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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빙의글]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04

큥큥 뛰어다녀 2017. 5. 24. 00:16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부제、그시절 내가 좋아한 남학생













졸업사진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았다. 일단 에피타이저로 휴대폰으로 단체 사진을 몇 장 찍고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온 반이 먼저 촬영을 할 수 있는 혜택을 지닐 수 있는데, 생각 외로 변백현네 반인 1반이 가장 먼저 도착했는지, 우리는 1반 다음으로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헐, 벌써 개인 사진 찍어?"



단체 사진을 찍고 나서 바로 개인 사진을 찍으러 간다니, 사실 좀 긴장되었다. 중학교 때 사진이 당연히 못나왔으니까 고등학교 때라도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으니까. 아, 그리고 무엇보다는 표정이 가장 중요했다. 웃는 표정이 잘 되지 않아서 그냥 아예 이상한 표정으로 찍어버리려 하다가, 1반 무리에 있는 변백현을 나도 모르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참 수트가 잘 어울린단 말이지...




"와... 너무 잘생겼어, 어떡하지?"


"어떡하긴, 번호 따야지."


"야, 그놈에 번호!"


"자, 이제 10반 촬영한다! 다들 모여!"


"뭐?!"



담임 선생님 말씀에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듯, 나도 모르게, 뭐?! 하고 소리쳐 버렸다. 포즈랑 표정을 전혀 고민도 못해보고 변백현만 쳐다보느라 우리반 차례가 된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 진짜 망했네... 그냥 고등학교 졸업사진도 이렇게 날려보내는 건가,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체념하고 있었다. 


내가 뒷번호는 아니고, 중간 번호이지만 거의 앞쪽이라 생각보다 내 차례는 빨리 왔다. 아니, 내 차례가 빨리 올 수 밖에 없는 게, 거의 한사람당 2-3초컷으로 사진촬영이 진행되는데 당연히 내 차례가 빨리 올 수 밖에. 내 차례도 얄짤없이 3초컷으로 촬영이 끝났다.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었는 지도 모르겠다. 분명 이 보이게 웃으라고 하셨는데, 그냥 '이' 하는 포즈로 찍은 것 같다.



"이제 조별 사진만 찍으면 끝나는데, 생각보다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네. 다들 장소 정하고 있어."



왜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냐고! 우리반은 엄청 일찍 온 편인데 말이다. 개인 포즈도 정하지 못했는데, 조별 포즈를 정했을 리가 없지. 다른 아이들은 자기네끼리, 아니면 다른 반 친구들이랑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난 오직 변백현에게만 시선이 고정 됐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어쩐지 친구들 사진에 내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이유가 있었다. 



"넌 포즈 어떻게 했냐?"


"기억도 안 나... 오리 꽥꽥 자세...?"


"풉, 야 귀엽겠네. 아, 근데 비 와서 짜증난다. 이런 날에는 날씨 좋아야 하는데."



그래, 이것도 문제다. 날씨가 참 거지같단 말이지. 분명 촬영을 시작하기 전, 이른 아침에는 비가 한방울도 오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졸업사진 촬영이 시작되니, 마치 짠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설마 비가 올까 싶어서 우산도 챙기지 않았는데, 그냥 이리저리 빌붙어다니면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다행히, 변백현도 우산을 잘 쓰고 있는 모양이다. 



"자, 1반 조별 촬영하고, 5반 촬영하고, 그다음 10반이다-."



슬기랑 전 날부터 사실 아주 깊은 고민을 했었다. 오늘 정말 번호를 따라면서 슬기가 말해오기에, 꼭 번호를 따야지, 하고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번호 딸 타이밍이 보이지 않았다. 항상 친구들 사이에 둘러쌓여 있어서 그 근처에 다가갈 수도 없었다. 왠만한 친구들이면 괜찮겠지만, 변백현 친구들이 좀 짓궂어야지... 변백현 이름만 불러도 공원이 떨어져 나가도록 소리를 질러댈 게 분명하다. 안 봐도 비디오지... 


