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xt 3

[백현 조각글] 전교 1등과 사귀게 된 썰



전교 1등과 사귀게 된 썰













아까부터 실실 웃고 있는 변백현이 참 이상해보였다. 아니, 왜 쪼개고 지랄이지? 순간 정뚝떨이 돼서 잡고 있던 손을 놓을 뻔한 충동이 들었다. 

뭐냐는 식으로 살짝 걔를 재려보니, 갑자기 내 손을 좀 더 세게 잡아오면서 옛날 생각난다, 라며 되도 않는 과거 회상질을 해댄다.



"뭐 말이야?"


"너 고3 때, 나 쫓아다녔잖아."



아, 썅. ...반박할 수가 없었다. 왜냐, 변백현의 말이 조미료를 하나도 섞지 않은 진짜였기 때문에. 아니, 근데 쫓아다녔던 건...

아니였지 않은, 게 아닌 것 같다. (나 뭐래)





***





고등학교 때, 나는 이과였다. 무슨 자신감으로 이과를 갔는진 모르겠지만. 

근데 문과에서 유명하게 탑을 찍은 전교 1등이 있었는데 그게 변백현이었다. 그래서 얼굴은 몰랐었는데 이름은 알고 있는 그 정도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2학년 때 선택 보충을 하면서 영어를 같이 듣다가 얼굴을 봤었는데, 잘 생긴 애가 있길래, 아 그렇구나 했는데 그 애가 변백현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공부 잘하면 못 생겼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언니, 전교회장에 변백현 선배 나간데요."



3학년이 된지 얼마 안 됐던 날이었다. 이때는 변백현 얼굴도 알고 있고, 친한 방송부 후배 (난 방송부 아님) 지은이랑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근데 변백현이 전교회장에 나간다길래 난 당연히 변백현을 뽑아야지,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면 잘생겼으니까.


그러다가 선거운동 시즌이 와서 기호 4번 변백현~ 하면서 아침시간마다 교문 앞에서 보였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좋던지.

그리고 평소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선거운동 기간이 되니까 점심시간에도 참 많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뒤에서 몰래 쫓아다녔던지.



"기호 4번 변백현입니다."



우리반에 선거운동을 하러 왔을 때, 얼마나 잘생겨보이던지. 입고 있던 교복이 정말 반짝였다. 그렇다고 얼굴의 빛을 따라갈 정도는 전혀 아니지만.

우리반 아이들이 단합해서 춤을 춰달라면서 졸라대자, 트와이스 티티를 췄는데. 와, 침 흘릴 뻔 했다, 진지하게.



"변백현 진짜 잘 생긴 것 같아. 아까 우리반 들어왔었거든."


"아, 정말요? 오빠가 그렇게 잘생겼던가... 집에서 맨날 보니깐 그렇게 안 보이던데."


"에? 너 걔랑 친해?"


"친하던가...? 가족이니까 친하겠죠? 사이 나쁜 건 아니예요."



가족?! 진짜 그때 순간 걷고 있던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아니, 변백현 동생이 지은이라니! 생각도 못했다.

당연히 변백현을 선배라고 부르니까 남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어쩐지, 변백현 선거에 대해서 제일 먼저 안 게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이유였구나.


대망에 선거 날이 다가왔다. 번호 순으로 투표를 하는데, 난 당연히 변백현을 뽑았다. 간절하게 변백현이 전교회장이 됐으면, 하고 바라면서.

하지만 하늘은 역시나 내 편이 아니신지 변백현은 전교회장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충격적으로 우리 반에서 3표 밖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반 완전 왕따 됐더라."



변백현은 얼굴도 잘생겼고,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해서 친구들도 참 많았다.

문과에 하도 이상한 남자애들이 많다는 것만 빼면 참 좋겠지만. 우리반에 들어와서 춤도 췄는데 3표 밖에 나오지 않은 걸, 그 친구들이 듣고 짜증이 났는지 우리반을 대놓고 욕을 하고 다녔다. 정작 변백현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말이다.


어떤 일까지 일어났냐면 석식시간에 운동장에서 놀고 있으면 공으로 실수라던가, 일부로라던가 치고나서 사과를 하지도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나에 신경을 건드린 말은, 지들끼리 우리반에 변백현 표를 0표로 깎아버리고서 소문을 내고 다녔다는 것이다.



"아니, 내가 변백현을 뽑았다는데 무슨 개 헛소리야?!"



운동장에서 소리를 빽 질렀다. 물론 변백현이 들은 건 아니지만, 걔네 친구들이 들었다는게 더 문제였다.

걔네가 변백현한테 말할 정도로 나쁜 애들은 아니였지만, 말할 것 같았다.(?)



"언니, 오빠가 ooo 아냐고 물어보던데..."


"...헐, 왜?"


"고맙다구요. 자기 뽑아줘서 고맙다고. 얼굴도 보고 싶다고 하던데..."


