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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빙의글]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03

큥큥 뛰어다녀 2017. 5. 21. 09:47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부제、그 시절 내가 좋아한 남학생













조금씩 변백현이 내 주위에 있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급식을 받을 때도, 친구들이랑 얘기를 할 때도, 운동장을 걸을 때도, 그만큼 변백현이 나의 일부가 됐다는 게 참 행복했다. 점심시간에 정말 열심히 축구하는 변백현의 모습을 봤는데, 너무 기뻤다. 조금 더 간절했던 이유가 있었는데, 시험기간이라는 이유로. 


처음에는 11시까지 학교에 남는 게 참 힘들었지만, 요즘은 집중도 꽤나 되곤 했다. 50분을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으니까. 사실대로 말하자면, 11시까지 남은 것도 변백현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한 이유가 크긴 하다. 내가 그정도로 변백현을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기분이 복잡했다. 



"슬기야, 너 안가?"


"아, 나 수학 좀 물어보고 가게. 늦었는데 너 먼저 가, 내일 보자!"


"응!"



슬기랑 같이 내려가려고 있는데, 슬기가 먼저 가보라고 하길래 알겠다며 우리반에서 나와 계단을 통해서 내려가는데, 4층에서 변백현도 친구와 함께 내려가길래 나는 그순간 아무 것도 들리지도 않고, 오직 변백현의 뒷모습만 보였다. 소머즈로 변신해, 변백현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몽땅 듣고 나서야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는 변백현을 끝으로 나는 집에 갔다. 


함께 계단에서 내려가는 동안 조차도 나는 너무 좋았다.




"야, 뭘 그렇게 보냐?"


"어...? 왜?"


"뒤에서 계속 불렀는데 듣지도 않고."


"아, 그랬던가... 멍 때려가지고. 근데 왜?"


"영어책 좀 빌려달라고. 가져온 줄 알았는데 안 가져왔어."



나도 모르게 운동장에 앉아 축구하는 변백현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나 보다. 뒤에서 계속 불렀다는 김태형 목소리도 못 듣고. 아쉽지만 태형이와 같이 반으로 올라오는데, 야 변백현! 하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뒤로 고개를 돌렸는데 중심이 뒤로 쏠려서 그런지, 순간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질 뻔 했다. 



"어...!"


"야, 괜찮아?! 넌 무슨 계단 올라가는데 뒤를 보냐?"


"아... 고마워, 미안..."



다행히 태형이가 내 어깨를 잡아줘서 넘어지지는 않았다. 나는 계단에 한참 윗쪽에 있었고, 변백현은 계단에 딱 올라오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를 본 모양이다. 이런 어리버리한 모습 보여주는 건 쪽팔리는데... 안 봤으면 좋겠다. 





***





"아, 정말?"



슬기한테 들은 얘기인데,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지금은 문과인 바람에 다른 반인 승완이가 변백현 전여자친구라면서 썰을 몇 가지 들었다. 이건 내가 변백현을 좋아해서 눈에 보이는 걸지도 모르지만, 생각해보니 두 사람이 실내화도 같고 여러모로 참 잘 어울려 보였다. 변백현도 인기가 많고, 승완이 또한 예쁘고 성격도 귀여워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승완이도 변백현이 너무 공부를 잘해서 자기 딴에서 생각이 많았나 봐, 그래서 혼자 속상했는데 변백현이 그거 알아채고 맛있는 거 사줘서 풀도록 해줬데."


"와... 완전 매너남이네, 멋있다."



문득 내 머릿 속에 든 생각은, '부럽다' 였다. 나랑 승완이는 많이 다르지만, 나에게는 조금도 기회가 없는 걸까, 싶은 마음에 나혼자 그냥 기분이 안좋아져 버렸다. 어차피 내가 이런 생각을 해도 변백현 본인은 아예 상관이 없을 테니깐. 그냥 나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고 있었다. 



"야, oo야. 그러지 말고 너 번호 한번 따봐."


"...번호?!"




"응, 이렇게 계속 좋아만 할 거야? 연락도 해보고 그래야지."


"걔 공부하는데 방해되잖아... 나 때문에 공부도 못하고 그러면 어떡해?"


"그건 자기 책임이지, 너랑 연락하게 되면 자기 알아서 잘 컨트롤 하고 그래야지. 그리고 걔는 어차피 똑똑해서 괜찮아."



번호를 따다니, 물론 상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당연히 내 깊은 상상력으로는 오만가지 상상을 해본게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절대 불가능 하다고 생각했다. 변백현이랑 아는 사이가 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면 그 결과는 그냥 내가 폭발할 것 같았다. 너무 두근거려서. 



"상상해 봐, 네 폰에 '변백현' 이렇게 떠서 연락온다고. 완전 좋지 않냐?"


