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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23

홍일점













졸지에 변백현이랑 사귀게 된 꼴이라... 하하하, 참 재밌구나? 나 혼자 이렇게 재밌게 살아도 될련지 모르겠네. 하하하-. 서강준이 사라지고 변백현을 얼마나 팼는지 기억도 안 난다. 내 손이 다 아파질 지경이었으니. 오빠한테 이 얘기를 해주니까 차라리 그 편이 낫겠다며 나를 약올렸다. ...나 정말로 서강준 앞에서는 변백현이랑 사귀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혹시 헤어졌다고 하면 다시 찝적대는 건 아니겠지...



"oo야, 좋은 아침-."




"...야, 너 나 그렇게 부르지마. 죽고싶어? 이게 남친인 척 하다가 진짜 남친하겠네?"


"진짜 남친하면 안돼?"



변백현 이 자식은 아침부터 왜 우리반에 와서 이지랄인거지... 옆에 있던 박찬열은 왜 남친이라는 단어가 여기서 나오냐며 얼른 얘기해달라며 나를 닦달하면서 내 몸을 흔들어재끼고 있고... 나는 설명하기도 싫고... 변백현 이자식은 계속 주댕이를 나불거리고... 그냥 서강준이랑 밥 한끼 먹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





"oo야, 맛있어?"


"응, 존나 맛있네."



혹시나 하교하는 길에 또 서강준이 나타나면 어쩌냐고 같이 집에 가자고 하는 변백현의 말을 가뿐히 거절하려고 했는데, 스무디를 쏜다고 하는 걸 어떡해... 난 왜 이렇게 먹을 거에 잘 넘어가는 지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 하루종일 학교에서 변백현의, oo야 공격에 이미 적응이 된지 오래였다. 하지만 변백현의 말도 안되는 말과는 달리 서강준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옆에서 함께 스무디를 쭉쭉 들이키고 있는 분은 김종대. 이상하게 학교에서 민석 오빠는 내가 직접 찾아가야지 보이는데, 이자식은 왜 제 발로 찾아와 주는 걸까. 나 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변백현도 불만이 많아보이는 표정이었다. 하긴 돈이 두배로 나가서 그런 건가? 그건 아니겠지?



"누나, 우리집 안 놀러와요? 형이랑 누나가 안 본지 오래됐다고 그러던데."


"지랄하지마. 나 현아 언니랑 맨날 연락하거든?"


"...헤헤-. 그랬어요?"


"놀러가도 너 있을 땐 안 갈래."




"오늘 우리집 치킨 파티 한다고 했는데."


"갈게. 저쪽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철벽을 너무 잘쳐. 먹을 것만 빼면... 이렇게 너무 갑작스럽게 김종대네 집에 가게 됐다. 옆에 있던 변백현은 스무디 하나를 사줬다는 약점을 계속 걸고 넘어져서 얘도 결국 따라오게 됐다. 헤헷-. 치킨 너무 행복하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아 언니가, oo네? 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이 언니는 츄리닝을 입고 있어도 어쩜 빛이 나는 거지? 같이 살고 있는 민석 오빠랑 김종대는 언니를 보고도 안 반하는 게 참 신기하다. 놀라워.



"너 온다고 했으면 케이크라도 사다놓을 걸 그랬어. 미리 얘기해주지."


"에-. 아니예요, 언니. 너무 많이 얻어 먹었어요."




"아아, 잠깐만 내 방으로 와봐. 보여줄 거 있어."



줄 거? 그게 뭐지. 현아 언니를 따라 언니 방으로 들어왔는데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언니와도 잘 어울리는 방이었다. 이 집에 되게 많이 놀러왔는데, 왜 그때마다 이 방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지 않았을까... 항상 먹느라 바빠서 그런 거겠지? 언니는 책상에 펼쳐놓은 졸업앨범을 들더니 단체 사진 하나를 가리키더니, 여기 너 있어 라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아니, 잠깐... 언니 뭐라구여?



"...엥, 저 이때 중학생인데?!"


"준면이한테 물어보니까 너 체육대회 계주 응원하러 왔다던데? 기억 안 나?"


"계주요?"



아, 미친...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하다. 중학생 땐 계주는 무슨 왕따처럼 지내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고등학생이 돼서 계주를 한다고 하잖아. 당연히 보러가야지! 응원이 아니라 나는 오빠가 얼마나 웃기게 뛸까 기대돼서 보러간 거였다. 오빠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한담. 


치킨을 시켰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져 거실에서 거의 뛰어놀다시피 변백현을 패고 있었을까. 문 여는 소리가 들려 현관 쪽으로 가보니 민석 오빠가 와있었다. 근데 오빠 혼자가 아니였다. 등에 뭘 메달고 왔는데, 뭔가 보니 미친 박찬열이잖아! 변백현이 그렇게 떼어내고 왔는데 쟤는 어떻게 왔데? ...하긴 안 봐도 뻔하지. 나처럼 치킨 파티 한다는 말에 홀려서 온 건가.




