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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빙의글] 단짝 친구 01

큥큥 뛰어다녀 2019. 12. 24. 12:03

단짝 친구

 

 

 

 

 

 

 

 

 

 

 

 

늦었다는 백현의 목소리가 집 안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의 볼 색깔과 똑닮은 핑크색 이불을 코 바로 밑까지 덮고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 oo를 한심하다는 듯 위에서 바라보고 있던 백현은 마음 속으로 열까지 세다가 이불을 확 다 뺏어버렸다. 이불을 뺏는 행동에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지 다리 사이에 끼워놓고 있는 하트 쿠션을 조물락 조물락 거리더니, 추워어.. 하고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지 않겠는가.

 

 

"우리 oo는 지금 몇 신지 알고 있으려나?"

 

"으음.. 몇 신데?"

 

"7시 반인데, 우리 20분 남았어. 민석 쌤 담임 됐다고 좋아할 땐 언제고, 3학년 된 첫 날부터 지각하게 생겼네."

 

"...어?"

 

 

3초 정도 정적이 흘렀을까. 눈을 뜨지도 않고 백현과 대화를 나누던 oo는 담임이 된 민석의 이름을 듣자마자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침대에서 후다닥 내려와, 교복 교복! 아, 씻어야 돼! 아, 아침 밥은??! 나 배고파! 라며 허둥지둥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oo를 친히 화장실까지 보내준 백현은 세수만 하고 나와, 라고 무심하게 말하고 oo의 엄마께서 내미는 샌드위치를 받아들어, 깨웠어요.. 드디어 라고 한숨을 쉰 뒤 그녀의 어머니께 찬사를 받아냈다. 

 

 

"어우, 백현이 너 아니면 oo 쟤는 평생 학교를 제 시간에 못 갔을 거야. 엄마인 나도 도저히 못 깨우겠던데."

 

"하하.."

 

 

후다닥 세수를 끝낸 oo는 백현이 입 안에 친히 넣어준 샌드위치를 냠냠 하고 먹음과 동시에 백현은 교복 셔츠를 입을 수 있도록 팔도 친히 넣어주었다. 백현 덕분에 단 7분 만에 준비가 다 끝난 oo는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오며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슥슥 빗으며, 아 민석 쌤한테 머리 안 감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데.. 라며 중얼중얼 거렸다. 

 

옆에서 그녀의 중얼거림을 얌전히 듣고 있던 백현은 그러니까 내일은 제발 일찍 일어나서 머리 좀 감아, 라며 oo의 앞머리를 뒤로 다 까버렸다. 정성스레 감지 않은 머리를 단정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방해를 하는 백현이 미웠는지 oo는 그의 팔을 툭 치며, 장난하냐! 라며 소리를 빽 질러댔다.

 

 

"야, 나 없었으면 너 오늘 민석 쌤한테 제대로 찍혔다? 나한테 잘해야 돼."

 

"아.. 맞다. 그래, 오늘은 특별히 봐줄게."

 

"케로로 빵."

 

"딸기우유."

 

"바나나우유."

 

"아, 야. 암만 그래도 딸기우유는 절대로 양보 못 하거든? 얌전히 딸기우유 먹어라."

 

 

어느새 학교에 아슬아슬하게 48분에 도착한 그들은 조례 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매점에 가기 위해 교실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민석을 봄과 동시에 매점에 가야 할 생각을 저기 먼 안드로메다까지 던져버린 모양인지 oo는 민석을 따라다니기 급급했다. 

 

 

"쌤, 저 지각 안 했어요. 완전 착하죠?"

 

"웬일로 네가 지각을 안 해? 작년에는 지각 안 한날 손에 꼽았잖아."

 

"아, 쌤도 참-. 제가 언제 그랬다구.. 하하."

 

 

백현이 후드티 모자를 잡아당기지 않았으면 교무실 안까지 친히 민석을 따라갈 모양새를 가지고 있던 oo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아 딸기우유! 라며 쿨하게 뒤로 돌아 매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매점에 와서 케로로 빵 2개와 딸기우유, 바나나우유를 챙긴 oo는 계산을 마치고 빵과 바나나우유를 백현에게 내밀었다.

 

 

"딸기우유 먹으라면서."

 

"불쌍해서 이 누나가 특별히 봐줬어. 바나나우유 먹으면 키 안 크는데, 쯧쯧."

 

"딸기우유도 키 안 크거든. 멍청아."

 

"뭐야, 그래서 바나나우유 사준 거 불만이야?"

 

"아니, 잘 먹을게. 헤헤."

 

 

한손에는 빵을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우유를 쥔 채 맛있게 먹으며 교실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백현아! 하는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려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린 oo와는 다르게 당사자인 백현은 열심히 빵을 먹기에 바빠서 뒤로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아.. 아침부터... 야, 백현이 불렀는데 왜 네가 뒤로 돌아봐!"

 

"어이없네? 왜, 뭐, 나는 뒤로 돌아보면 안 돼? 백현아, 쟤가 너 불러."

 

"어? 어.. 너 누구더라?"

 

 

암만 생각해도 백현은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정확하게 작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 때부터 저를 졸졸 따라다니던 혜령의 존재를 아직까지도 깨우치지 못한 백현을 한심하다고 생각한 oo는, 이제 혜령이 조금은 불쌍하다고 느껴졌다. 반년을 졸졸 따라다니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름은 커녕 누군지도 몰라봐준다니.. 저렇게 불쌍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

 

 

"나 1반 혜령이잖아. 황혜령. 이제 기억해주라, 백현아."

