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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빙의글]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05

큥큥 뛰어다녀 2017. 6. 1. 19:06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부제、그 시절 내가 좋아한 남학생













번호를 딴 이 순간이 정말 꿈만 같았다. 당연히 남은 자습 시간에 공부가 될 리가 없었다. 슬기랑 같이 아무도 없는 서관 쪽으로 와서 얘기를 나눴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자습 시간이기도 했고. 연락이 잘 안된다고 했으니, 미리 김칫국 마셔서 좋을 일도 없었다. 그냥 느긋하게 마음을 릴렉스 시킬 수...



"가 없잖아! 와, 나 어떡해? 나 아직도 꿈 같아."


"야, 근데 내가 너희 둘 슬쩍 봤는데 엄청 잘 어울렸어. ooo, 몰랐는데 완전 수줍수줍 하면서 얘기하더라?"


"야... 나 긴장돼서 손도 벌벌 떨었어. 걔가 보면 안되는데."



슬기와 함께, 나중에 자습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연락을 할지 미리 다 생각을 해놨다. 문자를 하자고 하니, 아무래도 이름을 밝혀야 하고, 뭔가 좀 과정이(?) 복잡할 것 같아, 그냥 카톡을 보내기로 하였다. 카톡으로 보내면 이름도 뜨니까 소개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번호를 저장하고,전화번호부에 있는 '변백현' 이름을 보는데, 더더욱 꿈만 같았다.



"야, 근데 오늘 안으로 인사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주말 지나고 나면 너, 인사 못할 걸?"


"에? 아, 그런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근데 걔 집 갈때, 항상 친구들이랑 같이 가던데... 보면 어떡해?"


"번호도 땄는데 그 정도 시선 쯤이야, 이제 네가 감수해야지."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슬기의 말이 다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보다 이런 일(?)에서는 고수니까, 믿어도 되겠지. 3시-5시까지 4교시 자습은 생각보다 너무 일찍 지나갔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번호를 땄다는 생각에 설레서 2시간이 그냥 2분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아, 다르게 생각하면 얼른 연락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2시간이 2주일 처럼 늦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변백현 나왔어?"


"아... 안 나온 것 같은데, 5시 종 땡- 치자마자 바로 나왔는데, 아직 안 보였어."



슬기한테는 천천히 나오라 하고, 혼자 재빨리 1층으로 내려와 나도 모르게 변백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슬쩍- 신발장 쪽을 바라봤는데, 마침 1층으로 내려오고 있는 변백현과 눈이 마주쳐, 나도 모르게, 헐!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내 표정을 그대로 앞에서 보고 있던 슬기 또한 뒤를 돌아, 변백현을 봤는데 같이 놀라고 말았고. 우리 둘 다 망부석처럼 한참을 있다가, 재빨리 행동을 개시했다.


변백현네 집은 학교 앞에 있는 지하철 역에서 한코스만 더 가면 돼서 나는 당연히 걸어가는 줄 알았더니만, 내 예상을 완전 빗나가서 얘는 친구 2명과 함께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슬기와 함께 이 순간을 놓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에, 타지도 않는 지하철인데도 불구하고 같이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뒷모습을 계속 보다가, 한번 용기 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이미 변백현의 등을 톡톡- 치고 있었다. 




"잘 가!"




"아, 응! 너도 잘 가."



등을 톡톡- 두드려서 뒤를 돌아서 나를 보자마자 활짝- 웃어주는 변백현 덕에 나는 또 시간이 멈추는 경험을 했다. 뒤에서 내 과감한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슬기는 정말 미쳤다면서, 우리는 또 지하철역에 벽을 부술 뻔 했다. 인사를 무사히 마치고, 우리는 타지도 않는 지하철역 밖으로 나와서 계속해서 김칫국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니, 나는 마시지 않았고 강슬기 얘가 말이지...?



"야, 사실 김태형이 눈치 챘었다...? 좀 됐었는데, 나한테 변백현 관심 있냐고 그렇게 물었었어."


"헐? 그래서 너 뭐라고 했는데."


"아, 그냥 얼굴 좀 생겨서 몇 번 봤다고... 그렇게 말했지. 아, 걔 눈치가 너무 빠르다니까."


"근데 걔가 눈치 빠른 것도 있는데, 남자 애들 원래 그런 쪽에는 좀 빠삭해서 잘 안다고 하던데. 내가 김민석 좋아할 때도 그랬어."



사실 슬기한테도 좋아하는 애가 있다. 변백현 옆반에 김민석이라고 하는 앤데, 처음에는 날카롭게 생겨서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계속해서 보니깐 오히려 더 귀여워 보이는게, 슬기의 이상형에 딱 들어맞았다. 아, 근데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남자 애들이 잘 눈치챈다고? 그럼 설마 변백현도... 다 알고 있던 건 아니겠지? 제발 누가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





타이밍이 딱 좋은 게, 오늘 슬기네 부모님이 포항에 가셨다고 해서 집이 비어져 있는 탓에 내가 슬기네 집에서 자고 갈 수 있었다. 아까 자습 끝나고 바로 변백현한테 인사하러 내려가느라고 학교에 충전기도 놔두고 오고, 슬기 또한 충전기를 놔두고 온 바람에 시내랑 가깝에 있던 내가 대신 학교로 가서 다 들고 왔다. 그리고 집에 들려서 다 씻고 짐도 어느 정도 챙긴 후에, 슬기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까지 왔다. 


