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14

큥큥 뛰어다녀 2017. 8. 1. 21:25



홍일점













"제발 형이 학교에서 잘 다뤄줘. 저게 요즘 살맛 나서 맨날 나대면서 산다니까?"


"너도 똑같아, 인마. 그리고 왜 너 혼자 닭다리 다 쳐먹냐? oo 좀 줘."



이런 깜놀. 저녁 시간이 돼서 종인쌤이 진짜로 내가 말한대로 치킨을 사들고 왔는데, 정말 날개 없는 천사로 보였다. 거기에다가 닭다리를 혼자서 다 헤치우려고 하는 오빠를 물리쳐주고 나한테 닭다리를 쥐어주었다. 완전... 이 정도면 그냥 남편감 아니야? 아침까지만 해도, 교문 밖을 나서면 바로 욕부터 해주겠다, 했는데... 이미 그 생각은 치킨과 함께 소화된 지 오래였다. 



"형, 근데 나도 발목 다쳤어. 왜 나는 걱정 안해준데?"


"넌 여친 있잖아."


"어? 쌤 현아 언니 알아?"


"아니, 쟤 맨날 페북에 올리잖아. 꼴 사나워 죽겠네. 공부나 해, 이 자식아. 그리고 너는 쌤이라고 부르면서 왜 반말해."


"형 나 싫어하지?"




"쌤 나 싫어하지?"


"싫어하기는, 얼마나 사랑하는데."



아, 그러고보니 존댓말이 안 나오네. 그나저나, 종인쌤도 페북을 하는 구나. 나는 그런 거 시간 낭비라 생각하고 전혀 안 하는데. 근데 생각해 보니까 오빠 좀 불쌍한 듯. 나랑 똑같이 다쳤는데 닭다리도 하나 밖에 못 먹고... 내가 다음에 하나 사줘야겠다. 물론 몇 분 후면 까먹겠지만. 





***





아까 전부터 혜리의 시끄러운 목소리들을 듣느라고 내 '귀' 님께서는 고생 중이시다. 아니, 종인쌤이 스엠고가 아니라 홍점고로 갔다는 게 그렇게 슬픈 건가... 사실 혜리의 전형적인 이상형이 딱 종인쌤과 같았기에 이해는 한다. 혜리야, 네가 이렇게 부러워 할 줄은 몰랐다... 안타까워...




"아... 종인 오빠. 부럽다."


"넌 아직도 쌤 좋아하는 구나... 신기하네."


"쌤이라니, 벌써 호칭 정리 했냐? 휴... 야, 근데 오세훈 요즘 그 여자 애랑 잘 돼가냐? 맨날 만나러 다니던데, 조만간 사귀는 거 아니야? 오세훈 같은 애랑 사귀다니... 걔도 참 불쌍해."



혜리야, 너도 지금 참 불쌍해. 종인쌤한테 이렇게 메달리는 모습을 보니까. 사실 종인쌤과 오빠가 연합을 이뤄서 보충을 한번이라도 빼면 죽여버리겠다고들 하던데,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첫날부터 나는 혜리와 만나기 위해서 보충 땡땡이를 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뒷일들을 생각하면 두렵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딱히 생각하지 않는 나로써는 이런 소소한 반항이 참 꿀잼이다.


사실, 종인쌤 몰래 보충 땡땡이를 한게 한두번이 아니긴 하다. 어제는 정말로, 진심을 다해서 뺄 마음이 없었는데, 경리가 하~도 오세훈에 대해서 중대한 할 말이 있다면서 고민을 털어놓는데, 이상하게 별 얘기 같지 않아서 고민 같지도 않았다. 이런 말을 경리가 들으면 나는 능지처참 당하겠지?



"이거 세훈이한테는 비밀이고... 근데 세훈이가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게 느껴지지 않아? 나는 처음에 친구로 생각했는데, 애가 가면 갈수록 좋아한다는 게 티가 팍팍 나더라고, 생긴 거랑 달리 정말 애기 같긴 하던데, 너무 귀여운 거 있지?"


"...음, 결론은 뭐지?"


"아, 결론? 나 세훈이랑 잘해볼까?"


"...우리 세훈이 상처 받는 거 싫어해. 잘 부탁한다."



경리나 세훈이나 둘 다 내가 아끼는 친구들이고, 착한 애들이니까 잘 사귈 거라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난 사귀는 것을 그렇게 찬성하지는 않는다. 혹시나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되면 어떡해. 그럼 두 사람은 예전처럼 못 지내는 거고, ?나도 걔네들과 편한 사이로 지낼 수는 없을 거 아냐? 간만에 진지한 생각이라도 좀 해볼까, 했는데 카페 밖으로 나오자마자 능지처참이 되어버렸다. 




"야, 너 딱 걸렸어. 너 또 보충 땡땡이 했다면서?"


"헐, 어이없네! 그러는 오빠는? 오빠도 땡땡이치고 나 잡으러 온 거잖아. 도찐개찐이네, 그리고 난 잠시 외출이거든. 다시 학교 갈 거야! 시비 걸러 온 거면 그냥 꺼져."



