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Daily Love (中)

[변백현 빙의글] Daily Love 02

큥큥 뛰어다녀 2017. 9. 19. 17:26



Daily Love







02. 예전


#. 너와 내 사이는 우리 둘 만의 비밀.







변백현이랑 나는 태어날 때부터 친구였다. 어렸을 때부터 근처에는 얘 밖에 없어서 다른 친구들에게는 낯을 많이 가리곤 했는데, 이상하게 변백현은 정말 편했다. 그리고 이건 정말, 두번 다시 아무한테도 말 안하려고 했는데, 얘랑 나에게는 충격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게 뭐냐면, 우리 둘은 항상 뽀뽀를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심지어 볼도 아니고 입술. 하... 시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우리 둘은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엄마한테 이 짐을 떠넘기고 싶진 않지만, 모든 건 다 우리 엄마 때문이다. 어렸을 때 내가 뽀뽀뽀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나는 뽀뽀를 전도하는 뽀뽀파의 대장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척들에게도 뽀뽀를 정말 많이 하고 다녔는데, 어느 날 엄마가 변백현한테도 해보라며 나를 꼬셨다. 뽀뽀파의 대장으로써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변백현한테 뽀뽀를 했고, 그 날 이후로부터 사건이 시작되었다. 



"너 백현이랑 사귀는 거야?"



중학교 3학년이 돼서야 내가 먼저 심각성을 파악하고, 변백현이랑 사귀는 거냐며 묻는 친구한테, 어? 하고 당황스러운 대답을 내뱉었다. 그래서 이게 이상한 행동이구나, 하고 깨달은 것도 그때였다. 나는 당연히 변백현한테 이제 뽀뽀 안해, 하면서 지금 생각해도 웃긴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왜?"


"어?"



왜냐고? 아니... 왜? 하고 묻는 변백현의 물음을 듣자마자 나는 얼음처럼 굳어졌다. 아니, 이게 당연한게 아닌가? 변백현은 나와 반대로, 나랑 자신이 뽀뽀를 하는 행위를 오히려 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와는 달리 이제 꽤나 키 차이까지 많이나서 기분이 참 묘했다. 당연히 변백현을 좋아한다는 것은 죽어도 아니었지만. 




"해줘."


"뭘..."


"뽀뽀. 해달라고."



미친, 누가 뽀뽀해달라는 말을 이렇게 아련하게 하래? 나는 변백현의 불쌍한 표정 덕분에 금새 넘어가버렸고, 그대로 입술을 서로 맞췄을 때, 나는 키스를 당했다. 이때 당시만 해도, 물론 키 차이는 꽤 나긴 하지만 나는 변백현을 완전 애새끼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이런 애새끼가 나한테 키스를 하는데, 이제는 더이상 애새끼로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는 이때부터 변백현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중학교 3학년이 지나가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변백현과 나는 거의 반 웬수지간처럼 지내게 되었다. 애가 도대체 무슨 친구를 만났는지 놀기만 하고, 나랑 놀던 변백현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공부는 참 잘했단 말이지. 아무튼 그럴 때마다 내 속도 모르고 나에게 장난을 거는 변백현이 밉기만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느 여름 날에는,



"야, 무겁거든? 안 내려와?"


"싫으면~?"



내 자리가 에어컨이 하도 빵빵한 자리여서 나도 모르는 새에 냉방병에 걸려서 몸이 정말 안 좋았다. 근데 변백현까지 나한테 올라타서 괴롭히니까 정말 죽을 맛이었다. 내가 살면서 딱 한번 쓰러져 본 적이 있는데, 그 딱 한번이 바로 이때였다. 안 그래도 몸에는 열이 팔팔 끓고 있는데 화까지 내고 있어서 그대로 복도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쓰러지고 나서는 아무도 말을 안해줘서 무슨 일이 일어난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일어났을 때는 병원에 있었다. 아무도 없길래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는데 가장 보기 싫었던 변백현 얼굴이 보이니 다시 열이 뻗치는 기분이었다. 자기 딴에서는 꽤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그 태도가 진심으로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나와 변백현은 약속을 했다. 물론 일방적으로 내가 말하긴 했지만.



"야, 우리 이제 앞으로 보지 말자."


"뭐? 야, 너 아무리 그래도,"




"이 일 때문만은 아니거든. 그냥 너랑 계속 지내면 서로만 힘들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나중에 보더라도 그냥 모르는 사이인척 대하자고, 서로서로."



내 약속은 꽤 지켜지기 쉬웠다. 다행인지 우리 둘은 3학년 때 같은 반도 아니었고, 층수도 달라서 생각 외로 마주칠 일은 잘 없었다. 거기에다가 3학년의 절반이 다 끝나있는 상태여서 변백현은 몰라도 나는 미련이 없었다. 그냥 새로 시작하면 될 거라고 믿었다. 





***





"약속 깨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돼요?"




"...안 깨면 되죠."



그런 변백현과 내가 다시 만나게 될 확률은 그냥 '0' 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생각없이 지냈던 것 같았다. 사실 난 변백현이 무슨 대학에 가는지, 무슨 학과에 가는지, 그런 것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 사정 생각하는 것도 바빠죽겠는데, 변백현 생각을 할 여유 따위는 나에게 없었다. 근데 얘는 아까 전부터 뭐가 그렇게 좋은 건지, 왜 실실 쪼개면서 저딴 말을 하고 난리야. 짜증나...



"우리 이제 계속 같이 봐야하는데, 이런 사이로 지내면 너무 어색하지 않겠어요? 응? oo야."


