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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빙의글] 단짝 친구 03

큥큥 뛰어다녀 2019. 12. 28. 12:39

단짝 친구

 

 

 

 

 

 

 

 

 

 

 

 

링거를 맞은 이후로 열은 내렸지만, 아직 콧물과 기침은 달고 다니는 oo였다. 다음 날이 되자마자 학교에 가서 민석을 볼 생각에 들떠있던 그녀는 백현이 오기 전부터 깨어나는 말도 안 되는 기적 같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나갈 시간이 다 되어도 오지 않는 백현이었다. 연락도 없고, 오지도 않아서 이상하다 싶은 마음에 사상 최초로 먼저 그를 데리러 가는 지경까지 되었다.

 

 

"변백현, 너 아직 자냐?"

 

 

이렇게 아침 댓바람부터 그의 집에 찾아온 건 익숙지 않았다. 집에 들어와서는 방 문을 열었는데, 아직 꿈나라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백현의 볼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oo와는 다르게 이런 자극 하나 만으로 충분히 잠에서 깨어난 백현은, 너 왜 여기 있어..? 라며 잔뜩 잠긴 목소리로 눈을 비비며 물어왔다.

 

 

"학교 가야지. 너 웬일로 나 데리러 오지도 않고. 지각하겠다, 야."

 

"학교? 오늘 개교기념일인데?"

 

"... 네?"

 

 

개교기념일이라고요? 이놈의 학교는 개학한 지 3일 짼데 개교기념일이라니. 하긴 생각해보니 1, 2학년 때도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긴 했었다. 하지만 그땐 지금이랑 다르게 백현이 oo를 깨우러 오지 않은 덕에 푹 자다가 일어나서 지각이라는 걸 확신하고 부랴부랴 교복을 입다가 집 앞에 나와서야 개교기념일이라는 백현의 문자를 보고 다시 집에 들어가곤 했었다. 오늘은 백현이 문자를 보내지 않아서 몰랐던 것이다. 심지어 oo가 이렇게 일찍 일어날 줄도 몰랐지.

 

 

"근데 너 이 시간에 일어나다니... 아직 많이 아파?"

 

"아프다니! 세상에 이렇게 멀쩡할 수도 없어, 백현ㅇ 켈록 켘ㄹ록.."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친 듯이 기침을 몰아서 하는 oo를 보더니 어느새 그녀와 같이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백현은 그녀의 등을 살살 두드려주었다. 그리고 함께 거실로 나와 익숙하게 티비를 트는데, 민석을 한순간에 잊어버릴 정도로 그녀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헐, 백현. 떡볶이 먹을래? 아니야, 먹어야 돼. 먹자, 우리."

 

"해 먹자고?"

 

"응, 저기 해 먹잖아."

 

"시켜먹으면 되잖아."

 

"지금 시간이 7시 반인데 떡볶이 집이 잘도 문 열었겠다. 아, 그리고 시켜먹으면 안 돼. 티비에서 직접 해 먹잖아. 우리도 해 먹자."

 

 

oo는 기어코 떡볶이를 직접 해 먹어야 하나보다. 티비에서 사람들이 떡볶이를 직접 만드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장면이 인상 깊은 모양인지 무조건 떡볶이를 먹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교복 자켓을 소파에 던져버리고 부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냉장고 문을 여는 그녀의 행동을 뒤에서 멍하니 지켜보던 백현은 못 산다며 그녀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왔고, 어느새 oo는 양파 손질을 위해 손을 씻고 있었다. 

 

 

"너 양파 냄새 싫어하니까 이 누나가 특별히 썰어줄게."

 

 

익숙하다는 듯 양파 껍질을 벗기고 칼질을 하려는데, 교복 자켓 안에 입고 있던 후드를 올렸는데도 계속 손 밑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이로 물어서까지 소매를 올리려고 하는 oo를 바라보던 백현은 뒤에서 그녀를 안는 자세로 그녀의 소매를 친절히 접어 올려주었다. 

 

 

"백현아, 이렇게 요리 잘하는 여자 어때? 반할 것 같지?"

 

"너 양파만 썰고 아무것도 안 했잖아."

 

 

그렇다. oo는 요리를 못 한다. 그의 말대로 정말 양파'만' 썰고, 나머지 요리는 백현이 모두 하고 있었다. 어느새 보글보글 끓고 있는 떡볶이를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던 oo는 누가 만든 것 따위 안중에 없는지 젓가락과 앞접시를 룰루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세팅하고 있었다.

 

 

"으으으음~~ 너무 맛있잖아! 백현아, 우리 언제 결혼할까? 내일 할까? 빨리 결혼해서 네가 만들어주는 음식들 먹고 싶다!"

 

"맛있어?"

 

"응, 최고!"

