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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빙의글] 단짝 친구 04

큥큥 뛰어다녀 2019. 12. 31. 09:47

단짝 친구

 

 

 

 

 

 

 

 

 

 

 

 

"백현아, 넌 여자 관심 없어?"

 

"아니, 관심 있는데?"

 

"근데 넌 왜 맨날 나랑 다녀?"

 

"유세리랑도 친하잖아."

 

"근데 너 세리 항상 성 붙여서 부르잖아. 나는 이름도 불러주면서."

 

 

이런 식으로(?) 따질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따지는 식이 되어버렸다. 문득, 야자 끝나고 백현과 하교를 하다보니 든 생각이었다. 백현은 초등학교 때부터 훈훈한 외모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사귀는 여자를 보면 최대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헤어지곤 했다. 측근으로서 그를 보면 딱히 문제가 없어보이는데, oo는 그 원인을 찾고 싶어졌다. 

 

 

"그건 몰랐네. 근데 너만큼 편하진 않아."

 

"그럼 네 이상형은?"

 

 

초등학생 때부터 붙어다녔는데 몇 년이 지나도 백현의 이상형을 알 수 없었던 oo였다. 드디어 그의 이상형을 알게 되는 건가, 마음이 두근두근 거리는데, 이상형 없는데? 라며 그녀의 뜨거운 마음(?)에 물을 부어버리는 백현의 말에 힘이 쭉 빠진 oo는 다시 생각했다. 아니, 이상형 없는게 말이 돼? 말이 안 된다고 판단을 내렸다. 

 

 

"아니야. 백현아, 잘 생각해봐봐. 이상형은 반드시 있어. 아, 그러면 너 예쁘다고 생각한 여자 없어? 학교에서든, 밖에서든."

 

"있어."

 

"누구!?"

 

"너."

 

 

엥? 나요? 진지한 건가? 너, 라고 말하며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백현의 눈빛에 순간 저 말을 믿어야 하는 강한 의심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러다가 백현의 꼼수(?)에 빠져들지 말자며 정신을 번뜩 차린 oo는, 장난치지 말고! 라며 그의 팔을 툭 쳤다. 백현은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너 말곤 예쁘다고 생각한 여자 없는데."

 

 

라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뱉어왔다. 아니, 쟤는 입으로 뱉으면 다 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백현의 이상형을 묻고 있는데, 왜 저가 심각한 질문을 받은 것 마냥 땀이 삐질삐질 날 것 같은지 알 수 없었다. oo는 백현의 답변에 어떻게 반응해줘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저거 내가 받아줘야 하는 거야? 받아줄 가치가 없는데(?).

 

 

"나 예쁜데 나랑 왜 안 사겨?"

 

"확신이 들면."

 

 

헐, 얘 진짜 진지한가봐! 엄마, 어떡해??!! 엄마, 나 무서워!! 솔직히 oo가 저 말을 내뱉은 이유는 하나였다. 백현이 당연히 저 말을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자신있게 왜 사귀지 않냐며 물었던 것인데, 확신이 들면 이라니... 그렇다는 말은 확신이 들게 되면 저와 사귀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아무 생각 없이 한 물음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거라고 그녀는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자꾸만 아까 전부터 빠르게 뛰어오는 심장 또한 주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그러면 확신이 들면 나랑 사귈 거야?"

 

"응, 너 좋아."

 

"음, 어, 그러니까, 백현아, 너 언제부터 나 좋아한 거야? 근데 너 이거 상황극 아니지? 진심이야? 나 갖고 노는 거 아니지?"

 

 

그녀의 따발총 같은 물음에 백현의 입꼬리는 점점 올라갔다. 예쁘게 입꼬리를 올려서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진심이야 라고 말하는데 이정도면 너무 갑작스럽긴 하지만 그의 말을 믿어야 할 것 같았다. 백현의 말도 당황스럽고, 갑작스럽고, 낯설지만 저의 두근대는 마음 또한 똑같이 당황스럽고, 갑작스럽고, 낯설었다. 

 

 

 

 

***

 

 

 

 

"백현이가 진짜 그렇게 말했어?"

 

"응.. 나 어떡해? 진짜 심장 다 터지는 줄 알았어. 백현이랑 그렇게 오랫동안 같이 지냈는데, 이렇게 심장이 두근댄 적 처음이야. 한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너도 백현이한테 마음이 있는 거 아닐까?"

 

"그럼 백현이도 나 보면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뛴다는 거야?"

 

"내가 백현이가 아니라서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래서 너한테 고백 아닌 고백을 했겠지?"

 

 

혼자 도저히 이 복잡한 생각을 끝낼 수 없었던 oo는 세리와 단둘이 만나 백현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공유할 수 밖에 없었다. 세리는 진지하게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었고, 최선의 해결책을 함께 찾아주려 하고 있었다. 물론 oo의 낯선 감정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만. 

 

 

"근데 왜..? 이렇게 잘 지내다가 이렇게 갑자기 백현이가 말하는 이유가 뭘까?"

 

"갑자기가 아닐 수도 있지. 백현이도 속으로만 생각하다가 너한테 처음으로 얘기 꺼낸 걸 수도 있잖아. 물론 너한테는 똑같이 갑자기라고 느껴지겠지만.. 근데 지금은 백현이 고백보다도 네 마음을 정리하는게 우선인 것 같아. 걔 고백 때문에 놀라서 심장이 빨리 뛰었던건지, 아니면 정말로 백현이랑 같은 마음이여서 두근거렸던건지 그걸 알아채야지, 네가."

