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Daily Love (中)

[변백현 빙의글] Daily Love 03

큥큥 뛰어다녀 2019. 2. 9. 12:35

Daily Love







03. 생각



#. 과거를 생각하기 싫어서 지금이라도.







"오늘 야자 감독은 oo 쌤이랑 백현 쌤 차례예요. 수고해주세요."




"네에-."



회의 시간 내내 멍만 때리고 있었던 것 같다. 하... 왜 이렇게 잘 엮이는 걸까, 쟤랑은. 새학기인 만큼 교사들에게 떨어지는 일이 너무 폭발적으로 많은 상태였다. 새학기가 된 만큼 고등학생이니 야간자율학습도 해야 하는 상태이고, 그것이 바로 오늘부터였다. 당연히 다른 선생님들도 하기 싫으실 테고... 그래서 랜덤으로 결정을 하자, 싶어 사다리 타기로 뽑기로 했는데 왜 하필 변백현이냐고, 그 많은 선생님들 중에.


수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어떻게 끝났는지,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난다. 벌써 석식시간이라는 게 내 머리를 띵-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난 왜 교사 전용 식당에서 먹지 않고, 찬열이와 예림이 사이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러다가 얘네랑 친구 먹겠네.




"쌤, 백현 쌤이랑 친하죠?"


"푸흡, 뭐? 백현 쌤 얘기가 왜 나오는 거야?"




"오오, 딱 맞췄다! 백현 쌤이랑 어떻게 아는 거예요?"



ooo, 뭐하는 거야? 지금 어린 애들한테 완전 놀림 당하고 있는 거잖아! 왜 변백현 이름이 나오니깐 이렇게 어색해져 버리는 건데? 나도 내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솔직히 어떻게 그 이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예림이의 질문에 나는 한참동안이나 대답을 못했다. 그냥 별거 아니라고 넘어가면 되는데, 이렇게 한참 뜸들여버리면 확실하게 '무슨 사이' 라도 되는 것마냥 애들이 생각할 수도 있는 건데...



"야야, 왜 너네끼리 밥 먹고 있냐? 너희 오늘 야자하냐? 나 째고 피시방 가려고 하는,"


"...어, 너는...?"



타이밍이 좋은 걸까, 내 맞은 편에 앉아있던 예림이 옆에 식판을 들고 누군가가 앉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근데 이 애는 아침에 봤던... 난 당연히 교복을 보고 이 학교 학생인 줄 알았는데, 이 애는 아침과 똑같이 많이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을 멈추더니 나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아아, 쌤. 푸핫-. 얘 아까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아침에 예쁜 누나 발견했는데 그 누나가 담임이라면서 엄청 놀랬어요. 웃긴 자식."


"아... 야, 조용히 안하냐?"




"그럴 수 있지, 근데 종대 너 야자 짼다고 했어? 오늘 쌤이 감독이니까 쨀 생각 죽어도 하지마. 딴 애는 안 보더라도 너는 꼭 보고 있을 테니까."



덕분에 반 아이들 이름을 좀 더 수월하게 외우게 됐다. 이게 좋은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애들이 밥을 먹고 있는 도중에, 천천히 먹고 오라며 내가 먼저 자리에서 나왔다. 뭐 학생들이랑 밥 먹는 것도 나쁘지 않네. 변백현이랑 먹는 것보단 훨씬 나아. ...둘이 있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넌 친구랑 키스하냐?"



변백현이 나한테 키스를 한 이후로 우리 둘 사이는 항상 냉전이었다. 이제 와서야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솔직히 변백현이 모두 잘못했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나도 분명 잘못이 있었으니까. 애초에 그자식한테 뽀뽀를 하고 나닌 내 잘못도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 잘못이다. 왜 그 어린 애한테 뽀뽀를 시켜가지고, 지금까지 날 이렇게 피곤하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너 나 좋아해?"


"좋아해."



