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13

큥큥 뛰어다녀 2017. 7. 8. 11:44



홍일점













절대로 다른 이유는 없고, 단지 경수가 같이 놀자고 했기 때문에 이 집에 있는 거다. 결국 오빠도 같이 나와서 원으로 빙 둘러 앉아서는 경수랑 다른 시끄러운 애들이 사온 맛난 걸 먹는데, 나는 뭐 딱히 할 말도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얘네는 무슨, 만나기만 하면 말이 끝도 없네, 저 박찬열이랑 변백현 말이야.



"짝꿍아, 너 새로 오신 체육 쌤 봤어?"


"아니? 새로 오셨어?"


"응, 근데 완전 꽃미남이라고 여자 애들이 그러던데. 나도 못 봤어."


"야, 우리 학교에 김종인 형 왔잖아. 너희 몰랐냐?"



뭐? 민석 오빠? 뭐라고?! 김종인? 아니, 잠시만... 내가 지금 들은 거, 잘못 들은 거 맞지? 김종인이라고? 그래, 동일인물이겠지. 왜 갑자기 그 사람이 생각나가지고. 하하하, ooo. 진정해. 왜 이러는 거야? 평소 답지 않게(?)




"와, 야 너 좋겠네. 너 종인이 형 좋아하잖아."


"엥? 짝꿍, 네가 종인이 형 어떻게 알아?"


"아...? 사촌 오빤데?"



그래, 지금 얘기하고 있는 김종인이라는 이 사람은, 나의 사촌 오빠다. 우리 오빠 말대로 좋아한 건 맞는데, 절대로 남자로써, 이성으로써 좋아한 건 아니고! 물론 어렸을 때 운동을 좋아한 건 알고 있었는데, 요새 통 만날 기회가 없어서 뭔 일을 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근데 우리 학교 체육 선생이 돼서 올 줄이야... 당연히 상상도 못 했다. 





***





"너 치마 내려와."




"네?"


"빤스 색깔 다 보이네. 열정적인 레드."


"...열정적인 레드 아닌데요. 왜 남의 빤스 색을 레드로 만들어 버린데?"


"그럼 내가 네 빤스 색깔 안 정하게 늘려오던가. 아니면 너 퇴학."



주말에 그 일이 있고, 월요일에 모든 걸 다 까먹고 학교에 갔는데 교문에서 한번도 걸리지 않아본 치마가 걸려서 잔뜩 빡쳐 있었는데, 나는 정말 시간이 멈춰버린 줄 알았다. 소문인가, 생각했는데 정말로 우리 학교에 종인 오빠가 있었다. 그리고 남들 다 지나가는데, 빤스가 열정적인 레드라니?! 이새끼가 지금 나랑 장난하나!




"근데 저 치마 한번도 줄여본 적 없는데요?"


"붙여오던가."



아, 씨발. 평소 같았으면 욕이라도 한마디 해주겠는데, 선생이라는 직위로 온 탓에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난 또 강전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싫었기 때문에. 나중에 교문 밖을 나서면, 제일 먼저 이 인간한테 욕을 한 바가지 해주리라 다짐을 하고서, 대충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교실로 들어왔다.



"짝꿍아, 너 아까 교문에서 종인이 형이랑 얘기하던데."


"응, 아침부터 시비 걸잖아. 근데 너 오빠 앞에서 형이라고 부를 거야? 난 쌤이라는 호칭이 생각나지도 않네."


"하긴, 넌 사촌이니까. 와, 근데 놀랍다. 사촌이라니."



체육 시간은 그렇게 많이 든 게 아니여서 만날 일은 별로 없겠다, 싶었는데 어떻게 이런 개 같은... 갑자기 1교시가 떡하니 체육으로 바뀌고 말았다. 아침부터 체육복을 입고 잔뜩 짜증을 부리며 운동장으로 나가는데, 무슨 오늘 같은 날에 수행평가를 한데? 하나 같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5분 후에 시작하겠다며 개인 별로 몸을 풀라고 하는데, 갑자기 오빠가 다가와서 기겁할 뻔 했다.



"돼지야, 아침에 내가 그런 말 해서 삐졌어?"


"네."




"어, 둘만 있을 때는 쌤 취급 안 해줘도 되는데? 들어보니까 너 강전 당했다매? 돼지가 담배도 피고 말이야."


"요즘 안 피거든? 그리고 오빠한테 배운 거야. 그나저나 오빠는 왜 우리 학교로 왔데?"


"나도 올 생각 없었는데, 걸렸어."



근데 이 오빠는 아직도 날 돼지라고 부르잖아? 어렸을 때 그대로구만. 너무 오랫동안 얘기를 하면 다른 애들한테 들키기라도 할까봐, 대충 끝내고 나는 몸을 풀었다. 오랫동안 수행평가 하기는 싫어서 빨리 끝내는 뜀틀을 한다고 하더라. ...그래, 역시 오빠답네. 이래야 김종인이지.



"짝꿍아, 너 조심해서 뛰어. 저번에 체육대회 때 다쳤었잖아."


"그거 다친 지가 언젠데, 나 괜찮거든?"



하긴, 그때 보건쌤께서 발목이 약해져 있을 수도 있으니깐 한달 정도는 발목 조심하고 다니라고 하셨는데. 한달은 안 지났지만, 뭐 멀쩡하겠지, 싶어서 내 이름이 불리고 기준선 앞에 다가가 섰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마자, 전속력으로 뛰고 아주 멋있게 점프를 했는데, 어디선가 철푸덕 소리가 들려왔다. 앗, 나한테서 나는 소리였구나. 철푸덕 소리가.



