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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25

홍일점

 

 

 

 

 

 

 

 

 

 

 

 

"야, 너 저번에는 서강준이 사귀자고 하면 절대 안된다고 그래놓고선..."

 

-"이게 더 좋은 방법인 줄 알았지..."

 

"좋은 방법은 개뿔!"

 

 

옆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는 박찬열과 변백현에게는 대충 상황 설명을 해주고 난 내 방으로 들어와 당장 오세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얘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솔직히 해결은 못할 망정 해결 방안 몇가지는 제시해줘야 되는게 예의 아니냐!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내가 머저리였는지, 오세훈은 전혀 해결 방안을 주지 않았다. 계속 어떡해, 어떡해 만 반복하고. ...이 자식.

 

 

"근데 짝꿍, 그냥 헤어지면 안돼?"

 

"어제 사귄다고 했는데, 오늘 헤어져?"

 

"계속 볼 사이도 아닌데,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헤어지자고 하면 되지. 계속 어색한 사이일 바엔 그게 훨씬 낫겠다. 그리고 난 아직 그 사람이랑 짝꿍이 사귀는 거 허락 못해."

 

"네가 무슨 우리 부모님이냐. 근데... 아, 그 인간 앞에 가면 말이 제대로 안 나오더라고. 이건 좋아하는 감정이 전혀 아닌데 말이야."

 

 

하긴 박찬열 말이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근데 진짜 웃기네. 박찬열 말대로 계속 볼 사이도 아니고, 내가 전혀 미안해 할 상황은 아닌데 왜 말을 못할 것 같지? 아, 미안해 할 상황은 맞지... 진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좋아한다고 고백 해버렸으니. 아, 모르겠다-. 다음에 만날 때 생각해봐야겠다. 일단 갑자기 일어난 일 때문에 너무 복잡하잖아.

 

 

 

 

***

 

 

 

 

"oo 요즘 보기 힘들다. 바빠?"

 

"아... 그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피치 못할 사정? 우리한테 말 못해주는 거야?"

 

"그게... 내가 어찌하다보니 서강준 선배랑 사귀게 됐는데... 맨날 만나자고 하잖아. 사실 오세훈이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해봐라, 하고 말해서 한 거긴 한데... 오세훈은 당연히 안 받아줄 게 뻔하다고 해보라고 한 거거든. 근데 내 생각도 같았어. 설마 받아줄까, 하고 했는데 자기도 좋아한다면서 그러잖아. 진짜 개당황했지."

 

"뭐? 오세훈이? ...그 자식은 왜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해가지고. ...사귄지는 얼마나 됐는데?"

 

"이제 일주일 좀 넘었나... 아, 근데 만날 때마다 어색하고 난 대답만 해."

 

 

맨날 맨날 서강준만 만나다가 사나랑 경리를 만나니까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얘네한테도 아직 말을 못했어서 짧게 얘기해줬는데, 경리는 오세훈이 그런 짓 한게 영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인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사실 내 표정도... 당연히 이건 좋은 얘기가 아니잖아!

 

 

"근데 진-짜 솔직하게 너는 그 선배 별로야?"

 

 

사나의 물음에 대답을 못하고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하긴... 경수한테도 이런 말을 해줬었다, 내 입으로. 극혐하는 게 아니라면 서로 알아갈 시간이 필요한 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난 이 사람이랑 모르는 사이였던 것도 아니고, 스엠고에 다닐 때 충분히 알아간 것 같은데 이걸로는 부족한 건가.

 

 

"그건 너 혼자 일방적으로 그 선배 알아본 거 아니야? 사적으로 따로 만난 적은 없잖아. 그치?"

 

"응... 그렇지. 근데 소문이 너무 안 좋아서 그냥 포기해버렸지. 아,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 사람 소문 걱정할 처지는 아니였는데."

 

"그럼 왜 만나기 꺼려지는 거야? 과거의 네 그 생각 때문에? 소문이 안 좋다는."

 

"그렇지, 뭐... 상처 받기 싫었거든. 만약에 사귀게 된다고 해도 저 선배는 여자가 많으니까 나 말고도 충분히 다른 여자 만날 수 있다는 거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다는 게 진짜 싫었거든. 물론 지금도 그게 좋진 않지."

 

 

사나와 경리에게 상담을 받고 나니 마음이 더 가벼워졌다기 보다는 전보다 훨씬 무거워진 것 같다. 내가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너무 고민이 되기도 했고... 설상가상으로 서강준이 집에 데려다주겠다면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는데, 아-. 어찌하면 좋을꼬. 미치겠다.

 

"많이 기다렸어?"

 

"아, 아니요..."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들어보니... 아, 더럽게 잘생겼네, 진짜. 얼굴 보면 싫어할 수가 없다, 이 사람은. 그래서 내가 헤어지자고 못하는 건가. 고작 얼굴 때문에!? ooo 돌았냐?! 아... 근데 맞는 것 같애.

