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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FATAL (完)

[변백현 빙의글] FATAL 04



FATAL













oo는 짜증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회의장 밖 벽에 몸을 기대었다. 사령관이 말한 청소를 부탁한 사람이라는 건, 변백현이 확실하겠지. 그 새끼가 아니면 이런 더러운 부탁따위 할 리가 없고, 결정적인 증거는 방금까지 그 새끼가 여기 있었잖아? 



"짜증나, 왜 계속 엮이고 지랄이야, 지랄은."



구두를 신은 발로 애꿎은 벽을 쾅 내리꽂는 oo였다. 그러다가도 너무 힘이 셋던 탓일까, 구두 굽이 반으로 부러져버렸다. oo의 인상은 저절로 찌푸려졌고, 반 쪽이 난 구두 굽을 주워들어 다시 바닥으로 내던져버렸다. 







***







"백현 오빠가?"


"네, 그렇습니다. oo 씨 혼자 힘이 쭉 빠진 모습으로 창고 밖으로 나오는 걸 목격했답니다."


"…뭐야, 둘이 서로 죽이지 못 해서 안달난 사이 아니야? 그런데 쪽쪽 빨고… 아, 어지러워."





귀엽게 생긴 외모와는 상반된 말투와 행동을 하던 진리는 옆에 있는 와인잔을 벽으로 던져버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둘이 같이 있다는 소리는 안 들려왔는데, 갑자기 이런 빅 스캔들이 나버릴 줄이야. 



"지금 그 년 어디있어?"


"oo 씨 말입니까?"


"어."


"좀 전에 회의장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진리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깨진 와인잔을 맨 발로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로 집 밖으로 나왔다. 운이 좋게도 얼마 있지 않아 oo와 마주친 진리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oo의 앞길을 막아세웠다. 그런 진리를 흘긋 바라본 oo는 무시하고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가려고 했지만, 계속 막아대는 탓에 한숨을 푹- 내쉬다가도 먼저 입을 열었다. 




"좀 꺼져."


"야, 나도 너랑 마주치기 싫거든? 너 백현 오빠 싫다면서."


"싫은 거면 다행이게? 얼마나 혐오하는 지는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진리는 자신이 원하는 말들이 나오지 않자, 인내심에 한계가 생겼는 지 oo를 잔뜩 째려보기에 바빴다. 반대로 oo는 그런 진리의 표정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진리를 바라보았다. 



"그럼 왜 키스했는데?"


"야,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줄 아냐? 유치해가지고 너랑 말도 못 하겠다. 너 무슨 초딩이세요?"


"나도 못 가져본 백현 오빠의 입술을… 네 년은 몇 번씩이나!"


"야, 이 초딩아, 이런 말 할 시간에 변백현을 직접 찾아가. 나는 그만 찾아오고. 누가보면 변백현 말고 날 좋아하는 줄 알겠어?"



진리는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oo를 노려보았다. 그러다가도 이어진 oo의 말을 듣자마자, 아악! 하고 끔찍함이 가득한 소리를 질러대었다. 



"나는 너 같이 귀엽고 깜찍한 애라면 환영인데, 변백현 말고 내 입술은 어때, 진리야?"







***







몇 십분동안 백현에 관한 이야기로 머리가 복잡했던 oo는 드디어 진리에게서 해방이 되어 기분이 나름 상쾌해졌는 지, 팔을 쭈욱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러다가도 머릿 속이 뒤집어진 듯 복잡한 생각들이 마구 떠올라 풀어졌던 표정이 다시금 굳혀지고 말았다. 



"페이탈 그녀석들은 무슨 생각으로…"



딱히 해결방법 따위는 떠오르지 않았다. 해결방법을 생각하고 맞서 싸운다면, 당연히 질게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아는 정보 또한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래서 백현에게 물어봤던 거였는데, 백현과 저의 사이는 적과 적 사이임을 그때 잠시, 까먹은 모양이었다. oo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보석모양의 돌들을 집더니, 손바닥 위에 둥둥 띄우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oo."



얼마나 멍을 때렸으면 옆에 찬열이 왔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 하고 있었을까. 자신을 불러오는 찬열의 목소리에, oo는 잠시 시간이 지나서야, 왜? 하고 대답을 하였지만. 무표정이었던 얼굴은 잠시후, 바로 찌푸려지고 말았다. 다름 아닌, 찬열의 옆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백현의 모습 때문에. 



"찬열아, 네 옆에 쓰레기는 좀 버리고 가주지."


"쓰레기라니. 너무하네, oo야."




"내 이름 부르지 마, 쓰레기야. 요즘은 쓰레기가 말도 하나? 신기하네."



자주 마주치는 백현 덕에 oo의 기분은 저 바닥 밑까지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옆에서 백현과 oo의 얼굴을 번갈아서 지켜보던 찬열은 그만 좀 하라는 듯이, 먼저 oo를 제지시켰다. oo는 그런 찬열의 행동에도 개의치 않고, 백현을 째려보기에 바빴다. 




