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10

큥큥 뛰어다녀 2017. 6. 13. 19:49



홍일점













"와, 오빤 진짜 너무 했다. 나한테 누나 있는 것도 말 안해주고, 동생 있는 것도 말 안해주고. 나랑 고작 이것 밖에 안돼?"




"야, 집에 가족사진 다 있었는데 못 본 네가 바보지~ 그리고 너가 누나 사진 보고 여친이냐면서 물어봤잖아."


"헐, 그 여자가 현아 언니였어?!"



기억 난다. 내가 한창 중2병에 걸려서 나대고 다닐 때, 민석 오빠네 집에 갔는데 집에 있는 액자에, 오빠랑 같이 활짝 웃고 있는 여자가 보여서 난 당연히 여친인 줄 알고, 여친이지~? 하면서 약올리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거기 꼬맹이 하나가 더 있었는데 걔는 김종대였구나... 아, 쪽팔려. ooo, 어렸을 때도 참 미쳤었구나, 너는.



"알고 있었는데? 그 동생 완전 인기 많잖아, 귀엽다고. 우리 학교에서도 걔 좋아하는 애 많아."


"미친? 놀랍다... 완전 관심 받고 싶어하는 애새끼 같던데."


"너 좋아서 그렇겠지. 야, 근데 잘생긴 오빠 없냐니깐? 소개 시켜 달라고 한 지가 언젠데! 넌 맨날 꽃미남이랑 놀고! 그리고 오세훈은 섹시 언니 소개 시켜주고! 너 그러면 안된다?"



오랜 만에 학교 쪽으로 온 나는 혜리랑 세훈이를 만나려고 했는데, 오세훈 이 새끼가? 경리 소개 시켜줬다고 이제는 경리 밖에 모르는 모양이다. 경리도 이렇게 오세훈이랑 잘 만나는 걸 보니, 그 미친 놈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제발 오세훈아, 너 또라이 같은 성격 보여주면 안 되는데, 그럼 경리가 장애인이라고 피할 게 분명하단 말이야. 그러면 난 또 좋은 친구 둘을 잃게 되겠지...?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혜리라도(?) 만나야겠다, 싶어서 학교 앞에 자주 들리던 카페로 왔다. 그나저나, 혜리까지도 김종대를 알고 있었을 줄이야. 아, 물론 얘는 등이 넓어서 사람들을 잘 알고 있긴 하던데. 아, 등이 아니라 발.



"아아, 진짜 미안한데. 주위에 미친 놈들 밖에 없어서 너한테 소개 시켜주면 미안해서 너 못봐."


"미친 놈이라도 잘 생기면 괜찮은데."


"학교에서 제일 정상적인 사람이, 나랑 민석 오빠 같아. 민석 오빠 만나볼래?"


"아, 민석 오빠는 이런 말하면 안 되지만... 키가 너무 작아서 좀 그래. 키 큰 애로 소개 시켜줘."



방금까지 잘 생기면 괜찮다메, 이새끼야! 민석 오빠 봐봐, 얼마나 잘생겼어? 물론... 내가 생각해도 키가 살짝쿵 작긴 하지만, 그래도 잘생겼잖아. 아, 근데 키가 크다라... 내 주위에 키 큰 애는 오세훈이랑 박찬열 밖에 없는데. 생각해보니까 혜리랑 박찬열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같다가 아니라 맞아. 확실하다.





***





"난 짝꿍 너 밖에 없어서 다른 여자 눈에 안 들어와."


"...앞으로 말 걸지마."



이새끼가 지금 매점 앞에서 드라마라도 찍나. 점심을 먹고 나서 갑자기 혜리랑 어제 했던 말이 생각나서, 매점 앞에서 오늘 급식으로 나온 바나나 우유를 쭉쭉- 마시다가, 여소 안 받을래? 하면서 박찬열한테 물었는데, 저딴 소리를 해대고 있다. 아, 저새끼 진짜 청학동에 보내서 정신 수련이라도 시켜야 하는 건가? 저런 말만 계속 내뱉다가는 여자도 못 만나고 평생 독거노인으로 살 것 같다. 불쌍해서라도 내가 거두어줘야 되는데.



"어떤 앤데?"


"전에 학교에서 나랑 제일 친한 애."


"너보다 예뻐?"




"응, 나보다 훨씬 예뻐."


"그럼 부담스러워서 안돼. 귀여워?"


"응, 나보다 귀여워."


"아, 나 귀여운 거 별로 안 좋아해."


"미친 새끼야, 내가 어떤 대답해도 넌 다 싫다고 할 거잖아!"



이새끼, 지금 나랑 장난하는 가보다. 내가 어떤 대답을 해도 분명 이러쿵 저러쿵 해서 싫다고 돌려깎기 할 게 분명하다. 애초에 내가 이 학교로 전학온 것 자체가 잘못 됐지. 그래, 내가 혜리처럼 조금만 더 얌전하게 담배를 피고 다닐 걸 그랬다. 아, 담배 얘기하니깐 담배 생각나네. 혜리가 이제 그만 피라면서 어제 만났을 때, 내 베이비들을 모두 다 자기 품으로 데려간 바람에 나한테는 현재 베이비들이 없는 상태다. 



"오빠, 잘생긴 남자 없어?"


"나 있잖아."