"...헐, 대박..."



슬기 말대로 순간 상상을 해보니, 얼굴이 금방 달아올라버렸다. 이렇게 상상만으로도 좋다니, 정말 번호를 따볼까?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살짝 스쳤다. 슬기와 시험 끝나면 꼭 번호를 따자, 하고 다짐을 하고는 각자 집으로 갔다. 물론 집에 가서도 정상적인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하루종일 내 머릿 속에는 변백현 밖에 없었다. 





***





"와, 꼴 좀 봐라. 넌 어떻게 시험 치니까 사람이 이렇게 달라져?"




"조용히 해라. 너 사회문화 점수 다 밝혀버리기 전에."



드디어 시험 첫째날이 다가왔다. 오늘은 수학이랑 물리를 쳤는데, 와 그냥 망함. 둘이 합쳐서 100점도 못 넘을 것 같은 예감이 마구마구 들었다. 물론 아직 메기지는 않았지만. 김태형이랑 집이 가까워서 같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내 얼굴 가지고 트집을 잡지 않나. 아, 저기 변백현 있는데 들리겠다... 제발 얘는 좀 조용히 하고 있지. 오늘 같은 얼굴은 절대 보여주면 안 되는데.



"아, 근데 다른 애들은 잘쳤데?"


"글쎄, 변백현은 일단 하나 틀렸다고 하던데, 븅신."


"와, 완전 잘했네. 야, 너는 하나 틀릴 수 있냐? 하나 맞추는 주제에 말이 많아."



이렇게나 내 물리 수학이랑 천치만별이라니 알고 있지만 그래도 놀랐다. 속으로 남은 다른 과목들도 변백현은 잘 해내길 바라며 기도했다. 시험 날짜를 참 거지같이 잡은 게, 금월화라니 정말 충격적이다. 주말에는 당연히 공부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 차라리 학교 나가게 해주지. 집에 있으면 공부도 안 하는데... 변백현 얼굴도 보고 싶고. 



"후, 공부 진짜 안 되네."



책상에 앉긴 했지만, 내 앞에는 왜 컴퓨터가 있을까. 하루종일 게임한다고 펜을 잡기는 커녕, 책 한장도 보지 않았다. 이대로는 정말 안될 것 같아서, 무작정 그냥 도서관에 가서 두시간 정도 공부를 했는데, 그 이후로는 집중이 되지도 않았다. 내 집중력이 이렇게 딸리는 건가 싶어서 괜히 자책감도 들고,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인 영어랑 지구과학도 그냥 망해버렸다. 물론 점수는 1,2학년 때에 비해 많이 올라갔지만 등급은 왠지 그대로일 것 같았다. 3학년이 되면 다들 공부를 열심히 하니까. 하지만 딱히 후회도 들지 않고, 이정도면 만족했다. 그리고 내 머릿 속에는 이제 '졸업 사진'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1반은 정장 입고 찍는데."


"헐, 정장? 미쳤다, 변백현이 정장이라니... 미쳤어, 진짜 다 반하는 거 아니야?"


"뭐, 변백현은 잘 생겼으니까 그럴 수도? 그때 여상 애들도 같이 와서 찍는다고 하던데."


"아... 제발, 왜 하필 여상이냐. 진짜 변백현 너무 잘 생겨서 안 되는데."



시험이 끝나고 있는 황금연휴 5일 동안, 물론 학교는 가지만 전혀 학교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5시에 나오니, 변백현도 친구들과 같이 시내로 가고 있었다. 같이 시내로 가는 길이 얼마나 설레이던지. 더군다나 옆에서 슬기가, 변백현이 정장을 입을 거라고 말해주니 더더욱 내 심장은 콩닥콩닥 뛰었다. 


어쩜 시험 하나가 끝났을 뿐인데 이렇게 집중이 안 되다니. 물론 시험이 끝난지 정말 얼마 안됐고, 졸업사진도 같이 다가오니 공부가 안 되는 건 당연하다고 내 자신을 타일렀다. 말도 안되는 변명인 걸 내 자신도 알고 있지만. 



"와, oo 너 완전 여성스럽다. 개 예뻐!"




"에, 아닌데... 고마워!"



조별로 사진 찍을 때 우리 조는 청으로 컨셉을 맞췄는데, 나는 청이 별로 잘 안어울려서 그냥 하늘색? 파란색? 계열의 니트를 입기로 하였다. 밑에는 흰색 치마를 입고서. 친구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줘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내 시선은 실장들이 모여서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있는 쪽으로 당연히 돌아갔다. 변백현이 1반 실장이라서 설명을 듣고 있었는데, 정장이라니. 정말 소름 돋게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