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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빙의글] 단짝 친구 02

큥큥 뛰어다녀 2019. 12. 25. 13:43

단짝 친구

 

 

 

 

 

 

 

 

 

 

 

 

어쩜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5년이 지나고, 6년 째가 되었는데도 하루도 빠짐없이 한결 같은지, 백현도 이제는 oo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어젯밤, 집 가는 길에는 아예 너 교복 입고 자라 하고 충고를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저와 똑 닮은 토끼 잠옷을 입고 쿨쿨 잘도 잠을 자고 있는 oo를 보고서 고개를 저었다. 하루하루 어떻게 깨워야 할 지 계획표라도 짜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에 고민하고 있던 중, 깨우지도 않았는데 혼자 눈을 떠버린 oo를 보고 깜짝 놀란 백현이었다. 

 

 

"야, 너 뭐야? ooo 뭐야? 너 왜 깼어?"

 

"나 아파, 백현아."

 

"아프다고? 어디가?"

 

"나 열 나."

 

 

열? 멀찍이 떨어져 있던 백현은 단번에 그녀의 침대 머리 맡에 앉아 이마에 손을 댔는데, 무심하게 열 난다고 말한 것 치고는 그녀의 이마는 불덩이에 가까웠다. 깜짝 놀라, 어머니께 말씀드릴게 라며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그의 교복 옷자락을 붙잡은 oo는, 더워.. 라며 조금은 시원한 백현의 손을 가져와 저의 뜨거운 볼에 갖다대었다. 

 

한참 손을 oo의 볼에 갖다대고 있었을까, 이제 백현의 손 마저 뜨거워져 버렸고 백현은 방에서 나와, oo 많이 아픈 것 같아요 라며 그녀의 엄마께 소식을 전했다. 출근 준비를 하고 있던 oo의 엄마는, 어머? 기지배.. 어제부터 머리 아프다고 하더니 라고 혼잣말을 하다가도,

 

 

"흐음, 백현아 오늘은 혼자 학교에 가봐야겠다. 아줌마가 학교에 전화드릴게. 오늘도 깨우러 와줘서 고맙다. oo는 걱정하지 말고."

 

"네에.."

 

 

다시 oo의 방으로 들어온 백현은 앉아있는 채로 꾸벅꾸벅 졸며 교복을 입고 있는 oo의 행동을 제지 시켜주고는 조금은 식은 손을 다시 그녀의 볼에 갖다대었다. 시원해진 볼의 느낌이 좋은지 찌푸리고 있던 인상을 조금 풀고는, 엄마가 뭐라셔? 라며 잠긴 목소리로 물어왔다.

 

 

"오늘 하루 학교 쉬라고 하셨어. 학교에 전화해놓으시겠대. 학교 끝나고 연락할 테니까 오늘 푹 쉬어. 병원도 꼭 가고."

 

"병원 무서운데.."

 

 

아, 맞다. 어렸을 적부터 oo는 어떤 종류의 병원이던지 무서워했었다. 덕분에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병원을 무서워해 병원 가는 일을 잘 만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아픈 경우에는 항상 백현이 같이 병원에 가주곤 했다. 너랑 가면 그나마 덜 무서워, 라는 말을 들었어서 그런지. 뭐랄까, 그때부터 책임감이 생긴 기분이었다. 

 

 

"그럼 보충 시간에 잠깐 나올 테니까 그때까지 쉬고 있어. 집에 올 테니까 휴대폰도 보지 말고."

 

 

꼭 아이 한명을 키우고 있는 것 같았다. 초등학생 때는 저의 부모님께서 oo와 함께 차로 태워다주시고, 중학교 때부터는 항상 oo와 둘이 걸어서 등하교를 하곤 했는데 처음으로 그녀없이 등교를 하려고 하니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었다. 

 

 

 

 

***

 

 

 

 

"엥, ooo 아프다고? 천하무적 ooo도 아픈 일이 다 있다니.. 아, 어제 야자 끝나고 눈 존나 많이 내렸잖아. 눈 맞아서 그런 거 아니야?"

 

"어우.. oo 잘 안 아픈데, 한번 아프면 엄청 아프잖아. 걱정이네."

 

 

찬열과 세리의 걱정이 담긴 말에 백현도 자연스레 아침에 침대에 누워있던 oo를 떠올렸다. 세리의 말이 맞았다. 아픈 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관한데, 한번 아프면 세상이 떠날 정도로 아픈 oo였기에 아플 때마다 늘 걱정이었다.

 

 

"변백현, oo 병원은? 걔 또 병원 안 가는 거 아니야?"

 

"보충 때 내가 같이 가주기로 했어. 민석 쌤한테 말씀 드리고 나와야지."

 

 

친구들도 oo가 병원 가기 무서워하는 걸 알고 있었다. 당연한 게, 고1 때는 학교에서 단체로 병원에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버스를 빌려서 갈 때부터 창가를 바라보며 아련하게 눈물을 질질 내뱉는 oo를 보고 그 날 이후로 oo의 별명은 울보 ooo 라고 지어졌었다. 

