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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FATAL (完)

[변백현 빙의글] FATAL 15 (完)


FATAL







"oo는 절대로 퀸이 못 돼."


어렸을 적부터, oo는 자신의 엄마인 퀸과 비교를 많이 당해 왔었다. 그 덕분에, 퀸이라는 인물 자체가 끔찍해져 올 때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 그런 여자와 엮인다는 것도 영 기분이 나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퀸이라는 사람은, 페이탈을 한 번에 봉인한 아주 멋진 영웅이였고. 그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서는, oo는 어렸을 적부터 감정을 숨긴 채로, 늘 훈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와 비교 당하지 않기 위해서.

항상, 누군가가 퀸의 얘기를 자신의 앞에서 할 때마다 표정은 굳어져만 갔고. 관리를 하지 못 하였다. 특히나 자신을 오랫동안 봐온 존재면 더더욱. 그래서 사령관은 특별히, oo 앞에서는 퀸의 대한 얘기를 되도록이면 꺼내지 않았다. 물론 백현도 마찬가지로. 


"...퀸이 죽은 지는 몇 십년이 다 되어가는데, 페이탈 녀석들은 아직 완전하게 봉인이 풀리지는 않은 거야?"

"그런 셈이지. 퀸의 봉인력이 워낙 강했나 봐. 그 일이 일어나고 난 이후로는, 아무도 그 자리에 다가서지도 못 하잖아. ooo를 제외하고는."


찬열은 oo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온 동료로서, oo가 퀸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괴로워하는 지 알고 있기에, oo 앞에서는 감히 퀸의 대한 얘기를 꺼내지도 못 하였었다. 진리는 커피가 싫다고 해놓고서는 어느 새, 커피잔을 다 비워버리고는 퀸의 대한 얘기를 다시 풀어나가기 시작하였다. 


"나도 그냥 들은 건데, 오빠네 할아버지께. oo가 처음에 오세훈한테 당했을 적에, 트럼프 퀸 카드가 있었다면서? 오세훈 그 자식은 노린 게 분명해. 안 봐도 뻔하지. 퀸과 같은 죽음을 oo에게 선사하노라, 하는 뜻으로 그랬겠지."

"퀸과 같은 죽음?"

"응, 퀸이 어떻게 죽었는 지 알아? 페이탈을 봉인 시킨 후에, 남편과 함께 빠져나가고 있는 길에 한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왔었어. 그때, 퀸이 남자에게 키스를 하고 자신의 생명까지 불어 넣어 준 셈이 되었지. 오세훈은 그걸 노렸겠지."

"뭐? 그러면 oo는 변백현한테 키스하고 죽는다는 소리냐."

"그렇지. 오빠도 상황을 보면 알잖아."

"oo랑 퀸은 다르잖아. 그 상황을 oo가 어떻게 해결하냐에 따라 달라져. 무작정 키스를 하고 끝낼 애는 아니야."


찬열의 확신이 가득한 말에, 진리는 흐음- 하고 콧 소리를 내다가도 과연 그럴까, 하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커피 맛있네? 하면서 더 달라며 커피잔을 찬열에게 내밀었다. 




***





백현은 아무리 oo의 키스를 피할려고 했지만, 그토록 갖고 싶었던 oo를 거부할 수는 없어, 밀어낼 수 없었다. 누구의 타액인 지도 모르는 타액들이 턱을 타고 흘러 내려갔고, oo는 백현에게 거의 메달리다시피 키스를 퍼부었다. 정말 키스를 하다가 죽는 것도 가능한 것인지, oo는 점점 힘이 빠져 숨까지 가빠져왔고, 더 이상 키스를 하지 못 한채, 백현에게 안겨버렸다. 

백현은 갑자기 자신의 품에 안겨버린 oo를 내려다보며, oo의 헝클어진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oo의 목 쪽에 대어보니, 다행이게도 맥박은 아직 뛰고 있기에, oo를 그대로 안았다. 


"미안, 너 혼자 죽는 걸 내버려 둘 수가 없네."


분명 oo는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백현에게 모든 힘을 주려 했을 것이다. 물론 백현이 좋아서를 떠나서, 둘 중에 한 명만이라도 꼭 살아야 했기에. 백현은 그냥 이대로 이 모든 상황이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음 속으로 하다가, 천둥 번개에 이어서 굵은 비까지 내리는 것을 보더니, 한숨을 푹 쉬고는 그대로 숲 속 바닥에 oo를 안은 채로 쓰러지고 말았다. 




