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07

큥큥 뛰어다녀 2017. 3. 21. 03:09



홍일점













"아, 정말? 완전 반갑네!"



이왕 이렇게 된 거, 학교가 마치자 마자 현아 언니와 같이 카페로 와서 수다를 떨기로 했다. 오빠에 대해서 말해줄 것도 참 많았기에. 언니도 내 예전 학교와 같은 학교라고는 생각 못했나 보다. 하긴 당연한 게 언니가 졸업할 때, 나는 입학 했으니까.




"근데 언니, 우리 학교는 무슨 일로 왔어요?"


"너 보러 왔지. 준면이가 너 여기 다닌다고 말해줬거든. 근데 너 몇 반인지 물어볼려고 하는데, 네가 딱 나와버렸지 뭐야? 엄청 놀랐어."


"와... 진짜요? 우리 오빠가 내 학교까지 알고 있었을 줄은 몰랐네, 평소에 저한테 엄청 관심 없게 대한다니깐요? 언니 말 듣고 충격 먹어서..."




"에이, 준면이가 너 완전 좋아해. 물론 겉으로는 티 안 낸다고 해도."



생각 외의 준면의 걱정에 oo는 조금 감동을 받으려고 했지만, 타이밍 좋게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혹시 보충 뺀 걸로 뭐라고 하진 않겠지, 싶어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역시나였다. 받자 마자, 야! 하는 목소리가 현아 언니한테까지 들릴까봐 겁 먹었다. 



-"잘 한다. 전학간지 며칠 됐다고 벌써부터 보충 땡땡이 질이냐? 누구랑 있어?!"


"아, 하하. 오빠도 참, 나 현아 언니랑 같이 있거든? 나한테 잘해야 돼, 오빠."



현아 언니가 정말 약점이라도 되는 모양인지, 언니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우리 오빠는 바로 K.O라도 했다는 듯, 건너 편에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선 오빠랑 어울리지 않게 조금은 비장한 말투로 뭐라 중얼 거렸다.



-"너 누나한테 이상한 소리 했다간 뒤진다."



현아 언니의 말을 듣고, 오빠랑 대화를 나눠서 그런가? 오빠의 욕짓거리가 조금은 귀엽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하, 이 오빠가 날 그렇게 걱정한단 말이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네. 전화 후반부 쯤에는 아예 언니도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를 켜서 같이 전화 내용을 키킥- 대며 듣고 있었다. 



"오빠 나 블루베리 케이크 먹고 싶은데."


-"아, 썅. 그래, 너 다 쳐먹어라. 오늘 일찍 들어와."


"웅 알겠어, 오빵!"



잔뜩 귀여운 척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역시 우리 오빠, 날 너무 좋아한다니깐. 앞으로 오빠에게 협박할 거리들이 많아질 것 같아 신났고, 곧 있으면 내 뱃속으로 들어올 블루베리 케이크를 생각하니 또 신났다. 





***





오늘따라 햇빛이 얼마나 세던지, 운동장에 있다간 그냥 피부가 흑색으로 변해버릴 것 같았다. 아니, 여자 남자 같이 축구를 한다뇨? 체육 선생이 제대로 미친 모양이었다. 아,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난 내가 축구를 하면서 이렇게 날라다닐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혼자서 2 골이나 넣어버려서 운동장 정중앙에 그만 뻗어버리고 말았다. 아나, 이거 못해먹겠네. 축구를 잘한다고 해봤자, 남자들 체력을 따라갈 정도는 아니였다.



"oo야, 누워있으면 타."



햇빛이 눈부셔서 눈을 감고 운동장에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눈부심이 없어지고 앞이 어두워지길래 눈을 떠보니, 경수의 얼굴이 보였다. 우리 경수는 밑에서 봐도 참 잘생겼구나, 싶었다. 거기에다가 누워있으면 탄다면서 내 걱정까지 해주며 손을 내미는데 참 설렌다, 우리 경수는.



"근데 너 축구 엄청 잘하던데?"


"아, 진짜? 잘하는 지 몰랐네."



잔뜩 수줍은 척을 하며 경수와 함께 운동장을 걷고 있었을까. 어느 새, 운동장 쪽에서 남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음, 우리 반은 아닌 것 같네 하고 딴 생각을 잠깐 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멍- 하는 기분이 들더니, 그대로 난 운동장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 뒤로는 귀 쪽이 너무 아프고 어지러워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썅.





***





참 시끌벅적 했다. 아, 내가 혹시 시끄러운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 근데 꿈 같지는 않았다. 너무 현실적으로 시끄러웠기에. 아, 조용히 해봐, 하는 우리 경수의 목소리도 중간 중간에 들려왔다. 경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조금만 더 자는 척 해볼까, 생각하다가 내 볼에 닿인 촉감 때문에 바로 눈을 떠버렸다.



"어, 눈 떴는데요?"