 

 

 

 

***

 

 

 

 

다행히 민석 쌤이 병원에 데려다주라고 허락하신 덕분에 7교시 수업이 끝나자 마자 oo의 집으로 뛰어온 백현은 익숙하게 그녀의 집 문을 열고 들어와서 방 문을 열었다. 아침과 똑같이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 oo였다. 바람을 맞아서 손이 차가운 바람에 그대로 얼굴을 만지면 깜짝 놀랄 것 같아 조심스레 그녀의 어깨를 톡톡 쳤다.

 

 

"으음, 왔어? 빨리 왔네."

 

"벌써 4시 넘었거든."

 

"헐.. 나 한번도 안 깨고 잔 거야? 근데 나 괜찮은 것 같은데 병원 안 가면 안 되나... 나도 학교 가서 보충 할까? 민석 쌤 계셔?"

 

 

잠에서 깨자마자 말을 이리 줄줄줄 잘도 내뱉는 oo 덕에 정말 안 아픈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마에 손을 대보니 아침과 똑같이 불덩이 이마였기 때문에 oo의 연기는 말짱도루묵이였다. 금새 백현에게 들켜버린 바람에 시무룩해진 oo에게 옷 입으라며 두꺼운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서 그녀에게 갖다준 백현은 거실로 나왔다. 

 

얼마나 병원에 가기 싫었던 건지, 옷 입는데 하루가 지나는 줄 알았다. 백현이 빨리 입으라고 닦달한 덕분에 드디어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의 교복 자켓을 꼭 붙잡은 채 따라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기 같았다.

 

 

"링겔이요!?"

 

 

병원이 다 떠나가도록 큰 목소리로, 링겔이요!? 라고 외치는 oo의 입을 순간적으로 꾹 막을 뻔 했다. 병원에 손님이 한 명도 없어서 다행이지, 누가 있었으면 아주 쪽팔림은 백현의 몫이 될 뻔 하였다. 열이 심한 바람에 링겔을 맞게 된 oo는 주사 바늘이 들어가는 동안 말을 얼마나 많이 하던지 백현의 손이 부서지도록 꼭 잡고 있었다. 

 

 

"백현아... 이거 언제까지 맞아야 돼?"

 

"너 한숨 자고 나면 끝나있어."

 

"헐랭... 아, 너무 무섭다. 나 무서워서 오른쪽 손은 보지도 못하겠어."

 

 

하도 긴장을 한 바람에 왼쪽 팔과 손은 혈관이 아예 잡히지도 않고, 겨우겨우 오른쪽 손목에서 혈관이 잡혀 링겔을 맞을 수 있었다. 손목은 살이 많이 없는 탓에 아픈 부위라서 맞을 때 얼마나 호들갑을 떨던지, 옆에 있던 백현은 자신이 주사를 대신해서 맞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원래 야자는 들어갈려고 했는데, oo가 링겔 맞는 걸 기다려주다보니 이미 7시가 넘어있었다. 그냥 다 맞고 나면 천천히 집에 데려다줘야겠다 싶어서 못 자겠다고 발악하다가 어느새 또 다시 잠에 들어있는 oo를 내려다본 백현이다. 

 

 

"백현아, 나 배고파. 우리 햄버거 먹자."

 

"죽 먹어. 너 환자잖아."

 

"아아, 햄버거 먹을래. 나 지금 열도 다 떨어졌어. 이마 만져봐."

 

 

자신있게 이마 만져보라는 oo의 말에 슬쩍 손을 댔는데, 열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링겔 한번 맞았다고 이렇게 몸이 싹 나아버리는 건가? 백현은 못 살겠다며 집 근처에 있는 햄버거 집으로 와 익숙하게 oo가 맨날 먹는 햄버거 2개를 시켰다. oo는 오늘 하루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아서 배고플 만도 했다.

 

 

"아까 링겔 맞으면서 자고 일어나자 마자 햄버거가 딱 생각난 거 있지. 그래서 아, 죽어도 햄버거는 먹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어."

 

"그래도 열 내려서 다행이네."

 

"우웅, 근데 너 야자 안 들어가봐도 돼?"

 

"민석 쌤한테 말씀 드리고 나왔어. 괜찮아. 쌤도 너 걱정하시더라. 내일은 꼭 나아서 오라고 하셨어."

 

"미친! 우리 민석 쌤이 날 걱정해주시다니, 완전 귀엽잖아!"

 

 

민석 쌤 얘기는 괜히 꺼냈나.. 이렇게 햄버거를 먹으며 제 57번째 민석 쌤 찬양을 듣고 있으니 먹던 햄버거가 들어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oo는 헤실헤실 웃으며 어느새 햄버거는 다 먹고 감자튀김을 싹쓸이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