 

 

요리를 잘하는 친구를 둔 oo는 행복했다. 한입 먹자마자 너무 맛있는지 청혼(?)까지 자연스레 해 버린 그녀를 보더니 백현은 그 청혼이 익숙한 지 저도 그녀를 따라 떡볶이를 먹기 시작했다. 입 주위에 묻히면서 까지 먹는 oo를 챙기느라 백현은 또다시 딸을 키우고 있는 건가 하는 착각에 쉽게 빠질 수 있었다. 

 

 

"백현아, 나 치마 터지겠다. 바지 좀 빌려줘."

 

"너 맨날 입는 거 있잖아."

 

"아, 맞아. 방에 있어?"

 

 

배가 터지도록 떡볶이를 다 먹고 교복을 계속 입고 있을 자신이 없어진 oo는 평소에 백현의 집에서 잘 입었던 그가 중학교 시절 입었던 츄리닝을 꺼내 갈아입었다. 사실 지금 변백현 츄리닝 입으면 크긴 크더라고.. 인정하긴 싫지만.. 위에 와이셔츠까지 벗고 편한 반팔로 갈아입은 oo는 거실로 다시 나와 소파에 앉아있는 백현의 옆으로 폴짝 뛰어 그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아, 밥 먹었으니 이제 다시 자면 되는 건가."

 

"먹고 자고, 딱 돼지 삶이네."

 

"응, 나 돼지 되는 게 꿈이야."

 

 

이미 너 돼진데, 하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이 말을 하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훤해서 백현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라며 옆에 있는 담요를 덮어주었다. 

 

자라고 말한 지 3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미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꿈나라에 빠져있는 oo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백현은 자고 있는 그녀의 볼을 저도 모르게 쓰다듬고 있는 손길에 깜짝 놀랐다. 진짜 아빠라도 된 건지 알 수 없는 저의 행동에 조금 빠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음, 아 목 아파."

 

 

백현의 다리를 베고 잠든 oo는 목이 아파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 보니 백현도 앉아있는 상태로 소파에 기대어 꾸벅꾸벅 잠을 자고 있었다. 자신이 덮고 있던 담요를 그에게 덮어주고 냉장고 앞에서 물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고 그에게 기댄 채로 앉아있는데, 갑자기 저의 몸을 두 팔로 안아오는 백현의 행동에 깜짝 놀라 기절할 뻔한 oo였다. 

 

 

"에엑, 얘 뭐야."

 

 

순간 백현이 잠에서 깨어난 건 줄 알고 당황했는데, 안고 가만히 새근새근 잠을 자길래 그냥 자는 거구나 하고 생각한 oo는 깜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했다. 얘는 갑자기 왜 안아버려 가지고... 다시 잠을 자려했지만 백현의 스킨십 때문에 잠은 이미 우주 너머로 떠나간 지 오래였다. 한참이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의 품에 안겨있던 oo였다.

 

 

 

 

***

 

 

 

 

"우리 백현이랑 oo는 언제쯤 사귀려나."

 

"에, 너희 둘 좋아해?"

 

"딱 보면 알지! 어제 oo 또 학교 가는 날인 줄 알고 학교 갈 준비 다 하고 변백현 만났겠지? 근데 백현인 개교기념일이라고 말해주고, 또 두 사람은 같이 있었겠고. 백현이가 요리도 해주고, 같이 밥 먹고 낮잠도 잤겠지?"

 

 

드디어 다음 날 학교에 왔는데, 어제 백현과 oo의 일을 마치 영상으로 다 본 것처럼 술술 말하고 있는 세리를 놀랍다는 듯 바라보는 두 사람이었다. 이제 점점 그녀의 얘기가 재밌어졌는지 더 말해보라고 하는 oo의 재촉에 못 이기겠다며 더 말하는 세리다.

 

 

"음, 뭐 낮잠 자다가 백현이가 잠버릇으로 oo를 안아버렸는데 oo는 막 두근거리고.."

 

"야, 그건 너무 소설이다!"

 

 

찬열 덕분에 세리의 소설 아닌 소설이 끝나긴 했지만, 당사자인 oo는 미친 듯이 심장이 두근거렸다. 당연히 백현 또한 자고 있는 탓에 세리의 말이 사실인지 모르고 찬열을 따라 웃고 있었다. 아무도 이 소설이 사실인지 몰라서 다행이라고 혼자 생각한 oo는 또 자연스레 어제 있었던 백현과의 스킨십을 떠올리고 있었다. 

 

 

 

 

***

 

 

 

 

3학년이 되어서는 체육시간이 일주일에 1번밖에 없었다. 근데 그 1번 마저 왜 합반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반은 다 따로 하는데, 한 시간뿐인 체육시간도 불만인데 합반인 것까지 마음에 안 든 oo는 체육복을 갈아입으며 세리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oo가 마음에 안 들어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체육 담당이 민석이기 때문에. 