"그래서 뭐라고 했어?"


"음, 점심시간에 저랑 같이 있을 거라고 얘기했죠."



지은이 말이 끝나자마자 내 뒷통수에서, 변지은!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설마, 하면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을까.

어느 새, 내 옆에 변백현과 지은이가 나란히 함께 있더라. 이렇게 보니깐 정말 둘이 닮았네...? 아하하, oo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너 친구랑 놀고 있어봐, 오빠 oo랑 얘기 좀 하게."



oo라니, 변백현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신선한 쇼크를 먹어서 하마터면 오줌을 쌀 뻔 했다. 

지은이는 열심히 하라며, 화이팅! 하고 가버렸는데 난 아무 말도 못했다. 아나, 이거 혹시 좋아하는 건가?




"내 친구들이 너 얘기 엄청했어. 그래서 누군지 궁금했었는데, 복도에서 좀 봤었네. 그치? 맨날 귀엽게 다니던데."



응? 도대체 뭐가 귀엽다는 거지? 얼굴이? 몸이? 내 행동이? 내 성적이? (ㅋ) 변백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 물론 귀엽다고 한 건 아주 잘 알아 들었지만,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 지는 몰랐다.


변백현이랑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하고 다녔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사실 변백현이랑 잘해보고 싶은 마음은 아주 굴뚝 같았지만 뭘 해볼 수도 없었다.

왜냐면 아까도 말했다시피 변백현은 문과 1등이었고, 나랑은 다른 길을 갈 애였다.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변백현이랑 같은 학교를 가고 싶은 마음에 죽어라 공부를 했었다. 기적이 일어나서 수능으로 변백현과 같은 학교를 갔, 다고 하면 완전 소설이겠지.

같은 학교는 가지 않았지만, 원래 내가 갈 학교들보다 몇 단계나 더 높은 학교를 간 건 사실이었다.


대학교 1학년이 끝나고, 2학년으로 올라가는 해에 동창회처럼 거창한 행사는 아니지만 그냥 만나서 얼굴정도 보자는 식으로 하는 파티 비스무리한 걸 했다.

거기서 우연치않게 변백현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나 좋은 학교를 가서, 거기서도 잘 지내고 있더라. 참 다행이었다.



"야, ooo~ 변백현 보니깐 어떠냐. 너 얘 완전 좋아했잖아~ 전교회장도 뽑아주고!"



하하, 이 김종대 새끼를 어떻게 하면 잘 죽일 수 있을까? 변백현 친구라고 잘 대해주는게 아니였다. 술을 쳐마시니 얼마나 입을 털어버리던지.

변백현 눈치를 보느라고 꽤나 고생을 했다. 여기에 계속 있으면 변백현만 피해를 볼 것 같아서 일찍 자리를 뜰려고 했는데, 나와보니깐 변백현이 나보다 먼저 나와있더라?



"어, 벌써 가려고?"


"아, 응... 좀 피곤해서."



나는 옆에 있는 김종대 덕에 술을 좀 마셔서 얼굴이 좀 불그스름해져 있었는데 변백현은 별로 안 마셨는지 멀쩡해보였다. 

계속 앉아있다가 갑자기 움직여서 그런지 머리가 어질어질 해서 잠깐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는데, 변백현이 괜찮냐며 날 걱정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아, 그냥 보는 건데 술김에 그렇게 보이는 건가?



"괜찮아? 좀 마신 것 같던데."


"으응, 괜찮아. ...보니깐 너 잘 지내는 것 같더라. 학교는 어때?"




"그냥저냥 다니고 있지. 나 종대한테 네 소식 되게 많이 물었었는데, 한번 보고 싶어서. 오늘 봐서 다행이다."


"...왜 보고 싶었는데?"


"나 너 좋아했는데... 몰랐지? 근데 너 공부 엄청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그 이후로는 인사도 못했어, 너한테 방해될까봐."



좋아한다니, 혹시 내가 가진 감정과 같은 뜻일까? 

혼자 갈 수 있다고 그렇게 고집을 부렸는데도 계속 변백현이 데려다준다고 고집을 부리길래 하는 수 없이 변백현 몸에 조금 기대서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술김이 아니면 절대 못할 말을 내가 내뱉고 말았다.



"아직도 나 좋아해?"


"응."



의외로 변백현은 딱히 망설임 없이 긍정의 대답을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변백현이랑 잘 사귀고 있지. 근데 얘가 학교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던지, 요즘 걱정이라니깐.

'Text 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현 조각글] 그때의 우리 2  (0) 2019.06.20
[백현 조각글] 그때의 우리 1  (0) 2019.04.22
[디오 조각글] 서울행  (0) 2017.02.05
[백현 조각글] 푸른 숲의 전설  (0) 2017.01.01
[시우민 조각글] BUTTERFLY  (0) 2016.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