갑작스러운 고백에 머리가 띵- 해졌다. 이때의 내가 생각을 하고 내린 결론은 당연히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면 변백현이 나에게 어떤 감정이든지 솔직하게 본인 생각을 말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왜 항상 내 얘기만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야, ...너 나 진심으로 친구로 생각하기는 해? 넌 항상 네 생각만 하더라. 내 생각은 죽어도 안 해주고!"




"...왜 울어."



항상 소리를 지르면 눈물부터 나는 탓에 최대한 화를 안 내려고 노력했는데 너무 내 말이 진심이여서 울분을 토할 수 밖에 없었다. 나라고 울고 싶었던 건 아니다. 내가 우는 걸 보고 우물쭈물 거리던 변백현은 두 손으로 내 한 손을 잡더니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한손을 빼내더니 내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내가 기대하게 왜 이렇게 다정한 행동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기대하게 만들지마, 내가..."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 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변백현 말고 내가 변백현을 좋아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그리고 내 눈물을 닦아주는 변백현의 행동에, 그 생각이 맞다고 조금은 인정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





"저 먼저 둘러보고 올게요."


"같이 가요."


"혹시 무슨 일 있어서 누가 교무실 찾아오면 어떡해요. 한명이 안에 있어야지."



어느새 야자시간이 찾아오고 내가 먼저 반을 둘러보고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변백현 이자식은 왜 따라오려고 하는 건지 나와 똑같은 행동을 취할려고 하는 걸 내가 간신히 막았다. 변백현은 순순히 내 말에 알겠다며 다시 의자에 앉았고, 다녀오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진짜 얼굴 한대만 때려보고 싶네.



"어, oo 쌤."


"종인 쌤? 아직 퇴근 안하셨어요?"




"아, 교무실에 휴대폰을 놔두고 와서 다시 올라왔어요. oo 쌤 감독이죠? 피곤할텐데 수고해요."



둘러보는 도중에 종인 쌤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다시 나는 우리반 뒷문쪽에 가서 창문으로 학생들을 확인했다. 찬열이랑 예림이, 그리고 종대가 많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열심히 할 때는 열심히 하는 건지 딴 짓을 하지 않고, 나름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았다. 뿌듯한 마음에 교무실로 돌아가려는데 교무실이 있는 복도 쪽만 갑자기 불이 다 꺼지더니 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멈추고 그대로 쭈그려 앉아버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악! 하고 질러버렸다. 



"oo야, 괜찮아?"



놀라서 아직도 콩닥거리는 심장을 손으로 갖다대어 조금 진정시키려고 하는데, 교무실 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변백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칭 좀 신경 쓰라고 그렇게 말했더니, 또 oo야 하고 부른다. 


어두워서 나도 모르게 손을 앞으로 허우적댔는데, 그 허우적대는 손을 탁- 하고 잡아버리는 변백현 행동에 또 당황하고 말았다. 그리고 아직도 놀란 가슴은 진정이 안됐는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꼭 정전 때문 만은 아닌 것 같았다.




"나 괜찮은데..."


"뽀뽀할래, 키스할래?"



...미친 놈. 이런 상황에서 꼭 이런 거지 같은 말을 뱉어야 하는 건가. 내 손을 잡고 있던 변백현 손을 뿌리치려고 하는데, 변백현은 그런 내 손을 더 세게 잡아오기만 하고 놓쳐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나보다.




"대답 안 하면 둘다 할 거야."


"야, 넌 무슨..."


"대답 안 했어."



대답을 안했다며 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뒤로 피하니, 잡고 있던 손을 세게 자기 쪽으로 잡아당긴 변백현은 내 볼과 목을 부드럽게 감싸안더니 쪽- 하고 가벼운 입맞춤을 먼저해왔다. 변백현과의 뽀뽀는 수도 없이 많은데, 이상하게 오늘처럼 떨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좀더 깊은 입을 맞춰오더니, 말캉한 혀들이 서로 누구 건지도 모르게 섞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