조별 촬영은 그냥 직선 상태로 팔짱을 끼는 사진으로 마무리 했다. 조별 촬영을 다 하고 나니, 꽤나 우리반은 일찍 마친 것 같았다. 9시 부터 촬영 시작을 했는데, 아직 11시 반 밖에 안됐으니. 그냥 공원 중간에서 종례를 하고 우리반은 바로 뿔뿔이 흩어졌다. 사실 졸업사진을 찍느라 며칠 동안 밥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오늘은 꼭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1반도 촬영이 끝나서 마친 모양이더라. 




"우리 감자탕 먹자!"



아까 같은 중학교 다닌 여상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감자탕 먹으러 간다고 하길래 나도 갑자기 급 땡겨서 친구들한테 감자탕을 먹으러 가자며 졸라댔다. 친구들도 어지간히 배가 고팠는지, 딱히 내 말에 반박을 하지 않고 먹방을 찍으러 공원 밖으로 나왔다. 친구 2명을 기다린다고, 공원 앞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변백현도 친구들이랑 밥이라도 먹으러 가는 건지, 공원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아... 계속 여기 있고 싶네. 



"야야, 이거 봐.... 미쳤다, 진짜 휴대폰 빛나겠어."



사실 변백현 조별 촬영 할 때, 슬기랑 같이 변백현 도촬을 좀 했었다... 평생토록 이건 그 누구에게도 비밀이지만. 어차피 내 휴대폰은 아무도 안 볼 텐데 그냥 대범하게 배경화면이나 해놓을까 싶어서 쿨하게 배경화면을 해놨는데, 볼 때마다 너무 심장이 쿵- 해버려서 시간도 볼 수가 없겠더라. 





***





"아씨... 번호 따지도 못했네, 바보 멍청이!"



나 포함 7명 친구들이서 놀다가, 나머지 5명은 한명 친구 집에 놀러가고, 나랑 슬기는 학교 앞에 있는 피시방에 왔다. 여기가 회원이면 학생이 400원 밖에 안하거든. 아무튼 피시방에 와서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키고, 게임을 하는 족족 오늘 변백현 번호를 따지 못한 생각이 자꾸 들어 후회 뿐이었다. 사실, 기회가 있었어도 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도 들기도 했다. 



"야, 내일 토요일인데 내일 따봐. 내일은 걔 친구들이랑 많이 안 있잖아."




"아... 근데 걔 심자실에 있잖아, 어떻게 불러내?"


"친구들 시키거나, 아니면 걔 잠깐 나왔을 때, 저기! 하고 딱 불러야지."



강슬기 이자식이 드라마를 얼마나 잘 쓰던지, 옆에서 아예 대본을 짜고 있길래 그냥 같은 팀이지만 물풍선을 터뜨려 내가 팀킬을 해버렸다. 당해도 싸지. 하지만, 슬기가 말한 방법이 단순하긴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 같았다. 내일 꼭 번호를 따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서 늦은 저녁이 되기 전, 평소보다 훨씬 일찍 집으로 갔다. 





***





"...아나, 지각... 망했네."



요즘 담임 선생님이 토요일 오전 때 많이 와계시던데, 망했다. 지각하면 청소하는 것도 귀찮고, 그냥 여러가지로 다 귀찮은데... 그냥 학교에 가지 말까, 생각했지만 번호를 따야하는 일도 있고, 안 가게 되면 월요일에 뒷감당을 못할 것 같아서 오늘은 평소보다 옷차림에 조금 더 신경을 쓴 상태로 갔다. 소라색 티에, 베이지 색 원피스를 입었다. ...괜찮겠지? 


10시 반이 되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1교시 자습 끝나고, 2교시 시작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께 걸린 덕분에 여자반 쓰레기통 전부 다 비워오라는 퀘스트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큰 잔소리는 듣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내 레이더 망에 걸린 슬기와 함께 쓰레기통을 들고, 밖에까지 나와 쓰레기통을 다 비우고 5층까지 다시 올라와 반에 걸어가는데, 계속해서 언제 번호를 딸 거냐며 묻는 슬기의 머리통을 때려주고 싶었다.