 

 

세리의 말이 옳았다. 우선은 백현의 마음은 진심이란 걸 알았으니, oo 본인의 마음을 알아내는게 중요했다. 백현을 좋아하는건 확실하지만, 이 감정이 정말 친구로서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남자로서 좋아하는 건지 그 차이를 알 수 없었다. 

 

 

 

 

***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달라진 건 없었다. 똑같이 백현이 저를 깨우러 집에 찾아오고, 함께 등교를 하고, 학교에서의 생활도 똑같았다. 그 덕분인지 oo의 마음은 조금 더 복잡해져왔다. 이렇게 똑같이 대할 거면, 나한테 좋아한단 말은 왜 한 거야? 솔직히 백현의 의도가 짜증이 났다.

 

 

"oo야, 백현이 좀 불러주라."

 

"...내 앞에서는 그렇게 착한 척 할 필요 없거든."

 

 

혜령이 저의 앞에 찾아와 백현을 불러달라고 하는 모습도 이젠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혹시 이게 질투심 때문인가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이 감정은 백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든 짧은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반에 있는 백현에게 다가가, 황혜령이 너 불러 라며 무심하게 말하고 다시 반 밖으로 나와 화장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냥 걸어가기만 하면 되지, 자꾸만 그들 쪽으로 귀를 기울이는 저의 행동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변백현은?"

 

"황혜령이랑 얘기 중. 왜?"

 

"전교회장 선거 나간 후보들 불러오라고 하던데, 공지사항 있다고."

 

 

어느새 저에게 다가와 백현의 행방을 묻고 있는 찬열에게 반 앞에 있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얘기 중이라고 말하니, 자연스레 백현이 저 쪽으로 잠깐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찬열의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는 마법 같은 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꼭 오랜 시간동안 눈을 마주친 것 마냥 기분이 묘했다.

 

 

"백현아."

 

"응, 왜?"

 

"...아까 황혜령이 뭐라고 했어?"

 

"주말에 영화보러 가자고 하던데."

 

 

본격적으로 데이트 신청을 하는 건가 싶어 oo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이고 있었을까. 그녀의 표정을 하나하나 다 보고 있던 백현은 잠깐 미소를 짓다가도, 왠지 그때 약속이 있을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거절했어 라며 당당하게 말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oo는 당연히 혜령과 함께 영화를 보러가겠네 싶어서 이미 마음 속으로 확정을 지었는데, 갑자기 안 간다고 말해버려서 약간 놀라기도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편안한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백현과 찬열, 경수가 공지사항을 들으러 교무실로 들어가고 세리와 단둘이 남은 oo는 참았던 한숨을 내뱉었다. 세리는 그녀의 등을 쓸어주며, 어때? 하고 그녀의 감정을 물어주었고 oo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좋아하는게 아니고선 이런 마음이 들 리가 없어.. 라며 중얼거렸다.

 

 

"황혜령이 같이 영화보러 가자고 했대, 백현이한테. 근데 그때 나도 모르게 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백현이가 안 간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생겼고."

 

"음, 그럼 확정이네. 변백현 ooo 1일! 그 전에 너도 백현이한테 마음을 전해야 하겠지?"

 

 

세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백현은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을 표현했지만, oo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단짝 친구에게 이런 마음을 고백하기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니까. 

 

 

 

 

***

 

 

 

 

어느새 시간이 흘러 전교회장 선거일이 다가왔다. 며칠이 흘러갈 동안 세리와 약속했던 백현에게 마음 표현하기는 당연히 하지 못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도 몰랐고, 후에 백현의 반응 또한 어떨지 알 수 없고, 이런 감정이 드는 게 이상하진 않은 걸까 하는 두려움 또한 있었다. 1반부터 차례대로 투표를 하는 탓에 10반인 oo는 한참이나 기다려야 했다. 

 

 

"백현아, 나 너 투표하고 왔어. 꼭 전교회장 됐으면 좋겠다!"

 

"아, 고마워."

 

"이거 마시면서 기다려. 마지막 반이라 오래 걸리겠다."

 

"아니야, 괜찮아."

 

 

1반인 혜령은 투표를 먼저 끝낸 모양인지 바나나 우유를 하나 들고 oo와 함께 줄 서있는 곳으로 다가와 백현에게 말을 걸며 자연스럽게 바나나 우유를 내밀었다. 백현은 혜령의 말에 형식적인 답변을 해줄 뿐이었지만,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oo는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이 상황을 알고 있는 세리라도 나서서 그녀를 달래주었겠지만 세리는 선거도우미로 뽑혀 앞에서 투표를 도와주고 있었고, 아무 것도 알 겨를이 없는 경수가 멀뚱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은데."

 

"어? 아니.. 아무 것도 없어."

 

 

이 일을 알지 못하는 경수 마저도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 챈 걸 보아하니 티가 많이 나는 모양이다 싶어 그녀는 경수의 말을 듣고 바로 표정을 조금이나마 풀려 애썼다. 하지만 표정을 풀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이 마음을 달래긴 어려웠다. 이미 백현을 남자로서 좋아하고 있는 oo는 저의 마음을 확신했지만 이와는 다른 감정으로 너무 힘들었다.

 

 

"아니면 어디 아픈 거야? 같이 보건실 갈까?"

 

"응.."

 

"야, 변백현. oo 데리고 보건실 좀 다녀올게. 쌤한테 말씀 좀 전해줘."

 

"어? 어.."

 

 

사실 경수 말처럼 몸이 아프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들 사이에 계속 있으면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냥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보건실 쪽으로 내려가다가 발걸음을 멈춘 oo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엉엉 울기 시작했다. 경수는 이 상황을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다 울고 가자 라며 그녀를 달래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