"으으... 아파."



하필 넘어져도 발목 쪽으로 넘어지다니, 나도 정말 대단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박찬열 얘기를 좀 더 귀담아서 들을 걸. 사실 주위에서 괜찮냐고 다들 물어왔지만, 대답할 여유가 없어서 인상을 찌푸리고, 누구 등인지도 모른 채 보건실로 냅다 운송되었다. 아, 이 등짝은 종인 오빠 등짝이었구나. 아아, 종인 쌤, 종인 쌤. 



"심한 건 아닌 것 같아. 지금 발목이 많이 놀라있는 상태니까, 최대한 찜질하면 괜찮아지겠어. 너 저번에 다친 쪽 아니야?"


"네... 맞아요."


"조심 좀 하지. 선생님이 한달 정도는 조심하라고 한 거 기억하지?"



난 당연히 보건쌤이 잊어버렸을 줄 알았는데 기억하시는군? 그게 문제가 아니지, 그럼 내 뜀틀 수행평가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를 업고 뛰어서 그런지 숨이 가빠보이는 종인쌤을 뚫어져라 바라보니까, 이제와서 달려와 괜찮냐 부터 시작해서 조심할 줄 모르냐, 제 정신이냐, 눈을 뜨고 다니냐, 하는 폭풍 잔소리까지 주절주절 나왔다. 아니, 이 사람이?



"아, 쌤! 천천히 말해요! 누가보면 나 죽는 줄 알겠어!"


"...괜찮냐고."


"괜찮아요. 찜질하면 괜찮아지겠다고 하셨잖아요!"



종인쌤이 땅이 꺼지라 한숨을 푹 쉬더니, 나를 힐끔 바라봤다. 뭘 봐. 말은 이렇게 했지만, 순간 눈이 마주친 것 때문에 쫄아버린 나는 바로 눈을 피했다고 한다... 아니, 근데 이 쌤은 왜 이렇게 보는 거야, 무섭게 시리...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인 쌤은 내려다 보다가도 날 냅다 안아버렸다. 물론 나는 종인쌤이 이러는 게 적응이 돼서 괜찮았지만, 아니... 저기요? 옆에 사람들은 안 보이나 봐여...



"아, 쌤...? 뭐하시는 거예요! 으, 숨 막혀요!"


"걱정했어..."





***





사실 조퇴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무리하면 발모가지 나간다는 종인 쌤의 어마무시한 충고를 듣고 조퇴증을 끊어 집으로 룰루랄라 띵까띵까 걸어가는 중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발목이 아프지도 않고 멀쩡한 것 같았다. (또 다시 잊어버린 보건쌤의 충고) 생각보다 너무 멀쩡하길래 그냥 조퇴를 안하겠다고 했지만, 무조건 하라고 나를 말리는 변백현과 박찬열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아까부터 지잉, 지잉 울려대는 휴대폰을 체육복 주머니에서 꺼내 확인해보니, '박찬열' 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 내 돼지! 싸돌아 다니다가 걸리는 즉시 죽여버릴 테니까 집에 꼭 붙어있어라. 밤에 보러간다 ㅡㅡ ]



"돼지? 박찬열이 언제부터 날 돼지라고 불렀지."



물론 박찬열이 평소에 이렇게 나대는 말투로 문자를 보내긴 하지만, 뭔가 박찬열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한번 더 읽어보는데, 뭐야! 이거 종인쌤이잖아?! 이 쌤은 왜 학생 폰을 뺏어서 문자를 보낸데? 것도 수업 시간에! 그래도 날 걱정해서 그런 거니, 한번만 이해해주자, 싶어서 간단하게 'ㅇㅋ♥' 하고 하트까지 장착해서 답장을 보내줬다. 


집에 오자마자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는 오빠에게 왜 학교를 안 갔냐고 하니까, 체육 시간에 발목 삐었다면서 붕대를 칭칭 감은 발목을 보여줬다. 헐, 뭐야 이 사람? 깜짝 놀라서 나도 다쳤다면서 붕대를 감은 발목을 보여주니, 오빠는 하고 있던 휴대폰 게임도 놓친 채, 나와 똑같이 깜짝 놀랐다. 이게 바로 남매의 운명인 건가?



"와, 근데 진짜 종인이 형이 너희 학교에 가다니. 너 다친 거 보고 뭐라 안 하더냐?"


"완전 걱정하던데. 아, 근데 아직도 나 돼지라고 불러. 학교에서 계속 돼지 소리 들었다니까?"


"음, 그건 맞는 말이여서 딱히 반박을 못 하겠는 걸?"


"...꺼져! 아, 그리고 나중에 밤에 놀러온데. 아싸, 쌤한테 치킨 사달라고 해야지."



어느 새 적응이 되어버린 '쌤' 이라는 호칭에, 오빠는 꽤나 놀란 모양인지 벌써 쌤이라고 부르는 거냐며, 웃어댔다. 도대체 뭐가 웃긴 거지? 쌤한테 쌤이라고 부르는 건데 말이야. 처음에는 사촌 오빠랑 같이 학교에 다니면 별로 안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뭐 딱히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오늘 같이 날 걱정해주는 일 투성이라면 말이야... 빨리 치킨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