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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빙의글]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10

큥큥 뛰어다녀 2017. 9. 2. 21:45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부제、그 시절 내가 좋아한 남학생













문득 생각이 들었다. 변백현, 너는 날 한번이라도 생각한 적이 있을까, 하고. ooo 라는 아이를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하고. 만약에 있다면 어떤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하고. 나는 오늘도 네 생각에 하루가 전부 채워졌다. 어쩌면 너는 아무 것도 모르고, 나 혼자만의 꿈 같은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때, 나는 너라면 다 좋았다. 





***





"어, 하복입고 있네?"



물리 시간에 4층에 내려온 탓에 혹시나 너를 마주칠 수 있을까, 하고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교무실 앞에서 변백현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파란색 반팔이 하복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보였다. 하복을 입고 있길래 오늘은 하복 입은 애들을 유심히 많이 봐야지, 다짐했다. 


오늘도 따분한 물리 수업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과를 잘못 선택했지. 수학이나 과학을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이과에 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변백현 따라 문과나 갈걸. ...생각이 들자마자 나도 단단히 미쳤구나, 싶었다. 얼마나 좋아하면 과를 바꿀 생각까지 했을까, 천하의 ooo가 남자 하나 때문에 많이 달라졌다. 



"배드민턴 치기에는 너무 더운데... 우리 얼른 교실에 올라가자."



점심을 먹으면 운동장으로 내려오는게 버릇이 돼서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운동장으로 내려왔는데, 역시나 여름은 여름인지 너무 더웠다. 그러다가 나는 하복을 입은 변백현에게 눈이 절로 갔다. 더위도 싹 잊은 채 변백현을 향해 시선을 꽂고 있는데, 옆에 있는 슬기가 너무 더워보여서 어쩔 수 없이 반까지 올라갔다. 


7교시가 끝나고 슬기가 배고프다면서 매점에 가자고 하길래 오늘도 청소 땡땡이를 하고 우리 둘은 매점을 가기 위해 운동장으로 내려왔다. 주변에 하복 입은 애들이 안 보이길래 그냥 아무 생각없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매점을 향해 걸어가는데,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너무나도 가까이 지나가는 변백현 때문에 얼마나 당황을 했던지... 거기에다가 하복이 아닌 생활복을 입고 있어서 내가 너무 방심한 모양이었다. 내 이 모습을 보고 슬기가, 영화라도 찍냐? 하고 물어왔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아... 진짜 아까 식겁쳤다니깐, 오늘 하복 입은 애들만 계속 보다가 완전 깜짝 놀랐어."




"그래 그래, 너 답다. 아까 놀랄 때 네 표정 엄청 웃겼던 거 알아? 변백현도 그거 봤어야 했는데."


"야, 너 목소리가 크다?!"



석식 시간에는 좀 전에 매점 가던 길의 얘기를 반찬삼아, 또 변백현을 주제로 슬기와 얘기를 나눴다. 생각없이 밥을 너무 먹은 것 같아 또 운동장에 나왔는데, 낮과는 정반대로 저녁시간이 되니 날씨가 이상하게 쌀쌀했다. 완전한 여름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추워서 손으로 팔을 감싸면서 운동장을 돌고 있는데, 나와 반대쪽에 있는 골대 앞에서 변백현 실루엣이 살짝 보였다. 



"저거 쥐색 잠바, 변백현 아니야?"


"엉? 나 잘 안 보이는데... 뭐 변백현 빠순이가 맞다고 하면 맞겠지, 가까이 가서 볼래?"




"아니?! ...변백현 맞아, 쟤. 멀리서도 귀여움이 무진장 잘 보이거든."


"...꼴깝을 떤다, 너도 대단한 듯."



쥐색 잠바를 입고 축구하는 변백현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슬기랑 얘기를 하면서도 눈은 계속 그쪽을 향해 있었다. 무슨 행동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요상한 춤까지 추는데 내 눈으로 꼭 저장시켜놔야겠다. 마음 같아서는 동영상이라도 찍어놓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내가 너무 불쌍해보였다. 귀여운 행동을 하는 너를,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었다. 나는 정말 널 좋아하나보다. 



"너 시험 몇 개 맞췄냐?"




"재시는 아니지롱. 나 어차피 1개만 맞추면 통과야."