***




"제 3구역은 이제 없잖아. 아, 그리고 7-15구역도 철수해. 상사가 없는 구역은 이제 필요가 없다."


종인의 말에 하나 같이 훈련병들은 바삐 움직였고. 종인은 그대로 훈련장 바닥에 쓰러지듯 앉아버렸다. oo와 백현이 죽은 지도 언, 몇 년이 흘렀다. 사실 백현과 oo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가장 슬퍼했던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진리였으니. 백현의 죽음을 슬퍼했던 것일까, 아니면 oo? 혹은 두 명 모두일까.

인기척이 느껴져 뒤로 돌아본 종인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무표정인 채로 걸어오는 진리에게, 하이, 하고 가벼운 인사를 전했다. 진리는 인사를 그대로 무시한 채, 종인과 똑같이 훈련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바로 입을 떼었다. 



"ooo는 퀸과 달랐어."

"뭐가."

"아니, 퀸이 아니라. 이번에는 킹이 달랐는 걸까."

"그건 아무도 모르지."


사실 진리의 말이 옳았다. 그 아무도 모르지만, oo와 백현의 죽음은 oo가 원하는 데로 흘러간 것이 아니었다. 물론 세훈도 마찬가지로. 세훈이 바랬던 시나리오는, 그저 oo의 한 목숨 뿐이었다. 백현의 목숨까지 빼앗을 생각은 없었지만, 킹의 생각은 달랐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사실은 모르고 있을 테니. 

진리는 자신이 oo의 생일 때, 전해준 키를 꼭 붙잡더니 바람 빠진 웃음 소리를 내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종인은, 왜 그 키를 들고 있냐며 물어왔고. 진리는 키를 주머니 속으로 넣더니, 대답했다.


"생일 선물이니까. 내가 퀸한테 전해준 마지막 생일 선물이었지. 킹한테는 선물을 받았으려나 모르겠네."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았긴 하지."

"무슨 선물."

"지금 같이 있잖아. 그게 제일 큰 선물이지. 혼자 가게 내버려두지 않았으니깐, 백현이 형이."


진리는 종인의 말을 이해하겠다며,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고. 입꼬리가 올라가도록 미소지었다. 진리는 주머니에 넣었던 키를 다시 꺼내, 훈련장 바닥에 키를 꽂았다.


"주인 걸 내가 뺏어갈 뻔 했네. 여기 3구역 맞지?"

"아니, 여기 백현이 형네 구역인데."

"어머, 다른 사람한테 줄 뻔 했네."


진리가 땅에 꽂았던 키를 다시 뺄려고 했을까, 종인은 됐다며 키를 다시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간 키는 절대 빠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종인의 행동에, 진리는 아무 말없이 빤히 바라보기만 하였고.


"어차피, 둘이 같이 있을 텐데."




***




epilogue ]




"이미 다 들어버렸어."


사령관과 이야기를 끝내고 나온 oo는 이미 다 들었다는 백현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며 모르는 척을 해왔다. 마음 속으로는 설마 설마 하였지만. 백현은 oo의 예상대로, 사령관과 oo의 퀸 이야기를 들었고. 백현은 앞으로 걸어가려던 oo의 손을 붙잡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퀸을 싫어하거나, 그럴 자격은 없어."

"물론. 나는 퀸을 싫어할 자격이 없지. 내 엄마를 떠나서, 이 세계를 살려준 은인이니까. 나는 퀸을 증오한다거나, 싫어한다거나, 둘 다 아니야. 그저 퀸과 비교 당하는 게 싫을 뿐이지. 그거에 대해서는 너도 참견할 권리 없어."

"그렇지. 근데 내가 보기에는 넌 퀸 보다 크면 더 크지, 가치가 작진 않아. 너 만의 길로 가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돌아가려고 해."



"내가 돌아가고 싶어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건, 네가 더 잘 알잖아. 난 무조건 모든 사람들을 다 이겨야만 하니까. 그래서 이기는 걸 방해하는 네가 싫을 뿐이고. 다른 이유로 네가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오히려..."


oo는 말을 잘 이어나가다가, 백현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도저히 말을 못 이을 것 같아, 됐다며 뒤를 돌았다. 백현은 오히려, 뭐. 하며 끝까지 다 말하라는 듯 서 있었다. 



"오히려, 널 좋아했으면 좋아했지. 싫어하진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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