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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3

[시우민 조각글] BUTTERFLY



어쩌면 넌 처음부터 여기 있으면 안됐을 지도 몰라.
















사후세계란 참 무섭다. 현실세계에서 겪었던 내 마지막 모습은, 아마도 웃고 있었던 것 같다. 모두와 함께. 그렇게 웃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들었던 목소리가 자꾸만 되새김질 하는 느낌이었다. 난 여기오면 안 된다고? 그리고 씁쓸하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감정을 속이지 않은 채, 그런 어색한 웃음. 



"왜... 안 되는 거지?"



눈을 떴을 땐 난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이 전에는 무슨 일이 일어 났는 지는 모르겠다. 난 이 세계에 있었던 게 아니니까. 그냥 너와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 되었을까. 아니면, 그냥 처음부터 다 잘못 된 건가? 누워있던 자세를 고쳐 잡고 일어나니, 머리가 얼마나 어지럽던지. 가만히 서있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균형을 잡지 못한 채, 바로 바닥에 넘어지고 나니, 아이들의 얼굴이 머릿 속을 스치는 기분이었다.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


"...어?"


"...미안."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넌 미안할 게 아무 것도 없는 걸. 


내가 사후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 쯤에 있었을 때 쯤인가. 너의 모습이 나타났다. 내가 원하던 너의 모습. 아, 그런데 그때 너의 표정은 좋지 못 했다. 마치 못 볼꼴이라도 봤다는 듯이. 그게 다 나 때문이라고는 그때는 생각 못 했지만. 너는 그때 나를 현실세계로 보내려 나를 마구 밀쳐 냈었다. 난 너의 의도도, 마음도, 아무 것도 알지 못 했지만. 그런 너의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다 아려왔다. 그냥, 웃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나를 보고. 


두려웠다. 네가 내 앞에서 사라질까 봐. 항상 나의 곁에서 나비처럼 머물러주던 너가, 다시 다른 꽃으로 간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인정하기 싫었다. 난 그저 너에게 수많은 꽃들 중, 하나일 뿐일텐데. 




"...돌아갈래."



돌아가고 싶었다. 어디로 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디든지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세계가 어디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너와 함께라면, 그게 사후세계이던 현실세계이던 나에게는 그저 행복함의 일부일 텐데. 


웃음이 다 나왔다. 나도 내 웃음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주제에 도대체 여태까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해 보였다. 도대체 뭘 원하는 건지. 그냥 얼굴 한 번 보고 싶다고? 네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충분히 그 세계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너를, 내가 어떻게 다시 건드려. 너에겐 내 어둠이 닿으면 안 돼. 어차피 우린, 계속 계속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잖아.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다른 세계에서 행복한 너의 손가락 끝 조차 닿이지 않아.



"미안해..."



너를 건드린 내가, 너에게 너무 미안해. 




















행복하다고? 한 번도 행복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너의 세상에서도, 나의 세상에서도.














"어차피 다시는 돌아갈 수 없잖아... 그냥 네 생각에 맡길래. 널 말릴 생각도, 데려올 생각도 없으니깐. ...그럴 자격도 없으니까."



내가 이렇게 겁쟁이였나. 언제부터? 멀리서 훔쳐보기만 했다. 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어차피 너의 책 속에 나는 조연도 아닐 테니까. 그런데, 너의 생각은 나와 조금 달랐는 모양이었다. 난 너에게, 주연 이상이었나 보다.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



묻고 싶었다. 왜 나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꼭 묻고 싶었다. 따질 생각도, 체념할 생각도 아니었다. 그냥, 이해하고 싶었다. 너를. 너의 생각을 이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너는 나에게 아무 생각이 없었구나.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제는 상처 받는게 무뎌졌다. 감정을 느낄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쉽게 말하면, 그냥 난 지쳐 버린 것 같다. 아무 것도 할 힘이 없으니까. 또 다른 인연을 만나기도, 또 다른 사랑을 만나기도, 무서웠다. 



"...미안."





그토록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던 나였는데, 이제는 내 입 밖에서는 미안하다는 소리 밖에 나오질 않았다. 다시 돌아오라고 하는 너의 목소리에도,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돌아가봤자, 우리는 예전처럼 잘 지냈을까. 난 너의 세상에서도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너라면 행복 했을까. 그냥 아무 것도 없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편이 훨씬 나았다. 상처에 무뎌졌다고 해도, 슬픔을 느끼는 건 여전 했으니까. 참 겁이 난다. 


예전에 한 번 들어본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너는 꽃이고, 나는 나비라고. 언젠가 꿀을 먹고, 다른 꽃에게로 가버리는 나비. 너의 말이 맞는 것 같았지만, 역할이 반대로 바뀐 게 아닐까. 난 한 번도 너에게 나비였던 적이 없다. 넌 거기 있었지만, 왠지 나에게는 닿지 않았다. 아, 혹시 그건 꿈인 걸까. 



"우리, 그냥... 같이 있지 말자."



이럴 줄은 몰랐는데, 내가 너에게 먼저 지쳐버린 것 같았다. 어차피 우리가 함께 있으면, 네가 힘들거나, 내가 힘들거나 둘 중 하나였다. 네가 힘들 바에는 차라리 내가 힘들고, 그냥 떠나버리는 편이 나았다. 어차피 어떻게든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너에게 상처를 주기는 싫었다. 그냥, 너라도 행복하기를 바랬다. 그치만, 너도 행복한 게 아니었구나. 나처럼, 너도 상처를 받았구나. 





"...네 말이 맞아. 넌 꽃이고, 난 나비였어."



















이틀 뒤면 시험이네요! 시험 끝나고 뭘로 돌아올 지는 모르겠지만, 한 편 써두고 갑니다! 

오늘 주인공은 우민이예요! 처음은 민석이 시점이었다가, 나중에는 여주 시점으로 바뀌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