"야, 너 왜 오냐? 내가 얼마나 힘들게 떼어냈는데."


"누가 너보러 왔냐? 난 짝꿍 보러 왔거든. 아침부터 남친 남친 거리면서 삽소리를 하질 않나. 그치, 짝꿍아?"


"너도 삽소리 좀 그만해."


"엥, 누나 백현이 형이랑 진짜 사귀는 거예요?"




"어? 너희 둘 사겨?"


"응. 어제부터 사겼어, 우리."



진짜 어느 부위부터 조지면 될까 진지하게 스캔하면서 견적을 내고 있는데 치킨이 왔닭! 지금 내 앞에 있는 잡 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서 재빨리 문을 열고 나가 치킨을 받아왔다. 현아 언니가 자기 닭다리도 먹으라며 나한테 내밀길래 신나게 냠냠 먹고 있는데, 언니가 좋아하는 콜라를 어떤 괴물 같은 놈이 싹쓰리를 해버려서 언니가 콜라를 못 마시고 있었다.



"그럼 제가 콜라 사올게요, 언니."


"어? 안 그래도 되는데, 같이 갈래?"


"아니예요. 금방 갔다올게요."


"짝꿍아, 나랑 같이 갈래?"


"야, 넌 닥쳐. 남친이랑 같이 가야지."


"...둘 다 꺼져."



저 둘이랑 같이 갔다간 오늘 안에 집에 못 돌아올 것 같아 내팽겨치고 서둘러 집 밖으로 나왔다. 지름길로 가려고 골목으로 들어왔는데 익숙한 담배 냄새가 나 킁킁- 하고 숨을 들이마셨는데, 순간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아뿔싸... 이 인간이 이 동네 사는 걸 잊고 있었다. 



"oo네? 요즘 자주 본다, 그치."


"아... 그러게요."




"요즘은 담배 안 펴? 예전에는 너 피는 거 되게 많이 봤는데."


"피긴 하는데... 안 핀지 좀 됐어요. 생각이 잘 안 나서."


"필래?"



담배 한개피를 내밀길래 망설이지 않고 받아 물었다. 라이터가 없어서 달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빤히 서강준의 손을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내 앞으로 한걸음 다가오더니 예전처럼 자기 담배를 내가 물고 있는 담배 쪽에 불을 붙여주었다.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시간이 멈춰버린 줄 알았다. 그리고... 또 더럽게 잘 생겨가지고 오줌 질질 쌀 뻔 했네.




"예전부터 느꼈는데, 너 담배 되게 예쁘게 피더라. 전학가고 몇 번 생각난 거 있지."


"...하하-. 담배 예쁘게 피다니, 처음 들어봐요."



전학 오고나서는 처음 피는 거라 약간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몇번 연기를 들이마시고 내뱉으니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어 담배를 벽에 지져 불을 끄고 꽁초는 버리지 않고 챙겼다. 나는 바닥에 버려진 꽁초가 그렇게 보기 싫더라. 더 오래 같이 있었으면 충분히 서강준한테 반하고도 남을 것 같아 자리를 피한 것도 있다. 



"착하네. 다음에 또 보자."


"아... 담배 감사합니다."



왜 저런 인사를 뱉었는 진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때. 담배 공짜로 피웠으니 그걸로 만족하자. 편의점에 가서 콜라 큰 걸 하나 사고 문 앞에 서서 담배 냄새가 나진 않을까 킁킁- 냄새를 맡는데 존나 많이 난다. ...음, 모르겠다. 그냥 망설임 없이 초인종을 눌러 집 안에 들어오는데 문을 열어준 민석 오빠가 내 머리 끄댕이를 잡고 가까이서 냄새를 맡는데 얼마나 심장이 떨리던지.



"손."


"...손..."



강아지가 된 기분이다. 오빠가 손을 내밀어보라며 자기 손을 내밀길래 찔려서 왼쪽 손을 내미니, 이게 장난하나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오빠 콧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놓고 재빨리 들어갈까 생각을 했는데 그러다간 볼기짝을 오질나게 맞을 것 같아 순순히 오른 손을 내밀었다.



"이게 또 담배폈구나. 너 요즘 안 피는가 했더니. 안 끊었어?"


"...음, 담배가 펴달라고 유혹을 하길래 뽀뽀만 하고 왔어. 오빠 콜라 마실래?"


"한번만 더 펴라. 준면이 말고 내가 너 혼낸다."



사실 민석 오빠는 하나도 안 무섭지롱. 저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서 혼낸다니, 얼마든지 혼내달라는 심정이다. 대충 네네-. 하고 대답을 하고 언니한테 콜라를 내밀고 남은 치킨을 맛있게 냠냠 섭취했다. 내 양쪽에 있던 변백현과 박찬열은, 짝꿍 담배폈어?! 하고 얼마나 놀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