"점심시간 어때, 어차피 걔도 밖에 나갈 거 아니야."


"아... 근데 점심시간에는 걔 옆에 친구들 너무 많지 않냐?"


"근데 번호 딸려고 하면 어차피 누구든지 보게 돼있을 걸...?"



하긴, 슬기 말도 맞았다. 변백현만 알 수 있게 번호를 따는 건 참 힘든 일이겠지, 하고 생각을 하는데 벌써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씨, 번호를 딸려고 하니,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지 모르겠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 지도 모르겠어서, 깔끔하게 점심을 패스하고, 계속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벌써 3교시 자습도 시작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네!



"야, 안 되겠다... 3시에 진짜 가봐야지."



원래 사람이라는 동물이, 상황이 들이닥치면 할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이 나온다고 하는 말이 있지 않나. 나도 그 때문인지, 절대 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3시가 다가오고 쉬는 시간이 오니, 나도 모르게 슬기를 끌고서 심자실 앞까지 와버렸다. 아, 도대체 심자실 앞에서 어떻게 불러내야 할 지, 너무 떨려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결국 심자실에 보이는 친구 한 명을 불러, 변백현 좀 불러달라며 최대한 쥐똥만한 목소리 크기로 말했다. 사실, 변백현도 어느 정도 내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태형이가 눈치가 빨라서 걔만 대충 때려맞춘 걸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여자라는 것도 예상할 수 있겠지... 만약에 자기 친구였으면 직접 불렀겠지만, 나는 친구를 통해 대신 나와달라고 부탁했으니까... 아, 씨발... 모르겠다. 떨려서 죽을 것 같네.



"야, 너 왜 울려고 하냐... 그냥 우리 튈까? 튈래?!"


"어...?"



내가 표정이 잔뜩 상기되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아무 행동도 안 취하고 있으니 슬기가 걱정된 모양인지, 변백현이 나오기 전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튈까?! 하고 진지하게 물어왔고, 나도 진지하게 어...? 하고 대답하는데, 뒷쪽을 보고 있던 나는 변백현이 나오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심자실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던 슬기는, 야 나왔어... 라며 내 팔을 슬슬 잡아당겼다. 우리 둘은 5층 계단 복도 쪽으로 변백현한테 오라며 손짓하였다.



"아... 야, 나 어떡해? 나 어떻게 말해? 어?"


"아, 모르겠다... 나 일단 뒤돌고 있을게. 화이팅!"



변백현이 오기 전에 한 3초 만에 이 대화를 마쳤던 것 같다. 슬기는 딱히 나에게 해결책을 주지 않고, 그냥 응원의 말 한마디만 하고서 정말로 딱 뒤돌아 있었다. 변백현이 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이 마주쳐 버려서 그냥 미소지어버렸다. 정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두근 거렸고, 손도 막 떨리기 시작했다. 번호 입력창에 미리 들어와 있는 상태로 말했다.



"저, 혹시... 번호 좀 줄 수 있어?"




"어? 응!"



생각 외로 변백현은 쉽게 번호를 주었다. 것도 변백현 특유의 싱글벙글 웃음을 보여주며. 가장 큰 문제는 손이 너무 떨려서, 내가 아이폰을 쓰는데 아이폰 액정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 들렸다는 게... 변백현은 안 들었음 좋겠지만, 그 조용한 상황에서 당연히 들었겠지.... 미치겠다. 아, 근데 얘는 왜 김칫국 마시게 계속 웃어주는 거야... 



"고마워!"




"아니야. 아, 맞다. 나 연락 잘 안될 수도 있어, 미안해!"


"아, 괜찮아! 고마워!"



얼마나 입이 찢어지게 웃었는 지 모르겠다. 그리고 변백현이 가자마자 슬기와 함께 복도의 벽을 다 부술 것 같이 쿵쿵- 거리면서 주먹으로 치다가, 종이 친 것도 모르고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반으로 들어왔다. 아, 꿈만 같아... 변백현 번호를 따다니. 미쳤다, o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