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Daily Love (中)

[변백현 빙의글] Daily Love 01

큥큥 뛰어다녀 2017. 8. 31. 18:20



Daily Love







01. 약속

#. 대부분의 약속은 확실히 지켜지지 않는다. 







"어쩜, 너는 선생이 딱 맞나보네. 옷빨이 너무 잘 받잖아, 얘."


"아... 엄마, 나 빨리 출근해야하거든."


"어, 그래 그래. 첫 출근 화이팅 하고, 조심해서 가."



나는 이 기적같은 일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내가 선생이 될 날이 오다니. 고등학교 시절 때 까지만 해도, 나는 교사라는 직업에 전혀, 1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성적을 맞춰서 사범대에 원서를 썼다가 이렇게 봉변을 당해버렸지. 임용고시까지 운이 좋아서 한번에 붙어버리고. 당연히 우리 엄마는 좋아하셨다. 아무래도 공무원이니까. 하지만 난 이게 그렇게 좋은 건가, 싶기도 했다. 원래 내 목표는 이과여서 공대를 가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목표였지. 근데 지금 와서 바꿀 수 있나, 이 일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뭐.


학교가 집이랑 가까운게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나는 학교 다닐 때도 집 가까운게 최고라면서 집 근처의 학교들만 추구했었는데, 오늘 일들이 잘 풀릴 모양인지 첫 스타트 부터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나는 이 생각을 접어야 했다. 




"저기요, 예쁜 누나... 저 전화 한통만 빌려도 돼요? 지갑이 없어져서... 혹시 집에 있나 하고."


"어? 아, 지갑 없어졌어? 응, 내꺼 빌려줄게."



음, 고등학생? 혹시 내가 갈 학교 다니는 학생인가? 무시해봤자 딱히 좋을 건 없을 것 같아서 흔쾌히 내 휴대폰을 빌려줬다. 남학생은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만, 안 받네요... 하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 손에 휴대폰을 쥐어주었다. 아, 왜 이렇게 불쌍해서는... 내 지갑까지 주고 싶게 생겼네. 물론 절대 그럴 건 아니지만. 



"누나, 출근하시는 길이예요?"




"어? 아, 맞아. 나 저기 학교 선생님이야."


"...선생님?! 저희 학교 선생님이라고요?!"





***





"야, 야! 너 달리기만 해라! 그대로 머리 박치기 해버릴 테니까!"


"하지도 못할 거면서! 그리고 너 그만 좀 쳐먹어, 무거워서 들지도 못하겠네."


"그러면 내려주면 되잖아, 병신아! 귀가 막혔냐?!"



아, 학교가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구석진 곳에 있어서 영 별로였다. 교무실이 어디있지, 하고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살피고 있었을까. 내 앞에서 남학생 하나와 여학생 하나가 이상한 자세로 서로를 죽일 듯 노려, 보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싸우고 있었다. 이상한 자세는 남학생 어깨 위에 여학생이 올라타서 서로 싸우고 있었지. 난 또 살다 살다 저렇게 싸우는 애들은 처음 보네. 


그냥 피해서 가자, 생각하는데 여학생이 처음에 말한대로, 이 여자애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남학생을 거꾸로 바라보고 씩 웃더니만 그대로 머리 박치기를 해버렸다. 난 또 무슨 쿵! 하는 소리에 지진이라도 난 줄 알고, 그대로 몸을 움츠리고 두 학생이 있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니, 무슨... 쟤네는 머리가 돌인가? 어디서 돌 깨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분명...



"야!! 넌 무슨 돌대가리냐? 머리가 무슨 돌보다 더 딱딱해!"


"그러니까 내려달라고 했잖아, 미친 놈아!"



그래, 너네들은 미친 놈들이 분명하구나... 그냥 이 자리에서 피하는게 산책이겠다, 싶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른 길로 가려고 몸을 돌렸는데, 선생님! 하는 목소리가 들려와 나도 모르게 다시 몸을 돌려버렸다. 아니, 이것아... 네가 언제부터 선생님 호칭에 예민했다고... 그냥 가면 될 것을...



"얘가 제 머리 깨버렸는데요, 혼 좀 내주세요, 쌤!"




"뭐? 야! 선생님, 얘가 먼저 저 들고서 안 내려줬어요, 얘가 먼저 잘못한 거예요! 혼낼 거면 같이 혼내주세요!"


"어...? 아니, 그러니까... 그래, 같이 교무실 가자... 근데 교무실이 어디야?"