슬기네 집으로 가려고 하면, B역을 지나게 되는데 근처에 있는 A역에 변백현이 산단 말이지. 그리고 심지어 시간도 변백현이 학원을 마칠 10시 쯤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하철 문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데, 난 진짜 심장이 내려 앉는 줄 알았다. 태형이랑 같이 변백현이 지하철 안으로 들어오다니. 이정도면 정말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어, ooo. 너 어디가냐? 너네 집 여기 아니잖아."


"...어? 아, 그, 오늘 슬기네 집에서 자고 가려고."



아, 물론 태형이는 나랑 변백현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있겠지? 분위기를 딱 보아하니, 변백현은 내가 번호를 딴 사실을 다행이게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태형이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거는 걸 보니. 그리고 심지어 타이밍이 죽이는 게, 내가 딱 변백현한테 답장을 보내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타이밍이 딱 들어맞을 줄이야. 




"밤새면서 놀지 말고, 심심하면 연락해."


"응... 잘가라."



심심하면 연락하라니! 물론 변백현은 아무 생각이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이상한(?) 생각을 하면 어떡해. A역에서 변백현이랑 김태형이 내리길래 마중을 해주고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결국 변백현이랑은 한마디도 못했다. 물론 아까 인사를 해서 좋긴 하지만, 얘는 나한테 별 그닥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예쁘게 웃어줬다고 내가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혹시나' 일 뿐이었다.


슬기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피자를 시키고 우리 둘은 오랜만에 꾸며서 셀카나 찍어볼까, 하면서 양갈래로 머리를 땋아서 예쁜 삐삐 올림 머리를 하였다. 슬기는 참 잘 어울리는데, 나는 참... 그리고 변백현한테 답장이 올 때마다 나는 즉시 답장을 해주는데, 생각해보니 정말로 변백현은 연락이 잘 되지는 않았다. 좀 전에 지하철에서 만나고, 이제 집에서 좀 쉬나 싶었는데 그새 독서실에 간다고 하더라. 




"역시 전교 1등 하는데는 이유가 있었구나. 얘 독서실이래."


"와, 중간고사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공부래... 신기하다, 걔도."



새벽까지 슬기와 함께 셀카를 찍다보니, 한 600장 가까이 찍은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을 보니, 2시 반이 넘어있었고. 이제 변백현도 독서실에서 나와서 집에 왔다고 하더라. 마사카... 이렇게 오랫 동안 공부를 하다니, 정말 내 사전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아, 배고파서 뭐 좀 먹고 자려고 ㅋㅋㅋ 근데 너 되게 늦게 자네? ]


[ 아아 오늘 친구 집와가지구 ! ]


[ 맞다 들었어 ㅋㅋㅋ 아까 지하철에서 ]



허걱스, 지하철에서 들었다니. 대화에 들어오지를 않길래 아예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나랑 태형이 대화를 어느 정도 듣고 있었는 모양이다. 물론 귀가 있으면 듣는 게 정상이지만... 나한테는 아예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그리고 3시 쯤 되니, 이제 변백현이 잔다고 하길래 잘 자라고 말한 후 나도 슬기와 함께 잠에 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바로 변백현한테 답장을 보냈다. 왠지 일찍 일어날 것 같아서 금방 답장이 올 줄 알았는데, 그건 역시나 또 크나 큰 내 착각이었다. 하루가 거의 끝나는(?) 3시 쯤이 되어서야 답장이 왔다. 그때는 내가 슬기랑 학교 근처에 피시방에서 크아를 하고 있었는데, 얘는 아침부터 또 학원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어, 답장 왔어! 학원 갔다가 이제 집이래."


"오, 아침부터 학원이라니. 역시 대단해, 변백현."


"와, 얘 이제 영어 말하기 대회 준비할 거래. 미쳤다... 우리 왜 크아해?"



변백현 덕분에 공부에 자극이 좀 오는 건가 싶었는데, 자극은 커녕. 우리는 열심히 크아를 할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연락을 하고 나니, 또 답장이 슬슬 늦어지는게, 기다리는 게 조금은, 아주 조금은 지쳤다. 하지만 예전부터 꿈꿔 오던 변백현과 이렇게 몇 마디라도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즐거웠다. 



"너 내일 교복 챙기는 거 잊지마라."


"아, 맞다... 또 졸업사진 찍네, 젠장."



내일은 학교에서 졸업사진을 찍는 날이다. 그래서 하복, 동복 모두 다 들고 가야하는데, 마침 생각난 김에 변백현에게도 알려줬더니만, 답지 않게 잊고 있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또 학원을 갔다왔다고 하는데... 나는 절대 변백현과 같은 삶을 못 살것 같았다. 무슨 하루종일 일만 하는 개미 같았다. 그나저나 내일 졸업사진은 어떻게 찍는담... 아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일은 인사 할 수 있을까? 아,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