"혜리 소개 시켜줄 거야. 혜리가 오빠 키 작아서 싫데."


"야, 나도 그렇게 새 까만 애 싫거든? 너 똑바로 전해라, 내가 한 말 그대로. 알겠지."



아니, 오빠... 남자 소개 시켜달라고. 혜리가 오늘 아침부터, 남소 잊지 말라면서 협박 문자를 20개도 넘게 보내놔서 얼른 해주고 끝내고 싶었는데,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가 않았다. 아,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박찬열이 딱인 것 같은데. 둘이 천생연분 아니야? 둘 다 또라이 같아서 정말 잘 맞을 것 같은데 말이다. 





***





"짝꿍아, 저기 너 친구 있어."


"나 너 짝꿍 아니라니깐, ...친구?!"



박찬열이랑 변백현이랑 같이 집에 가는 길에, 박찬열이랑 먼저 헤어지고 변백현이랑 같이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내 친구 있다며 저 앞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데,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대답을 해주고 있는데, 친구라니! 설마 이혜리, 이 자식 우리집 앞까지 온 건거 싶어서 실눈까지 떠서 보는데, 뭐야 오세훈이잖아?



"어, 너 여기서 뭐해."


"...야,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여기 우리집 앞이잖아."


"아아, 헷갈렸네에... 힛."


"...힛?"



힛?! 히이잇?! 저 미친 놈이 지금 뭐라고 말한 거야? 힛?! 씨발, 욕이 절로 나온다. 저 '힛'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걸 보니 아무래도 오세훈은 과한 음주를 한 모양이다. 내 옆에 딱 붙어있던 변백현 또한 '힛' 때문에 당황을 한 모양인지, 평소 같았으면 뭐라도 말을 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있었다. 그래, 씨발 나도 가만히 있고 싶다... 오세훈, 넌 정말 인생 편하게 사는 구나.



"혹시 이 친구 박경리랑 같이 마셨어? 박경리 완전 알챔인데."


"알챔?"


"응, 알코올 챔피언. 걔 완전 끝내줘, 진짜 왠만한 남자들 보다 훨씬 더 잘 마실 걸."



아, 불쌍한 오세훈... 하긴 이 상황에서 변백현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니, 오세훈도 알쓰가 맞는 것 같았다. 아, 이 새끼... 속으로 욕했는데, 불쌍한 새끼였구나. 바로 앞에 우리 집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는, 오세훈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집으로 데려가려고 하는데, 깜짝 놀란 변백현이 내 팔을 떡- 하고 붙잡더니만, 큰 눈을 뜨고서 물었다.



"너희 집 데려가!?"


"응, 그럼 어디 가? 어차피 오세훈 집 여기서 좀 더 가야 된단 말이야. 거기까지 데려다주기 귀찮아. 여기다가 버리고 갈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긴 한데."


"그래도 다 큰 남녀가 같이 잔다고...? 짝꿍아, 그건 안되지."


"야, 정신 차려. 같이 잔다니, 그리고 우리 집에 오빠도 있거든?"


"아, 맞다. 그래도 안 돼! 그럼 나도 같이 자고 갈래."



뭐, 시발...? 아, 오늘 왜 이렇게 일이 안 풀리냐. 혜리 남소도 못해주고, 변백현은 갑자기 우리집에서 잔다고 하질 않나. 내 옆에는 귀찮은 떨거지가 하나 있질 않나. 집에 들어가면 또 우리 오빠 잔소리 폭격이 떨어지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잠시만 귀가 막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역시나 우리 오빠의, ooo! 하는 기막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오빠... 얘가 우리집 앞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잖아. 어쩔 수 없었어."


"야, 그렇다고 변백현 얘는 왜 데려와?"


"얘 갑자기 발목 삐어서 집까지 못 걸어가겠데."




"이것들이 쌍으로 지랄한다."




"웅, 그러면 oo는 자러 갈게욥. 모두 다 화이팅, 굿나잇!"



변백현과 오세훈은 깔끔히 오빠한테 맡기고 나는 내 방으로 쏙- 들어와, 문을 배꼽까지 잠구고 침대에 뻗었다. 씻으려면 방 밖에 나가야 하는데, 그러면 또 잔소리 2차 폭격을 맞을 것 같아, 그냥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씻기로 하고 교복도 벗지 않고 눈을 감았는데, 휴대폰 진동 소리가 이렇게 큰 줄 모르고 있었다. 아, 그냥 폰 박살내서 꺼둘걸... 하하.



"여보세요."


-"짝꿍아, 집에 잘 도착했어?"


"너 내 남친이냐? 뭔 상관이야, 집이거든. 넌 잠도 안 오냐, 빨리 자!"


-"내 걱정해주는 거야? 근데 주위가 왜 이렇게 시끄러워?"


"오빠가 혼잣말 하나봐."


-"근데 짝꿍아, 변백현 목소리 들려. 변백현 너희 집에 있어?!"




"아니야, 잘못 들었어."


-"그럼 나도 갈래!"



응, 씨발. 이제 알겠네. 다들 내 편이 아니구나. 이렇게 하나같이 다들 나한테 엿맥이려고 하는 걸 보니. 하하, 박찬열까지 우리집에 오면 주민신고 당할까봐 겁난다. 박찬열이 집에 오기 전에, 얼른 잠에 들어야겠다 싶어 휴대폰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눈을 꼭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