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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빙의글]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08

큥큥 뛰어다녀 2017. 6. 24. 22:22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부제 、그 시절 내가 좋아한 남학생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제발, 몇일 안 남은 6모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하고 간절히 바랬다. 변백현과 인사를 못하게 된 것도 슬프고, 내가 문자를 한번 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멀어지는 상황도 참, 말이 안 되게 아쉬웠다. 이유가 뭘까, 하고 수백번 고민했다. 내가 처음에 번호를 따고 연락을 할 때, 카톡이 아니라 문자를 했어야 하는 걸까, 하는 사소한 고민부터 시작해서. 


이런 일을 대충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연락을 고작 3-4일 밖에 하지 못했는데, 아직 친구처럼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이런 멀어짐의 상황이 들이닥친게 나는 너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부터 꼬였는지, 아무나 나에게 알려줬으면, 하는 생각들 뿐이었다. 난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싫었다. 



"왜 너 요즘 4층 안 가냐? 나 갈 건데, 같이 내려갈래?"




"아니... 피곤해서 그냥 교실에 있을란다."



옆에 있는 슬기도 내가 요즘 이상한 걸 눈치 챈 모양이다. 하긴, 눈치챌 만도 하지. 한창 변백현과 인사를 할 때는 내가 맨날천날 4층에 내려가서 우연히 마주친 척 하면서 인사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달랐다. 무슨 낯짝으로 가서 인사를 해. 생각해보면, 남들이 보기에는 도대체 뭐가 잘못된 지 전혀 모르겠지만, ...아, 사실 나도 뭐가 잘못 된 지 며칠이 지난 지금이 되어서도 모르겠다. 그냥 인사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용기를 내 봤지만, 이상하게 평소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간은 참 빨랐다. 몰랐는데 변백현과 인사를 못 하게 된 것도 벌써 거의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용기를 내려고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가버린게 현실이었다. 번호를 따기 전인, 과거로 돌아온 것보다 기분이 더 허무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냥 내 마음 자체가 너무나도 우울했다. 아무도 내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게, 가장 슬펐다. 





***





연락과 인사가 끊긴 이후로, 전체적으로 우울하던 시점이었을까. 그와중에 시간은 잘 가서 토요일도 왔다. 토요일은 학교에 사복을 입고가야 하기 때문에, 대충 베이지색 반팔에 검은색 레깅스를 신고 나갔다. 자습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서둘러 나가는데, 변백현은 토요일과 심자 때 심자실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5층에 있는데, 그 덕분에 심자실에서 나오는 변백현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런데 정말 웃긴 게, 



"..."


"..."



얘도 나와 똑같이 베이지색 반팔에, 밑에는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어서 순간 내 얼굴이 붉어질 뻔 하는 걸 막지 못했다. 서로 눈이 마주친 게 정말 짧은 시간이었는데, 난 이상하게 그 상황이 백년이라도 되는 것 만큼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혹시 변백현이 날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하고 짧은 시간동안 고민을 했지만 별로 아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휙 지나치는 걸 보니깐. 


오늘도 느꼈다. 처음처럼, 변백현의 번호를 따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이상했다.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지금 이 상황이 더 비참하다고 느껴지는데. 이런 사소한 것에 변백현과 나를 엮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아, 뽑을 수 있어?"



슬기가 내 기분이 안 좋아보인다고 같이 영화나 보자면서 일요일에 나를 데리고 영화관에 까지 나왔다. 영화 시간이 좀 많이 남은 것 같아서, 영화관 옆에 있는 오락실에 와서 구경을 하는데 뽑기 기계 안에 있는 포로리 인형이 너무 귀여워 보여서, 한번 뽑아볼까? 하는 유혹에 빠져서 나는 옆에서 슬기가 뽑기 하고 있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여기가 다른데 보다 좀 싼 게, 1000원에 5번이나 할 수 있어서 되게 좋은 것 같, 어?!



"어?!!! 야, 너 뽑았어?! 야, 미친! 대박이다!!!"


"헐, 야 어떡해!!! 우리 하나 더 뽑아볼까? 커플로 달고 다니자!"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1000원 버리는 셈 치지 뭐,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슬기가 그 순간 포로리 인형을 뽑아버린 바람에 우리 둘 다 포로리 인형과 부둥켜 안고 난리가 났었다. 그러다가 욕심이 생겨서 하나 더 뽑아볼까, 하는 생각에 재빨리 1000원을 더 넣었는데 이번에는 우리를 시험이라도 하는 건가, 뽑히지 않았다. 그러고 가기에는 너무 상황이 아쉬운 것 같아, 1000원을 더 넣고, 또 1000원을 넣었는데, 이번에 정말 신이 우리를 구해주시는 건지, 또 포로리 인형이 뽑혔다.



