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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17



홍일점













"뭐가?"


"오빠 알고 있었지? 세훈이랑 경리랑 사귀고 있는 거! 왜 나만 모르고 다 알고 있냐고!"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거지? 심지어 수학여행 때부터 사귀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수학여행을 갔다 온지 10일도 넘었다. 경리는 그렇다치고, 오세훈 이 녀석은 이 누나한테 바로 바로 보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은 나 때문에 만난 거잖아!? 내가 두 사람 서로 소개 시켜준 건데 말이다. 아침부터 기분이 참 구렸다. 괜한 잘못없는 민석 오빠한테 따지기만 했다. 



"수학여행 갔다가 돌아오는 날에 나한테 전화해서 말해주던데, 너한테는 말하기 좀 그랬데."


"왜? 뭐가 그렇다는 거지? 오세훈 이 녀석 지금 나랑 쌓아온 추억들을 다 버리는 소리하고 있네. 앞으로 얘랑 말 안할래."


"ooo, 또 어린 애 같이 군다. 세훈이도 사정이 있으니까 너한테 빨리 얘기 못했겠지. 얘기 할 수 있었으면 너한테 제일 먼저 말하지 않았겠냐? 네가 경리랑 이어줬다면서."



오빠 얘기도 다 맞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어느 샌가 오빠의 말에 수긍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물론 오빠 말도 백번 천번 맞긴 하지만, 속상한 이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거기에다가 아직 두 사람은 나에게 얘기를 하지 않은 상태다. 주위 사람들이, 너 몰랐어? 하면서 얘기 해줘서 그때야 알았지, 내가 알 겨를이 어디 있냐고.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 너무했어. 



"뭐?! 오빠도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세훈이는 내 양동생이잖아."


"양동생... 미친, 오빠랑 얘기 안할래. 언제 쯤 중2병에서 벗어날까, 우리 오빠는?"



뭐 당연한 거겠지만 우리 오빠도 다 알고 있었다. 민석 오빠 말대로 생각을 바꾸려고 해봤지만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이 오빠가 옆에서, 왜 너한테는 말 안하든?! 하면서 계속 깐족거리는 덕분에 기분이 더 구려지고 있었다. 안 되겠어, 혜리를 만나서 이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 싶어서 혜리에게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엥? 왜 너한테만 말 안했데? 나는 너한테 제일 먼저 말한 줄 알았지. 아,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빨리 알아버려서."


"넌 언제 알았는데?"




-"난 고백한 당일에 알았지. 오세훈이 숙소에서 탈출했다고 나한테 연락왔잖아. 그래서 대충 짐작했지. 숙소로 다시 돌아온 거 보고 다시 물어보니까 애가 맞다고 하더라구."



이런 일(?)로 실망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실망감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오빠 말을 듣다 말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왜 아직까지도 말이 없지, 생각하면서 침대에 누워 다리로 마구 방망이질을 하고 있는데 꼭 쥐고 있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려댔다. 설마 오세훈인가 싶어서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oo야, 잠깐만 나와봐! 줄 거 있어."


"현아 언니?"



세훈이는 아니었지만 현아 언니를 오랜 만에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오빠도 있는데, 왜 오빠가 아니라 나를 부른 거지? 현아 언니가 준다는 게 뭔지 궁금해져 서둘러서 오빠에게는 비밀로 하고 집 앞으로 나왔다. 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나에게 케이크 상자를 내밀었다. 헐, 이건 블루베리 케이크?!



"준면이한테 들었어, 너 블루베리 케이크 좋아한다고 하길래. 놀러 나간김에 네 생각나서 사왔지."


"아, 정말요? 어떡해, 언니 너무 고마워요!"


"준면이한테는 사줬다는 거 비밀로 하고 먹어! 더운데 얼른 들어가."



현아 언니는 역시 천사야... 우리 오빠랑 사귀고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니까? 나는 언니가 준 블루베리 케이크를 보며 신나서 룰루랄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얼른 집으로 몰래 들어왔다. 다행히 오빠에게는 들키지 않고 재빨리 방으로 들어와 몰래 눈물젖은 블루베리 케이크를 먹었다. 그나마 이걸 먹으니까 서운함이 좀 진정되는 것 같았다. 내일은 학교 앞에 찾아가보던가 해야지, 오세훈 가만 안 두겠어. 





***





"야, 너네 둘은 아까부터 왜 계속 쫓아와! 나 엄청나게 중요한 말 하러 가는 거거든?"


"아, 세훈이한테?"


"박경리랑 사귀는 거 때문에?"


"...근데 너네 둘은 어떻게 알아? 오세훈이 직접 말해줬어? 아니면 경리가?"


"난 집에서 박경리한테 들었지. 변백현 얘는 대충 짐작했다고 하던데, 수학여행 때 분위기 봐서."



나 빼고 다들 눈치가 장난 아닌가 보다. 나는 수학 여행 기억이라고는 박찬열이랑 한라산 백록담까지 올라간 기억 밖에 없는데. 그래서 존나 힘들었다는 거? 근데 변백현 얘는 예상까지 했다니, 정말 놀라웠다. 너희들의 눈치에 감탄을 남긴다, 리스펙트. 


오랜 만에 예전 학교에 와보는 것 같다. 전학 가고 나서는 처음인 것 같은데, 학상 혜리나 세훈이와 만날 때도 지금 학교 근처나 동네에서 만났으니까. 교문 앞에서 거의 버림 받은 남친에게 메달리는 꼴로 오세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얘는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간이면 분명 마칠 시간인데! 전화를 안 받는게 이상했다. 그래, 이새끼가 끝까지 가보자는 거지?


