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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FATAL (完)

[변백현 빙의글] FATAL 02




FATAL













어두운 창고 속에서 눈을 뜬 oo는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힘이 쭉 빠져서 늘어진 몸 덕에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주변이 조용한 걸 보니, 누가 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몸에 힘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고 한손으로 벽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변백현 나쁜 새끼 아니야, 이거?"




이를 부들부들 갈며 백현의 욕을 하던 oo는 창고의 문을 발로 뻥- 차버리고는 창고 밖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oo의 기분을 위로해주는 건지, 아니면 눈치도 없이 횡패를 부리는 건지. 날씨는 우중충하게 곧 있으면 비가 내릴 것 같이 하늘에 구름이 꽉 차 있었다. 




"어디 갔다왔어, 싸우다 왔냐?"


"…몰라."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던 찬열은 oo가 옴과 동시에 몸을 앞으로 당기더니, 무슨 일이 있었냐며 눈치도 없이 물어왔다. oo는 아직도 좀 전에 있었던 백현이 한 짓 때문에 화가 풀리지 않는 지, 신고 있던 구두를 벗더니 바닥에 쾅- 하고 던져버렸다. 찬열은 이런 일이 익숙하기라도 한 건지,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말을 이었다. 




"변백현 만났나 보네?"


"그새끼가 키스했어, 나한테. 내가 먼저 끝장내려고 친히 가줬는데, 역으로 당하다니."


"7-15구역 완전 점멸이였다는데, 네가 살려준 꼴이 됐네?"




oo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하는 찬열을 째려보더니, 눈치도 없이 이 상황에서 웃는 거냐며 몸을 휙 돌렸다. 그러다가도 뒤에서 들려오는 찬열의 말에 웃으며 답 했다. 




"근데 힘 뺏긴 애 치고는 엄청 멀쩡해 보인다?"


"변백현한테 가야되잖아? 사실 존나 힘들어."




몸 상태를 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뻗을 것만 같았지만 백현에게 당한 치욕을 생각하니, 두 다리 뻗고 쉴 생각이 들지 않았다. oo는 다시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아있는 찬열의 옆 자리에 앉더니 말을 이었다. 




"나, 뭐 하나만 물어보자."


"우리 예쁜 oo가 물어보면, 이 오빠가 다 말해줘야지."




능글스러운 찬열의 반응에 oo는 바로 무어라 말은 못 했지만, 무시한다 치고 꿋꿋이 말했다. 




"변백현 퀘스트가 뭐였길래, 그 유명한 7-15구역이 점멸이라는 소리까지 들린 거야?"


"아-. 글쎄다. 나도 이거 주워들은 건데, 페이탈(fatal)들이 또 다시 난리인가 봐."




oo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더니, 페이탈? 하고 다시 되물었다. 찬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캄 플레이스 (Calm Place)의 힘이 많이 약해진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봉인이 저절로 풀려난 건지, 벌써 폐허가 된 곳이 한 둘이 아니야."


"아니, 그렇게 오랫 동안 잘 돼있던 봉인이 갑자기 풀린다는 게 말이 되는 거야?"


"네 말이 맞지. 누가 일부러 봉인을 풀지 않는 이상, 가능하진 않다고 봐."




갑자기 머릿 속에 많은 내용들이 들어오니, 짜증만 날 뿐이었다. oo는 더 이상 들어도 똑같다고 느껴졌는 지, 소파에서 일어나 왔던 길을 따라 밖으로 나가려 했다. 




"또 어디 가? 그냥 안에서 쉬지."


"변백현이랑 말 좀 해봐야겠어, 좀 이따 봐."




oo는 몇 번이나 와봐서 익숙한 길을 따라 걷다가도 찜찜한 기분에 뒤를 훽 돌아보니, 역시 예상한 데로 저를 따라오고 있는 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백현은 선주가 뒤로 돌아볼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 했는 지, 어색하게 하하- 웃다가도 oo 쪽으로 가까이 걸어오며 다정스럽게 물어왔다. 




