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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빙의글]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01

큥큥 뛰어다녀 2017. 4. 17. 11:27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부제 、그 시절 내가 좋아한 남학생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좋아한지는 별로 되지 않았는데, 조금 슬픈 이야기지만 나는 그 아이랑 아는 사이가 아니다. 좋아하게 된 계기는 뭐랄까, 그냥 평범했다. 





***





변백현은 문과 탑이라고 불릴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그냥 평범한 날이면 1등, 미끄러지면 2등. 공부를 하도 잘하는 탓에 학교에서는 유명했다. 덕분에 나도 1학년 때는 이름만 알고 있다가, 2학년이 되어서야 얼굴을 마주칠 수 있었다. 



"아, 보충하기 싫다..."


"그러니까, 애들 다 영어 너무 잘해."



나는 영어를 좋아해서, 2학년 때 선택 보충을 할 때 영어를 각각 다른 선생님들로 3개를 선택했었다. 그 중, 한 보충에서 변백현을 처음 만났다. 우리 학교에 저렇게 잘 생긴 애가 있었나, 싶어서 옆에 있는 슬기한테 물어보지도 못하고 멍때렸던 것 같다. 그 잘생긴 아이가 변백현이였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벌써 3학년이라니... 야, 겨울 방학 때 보충 다 나와야 된데."


"아, 진짜? 3학년은 3학년인가 보네. 근데 나 내일 방송부 모임 있는데."



슬기는 방송부였다. 그래서 방송부 얘기를 항상 듣곤 하는데, 방송부에 2학년 중에 변백현의 동생이 있는데, 걔도 공부를 잘하고 참 예뻤다. 그러다가 슬기가 선거 방송 하는 걸 도와주지 않겠냐며 물어왔다.



"선거 방송?"


"응, 3월에 바로 전교회장 선거 방송 해야하는데, 그걸로 동아리 부장 차장도 뽑아야 하거든. 네가 아나운서 좀 해주라. 방송은 걔네가 알아서 할 거야."


"음, 그래. 시간도 많은데, 하지 뭐."


"땡큐! 내가 햄버거 쏠게!"



오후에 자율학습까지 끝내고, 슬기를 따라 방송부에 가는데, 아무리 예행 연습이라고 해도 2학년들이 처음으로 자기들끼리 방송을 해보는 것이라서 그런지, 꽤나 긴장하고 있는 귀여운 모습이 보였다. 슬기한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설명을 받고,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누가 선거에 나가는 지 궁금해서 물었다.



"근데 전교회장은 누구 나간데?"


"음, 모르겠다. 예림이 말 들어보니깐 변백현은 나간다고 했는데."



음, 그렇구나. 슬기의 말이 끝나니까 자연스럽게 기계를 만지고 있는 예림이한테로 시선이 갔다. 조를 나눠서 하는데, 예림이 조가 할 때 그때 예림이와 꽤나 친해질 수 있었다. 



"너무 긴장하지마. 나중에 슬기가 혼낸다고 기죽지도 말고."


"감사해요, 선배..."



어디서 주워 들었는데, 변백현 성격이 엄청 착하다고 들었다. 역시 그 동생인 예림이 또한 성격이 나와 달리 아주 천사 같이 착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예림이가 그때 내가 기죽지 말라고 했던 말이 이때동안 살면서 가장 감동적인 말이었다고...


아무튼, 선거 방송이 끝난 이후로 예림이랑 친해져서 방학 때 만나서 놀기도 했다. 그렇게 봄방학도 끝났다. 3월이 되고 나니, 하루 하루가 얼마나 힘들던지, 갑자기 안 하던 11시까지 야자를 맨날 맨날 하는 것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기호 4번 변백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하도 바쁘다보니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곧 3월에 하는 전교회장 선거도 시작되었다. 후보자들이 반에 들어와서 선거유세를 하는데, 변백현이 우리 반에 들어오자마자 나와 눈이 마주친 건, 그냥 나의 착각 같았다. 



"춤 춰주세요!"



강슬기 이자식! 칭찬한다... 슬기가 가장 먼저 변백현에게 춤을 춰달라고 소리치니, 우리반 전체가 춤을 춰달라며 졸라대고 있었다. 결국 TT 춤을 추고 갔는데, 얼마나 잘생겼던지. 앞자리인 내 자리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너 누구 뽑을 거야?"