"야, 그리고 네 여자친구 관리 좀 똑바로 해. 그 꼬맹이 자식이 계속 나 찾아오잖아."




"꼬맹이? 너보다 키도 큰데, 꼬맹이?"


"…안 닥쳐!?"



키가 진리보다는 크지 않은 oo였기에, 키 얘기를 들먹거리는 백현이 짜증났는 지, 소파에 붙이고 앉아있던 엉덩이를 떼어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oo였다. 백현은 입에 스멀스멀 몰려오는 웃음을 참지 못 하고, 빵- 터지고 말았다. 



"최진리가 뭐라던데?"


"내가 왜 알려줘야 되는데, 네가 직접 물어봐. 그리고 네 얼굴도 이제 좀 꺼지고. 우리 그만 좀 보자, 어?"



oo는 더이상 백현과 대화를 나눌 힘이 빠졌는 지,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손을 허공에 훠이훠이- 휘날리며 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백현은 힘이 쭉 빠진 oo의 모습을 보더니, 무릎을 낮춰 oo와 눈을 맞추더니 어디 아프냐며 oo의 이마에 손을 올려왔다. 좀 전에 회의장에서 oo의 모습처럼. 



"응?"



oo는 순식간에 백현의 손목을 비틀어버리더니, 풀려있던 눈빛을 다시 사납게 바꿔버리더니 입을 열었다. 



"건들지마라, 진짜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싱글벙글하던 백현의 표정도 oo의 표정과 같이 굳어져버리더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그렇게 쓸데 없는 것만 믿고 있다가 정말 큰 일 나는 수가 있어, oo야. 똑똑히 기억해둬."







***







아까 전부터 울음을 그치지 못 하고, oo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울어대는 oo를 지켜보던 찬열은 어쩔 줄 몰라 두 발을 동동 굴어댔다. 소파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oo의 옆자리에 앉은 찬열은 일단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스윽- 닦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oo야, …아까 변백현 때문이야?"


"…말 시키지 마."



역시나 oo의 대답은 까칠함 그 자체였고. 찬열은 더이상 oo에게 대답을 요구하지 않고, 그저 말없이 oo의 어깨를 토닥을 뿐이었다. 몇 분이 흘러가자, oo가 먼저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런 말 하기 쪽팔리는데, 좀 전에 변백현 말 듣자마자 무서워서 지릴 뻔 했었어. 표정도 그렇고, 그런 표정으로 하는 말도 그렇고."


"…와, oo가 무서워 하는 것도 있었네."


"그러니까. 변백현이면 뭐든지 내가 다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네. 괜히 나보다 나이를 더 먹은 게 아니었어."



옛날부터 강한 모습을 지녀왔던 oo였기에, 이렇게 우는 모습은 도무지 볼 겨를이 없었던 찬열이었다. 봤어도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면 아예 없었지. 이제서야 쏟아내던 눈물을 그치고, 또박또박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







oo의 울던 모습을 창 밖에서 불안함이 가득 담긴 모습으로 지켜보던 백현은 평소에 하지도 않는 손톱 깨물기를 반복하였다. 좀 전에 했던 말이 oo에게 상처가 된 걸 누구보다 잘 알았던 백현은 쉽사리 oo의 곁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내뱉었는 지.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백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뭐야."



멀리서 oo의 눈물을 닦아주는 찬열의 모습을 보니, 백현의 주먹이 저절로 부르르 떨려왔다. 그런 찬열과 oo의 모습을 지켜보다가도, 흰 연기가 뿜어짐과 동시에 자신의 앞에 종인의 모습이 나타나더니 종인은 백현의 어깨에 고개를 묻어 백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백현은 이런 일이 당황스럽지도 않은 지, 자연스럽게 뭐 하는 짓이냐며 표정을 굳혀왔다. 



"그냥. 형이 하도 얼굴 보일 생각을 안 하길래."


"oo 보고 있었다, 왜."


"형이 웬일로? 뭐 잘못 한 거라도 있냐? 표정에 미안함이 가득 담겨있네."



역시 종인과 오랫동안 지내온 탓일까, 금세 자신의 표정을 읽어버리는 탓에 백현은 포기했다는 듯이 좀 전의 일을 종인에게 털어놓았다. 얘기가 끝남과 동시에 종인은 바로 웃음이 빵 터져버렸고, 백현의 눈썹 끝이 살짝 올라갔다. 



"형이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다고? 신기하네."


"계속 신경 썼었거든, 이자식아."




"그럼 이참에, 그 표정으로 oo한테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



응? oo를 바라보고 있던 백현의 시선은 자연스레 종인에게로 돌려졌다. 그러고보니, 쟤는 나보다 나이도 적은게 맨날 까불어대고 있었네? 백현은 바보같이 그제서야 깨달았는 지,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그래도 말 낮추는 게, 더 섹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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