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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26 完

홍일점

 

 

 

 

 

 

 

 

 

 

 

 

전학온 지 시간을 재보면 진짜 얼마 안 된 시간들인데,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보면 너무 오래된 것 같다. 가장 충격적인 일은 아무래도 서강준이랑 일어난 일이겠지? 날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충격을 먹었는 지 모르겠다.

 

 

"흠, 벌써 고3이라니... 아악! 뭐야?!"

 

 

복도에 혼자 기대서 고독을 씹으며 창가를 지긋이 바라보는데, 누군가 내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주다 엉킨 머리카락에 걸려 아픔을 느꼈다. 젠장, 누구야!? 내가 이렇게 고독을 씹는데 방해한 인간이. 뒤로 훽 돌아보니 당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박찬열이 있었다. 저 자식, 한번도 날 얌전히 냅둔 적이 없어요.

 

 

"아, 짝꿍아. 이건 진짜 오해가 있어. 난 네 머리 위에 벌레가 있길래 떼줄려고 그런 거야."

 

"얌전히 벌레나 뗄 것이지, 내 머리카락까지 떼낼려고?"

 

 

고독 씹던 걸 멈추고 3학년 반배정을 보러 갔다. 아, 곧 오빠 졸업식 하는데 가기 싫다... 사실 서강준이랑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기로 약속은 했지만, 좋아했던 사람이잖아. 그리고 심지어 그 사람도 날 좋아해. 근데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야. 이건 무슨 개똥 같은 사이냐고. 누구 하나가 좋아하는데 온전한 사이로 남기는 쉽지 않다.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고. 그래서 내린 결론은 배고프다.

 

 

"흠, ooo... 내 이름은 도대체 어딨는 거지."

 

"짝꿍아, 너 7반."

 

"아, 아싸-! 사나랑 같은 반이네. 너랑은 떨어져서 다행이다."

 

"그래도 옆반이야, 짝꿍... 아, 나랑 계속 짝꿍해야 하는데."

 

"끔찍한 소리는 거기서 그만해."

 

 

간단히 반배정을 알려주자면, 나 7반. 사나 7반. 박찬열 6반. 변백현 10반. 경리 6반. 경수 10반. 뭐 뿔뿔히 흩어지지는 않았다. 뒤에서 박찬열이랑 같은 반이라는 절망에 빠진 경리의 비명 소리가 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종례는 이미 끝나서 집에 가기 위해 교문 쪽으로 걸어가는데, 난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진지하게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일어난 일이다. 갑자기 내 몸만한 거머리 하나가 나타나더니만, 그대로 내 옆에 있는 박찬열을 덮쳐버려서는 그로 인한 충격 때문에 운동장에 있는 인조잔디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상황 파악을 하는 데에 7초라는 시간이 흘렀다.

 

 

"엥? 이혜리. 너 뭐야? 여기 왜 있어?"

 

 

"아, 이 자식이 말이야. 어제 나를 완전 엿 맥였단 말이지? 그래서 죽일려고 친히 여기까지 왔어, 내가."

 

 

박찬열을 덮친 거대한 거머리는 혜리였다. 그래서 혜리 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어제 둘이 각자 다른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그 게임 유저 중에 혜리가 좋아하는 신 급인 유저가 한명 있었는데, 그 게임에서는 유명하대. 아무튼 그 신급 유저가 혜리랑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우리랑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거야. 그래서 만나자고 이러쿵 저러쿵 약속을 잡아서 그 날 저녁에 만났는데, 완전 개여신이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언니한테 친하게 지내자면서 막 애교 떨고 난리가 났는데, 갑자기 이 자식이 나타나더니만 언니한테 친한 척을 하면서 나랑 언니 사이를 갈라놓는 거야."

 

"아니, 진짜 아는 사이라니까?"

 

"아니, 멍청아. 그럼 왜 게임 안에서는 둘이 존댓말 쓰고 그래?"

 

"같이 짰다고. 너한테 몰카하자면서! 왜 사람 말을 안 믿어!"

 

"엥? 야야, 둘다 그만하고. 그 언니가 누군데 박찬열을 알아?"

 

"아니, 짝꿍아. 그 누나 현아 누나 친구야."

 

 

현아 언니 친구? 그럼 현아 언니 닮아서 그 언니도 예쁠려나. 예쁜 언니 더 생기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한데, 나한텐 현아 언니 뿐이라고. 이 싸움의 끝을 모르겠어서 그냥 박찬열이랑 혜리를 둘을 냅두고 다른 친구들이랑 교문 밖으로 나왔다. 현아 언니 얘기가 나와서 그런가, 언니 보고 싶네. 언니랑 카페 탐방 하는 미션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

 

 

 

 

"엥?! 저기 저 여신이랑 네가 아는 사이라고!?"

