 주고 받는 것 같았다. 나는 이만 여기서 나가고 싶은데, 나갈 틈을 안 주네, 얘네들이! 근데 정말 타이밍 좋게, 경수가 나한테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절대 이 전화는 놓칠 수 없어서, 전화 좀 받고 올게! 라고 큰소리로 말한 후, 화장실 쪽으로 재빨리 뛰어갔다. 



"어, 경수야. 왜?"


-"아, 문자 보냈잖아... 변백현이 내 휴대폰 뺏어버린 바람에 답장도 못 보냈어."




"아, 진짜? 왜 뺏었는데?"


-"나도 몰라... 그 자식 행동을 알 수가 있어야지. 아무튼 박경리 번호는 알았어?"


"응... 너 답장 없길래 박찬열한테 물어봤지."



아, 변백현 이노무 자식이... 감히 나랑 경수 사이를 방해하다니, 내일 학교가면 가만 안 둬야겠다. 그나저나 우리 경수는 어쩜 목소리도 이렇게 좋아? 사랑에 빠져버린 기분이 이런 걸까~ 싶다가도, 박경리 번호는 왜? 하고 물어오는 경수다. 



"아, 사실은 내 친구가... 경리 너무 예쁘다고 소개 시켜달라고 그랬거든. 그래서 둘이 마음에 들면 잘해보라고, 뭐 그런 마음으로... 소개 시켜줬어."


-"아, 정말? 다행이네, 박찬열이 맨날 무시하더니. 그럼 너도 같이 있어, 걔네랑?"


"응, 근데 자리 좀 비켜주고 싶은데... 둘이 같이 있으라고. 이제 별로 안 어색해 보이거든."


-"내가 약속 만들어줄게, 나랑 만나자."



와... 이렇게 심장이 떨려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심장이 쿵쾅 쿵쾅 뛰었다. 우리 경수는 여자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 어떡하지? 심장 떨려본 게 도대체 몇 년만이야! 착한 경수가 약속을 만들어 준다고 해서 나는 절대 내숭 담긴 거절을 하지 않고, 너무 좋다며, 어디서 볼까, 라며 먼저 물었다. 


이쪽으로 오겠다는 경수에게 알겠다고 웃으면서 말한 후, 경리랑 오세훈이 있는 쪽으로 가서 룰루랄라 신나게, 나 약속 생겼어 라며 당당하게 말해왔다. 혹시 둘이 아직도 어색한 건 아닐까, 하고 걱정을 했지만 벌써 둘 다 빵- 터지며 웃는 걸 보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아싸, 경수랑 단둘이 보는 건가~ 너무 신나네."



경수랑 단둘이 보는 마음에 너무 설레서 콧노래까지 절로 나왔다. 그러다가 잠깐 스친 나쁜 생각이 있는데, 경수가 혹시 박찬열이나 변백현 둘 중 하나라도 끌고 온다면... 아, 아니지. 야, ooo, 왜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거야? 어이없다... 하하, 그치? 나도 어이없어. 



"..."


"...미안, 변백현이 하도 자기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쓰길래... 괜찮지?"


"야, 당연히 괜찮지. 우리 짝꿍이는 나 안 싫어하잖아. 그치?"


"어... 어, 그래. 하하하."



설마 했던게 정말 사실이 되어버리니까 나도 되게 당황스럽네. 내 나쁜 예상대로 경수는 변백현을 끌고 와 버렸다. 그리고선 변백현이 하는 말이 얼마나 당당하던지, 원래 그렇게 싫어하진 않았는데 이제 극혐으로 승진할 것 같네, 백현아^^


심지어 걸을 때도 변백현은 나랑 경수가 절대 못 붙게 철통방어를 해주었다. 그래, 네 덕분에 경수한테 나쁜 짓도 못하겠다. 하하하. 경수 변백현 나 이렇게 일렬로 서서, 저녁 시간이 다 돼가길래 저녁이라도 먹자며, 시내 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어디서 본 익숙한 얼굴이 보이길래, 눈을 찌푸리고 그쪽을 자세히 보는데, 뭐야! 우리 오빠잖아! 