"몸은 괜찮아?"


"미친 놈, 병 주고 약 주네."


"여기로 간다는 건, 나 보러 왔다는 뜻인데. 왜? 다시 키스해주려고?"




비아냥 거리는 백현의 태도에 나빴던 기분이 밑으로 더더욱 추락함을 느낀 oo는 손가락으로 백현의 이마를 꾹꾹- 눌러대며, 이를 악 물고 대답했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내가 너한테 왜 키스를 했는 지 목적이나 좀 알고 주둥이를 나불거리던가 해라, 어?"




까칠함이 가득 담긴 oo의 말이 백현은 하도 많이 들어서 익숙한 지, 대충 넘겨버리고는 다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럼 왜 찾아왔어? 하고 물었다. 




"너희 구역 말인데, 페이탈들 때문에 점멸이라며. 뭐 알고 있는 거 없어? 갑자기 봉인이 풀렸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글쎄-. 내가 너한테 알려줄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예상치 못한 백현의 반응에, oo는 뭐? 하고 백현을 올려다보다가도 허- 하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백현은 oo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시켜주더니, 한 마디 내뱉었다. 




"너랑 나는 적이라는 걸 똑똑히 기억해, oo야."







***







어쩜 사람을 이렇게 짜증나게만 하는 지, oo는 백현에게 쓸데 없는 소리를 듣더니 고민할 겨를도 없이 바로 백현의 발을 구두 굽으로 꾹- 밟아버리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처음에 왔을 때보다 화가 더 뻗어있는 oo의 모습을 지켜보던 찬열은, 말을 안 시키는 게 신상에 더 좋을 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 oo가 먼저 입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 진짜… 찬열아."


"어?"




oo가 입을 여니, 찬열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어? 하고 대답을 꺼냈다. oo는 한숨을 내쉬더니, 한손으로 머리를 뒤로 넘겨버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더니, 예쁘고 작은 입술로 무시무시한 발언을 내뱉었다. 









"어떻게 하면 변백현을 박살낼 수 있지? 진짜 그 개새끼 죽여버릴 방법이 어디 없나? 너 몰라?"


""




너무나도 진지한 표정으로 죽일 방법이 없냐며 묻는 oo의 모습에, 찬열은 덩치에 안 맞게 잔뜩 쫄아버리더니 모르겠다며 고개를 좌우로 저어댔다.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장 뛰쳐나가 백현을 죽이고 올 것만 같아, 찬열은 다른 말로 전환을 시키기로 결심했다. 




"변백현이, 뭐라던데?"


"그새끼 얘기 꺼내지마, 너도 같이 박살내버린다."




찬열은 그냥 oo의 화가 풀릴 때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기로 마음 속으로 결심하였다. 







***







아까 부터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백현을 힐끔- 바라보던 종인은 뭐가 그리 좋은 일이 있냐고 인상을 쓰며 물어왔다. 지금 이 상황에서 실실 쪼개고 있는게 당연히 이상하다고 느낄 수 밖에. 백현은 응? 하고 되묻다가도 입꼬리를 씨익- 올린 채 대답했다. 




"그냥, 기분 좋아서."


"대체 형 속을 모르겠다니까. 형네 팀 전멸 했던 건 알고 그러냐?"


"알고 있지. 한 번쯤은 그런 일 당하는 것도 좋은 거야, 아무렴."




종인은 미친 놈, 하고 혀를 끌끌 차다가도 oo 만나봤냐며 이야기 화제를 바꿨다. 백현은 아까 전에 oo와 나눴던 키스를 머릿 속으로 떠올리다가도 입을 열었다. 




"내가 oo한테 키스했거든."


"…뭐? oo는 가만히 있디?"







"그럴 리가, 아무래도 이번에는 정말로 나 죽일려고 할 것 같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죽일려고 할 것 같아, 라고 말하는 백현의 말이 무슨 의미인 지 생각해보다가도. 이런 진지한 말을 장난스럽게 말하는 백현이 어지간히 한심해 보이는 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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