그새 오빠한테 보충 땡땡이 한 걸 바로 들켜버리다니,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쉽게 걸릴 리가 없었다. 내가 나올 때 얼마나 조심스럽게 나오는데? 내 주위에 스파이가 있음에 확신을 한다. 결국 난 오빠에게 쌍빅엿을 날려주고, 그대로 학교로 웰컴백 하였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종인쌤한테는 걸리지 않아서 되게 여유롭게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위에 뭔가 묵직한게 느껴지더니, 짝꿍아- 하는 자연스러운 사운드도 들려왔다. 



"아, 넌 무슨 매미도 아니고 하루종일 매달려, 애새끼가."


"짝꿍아, 너 없는 동안 내가 특급소식을 들었어. 놀라지 말고 들어."



특급소식? 도대체 그 특급소식이라는 게 뭐길래 이새끼는 나한테 매달린 채로 말하는 거지? 별 것도 아니면 바로 사망 시켜 버려야겠다, 생각했는데, 우리 수학여행 가! 하는 박찬열 목소리가 들렸다. 수학여행?!



"이 더워 죽겠는 날씨에 수학여행?!"




"응, 더 더워지기 전에 간데."



더 더워지기 전에 간다고? 그러면 애초에 여름 끝나고 가면 안 되는 건가? 학교야, 그렇게 생각이란 걸 못해? ...하지만, 마지막 수학여행인데 기대되긴 기대가 되더라. 역시나 수학여행 장소는 흔하디 흔한 제주도였다. 설마 한라산이라도 올라가는 건가, 하고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우리학교는 체육 입시학교가 분명했다. 2학년 전원을 백록담으로 올려보내다니, 정말 리스펙트 한다. 



"짝꿍아, 너 등산 좋아해?"


"어느 미친 놈이 등산을 좋아하겠냐. 그러는 너는 등산 잘해?"


"당연하지, 이 오빠만 믿고 따라와. 오빠가 백록담 물 마시게 해줄게."


"그거 쳐마시다가 뒤질 일 있어? 너 혼자 쳐마셔."





***





다행이게도 수학여행을 가는 6월 중순은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았다. 최상의 날씨군. 거기에다가 우리반은 추첨에서 오후표가 걸려서 아침부터 공항에 나오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여유롭게 룰루랄라 준비를 하고 공항에 도착해, 누가 왔나 공항을 스캔하는데 내 바로 뒷쪽에서 침 넘어가는 향기가 느껴졌다. 본능(?)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뒤로 훽- 돌았는데, 어! 도너츠다!



"짝꿍 너 밥 안 먹고 왔을까봐, 사왔어. 나 잘했지?"


"웬일로 멋있는 짓 좀 했네, 땡큐."



꺄, 도너츠 행복하다! 어렸을 적에는 몇번 비행기를 타봤는데 사실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는다. 오래만에 타는 덕분에 비행기 타려고 하는게 얼마나 설레던지.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티가 났는 모양이었다. 거기에다가 비행기표에서 자리를 확인하는데, 자리가 왜 이따구지? 왜 다른반인 변백현이 내 옆자리가 걸렸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나보다 이 사실을 더 싫어하는 이가 있었으니, 역시나 박찬열이었다. 박찬열의 옆자리는 아주 환상적이게 경리였다. 역시 두 사람은 쌍둥이 답게 천생연분이구나?



"짝꿍아, 나랑 자리 바꿀래? 밖에 봐!"


"...됐거든, 너나 실컷 봐."


"보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닥쳐."



내 자리는 중간이고 변백현은 창가자리였는데, 비행기에 타 변백현과 얘기를 하는 중간 중간에, 슬쩍 창가쪽을 바라보았다. 변백현 이자식이 은근히 눈치는 빠른 모양인지, 자리를 비켜주겠다고 하는데... 아, 이새끼야 당연히 앉아야지. 그까짓 자존심이 뭐라고...


결국 제주도에 다와가는 시점이 되어서야 우리 둘은 자리를 바꿨다. 승무원 언니에게 걸리지 않도록 바꾸는데 얼마나 간이 쫄리던지. 마지막이 되어서야 나는, 변백현을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창가에서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제주 공항에 내리자마자 언제 여기로 왔는지, 어느 새 내 옆에 있는 경리는 사진 작가로 빙의해 자꾸만 포즈를 취하라고 하질 않나, 1-2번은 신나서 나도 포즈를 취해줬지만 계속해서, 김치! 하는 소리에 나는 노이로제가 걸릴 것만 같았다. 그건 나 뿐만 아니라, 박찬열과 변백현, 경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싫어! 왜!"


"어쩌라고! 내가 경수랑 앉을 거야!"


"아, 그냥 나랑 앉아! 도경수 친구 많거든? 네가 굳이 안 놀아줘도 돼."


"놀아주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이 앉고 싶다고! 그리고 너 멀미한다면서, 나 뒷자리 앉을 거거든?"