 

"야야, 맞지. 너도 안 믿기지? 구라 좀 작작쳐."

 

 

혜리가 말한 그 여신 언니 실물을 우연히 영접할 수 있었다. 오빠 졸업식은 죽어도 가기 싫었는데, 하필 난 그때 방학이더라고, 하하. 아침 댓바람부터 오빠가 졸업식 가자고 나를 깨우는 걸 어떡해. 왜 나를 졸업식에 못 데려가서 안달이야. 내년에 내 졸업식 안 오면 그대로 지옥행 열차에 태워버리겠어. 아무튼 그렇게 오빠 졸업식에 왔는데, 현아 언니가 오면서 그 여신 언니를 데리고 와서 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 오빠랑도 아는 사이잖아?!

 

 

"아, 네가 준면이 동생이구나? 반가워, 난 배주현이라고 해."

 

 

"아, 안녕하세요..."

 

 

이렇게 예쁜 사람들은 도대체 뭘 먹고 사는 거지... 아니, 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가 있지? 아무튼 언니한테 물어보니까 정말 박찬열이랑 짜고 혜리에게 장난을 친 건 맞긴 하더라... 저 자식 따위가 감히 우리 주현 언니랑 친하다고 하다니... 믿을 수 없다.

 

 

"근데 너 서강준 선배는 안 만나봐도 돼? 그 선배도 오늘 졸업하는 거잖아."

 

"아, 미친... 까먹고 있었어. 어떡하지? 그래도 졸업 축하 한다는 말은 해야겠지...?"

 

"당연하지. 야, 선배 저기 있다. 가봐."

 

 

혜리랑 오세훈한테 등 떠밀려 결국 서강준이 있는 쪽으로 왔다. 아, 젠장... 무슨 말 할지 생각하고 갈 걸. 막상 선배 앞에 서니까 아무 말도 생각이 안 난다. 심지어 날 보고 웃는데, 나는 세상 어색한 미소 밖에 지어지지 않는다. 아, 젠장 입꼬리에 주사라도 맞았나.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가 않네. 하하.

 

 

"어, 준면이 보러 온 거야?"

 

"아하하, 네에. 오빠도 졸업하고, 선배도 졸업하시니까... 보러 왔어요."

 

 

"정말? oo가 와서 축하해주니까 되게 좋네."

 

"아, 아니에요... 졸업 축하해요, 선배."

 

 

 

 

***

 

 

 

 

"아, 너무 더워... 너희 아직 춘추복 입고 있어?"

 

 

"oo야, 아직 4월인데..."

 

"알지, 4월은 봄 아닌가... 왜 벌써 여름인 거 같지? 지구 온난화가 너무 심각해."

 

"그러기엔 너만 하복 입고 있는 것 같지 않냐?"

 

"아, 시비 거네, 오세훈-."

 

 

보충이 끝나자마자 카페로 달려와 시원한 스무디를 시켜서 더위를 녹이고 있는 중이다. 아니, 더위를 녹이기 전에 내가 먼저 녹아버릴 것 같네. 아, 왜 4월인데 이렇게 더워... 근데 오세훈 말을 듣고 보니, 여기 있는 5명이 전부 춘추복을 입고 있다. 심지어 사나랑 경리는 마이까지 입고 있어... 저기는 겨울이고 나만 여름인가.

 

 

"근데 아직 하복 혼용기간 아니잖아."

 

"어쩐지, 아침에 종인 쌤이 나 잡더라. 밖에서 보면 죽일려고 했는데, 못 만나가지고."

 

 

난 당연히 더워서 하복을 입어도 되는 줄 알았지. 종인 쌤이 하복 입지 말라고 아침에 잔소리를 하길래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는데, 그러면 안 되구나. 이미 춘추복은 장롱에 넣어버린지 오랜데. 다시 꺼내야 하나.

 

 

"어, 저기 네가 좋아하는 주현 누나 있네?"

 

"엥? 어디 어디?"

 

 

박찬열 말을 듣고 눈을 돌려 다른 테이블 쪽을 바라보는데, 진지한 표정의 주현 언니와 어떤 남자의 뒷통수가 보인다. 엥... 혹시 언니 남자친구랑 싸우는 건가? 감히 언니를 힘들게 하다니... 용서하고 싶지 않다. 근데 너무 진지해 보여서 언니한테 인사를 하러 가기도 뭐하다. 

 

 

 

 

 

 

 

 

 

 

 

 

 

p.s 주현이의 스토리를 '홍일점 2' 에서 다룰 거예요! 너무 당황스럽겠지만...ㅎㅅㅎ 아, 그리고 타이틀 이름도 바뀔 것 같네용. 그동안 홍일점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