"...호칭 똑바로 부르세요, 그렇게 불리는 거 기분에 되게 별로네요."


"아,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서 그만. 근데 난 oo쌤이랑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실실 쪼개면서 나한테 가까이 와 턱을 궤고 있는 저 턱을 한대만 때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때리게 되면, 그 때리는 폭력 행위(?) 조차 변백현은 관심이라고 생각할 게 안 봐도 뻔하니 화를 마음 속 깊이 꾹 참기로 하였다. 첫 직장에서, 변백현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나는 지금 당장 학교를 때려치우고 집으로 돌아가 백수 생활을 간절히 하고 싶어졌다. 



"쌤!! 김예림이 제 체육복 훔쳐갔는데요!"


"어? 찬열아, 너 수업시간 아니야? 내가 수업 얌전히 들으라고 했지, 예림이는 어디있는데?"



변백현과 어색한 사이로 접어들려고 할 때쯤, 교무실 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조금 전 수업 들으라고 반으로 보냈던 박찬열이 내 눈 앞에 있지 않은가. 얘가 나를 구원해준 건 맞지만, 타이른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나대기 시작하는 거지...? 부장 쌤 말씀이 100번 맞으셨어... 간신히 빠져나온 교무실 앞에서 박찬열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 밀고는, 화해해! 하고 한마디만 해주고 나는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평범한 애면 알아들었겠지, 하고 마음을 놓으려고 했건만, 내가 박찬열을 평범한 학생 취급한게 후회스러웠다. 



"아이, 쌤! 김예림 찾아서 혼내주셔야죠. 그거 때문에 쌤한테 찾아온 건데."


"너 혼자 해결할 수 있잖아. 쌤 피곤하거든?"


"왜요? 혹시 백현 쌤이 괴롭혔어요? 내가 복수해줄까요?"


"어? 아니 아니, 야! 찬열아!! 아니, 쌤 괜찮거든!"



정말 난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





(번외)





중학교... 몇 학년이더라? 이제 하도 오래 돼서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체육대회가 끼어있는 시즌은 확실했다. 남녀 짝을 이뤄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목마를 태워준 후, 여학생은 다른 팀 여학생이 쓰고 있는 모자를 빼앗는게 게임 방법이었다. 팔을 잡고 씨름을 하다보면 균형 잡는게 어려워서, 내 짝인 변백현과 시도 때도 없이 목마를 탄 상태로 균형잡기 연습을 하곤 했었다. 이때는 우리 둘 다 승부욕이 너무나도 강하던 시절이라,



"내가 그럼 뛸 테니깐, 너 나 잡지 말고 균형 잘 잡고 있어."


"오키도키. 야, 너 너무 세게 움직이면, 어어! 야! 시작한다, 말 하고 해야지. 멍청아!"




"거참, 말 많네. 시작한다?"



변백현이 시작한다 말도 안 해놓고 갑자기 슝, 돌아버려서 나도 모르게 변백현 어깨를 꼭 잡고서 한숨을 쉬었다. 와, 진짜 떨어지는 줄 알았네. 이제 변백현이 시작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몸에 힘을 딱 주고, 최대한 변백현을 잡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수많은 연습들이 끝나고 우리는 쉬자면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근데 얘가 날 목마 태운 채로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하잖아!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야, 너 돌았냐! 나 내려주고 화장실 가던가!"


"아, 너무 급하단 말이야! 가만히 좀 있어, 오빠 빨리 끝낼게."


"정신줄 좀 잡아라! 급하면 나 버리고 가!"


"어떻게 널 버리고 가냐? 눈 감고 있어."


"눈 감으면 다야? ...ㅅ, 소리가 들리잖아, 미친 놈아!"


"소리~? 우리 oo, 몰랐는데 너무 밝히는 거 아니야?"



밝히긴 도대체 누가 밝힌다는 거야?!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이렇게 말싸움 할 시간에 나 내려줘서 화장실 가겠다. 계속 급하다면서 날 목마 태운 채로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하는 변백현의 목덜미를 턱, 잡고서 마구자비로 흔들었다. 얘도 힘들었는지, 아 그만 그만! 하면서 내 두 손을 잡고 협상하자면서, 잠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뭔 협상, 네가 내려주기만 하면 되는 쉬운 일이거든? 협상 필요없어!"


"그럼 뽀뽀 해줘."


"...이 자세로?"


"싫음 뭐, 화장실 가면 되지."


"아아!!! 아니야, 할게!"



도대체 이 자세로 뽀뽀를 어떻게 하라는 거지, 변백현 혹시 어제 보던 야동에서 이런 자세로 했던 거 아니야? 그래도 변백현과 함께 화장실에 가서, 못 볼것과 못 들을 소리를 들을 바에는 차라리 이 자세로 뽀뽀를 해주는 게 내 정신 건강에 훨씬 좋을 것 같아, 목마를 탄 상태로 허리와 고개를 숙여 변백현과 거꾸로 마주봤다. 순간 별 것도 아닌 것에 쫄아있는 상태여서 눈을 감고 숙였는데,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변백현 입술 덕에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 거렸다. 


아니, 맨날 하는 뽀뽀인데 왜 망할 심장이 뛰고 난리야! 그냥 빨리 하고 끝내자 싶어 입술을 가볍게 붙이고 쪽, 소리와 함께 떼어낼려고 했는데, 그 순간 변백현이 내 두 볼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평소의 뽀뽀보다 더 깊게 맞춰왔다. 나는 그때 당시에는 당황스러워서 몰랐지만, 아무래도 그때가 나의 첫키스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