지나가는 학생들 중에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자, 싶어서 누가 지나가나 맹의 눈으로 살피고 있는데 어떤 사람을 보자마자 난 바로 몸을 뒤로 돌렸다. 뭐야, 저 선배 자퇴한 거 아니었어?! 내 앞을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저 선배는 한때 내가 목숨 걸고 좋아했던 강준 선배다. 하도 그때는 양아치를 완전 우상으로 두고 있어서 그런가, 상양아치인 저 선배를 나도 모르게 좋아하게 된 거였다. 아, 진짜 이런데서 마주치면 정말 쪽팔리는데.



"짝꿍아, 왜? 못 볼거라도 봤어?"


"아... 아니, 너 말 좀 시키지 마봐. 아니지, 너네 나 좀 가려봐."



이럴 땐 등치 큰 친구들이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니까. 하지만 다른 학교 남학생 두명이 남의 학교 교문 앞에서 멀뚱히 서있는 모습은 누구나 눈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다가 상양아치 서강준한테는 더더욱. 역시나 혹시나 했던 내 예상처럼 서강준은 우리 쪽을 바라봤고, 박찬열과 변백현 틈 사이에 숨어있는 나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oo야, 거기서 뭐해? 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소름 돋던지. 




"아... 안녕하세요, 선배."


"되게 오랜 만이다. 갑자기 전학가버려서 진짜 당황했었는데, 홍점고로 전학 갔었구나? 이렇게 멋있는 친구들도 사귀고 제법이다. 너 여기 다녔을 때는 항상 나만 졸졸 따라다녔었잖아. 지금은 나한테 관심도 없어보이긴 한데."


"...다 옛날 얘기잖아요. 저 오늘은 세훈이 보러 왔거든요. 다음에 얘기해요, 선배."




"음, 그래. 번호 안 바꼈지? 연락할게."



물론 번호를 바꾼 건 아니지만 전학을 감과 동시에 서강준 연락처는 차단한지 오래였다. 그냥 내 인생에서 사라줬으면 하는 마음에 차단을 했던 건데, 이렇게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서강준이 뒤돌아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마음이 놓여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런 내 모습은 당연히 처음이여서 박찬열과 변백현 또한 당황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내 눈치를 보는 건지, 누구냐는 둥 무슨 일이냐는 둥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오세훈 찾는 건 여기서 포기하고 오늘은 우선 집에 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예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나서 그런지. 박찬열과 변백현에게 대신 얘기를 해두었다. 혹시나 오세훈이랑 연락을 한다거나 만나면 ooo가 존나게 기다리고 있다고. 





***





좀 전에 봤던 서강준 얼굴을 너무나도 지우고 싶어서 집에 오자마자 오지도 않는 잠을 자려 애썼다. 그러다가 깊은 잠은 아니지만 잠깐 잠에 들었었다. 계속 옆에서 오빠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게 들려 인상을 찌푸리며 잠에서 깼다. 근데 의외로 누워있는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오세훈이 가장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이 자식이!



"야! 이 멍청이 새끼야, 너 죽고 싶어?!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오늘 생고생을 다 했는데!"


"야... 미안, 내가 잘못했어. 찬열이랑 백현이한테 대충 들었어. 으이구, 내새끼... 내가 다 미안해. 너 내가 경리랑 사귀는 거 말 안해줘서 화 잔뜩 났다고 하더라."


"그래, 이새끼야. 내가 너 경리랑 이어줄려고 처음에 만나게도 해줬는데, 넌 은혜를 그렇게 베푸냐!"


"아아, 내 말 들어봐. 너한테 존나 멋있게 말하고 싶어서 제일 고민하다보니까 너한테는 아직까지도 말을 못하고 있었네. 진짜 미안."




"야, 뭘 존나 멋있게 말해. 니 새끼 자체가 존나 멋있는 새끼잖아. 내가 너랑 사귀는 것도 아닌데, 내가 너한테서 번지르르한 말 들어서 뭐하게."


"뭐 하긴 네 말도 맞다. 근데 네가 나보고 멋있다고 해주다니, 의외다."



역시 오세훈은 오세훈이다. 얘가 평소답지 않게 나를 위해서 진지한 생각까지 해주다니, 의외이긴 했다. 내가 오세훈한테서 멋있는 새끼라고 말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물론 나도 몰랐지만,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넌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얼마 안되는 놈들 중에 아주 특별한 놈이야. 



"근데 너 서강준 형 만났지."


"...어떻게 알았어?"




"아, 너 이상한 선배 하나 만났다고 하길래. 딱 듣자마자 아 서강준 형이구나, 생각했지. 그리고 평소보다 표정도 되게 구려보이고. 너 기분 나쁘면 표정에서부터 다 티나는 거 알고 있지?"


"...됐거든. 근데 그 선배 자퇴한다고 했잖아. 지가 학교에 소문내고 다녔으면서 지금 멀쩡하게 학교 다니고 있는 건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미친 새끼... 애들이 지한테 다 장단 맞춰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게, 나도 그건 잘 모르겠다. 그냥 그 형 생각하지마. 너만 더 고생이지. 그리고 고맙다, ooo."


"뭐가?"


"네가 나랑 경리 이어줬잖아. 내새끼 없었으면 나 어떻게 살까, 싶었다."































***



오늘 홍일점 씹.노.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