"야, 강슬기 너 왜 이렇게 잘 뽑냐?! 너 황금 손인듯."


"야, 너무 좋다. 우리 사진 찍어놓자!"



내가 딱 마침 가방을 메고 있어서 잘 됐다 싶어서 포로리 인형을 미리 달아놨는데, 크기도 생각보다 큰 게 너무나도 귀엽고 마음에 들었다. 갑자기 문득 든 생각인데, 포로리 인형에 이름을 정해주면 재밌겠다, 싶어서 영화를 다 보고나서 서로서로 포로리 인형에 대해서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 이런 생각이 든 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변백현이 떠올랐다. 



"아, 이름 변백현이라고 짓고 싶은데 너무 티나는 것 같네. 현백이 어때?"


"와, 완전 현대백화점도 아니고... 너 좀 짱인듯. 아, 근데 현백이 좀 괜찮은 것 같다."




"야, 네가 현대백화점이라고 하니깐 진짜 같잖아."


"아니아니, 진짜 괜찮은 것 같은데. 현백이 하자!"



다시 생각해보니깐 현백이 별론 것 같은데... 그래도 슬기가 뒤늦게 괜찮다면서 얘기해오길래, 그래? 하고 귀가 얇다는 게 여기서 또 들키고 말았다. 결국 포로리한테 현백이라고 부르자며 결정을 하고 슬기와 헤어졌다. 다음 날부터 현백이 인형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데, 그때마다 그 현백이 인형이 나에게 변백현이 되어주곤 했다. 친구들한테도 자랑을 하고 다니면서, 이상하게 이런 아무 의미 없는 인형에게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놓으니 정말 그 인형이 변백현인 것처럼 나에게 소중해졌다. 


하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다음주 토요일. 자습이 끝나고 시내에 잠깐 살게 있어서 들렸다가 집에 돌아와서 평소와 같이 엄마랑 수다를 떨고 있는데, 내 가방을 계속 보니 뭔가 허전한 것 같아서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현백이 인형이 보이지 않았다. 위에 달려 있던 고리는 그대로 있었는데, 누가 가위로 자른 것처럼 반듯하게 댕강- 잘려져 나가 있었다.



"어? 엄마, 내 인형 없어졌어. 나 가방에 인형 달아놨었잖아, 그 슬기가 뽑아준 거."


"어, 맞네? 걸어오면서 떨어뜨린 거 아니야?"


"아니, 여기 되게 단단하게 달려있었는데? 그리고 뽑은 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떨어질 리도 없잖아. 안 그래?"



그래도 나는 엄마 말을 믿고 싶었다. 누가 끊은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떨어져 나간 걸 보면 정말 짤려 나갔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별 거 아닌 인형이면 정말 좋겠지만, 좀 전에 말했듯이 정말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인형이었다. 


요새 변백현과 나의 사이도 많이 멀어졌는데, 그것처럼 현백이가 사라져 버린게 나에게는 조금 더 의미부여가 되었다. 안 되는 게 이상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게 분명, 이상한 건 아닐 거다. 생각해보니 현백이와 변백현이 정말로 겹쳐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





겉으로는 많이 괜찮은 척 하면서 지내왔지만, 속으로는 정말 쓰렸다. 내가 변백현과 마주칠려고 노력을 안 하니, 정말로 마법이라도 걸린 것 마냥 변백현이 내 눈 앞에 사라진 것 처럼 보이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 심지어는 한번도 못 보고 집에 가는 일도 있었다. 학교에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있는데, 안 마주치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솔직히 마주치는 일이 줄다보니, 내 감정도 예전만큼 보다는 살짝이나마 줄어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네가 좋은 건 여전한 일이다. 정말 확신이 드는 생각인데, 변백현이 날 피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앞서간 걸지도 모르겠지만. 막상 변백현 본인은 나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정말 만약에 그게 맞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계속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변백현의 속마음이 참으로 궁금했다. 나만 이렇게 머리가 복잡한 것 같아서, 조금은 억울했다. 좋아하는 게 잘못된 건가, 하고. 




"잠이 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