 

"어.. 한번 기억해볼게. oo야, 저기 민석 쌤 지나가신다."

 

"어?! 미친! 민석 쌤!!"

 

 

한번 기억해볼게, 라며 무책임한 말을 내뱉고 그냥 혜령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린 백현은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 걷고 있는 민석을 발견했는지, 무심하게 민석 쌤 지나가신다라며 oo에게 말하자 그녀는 빈 딸기우유 통을 백현에게 내밀고, 남은 케로로 빵을 한 입에 다 먹어버리고서 봉지까지 친히 백현에게 쥐어주고, 민석 쌤!! 이라고 크게 이름을 부르며 후다닥 뛰어간다. 당연히 백현도 못 산다.. 라며 oo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뛰어갔다. 뒤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혜령은 짜증난다는 듯 애꿎은 바닥에 화풀이를 했다.

 

 

"우리 민석 쌤은 이슬만 먹고 사시나봐. 어쩜 얼굴이 저렇게 조각 같이 생겼지?"

 

"쌤 저기서 제육볶음 잘 드시고 계신데?"

 

"진짜? 아, 휴대폰 왜 냈지... 쌤 브이로그 찍어야 하는데."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고, 평소와 똑같이 백현과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온 oo는 저 멀리 교사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민석을 보고서 또 착각에 빠진 주접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백현은 똑같이 민석을 바라보며, 이슬은 커녕 제육볶음을 잘도 먹고 있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 곧 전교회장 선거한다던데. 우리 나가볼래?"

 

"백현아, 찬열이 쟤가 드디어 미쳤나보다. 지가 나가면 전교회장 될 줄 알고 저러는 건가."

 

 

갑자기 전교회장을 주제로 나가보자, 라고 말하는 찬열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oo와 백현이였다. 어느새 oo는 민석이 가고 나서 이제야 밥을 열심히 먹을 수 있겠다 싶어 밥을 한그릇 더 퍼와 제육볶음과 비벼 먹고 있었다.

 

 

"내가 되면 뭐 해줄래?!"

 

"음, 우리가 굳이 뭘 해줘야 하나. 전교회장 자체가 너한테 큰 선물 아니냐."

 

 

제육볶음을 냠냠 먹으며 한명씩 팩폭을 날리는 oo와 백현이였다. 한가득 쌓여있는 밥을 다 먹고 배부른 배를 슬슬 만지던 oo는 옆에서 저의 물까지 함께 들고와 그녀의 손에 친히 쥐어주는 백현의 행동을 보고서, 백현아 너도 전교회장 나가봐 라며 이미 확신에 찬 눈빛을 담아 그를 꼬시기(?) 시작했다.

 

 

"변백현 나가면 박찬열은 완전 발릴 것 같은데."

 

"그치? 우리 백현이는 워낙 인기가 많아서 전교회장은 무슨, 대통령도 쉽게 될 거야."

 

 

이미 찬열의 편은 아무도 없는 모양인지, 좀 전부터 아무 말이 없던 경수도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당연히 백현의 편을 들며. 혼자 남은 찬열은 너무 한다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고, 똑같이 얌전히 있던 세리가 괜찮다며 찬열의 등을 툭툭 치며 위로를 해주었다. 

 

결국 개학 첫 날부터 백현, 찬열, 경수 (oo와 세리가 마음대로 이름을 적어버림) 세 사람은 전교회장 후보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연히 경수는 싫다며 발악을 해댔지만, 전교회장이 되면 본인을 제외한 네 사람이 저의 노예가 되어주겠다는 꿀 발린 말에 홀려 결국 전교회장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겨버렸다. 

 

 

 

 

***

 

 

 

 

"아... 고3은 참 고달프구나. 개학 첫 날부터 야자라니."

 

"민석 쌤이랑 오랫동안 봐서 좋다면서."

 

"민석 쌤 오늘 보충 수업도 없어서 일찍 퇴근하셨잖아... 진짜 너무 했다. 내가 헛소리를 짓껄였어."

 

 

10시까지 야자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 oo는 힘든 하루에 불만을 토로하며 찡찡 거리기 시작했고. 백현은 그녀가 불만을 토로하는 사이에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는 걸 먼저 눈치 채고 그녀에게 대충 후드티 모자를 씌워주었다. 그 행동에 oo는 뭐냐며 그를 올려다보았고 백현은 그냥 무심하게, 눈 오는데 라며 저도 똑같이 후드티 모자를 썼다. 

 

 

"엥? 미친... 3월에 눈이라니. 올해 첫 눈인가? 아, 젠장... 올해 첫 눈을 변백현이랑 보다니. 민석 쌤이랑 같이 봐야 하는데..."

 

"난 너랑 봐서 좋은데."

 

"넌 그냥 나 좋아하잖아. 다 알고 있어."

 

 

퐁퐁 내리는 눈을 함께 맞으며 걸어가는데 계속해서 첫 눈, 민석 쌤 타령을 하며 찡찡 거리는 oo를 보고서 백현은 생각했다. 올해 첫 눈은 이미 1월에 왔지 않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