 

 

"그래도 있는 게 어디야.. 아, 오늘 첫 시간이라 뭐 짝피군가 뭔가 그런 거 한다는데."

 

"짝피구? 아, 그럼 내 짝은 백현이."

 

 

짝피구를 한다는 소식에 oo는 백현을 짝으로 미리 점찍어두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 백현이가 피구를 잘하거든. 눈 앞까지 다가온 승리에 기분이 좋아진 oo는 이미, 체육시간에 대한 불만은 잊어버렸는지 흐흐 하고 이상한 웃음을 내뱉기 바빴다.

 

하지만 그녀의 즐거움은 얼마 있지 않아 사라져 버렸다. 민석이 남녀를 섞어서 해보겠다고 한 바람에 1반 여학생과 10반 남학생, 그리고 1반 남학생과 10반 여학생이 경기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1반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찬열과 종대가 다였다. (사실 종대랑은 어색한 사이) 

 

 

"종대야, 나 찬열이랑 하면 안 돼?"

 

"찬열이는 세리랑 한다는데?"

 

 

아 저 새끼... 노렸네. 종대와 저가 어색한 사이라는 걸 알고 있던 찬열이 노린 것이 분명했다. 어색한 이유를 말하자 하면, 딱히 없었다. 종대 또한 백현과 같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같은 학교 출신이었지만, 정말 학교만 같을 뿐 같이 놀아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라 의외로 낯을 많이 가리는 oo가 어색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결국 경기는 시작되었고, 상대방 편을 보는데 자연스레 백현을 뒤에서 안고 있는 혜령의 모습이 아주 눈에 잘 들어왔다. 혜령의 수법이 눈에 뻔한 oo는 일단 저 둘부터 조지고 보자는 식으로 가위바위보에서 이겨서 받아낸 완두콩 공으로 그들을 향해 세게 던졌다. 

 

 

"악! 백현아! 무서워!!"

 

 

가녀린 목소리를 내뱉으며 백현에게 무섭다고 하는데, 백현은 어지간히 혜령이 귀찮은 모양이었다. 안 그래도 피구를 잘하는 oo가 던진 완두콩에 맞은 팔이 조금 아픈데, 완두콩을 잡지도 못하게 몸을 꽉 잡고 있는 탓에 완두콩을 던지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던지라며 패스를 하는 지경까지 되어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oo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저의 뒤에 매달려있는 종대에게 딱 붙어있으라는 말을 한마디 남기고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종대를 지켜주고(?) 있었다.

 

 

"ooo 쟤 변백현만 노리고 있는 거 봐. 너무 무서워.."

 

"oo야, 패스 패스!"

 

 

원래 짝피구는 남학생이 여학생을 지켜줘야 하는 것이지만, 어느새 반대로 종대를 지켜주고 있는 oo를 보던 찬열은 그녀가 무섭다며 종대와 똑같이 세리의 뒤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세리 또한 어느 정도 피구를 잘하는 탓에, 패스! 라며 oo에게서 완두콩을 받자마자 백현에게로 세게 던졌는데 아주 아깝게(?) 혜령의 얼굴 바로 옆으로 지나갔다.

 

혜령 때문에 완두콩을 잡고 공격도 못하고 있던 백현은 oo와 세리의 말도 안 되는 피구 실력에 백기를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느새 또 저의 손으로 들어온 완두콩에 온 힘을 쏟아 백현과 혜령에게로 불꽃슛을 날린 oo였다. 백현의 팔이 자유로웠더라면 얼굴 쪽으로 날아오는 저 공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두 팔이 혜령에게 잡혀있는 탓에 얼굴만 옆으로 슬쩍 피한 백현은 아슬아슬하게 공을 맞지 않았고 반대로 가만히 있던 혜령은 그 불꽃 완두콩에 얼굴이 갈려버렸다(?). 퍽- 하는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경기가 잠깐 중단될 정도였다.

 

 

"헐.. 야, 너 괜찮아?"

 

 

oo도 놀라서 혜령과 백현에게로 달려왔고, 민석은 그녀에게, 애 하나 죽이겠네.. 라며 살벌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oo는 혜령에게 미안하다며 몇 번이나 계속 사과를 하고, 그녀는 자신의 친구와 함께 보건실로 걸어갔다. 

 

 

"어우, 내가 저 공 맞았으면 쌍코피 터졌겠지.. 야, 근데 너희들 왜 다 나만 맞추려고 하냐? 진짜 공도 못 잡고 죽다 살았네..."

 

"헤헤- 피구 신 변백현을 탈락시키고 싶어서 그랬지."

 

"ooo 원래보다 더 잘해... 나 진심으로 목숨에 위협받으면서 피해 다녔어."

 

 

결국 3학년 첫 체육 수업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 이후로 종대는 oo가 너무 무서워 평소에 잘하고 다니던 인사마저 며칠 동안 못 하고 다녔다는 건 oo 빼고 모두가 다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