"헐, 1개라니. 야, 그건 개나 소나 다 맞추겠다."


"진짜? 야, 소가 못 맞추면 어쩔래? 내기할래?"



수학 시간에 쪽지시험을 본다고 살짝 늦게 마쳐서 슬기랑 평소보다 살짝 늦게 밥을 먹으러 왔다. 살짝 늦게 온 것 뿐인데 애들은 얼마나 많던지. 자리를 잡고 밥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딱 잡았는데, 그와 동시에 내 앞에 보이는, 활짝 웃고 있는 변백현 모습이 딱 보여서 나는 순간 이 급식실 공간의 시간이 멈춰버린 줄 알았다. 이런 말 하면 오바 같지만, 정말이었다! 


밥을 먹으려고 하자마자 딱 보여서 얼마나 소름이 돋았는데. 그리고 요즘따라 갑자기 변백현과 많이 마주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비록 변백현과 연락도 못하고, 인사도 못하게 됐지만... 내 주제에 뭘 더 바라겠어. 이정도라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





"으..."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낮에 살짝 열이 나는 것 같기도 했는데,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는 얼마나 튼튼한지, 심하게 아팠던 적이 손에 꼽힐 정도라서 이번에도 그냥 가볍게 지나가는 감기라고 생각했다. 근데 밤이 되니까 열이 얼마나 심하게 나던지. 주위에 친구들까지도 자기들의 담요를 나한테 다 덮어다주었다. 석식도 먹지 못하고 반에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야야, 괜찮아? 그냥 야자 하지말고 집에 일찍 들어가서 쉬지..."


"...괜찮아. 뭐 그렇게 심한 것도 아닌데."


"심한게 아니기는! 너 지금 머리에서 완전 용암이 끓는데? 아, 그나저나 야, 이거 대박이야. 아까 석식 먹고 운동장 돌고 있는데 흰색 폴더폰이 계속 보이는 거야. 몇바퀴 돌아도 계속 보이면 교무실에 가져다 줘야겠다, 해서 몇바퀴 돌고 다시 봤는데 아직도 있는 거야. 그러다가 학교 사진도 몇개 찍어놓고, 교무실 앞으로 들고 갔는데 그때 딱 1반 앞에서 김태형이랑 마주친 거야. 그래서 이거 주웠다고 보여주니깐, 변백현 보고 이거 니꺼 아니냐면서 묻는 거야. 보니깐 진짜 변백현 폰이더라?"



정말 후회가 됐다. 우연히 변백현 휴대폰을 주울 줄이야... 것도 내가 아파서 석식을 먹지 못한 날에. 차라리 아픈 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을 걸 그랬나보다. 하필 그 많은 애들 중에서 네 휴대폰이라니... 정말 웃긴다, 그치? 귀엽긴 너무 귀여웠다. 결국 변백현한테 찾아줬다고 하는데,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픈 것도 다 날아갈 텐데...




3학년으로 올라와서 첫 조퇴를 해봤다. 물론 정규 수업은 아니고 보충 때부터지만. 왠만하면 변백현 네가 학교에 있기 때문에 나도 계속 너를 따라서 학교에 있고 싶었다. 근데 선생님께 아프다고 말씀을 드리니깐 눈물이 터져 버려서... 나도 솔직히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파서 울어본 것도 처음이고, 이 눈물이 멈추지도 않았으니까. 눈물이 나오니깐 열도 더 나는 것 같았고...


그래서 결국 7교시 마치고 조퇴를 하러 가는데, 너무 울어서 눈도 제대로 안 떠지고 코는 다 막혀서 목소리는 이상하고... 비상시로 일회용 마스크를 들고 다니는게 정말 신의 한수였다. 



"엄마아... 흐, 나 너무 아파..."



교무실에서 엄마한테 전화를 하는데,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겨우 멈췄던 눈물이 또 나와버렸다. 근데 이럴 수가, 변백현이 딱 마침 그때 1반 담임 선생님이랑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들었을 진 모르겠는데, 뭔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지만 들었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내가 아픈 걸 변백현이 알아줬으면 싶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엘리베이터 타러가는 걸 따라가줬는데, 그 길에도 변백현과 마주쳤다. 그때 슬기가, oo야 아프지 마, 하고 말해줬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 말도 들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네가, 나라는 존재를 알고 있다면, 쉽게 알아채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