"나 변백현."




"와, 한치에 망설임도 없네? 근데 내가 보기에도 걔 인기 많아서 될 듯."



변백현은 잘 생기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여자애들은 당연하고 남자애들에게까지 인기가 참 많았다. 그래서 나도 당연히 변백현이 전교회장이 될 거라고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선거 당일. 5교시 쯤에 선거를 다 끝내고, 저녁에 보충을 할 때 쯤에 결과가 나왔는데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변백현은 1반이고, 나는 10반인데, 10반에서 변백현 표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1반 애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고 다닌다고 하더라. 



"뭔 소리야? 나 변백현 뽑았는데."


"진짜? 야, 가서 말해 봐. 걔네가 그러는데, 변백현이 우리반에서만 춤추고 갔는데, 우리반 애들이 아무도 안 뽑았다고 해서 그거 때문에 이러나 봐. 진짜 유치하다."



아니, 사람이 뽑았다는데 혹시 내 한표를 무시하는 건가? 갑자기 짜증이 확 달아올랐다. 그리고 아무리 춤을 췄다고 해도 안 뽑을 수도 있지, 조금씩 관심이 생기고 있던 변백현 이미지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걔는 이런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겠지만. 


그러다가 석식 시간에는 슬기가 1반 아이들이 던진 공에 맞았는데도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반 욕을 하면서 지나갔다고 하더라. 참 이렇게 유치하게 행동하는 걔네 무리가 너무 미웠다. 



"야, 김태형. 너희 반 애들이 우리반 엄청 싫어한다고 하던데. 진짜야?"



4층으로 내려가서, 1반에서 내가 아는 유일한 중학교 때 친구 김태형을 불러서 진짜냐며 물었다. 태형이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다고 고개를 살짝이 숙였다. 옆에 있는 슬기에게 공 던진 애가 누구냐며 사과를 받자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내 앞에 뭔가 툭- 튀어나오더니, 슬기에게 미안하다며 말을 해왔다.



"미안해, 내 친구들이 너무 짓궂어서... 그랬나 봐, 내가 말할 테니깐 한번만 이해해 줘. 부탁할 게."




"..."



변백현이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목소리를 들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목소리를 들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누가 보면 웬 참견이냐, 물을 수도 있었겠지만 정말 표정에서부터 진심으로 사과하는게 느껴져서 슬기랑 그대로 5층에 다시 올라왔다. 그렇게 변백현 덕분에 선거 사건은 마무리를 지었다.





***





이상하게, 선거가 끝난 이후로 변백현이 눈에 참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나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겠지? 처음에는 그저 얼굴이 잘생겨서 그런 모양이겠거니, 했는데 그때마다 슬기가 옆에서 좋아하는 거라며 얼마나 소리를 질러대던지. 나도 그럴 때마다 부정을 하곤 했다.



"아, 진짜 좋아하는 건가?"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나니, 그런 부정 조차도 아예 없어진 것 같았다. 심지어는 정말로 좋아하는 건가, 생각하다가 밥 먹을 때도, 자기 전에도, 변백현을 생각하곤 했다. 그러다가 결론을 지었는데, 결론은 '좋아한다' 였다.


마음 같아서는 변백현이랑 친한 태형이한테도 말해주고 싶었는데, 혹시나 소문이 이상하게 나서 변백현한테 피해를 줄까봐 그러지도 못했다. 변백현은 sns도 안해서 내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이과라서 만나는 일도 참 적었다.



"야, 배드민턴 채 좀 빌려주라."



3학년이 되고 나서, 운동하는게 갑자기 좋아져서 슬기랑 항상 점심시간, 석식시간, 청소시간 가리지 않고 배드민턴을 치러 나왔다. 그러다가 잠시 배드민턴을 안 치고, 축구공을 갖고 놀고 있었는데 태형이랑 변백현이 내 앞에 와서는 배드민턴 채 좀 빌려달라고 하는데, 왜 김태형 목소리는 안 들리고, 옆에서 입 다물고 있는 변백현에게만 눈길이 가는지.





"어어, 자."



결국 축구공을 갖고 놀다가, 슬기랑 빠져나와서 운동장을 돌며 변백현이 내 배드민턴 채로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나중에 배드민턴 채를 돌려주려고 나한테 와서, 고마워! 하고 인사를 하는데 그날 밤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