일이 너무 잘 풀린다 싶었는데 역시나 내 착각이였다. 그래, 일이 잘 풀릴 리가 없지. 얘네가 얼마나 친화력이 좋던지, 교무실까지 가는 길에 이름도 다 알아버리고, 반까지 알아버리고, 사는 곳까지 알아버렸다. 역시 요즘 애들은 참 무섭다니까... 찬열이랑 예림이를 학생주임 선생님께 맡기고, 나는 내가 맡기로 한 2학년의 부장 선생님께 호출되어 내가 배정 받은 반까지 확인하였다. 



"이제 학기초라서 많이 바쁠 거예요. 그리고 oo쌤이 데려온 저 박찬열 학생은, oo쌤 반 학생이니깐 잘 돌봐주고. 관심이 필요한 애야, 좀 멍청하긴 하지만."


"아... 그렇구나. 알겠습니다."



관심 필요한 애들은 내가 잘 알지... 꼭 내가 학창시절 같이 지냈던 누구 누구가 떠오르던 찰나네. 우리반에는 어떤 학생들이 있을까, 싶어서 부장 선생님께 받은 2학년 학생 명렬을 살펴보았다. 



"아, oo쌤도 그렇고, 올해는 2학년에 젊은 쌤들이 많이 배정됐네? 그쵸, 백현쌤?"


"그러게요."



백현? 뭐라고? 백현?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래, '백현' 이라는 사람이 걔 하나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겠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명렬표를 다시 쭉 훑어보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내가 들고 있는 명렬표를 쏙 가져가 버렸다. 누군가 싶어서 고개를 올렸는데, 헐 너무 가까워 씨발...




"oo쌤 오랜만이네요?"





***





"아, 쌤이 백현쌤이랑 친구였구나... 되게 의외네요?"


"엉? 뭐가..."


"그냥, 모르겠어요. 쌤 되게 조신하게 놀았을 것 같은데, 백현쌤 엄청 잘 나가는 날라리였다면서요. 그거 맞아요?"


"날라리? 뭐... 맞기도 하고. 근데 나 별로 그때 생각은 안 하고 싶은 걸. 그나저나 너 수업 안 듣고 왜 계속 나 졸졸 따라와! 얼른 교실 들어가!"



찬열이 쟤 정말 부장 선생님 말씀대로 관심이 필요한 건 맞아보였다. 그나저나, 아니 첫직장에 와서 왜 하필 변백현이랑 마주치는 거냐고... 거기에다가 그자식은 3반 담임, 나는 4반 담임... 나란히 이게 뭐하는 짓이람. 그 약속을 한 지 몇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우리 둘은 정말 꼴좋게 약속을 서로 어기고 말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기로 약속을 했는데 말이야... 짜증나게시리.



"oo쌤, 1교시 수업 없나봐요?"




"...말 걸지 말아줄래요? 딱히 할 말씀도 없어보이는데, 그냥 조용히 있으시죠?"


"에이, 그래도 우리 오랜 만에 만났잖아요. 그리고 2학년 교무실에 우리 밖에 없고."



2학년 교무실로 배정을 받았는데, 자리도 정말 끝내줬다. 내가 제일 구석진 곳에 자리를 배정 받았는데, 그래 여기까지는 참 좋은데, 내 옆자리가 변백현 자리란게 정말 불만이었다. 아니, 물론 랜덤으로 결정해서 뭐라고 할 말도 없는데... 왜 하필 그 많은 선생님들 중에 변백현이냐고. 이자식이랑 1년동안 같은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는 게 정말 토가 쏠릴 뿐이다. 



"얼굴 좀 그만 들이대시죠?! 저는 백현쌤 정말 보기 싫었거든요. 우리 그냥 조용하게 1년 보내요, 네?"




"나는 오랜 만에 oo쌤 만나서 너무 좋은데."





***





"김종대, 너 표정이 왜그래?"


"아니... 내가 오늘 아침에 어떤 예쁜 누나 보고 번호 따고 싶어서 지갑 잃어버렸다 구라치고 폰 좀 빌려달라고 하면서 내 폰에 전화를 걸고 폰을 딱 주는데, 아니 우리 학교 선생이라고 하잖아! 근데 그 예쁜 누나가 우리 담임일 줄이야..."


"...너 담임한테 작업 걸었냐? 너도 진짜 가지가지한다... 나 같으면 쪽팔려서 얼굴 못 들고 다님."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한숨을 푹푹 쉬어대는 종대가 거슬리던 찬열은 특별히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생각 외로 정말 웃기는 일이었다. 거기에다가 종대 본인은 진지하게 말을 해서 얼마나 웃기던지. 이미 찬열에게서 게임 생각은 달아난지 오래였다. 



"근데 담임 있잖아, 백현쌤이랑 아는 사이 같더라? 그렇게 좋은 사이는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래? 야, 나중에 물어보자. 김예림도 알고 있어?"


"아니, 이거까지는 모를 걸. 걔 10반 됐다고 완전 좋아해."


"아, 종인쌤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