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11

큥큥 뛰어다녀 2017. 6. 26. 04:11



홍일점













하도 많은 일이 오늘 하루 만에 일어난 탓에, 쿵쿵- 거리는 노크 소리에도 불구하고 난 정말 잠에 잘 들 수 있었다. 심지어 정말 일찍 잤는데, 지각할 뻔 하게 늦게 일어났으니깐. 아침부터 변백현이 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는데, 정말 진지하게 뒷통수 딱 한대만 때리면 이 모든 스트레스가 다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는 내가 너무 약하다고(?) 느껴졌다. 



"오빠, 진짜 너무 했다. 왜 직접 안 깨워주고 변백현 시켜?"




"내가 갈려고 했는데, 쟤가 나보고 딸기 우유나 마시라면서 이거 주길래."


"...잠깐만, 그거 내꺼잖아! 왜 마시는데, 앞에 적힌 거 안 보여? 눈 고자야? oo 빼고 마시면 뒤짐, 안 보이냐고!?"



딸기 우유 브랜드에 딱히 신경을 쓰는 건 아니지만, 내가 며칠 전에 엄청 맛있는 딸기 우유 브랜드를 찾았단 말이다. 근데 그게 옆동네 마트까지 가야 돼서 잘못 사고, 흔하지 않은 건데, 그 아끼는 딸기 우유를 오빠가 마시고 있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심지어 변백현이 직접 오빠한테 줬다니, 믿을 수가 있어야지. 우리 오빠가 딸기 우유를 나랑 같이 좋아한다는 건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야, 그리고 넌 왜 네 멋대로 딸기 우유 오빠한테 주냐?! 어? 그게 네꺼야?! 어? 네꺼냐고!!"


"어, 짝꿍아... 딸기우유 갖고 그렇게 흥분할 일이야?"


"딸기우유 갖고?! 야, 그거 찾을려고 나 옆동네 마트까지 다녀왔거든? 네가 가줄래? 네가 사올래?"




"응, 사올게. 우리 집 앞에 저거 엄청 많이 팔아."



어, 살짝 솔깃했다. ooo, 너 똑바로 말해봐. 지금 화 다 풀렸지? 변백현이 고작 딸기우유 하나 사준다고 너 좀 전에 부렸던 가오는 다 어디갔어? 아, 몰라... 지금 딸기우유가 중요하지, 뭐가 더 중요해? 씨발, 딸기우유라니... 너무 설렌다. 2개 사달라고 해야지. 



"아... ooo, 나 피곤해..."


"어, 씨발."



딸기우유 생각에 행복에 빠지려고 하던 참에, 갑자기 묵직한 게 내 뒤로 지나가더니, 내 등 뒤로 달라 붙었다. 이런 묵직한 스킨쉽(?)이 익숙해서 그런가,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있는데, 옆에 있는 변백현이 오히려 난리였다. 물론 변백현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예상을 해도 너무 시끄러워서 그런가. 귀가 따가운 건 변함이 없었다. 



"야, 너 뭔데 짝꿍 등에 딱 달라붙어있어! 나도 못 붙어있는데?"


"얘 원래 이래. 오세훈, 너 학교 안 가? 이 자식이 우리보다 학교도 멀면서, 학교 생활 똑바로 안 하네. 경리한테 다 말해버린다?"


"아... 깜짝 놀랐어. 무슨 그렇게 예쁜 애가 술이 쭉쭉 들어가냐?"


"친구야, 박경리 원래 알챔이라니깐. 알코올 챔피언. 앞으로 기억해둬."



아무래도 오세훈은 경리가 알챔인 걸 몰랐는 모양이다. 아, 만약에 알았다면 당연히 같이 술을 마시거나 그런 일이 없었겠지만. 뭐, 지금이라도 알면 된 거 아닌가? 나는 지금 묵직한 오세훈이 내 등 뒤에 붙어있다는 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떨어지라는 식으로 몸을 몇 번 흔드니, 오세훈이 떨어져 나가서는 오빠 옆에 앉아서 오늘 아침 특별 메뉴인 북어국을 꼴깍 꼴깍 마셨다. 


간신히 시끌벅적한 식탁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교복을 입으려 내 방에 들어와서 휴대폰을 슬쩍 켜봤는데, 무슨 박찬열한테서 연락이 적어도 100개는 와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 새끼는 아침부터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전화를 했담. 정말 부담스러워서 쥐구멍에서 집을 지어서 평생 살고 싶은 정도였다. 정말 전화를 내가 걸어 주는 게 싫었지만, 이렇게 많이 와있는 걸 보니 예의로 걸어줘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전화를 걸었다. 진지하게 2초가 지나지 않아서 박찬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짝꿍아, 너 지금 어디야?"


"집이지."


-"아, 집 맞지? 난 또... 변백현이 계속 지랑 너랑 같이 있다고 그러잖아. 아침으로 북어국도 같이 먹었다고 하는데, 걔가 아침부터 소설 쓰는 거 맞지? 아무리 생각해도 변백현 걔는 진짜 이상하다니깐. 안 그래?"


"변백현 어제 우리집에서 자고 갔어. 그래서 아침도 같이 먹었는데, 근데 나도 걔 우리집에서 재우는 거 정말 싫었는데, 어쩔 수 없는,"


-"뭐?! 재웠다고? 단둘이 잔 거야? 같은 방에서?!"


"너 아침부터 야설 쓰냐!? 각자 방에서 잤다, 왜! 그리고 변백현 우리 오빠랑 잤거든? 야설 들을 시간 없으니깐 끊어, 씨발!"