"...야, 변백현. 저기 우리 오빠 아니야?"



옆에 있는 변백현의 옷깃을 무작정 잡고, 흔들며 오빠가 있는 쪽으로 가리키는데. 변백현도, 어 맞네, 라며 내 말에 수긍을 해왔다. 아니, 저 자식이 나보고는 남자 만나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으면서, 지는 여자들 만나고 다니는 거야? 가서 따질 듯이, 카페 쪽으로 뛰어가는데, 갑자기 옆에서 경수가 말해왔다. 



"어, 나 저 누나 아는데."


"어? 네가 어떻게 알아? 누군데?"


"변백현 너도 알텐데, 민석이 형 누나 있잖아. 현아 누나."



엥? 민석 오빠한테 누나도 있었다고? 난 왜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지?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왔다는게 지금 느껴졌다. 근데 왠지 여자를 자세히 보니까 좀 무서워 보이기도 해서, 그쪽으로 달려가진 않았다만... 문자는 보내놔야지. 제대로 된 협박 문자로 보내야겠다. 



"아, 알 것 같다. 근데 나 본적은 없었는데, 저 누나 되게 무섭게 생겼네."


"...나는 민석 오빠한테 누나 있는 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둘이 별로 만날 날 없어서 그럴 걸. 저 누나 대학교 다닌다고, 학교가 이 동네가 아니거든."



오키, 정보 입수. 그래? 여자를 만난단 말이지? 이제 오빠에게 제대로 된 협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설레왔다. 오빠가 여자를 만나건 말건 그건 내 알바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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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뷔페에 가서, 진짜 떡볶이만 1억개는 먹은 것 같다. 아, 배 터질 것 같아. 경수랑 변백현이랑 헤어지고, 오빠가 집으로 왔나 싶어서 재빨리 집에 들어왔는데, 역시나 티비를 보며 배꼽을 부여잡고 깔깔깔- 웃고 있었다. 그래, 마지막 웃음이니까 고이 간직해둬라(?)



"오빠, 요즘 여자 만나?"


"뭐래, 내가 여자가 어디있다고."


"음, 진짜? 아, 맞다. 민석 오빠한테 누나 있다고 하더라? 나 몰랐었는데, 오늘 그 언니 봤었어."


"...그래서."


"아, 그래서 봤다구. 근데 남자랑 같이 있는 것 같더라. 오빠 혹시 알아?"




"썅, 그냥 나 봤다고 하면 되지. 이 새끼가."


"아, 뭐! 진작에 지가 제대로 말 안해놓고선, 어이없네? 내가 꼭 이렇게 까지 밝혀야 되겠냐? 오빠, 나보곤 남자 만나지 말라면서! 지는 맨날 천날 여자들 만나고 지랄이야, 그리고 그런 예쁜 언니가 오빠 같은 남자 좋아하겠어? 눈도 제대로 삐었겠다!"



오빠가 내 얼굴로 쿠션을 들이 민 바람에 짜증나서 이렇게 말을 토해냈던 것 같다. 원래 이렇게까지 말 하려고 하진 않았는데, 자동으로 따발총 처럼 튀어나와 버렸어. 하핫. 그래도 좀 속은 시원했다. 오빠는 내 따발총 같은 말에 할 말이 없어진 모양인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변명 같은 변명을 던져냈다. 



"야, 그 누나가 먼저 나한테 좋다고 그랬어. 말은 똑바로 하자, 동생아."


"응, 그래. 니 얼굴. 곧 오빠 생일이지? 내가 생일 선물로 거울 사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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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발총!!!~~~ 아, 그리고 여주는 절대 경수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예요! 

그냥 친구로서 너무 귀엽고 잘생겼고(흐뭇) 좋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