"야, 누가 우리 oo 얼굴 만지래! 새꺄, 죽고 싶어?"



눈을 뜨자마자 내 눈 앞에 보인 것은, 처음보는 남자 애였다. 그 남자 애 뒤로 익숙한 박찬열 얼굴도 반틈 정도 보였다. 그리고 이 애는 언제까지 내 볼에 손을 대고 있는 거야? 손길이 기분이 나빠서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 아직도 귀가 아파서 머리가 어질거리는 기분이었다. 



"oo야, 이 새끼가 너 축구공으로 차서 너 쓰러졌어."




"죄송해요, 누나. 제가 누나 나을 때까지 책임지고 같이 다닐게요."


"야, 어디서 수작을 부려. 넌 그냥 사과나 하고 꺼져."



박찬열과 변백현의 목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보건실에서 나와 혼자서 반까지 올라왔다. 반에 오자마자 책상에 그대로 뻗어있으니,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서 반으로 들어와 내 옆자리에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경리였다.



"oo야, 너 공 맞았다면서... 괜찮아?"


"으응, 좀 어지러운 것만 빼면. 근데 누가 찼어? 나보고 누나라고 부르던데."


"아, 박찬열 얘기 들어보니까 1학년이래. 이름이... 김종대라고 하던가? 그랬어."



경리가 그나마 위로를 해줘서 그런가, 잡쳤던 기분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다시 수업시간 종이 쳐서 박찬열과 경수가 반에 들어왔고, 내가 기분 나쁘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 챈 건지, 오늘따라 장난끼 많은 박찬열도 입을 꾹- 다물고 내 눈치만 보고 있더라. 이거 좀 좋은데?



"oo야, 너 집 걸어갈 수 있어? 아직 어지럽다 아니야?"


"어, 좀..."




"택시 타고 가자. 우리가 데려다 줄게."



사실 학교 마칠 때쯤 되니깐 어지러운 건 많이 사라졌는데, 계속 놀려볼까 하는 마음에 아직까지도 어지러운 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박찬열과 경리와 함께 택시를 타고 우리집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아, 이렇게 꾀병 부려도 되는 건가? 살짝 양심에 찔려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에 서자마자 꾀병이건 말건, 기분이 또 잡쳐버렸다. 



"너 뭐야."


"아, 백현이 형한테 들었는데 누나 아직도 머리 많이 어지럽다고 하셔서. 걱정돼서요..."


"하, 그거 때문에 우리집 캐내서 여기까지 와있었다고? 나 괜찮으니까 집에 가."



이렇게까지 귀찮게 할 녀석이라곤 생각 못했다. 꼭 박찬열이랑 변백현을 쏙 빼닮았네. 짜증이 나서 그런가, 조금 괜찮던 머리가 다시 어지러워 지는 기분이었다. 비켜달라는 식으로 손을 옆으로 저어대니, 남자 애가 옆으로 살짝 비키더니, 나한테 뭘 주섬주섬 내밀었다. 




"누나 블루베리 케이크 좋아하신다고 해서 이거 사왔어요. 꼭 드세요, 내일도 계속 어지러우면 저 불러요! 1학년 9반 김종대예요."



절대 먹을 걸 줘서 기분이 나아진 건 아니다. 내 손에 블루베리 케이크랑 흰우유를 쥐어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김종대를 보니, 뭔가 나쁜 애 같아 보이진 않았다.

 자기 딴에서는 내가 많이 걱정된 모양이겠지. 엘리베이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집 안으로 들어오니, 야! 하는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서 순간 세상이 꺼져버리는 줄 알았다. 



"야, 너 축구공 맞았다면서. 어디 봐."


"에? 아, 오빠! 뭐해!"



집에 들어오자마자 내 두 볼을 붙잡고, 괜찮냐며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 보는 오빠 덕에 참 당황스러웠다. 블루베리 케이크가 망가질까봐, 재빨리 소파 위에 올려두고 오빠에게 진정하라며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누구한테 또 이 얘기를 들은 건지, 곧 있으면 전국에 내가 축구공 맞은 소식이 알려질까봐 살짝 겁 아닌 겁이 들기도 했다. 




"나 괜찮다니까?"


"넌 괜찮아도 난 안 괜찮거든? 어떤 새끼야, 내가 내일 너네 학교 찾아갈까?"


"아, 오빠! 쪽팔리는 짓 하지 말고, 걱정해주는 건 참 고마운데 나 괜찮거든! 아프면 말할게, 오키?!"



오빠가 걱정하는게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끼치고 싶지는 않아서 블루베리 케이크를 들고서 재빨리 내 방으로 대피를 했다. 침대에 누워서 케이크를 조금씩 먹고 있는데, 또 이상한 애(?)와 일이 꼬여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영 찝찝했다. 내일은 또 얼마나 시끌벅적한 일이 일어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