어쩜 이렇게 전화 건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박찬열 얘도 정말 재주가 끝내주는 것 같다. 사람 정내미 떨어지게 하는 재주. 거의 변백현과 같은 수준 같다. 두 사람 중에 누가 정내미 털기로 우승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둘이서 붙으면 막상막하라서 결과가 안 나올 것 같았다. 


아, 내가 이런 쓸데없는 잡 생각을 할 시간이 없지. 재빨리 교복을 입고, 변백현과 오세훈은 깔끔히 무시한 채, 몰래 오빠한테 가서 오빠한테만 들릴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 혼자 등교하려고 하니, 정말 평화로운게 마음에 들었다. 항상 옆에 딜러리들이 붙어있었는데, 항상 이렇게 혼자 등교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짝꿍아, 변백현은 왜 너희 집에서 자고 간 거야? 나는 왜 안 불렀어?"


"아나, 넌 또 어디서 나타난 거냐!?"


"응? 열이 궁금해용."


"아... 말해줄테니깐 제발 얼굴 좀 치워주세용..."



박찬열 얘는 또 어디서 나타난 건지, 아니면 한참 전부터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는 건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의 평화로움은 다 깨져버렸다. 그래,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면 죽는다고 하는데, 박찬열 혹시 죽는 건가, 싶어서 마음 속으로 조금이나마 기대를 했지만, 역시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 다는 말이 정확했다. 



"어제 너랑 헤어지고 변백현이랑 같이 집가고 있었는데, 오세훈이 우리집 앞에서 술 취해 있었잖아. 그래서 걔 데려다주기 귀찮아서 집에서 재울려고 했는데 변백현이 따라왔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내 방에서 혼자 잤다. 여기서 태클 더 걸면 너 쓰고 있는 마스크 다 찢어서 불태워 버릴테니깐 말 절대 시키지 마."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협박의 신 같다. 절대로 이런 게 컨셉은 아니었는데, 박찬열과 변백현이 주위에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 컨셉을 밀고 가는 듯 하다. 아, 혜리 보고 싶다. 남자 소개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데, 대신 혜리 맨날 보고 싶다. 혜리만 보면 이런 스트레스 쯤 금방 사라질 텐데. 우리 혜리는 남자만 안 밝히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 





***





"나랑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응, 완전 천생연분 호떡 같아. 한 번만 받아봐. 후회 안 할 걸?"


"짝꿍아, 만약에 나 후회하면 네가 책임져 줄래?"




"...되게 원하는 거 많네, 박찬열이."



아무리 생각해도 혜리의 짝은 박찬열 밖에 없는 것 같아서 오늘도 내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박찬열에게 매달리기' 를 시도 중이다. 아니, 나 같으면 이정도 말했으면 받는다고 할 텐데. 얘는 돈이라도 받았나, 왜 이렇게 굳건한 거야? 이렇게 책임져 줄래? 하는 이상한 멘트까지 하는 거 보니깐, 정말 또라이 혜리랑 잘 맞을 것 같다. 



"응, 받을게. 짝꿍이 이렇게나 부탁하는데, 내가 또 들어줘야지."


"와, 몰랐는데 너 되게 천사네."



빈말 하나 해줬는데, 좋다고 또 실실 웃는다. 그래, 나도 기분이 참 좋다. 전학 오기 전부터 혜리의 소원을 이제야 이뤄주다니. 이제 두 사람이 사귀어서 결혼할 일만 남았네. 서로 주위에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 안 주고 얼른 결혼했으면 좋겠다. 두 사람 만큼 어울리는 천생연분도 세상에 존재하기가 힘들텐데 말이다. 





***





이혜리와 박찬열의 만남은, 미리 결과부터 말하자면 정말 '상또라이의 집합체' 가 되었다. 차라리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말 걸. 커플은 커녕, 완전 서로 불알친구가 다 되었다. 심지어 내가 모르는 얘기도 두 사람끼리 얘기를 하고 있고, 거의 이건 말로만 사귀는 게 아니지, 맨날 맨날 만나서 노는 걸 보니 거의 사귀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은데... 문제는,



"씨발, 네 얼굴 보면 친구가 있는 게 참 신기하다. 너 학교에서 왕따지?"




"야, 꺼져. 나 친구 있거든? 너는 외계인 같이 생겨서 학교 옥상에 UFO 착륙 안 해? 너 잡아가야지."



서로 정말 잘 깐다. 그래서 사귈 조짐이 보인다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물론 내 옆에 있던 떨거지 하나가 떨어져 나가서 정말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관심을 안 주느냐, 그것도 절대 아니다. 박찬열 얘는 정말 대단한 종족이었다. 저번에 변백현이 우리집에서 잤던 걸 아직도 기억하고, 눈 마주칠 때마다 그 얘기를 하곤 한다.



"야, 박찬열. 너 혜리랑 언제 사겨?"


"나 까만 애는 여친으로 안 키우는데?"


"너 그거 인종차별. 우리 혜리가 좀 까맣긴 한데, 차별하면 안 되잖아."


"아, 맞다. 미안, 깜둥아. 너 인종차별 한 건 아니였는데."



학교가 끝나자마자 혜리랑 우리집 앞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박찬열 얘는 왜 우리 둘 사이에 끼여서 이러고 있는 지 1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이 상황 자체가. 물론 나도 지금 혜리를 까면서 되게 즐거워 하고는 있지만. 내 말의 요점은 그게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