"멀미 안 심하거든. 그냥 나랑 앉아!"



고작 10분 이동하기 위해 타는 버스 자리 때문에 나랑 박찬열은 거의 몇 분째 말싸움질인지 모르겠다. 옆에 있는 경수는 쪽팔리는 건지 우리와 더이상 아는 척을 하지 않고 혼자 버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걸 먼저 발견한 내가 경수를 뒷따라 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안돼, 박찬열이랑 앉을 순 없지...



"oo야, 다음에 버스 탈 때 나랑 같이 타자. 지금은 찬열이랑 같이 타줘, 내 부탁이야..."




"...응? ...경수 너 나랑 앉기 싫은가 보구나...?"


"어? 아니야, 너랑 앉는 건 진짜 좋은데... 박찬열 보다는 너가 더 잘 참아줄 것 같아서 그런 거야. 내 마음 알지?"



그럼 그럼, 당연히 네 마음 알지, 경수야! 난 역시 너 뿐이야. 우리 경수는 어쩜 말도 저렇게 멋있게 할까? 결국 나는 경수의 부탁대로 박찬열과 같이 앉게 되었다. 세상에, 내 성격이 얼마나 착해졌던지, 심지어 박찬열 멀미를 배려해서 앞자리까지 와서 앉아주었다. 박찬열 감동해서 우는 거 아니야? 



"짝꿍아, 너 경수 좋아하지."


"완전 좋아하지. 이제 알았어?"


"경수가 사귀자고 하면 사귈 거야?"


"음... 생각해보고. 근데 경수 같이 멋진 애가 나 같은 애를 좋아해줄까?"


"아, 장난치지 말고!"


"장난 아닌데?"



이자식은 지금 내 마음을 장난으로 알고 있는 거야?! 3월부터 내 마음을 얼마나 잘 보여줬는데 이제와서 장난이래, 미친놈. 그나저나 10분은 커녕, 거의 30분째 버스를 타고 있는데 평소에는 전혀 멀미를 하지 않는 내가 이상하게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혹시 멀미도 옮는 건가? 옆에 있는 박찬열이 계속 괜찮냐면서 물어왔지만, 괜찮다고 할 힘조차 없었다. 아, 잠이나 자야겠다... 시발, 이러다가 나 제주도에서 놀기도 전에 죽는 거 아냐? 



"oo야, 괜찮아?"


"...어?!"



어, 이게 뭐지, 시발? 난 분명 눈을 감았을 때만 해도 버스 안에서 역겨운 박찬열의 얼굴을 보면서 있었는데. 어느 새 눈을 떠보니 내 앞에는 스윗한 경수만 있고, 방해되는 박찬열의 얼굴은 곱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여기는 밖도 아니고 실내였다. 



"너 버스에서 깨워도 계속 안 일어나길래 너는 체험 안 하고 숙소로 데리고 가라고 해서, 내가 데려왔어. 이제 좀 괜찮아?"


"응? 아... 응, 멀쩡해. 근데 경수 너가 데리고 오다니, 박찬열이 그냥 냅뒀어?"


"아니... 선생님이랑 내가 말렸지. 박찬열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하긴... 경수야, 완전 탁월한 선택이었어. 경수랑 이렇게 단둘이 있는 건가 싶어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진 않았지만, 그래도 귀여운 경수 얼굴을 계속 보니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졌다. 경수가 놀라게 뽀뽀나 해볼까, 하고 미친 생각을 하다가 결국 상황파악을 하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고개를 저음과 동시에 쾅쾅쾅! 하는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나도 모르게, 억! 하고 이상한 아저씨 같은 소리를 내버렸다. 씨발, 누구야! 경수랑 스윗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oo야!!! 괜찮아?!"


"...엥, 이혜리? 오세훈?"


"너 기절했다면서! 죽을병 걸린 거야!? 갑자기 왜 기절해!"



응, 저기요? 누가 내가 기절했다고 헛소문을 퍼뜨렸는 거죠? ...그래, 안 봐도 비디오다. 당연히 박 모씨겠지. 그나저나 혜리랑 세훈이가 왜 여기있는 거지? 혹시 얘네도 수학여행?! 근데 왜 나한테 말도 안하고?



"너네 나한테만 비밀로 하고 수학여행 왔냐? 진짜 너무했다!"


"헤헷, 너 놀래켜줄려고. 근데 너 생전 안하는 멀미를 다 하고, 웬일이래?"


"몰라... 혹시 멀미도 옮는 거야?"


"멀미? 아, 멀미 심한 사람 옆에 있으면 옮는 거 아니야?"




"아, 그렇지!? 그래, 씨발, 내가 갑자기 멀미를 할 리가 없지. 이게 다 박찬열 때문이야!"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멀미를 옮긴다는 건 말도 안되는 개소리였다. 혜리야, 넌 역시 내 베프야. 우린 역시 천생연분인 것 같다. 평생 떨어지지 말자. 잠시동안 쌍욕을 한 박찬열한테 사과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