 

 

"표정이 안 좋은데... 친구들 만나서 무슨 일 있었어?"

 

"그게 아니라... 저 선배한테 할 말이 있는데."

 

"뭔데? 집 가면서 얘기하자. 늦었어."

 

 

사나랑 경리한테 받은 용기로 드디어 얘기를 해보려고 하는데 이 사람은 나랑 진심으로 사귄다고 생각하는 건가... 너무 스윗하게 대하잖아. 없던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는 마음에 나는 조금 급해졌다. 서둘러서 이 사이를 끊어버려야 할 것 같아서. 정류장 의자에서 일어나 서강준이랑 함께 우리집 쪽으로 걸어갔다.

 

 

"...저 사실 선배한테 사귀자고 한 거... 진심 아니였어요. 죄송해요. 너무 늦게 말해서..."

 

"음,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어. 만날 때마다 애가 하도 멍해가지고, 나한테 집중도 안해주고."

 

"아... 죄송해요.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 저도 모르게."

 

"아니야, 이해해. 근데 이유 물어봐도 될까? 왜 나한테 좋아한다고 했는지."

 

"아, 진짜 솔직하게 얘기할게요. ...저 스엠고 다닐 때는 선배 정말 좋아했어요. 선배가 담배 피는 여자 싫어한다는 소문 듣고 진심으로 담배를 끊을려고 했으니까요. 그... 기억 안 나실 수도 있는데, 선배한테 할 말 있다고 말한 적 있었거든요. 그때 용기내서 데이트 신청 해보고 싶어서요. 근데 얘기 하려고 했을 때 여자 선배 한분이 와서는 선배랑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더라구요. 선배가 아주 자연스럽게 그 여자 선배 이름을 불러주는 걸 보고... 나 말고도 선배 곁에는 좋은 여자가 많겠구나, 싶어서 그 날 이후로 포기했어요. 포기한다고 해서 바로 포기가 되지는 않았지만 전학 오고 나서는 선배 얼굴을 못 봐서 솔직히 생각도 잘 안 났어요. 차라리 그게 더 좋았죠... 그런데 갑자기 선배 만나게 돼서 혹시 나를 이용하거나 나쁘게 말해서 엿맥이려고 하는 건 아닌가 해서 겁이 났었어요. ...저 혼자 너무 선배를 나쁘게 본 것 같아요. 일주일 정도 선배랑 같이 있으면서 선배가 나쁜 사람이 아니고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많이 생각했었어요."

 

 

걸으면서 서강준 얼굴도 안 바라보고 중얼 중얼 거리면서 말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너무 길게, 이상하게 얘기한 것 같은데... 내 마음을 이해하셨을 지 모르겠다. 이해 못해도... 이미 솔직하게 얘기를 해버린 이상, 내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음, 나에 대해서 이렇게 깊게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되게 고마운데? 물론 날 좋게 봐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날 관심있게 봐준 건 사실이잖아. 네가 본 상황으로는 충분히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근데 네가 스엠고 다녔을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나는 널 좋아하고 있어. 아, 물론 처음에는 너랑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 하는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말이야. 그리고 내 주위에 여자가 많다는 건... 생각 안 해봤어. 난 내가 관심 없으면 잘 대해주긴 하지만 모두 생각없이 하는 행동이거든. 그것도 어떻게 보면 단점인 것 같아. 내가 잘 떼어내지 못하는 것도 있으니까."

 

"아... 근데 선배 절 좋아하셨다구요?"

 

"응, 그래서 네가 카페에서 나 좋아한다고 얘기할 때 말했잖아. 나도 좋아한다고. 그 말은 정말 진심이었어."

 

 

진짜 머리를 한대 쿵- 맞은 것 같았다. ...서강준이 날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 시나리오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때도, 지금도. ...진심이였다고 하면 너무 미안해졌다. 내가 한 사람의 진심을 가지고 장난을 쳐버린 꼴이니까. ...오세훈도 나에게 이런 방법을 알려줘서 잘못은 했지만, 생각없이 그 행동을 한 내 자신도 정말 미웠다. 

 

 

"아, 근데 너무 미안해 하진 마. 나도 너한테 그런 오해를 할 여지를 줬던 거니까. 쌤쌤이라고 치지, 뭐. 괜찮지?"

 

"아, 네에... 전 한번도 그런 생각 해본 적이 없어서... 선배 말이 와닿지 않아요."

 

"그래? 난 내 나름대로 티를 많이 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티를 많이 낸 건 사실이다. 내가 모두 돌려서 생각했을 뿐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선배의 행동이 정말 이상하다고, 나를 엿맥이는 게 분명하다고 확신을 했는데 모두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도 네 진심 알아서 좋아. 그럼 사귀는 거 말고, 이젠 진짜 친한 오빠 동생 하자. 이젠 나 너무 떼어내지 말고, 알겠지?"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