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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FATAL (完)

[변백현 빙의글] FATAL 03



FATAL













"페이탈들 봉인이 풀렸다는 게, 아무래도 사실인가 보네."




종인의 짐작하는 말에, 백현은 좀 전에 oo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박찬열한테 들은 건가? 하도 정보전달력이 늦어서 말이지, 박찬열 없으면 애가 아는 게 하나도 없다니까. 




"글쎄-. 나도 뭘 몰라서 확실히 단정은 못 하겠네."


"그래도 형이 제일 잘 알 거 아니야?"


"사령관 할아범이 제일 잘 아시겠지. 나도 다 아는 건 아니란다."




말로는 모른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백현은 짐작가는 게 몇 가지 있는 모양이었다. 표정이 이렇게나 의미심장하게 바뀌는 걸 보니. 




"형, 근데 며칠 전에 제 3구역 터진 거 도와줬다면서. 무슨 생각으로 도와줬냐? 형이랑 oo랑 서로 싸우지 못 해서 안달이잖아."


"어? 아, 맞다. 내가 그랬었지."




생각해보니, 왜 그때 자신이 oo의 구역을 구해줬는 지는 아직도 이유를 알지 못 했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있다보니, 어느 새 저가 oo 네를 구해주고 있더라. 그렇다는 뜻이지. 




"죽으면 안 되잖아."


"왜? 형 방금도 oo 죽일 뻔 했으면서."


"힘 다 안 뺏어. 한창 절정이었는데, 계속 했으면 갈 때까지 갈 뻔했거든."







"변태 새끼. 존나 발정난 새끼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욕 없는 욕을 저에게 해대는 종인에게 싱긋- 미소를 보이던 백현은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간다. 종인은 그런 백현의 행동을 지켜보다가도, 어디가냐 변태 새끼야, 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할아범 뵈러 간다. 물어볼 게 있어서."


"페이탈?"


"어어, 이상한 게 많아서 말이야."




백현은 그렇게 밖으로 나와, 회의장이 있는 쪽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







백현은 사령관에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사령관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말을 꺼냈다. 




"뭐 좀 물어보고 갈 게요."


"…자네, 몸이 생각보다 멀쩡해 보이네?"


"ooo 상사 만났었거든요."




사령관은 그제서야 궁금증이 풀렸는 지,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백현은 몸을 조금 앞으로 당기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할아범도 잘 아시다시피. 저희 구역이 점멸할 뻔 했을 때, 페이탈 녀석들의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다던데. 할아범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해서요."


"나도 아직 잘 모르겠네. 예상하는 시나리오들은 많긴 하다만. 뭐라 확정된 게 없단 말이지. 확실한 건, ooo 상사 담당인 제 3구역이 터졌을 때는 페이탈들 영향이 컸던 것 같네."




역시나. 페이탈들의 봉인이 풀렸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이렇지 않은 이상, 이렇게 자주 나타날 리가 없지. 백현은 볼 일을 다 본 모양인 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먼저 가본다는 인사를 남기고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아, 아니. 나갈려고 했다. 문고리를 한 손으로 잡다가도, 백현은 사령관에게 말 한마디를 남겼다. 




"아, 그리고 여기서 썩은 내가 진동하는데, 우리 oo가 싫어하겠어요. 청소 좀 해주시지."




백현의 말을 듣자마자, 사령관은 혼자 웃음이 빵 터지더니 알겠다고 미소지어보였다. 이 녀석들은 서로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 지, 알다가도 모르겠네. 




회의장 밖으로 나오는 길에, 백현은 의외로 좀 전에 본 oo와 다시 마주쳐 버렸다. 아까의 일 때문일까, 평소 같았으면 아는 척이라도 해주는 oo였는데, 지금은 아주 티가 팍팍 나도록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물론 반대로 백현은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였지만. 그게 oo의 신경에 아주 거슬렸는 지, 말을 안 하려다가 결국 먼저 말을 꺼내버렸다. 




"야, 좋은 일 있냐? 실실 쪼개고 다니고."


"좋지, 안 좋겠어?"


"…미친 놈, 너 지금 엄청 변태 새끼 같은 거 알고는 있냐?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네."




오늘따라 변태 새끼라는 말을 왜 이렇게 듣는 건지. 백현은 피식-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암만 생각해도 저 비웃음, 너무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됐다, 말을 말자. 너 따위랑 말하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




백현과 더이상 대화를 나누기 싫어졌는 지, oo는 발걸음을 다시 옮길려고 했지만. 백현의 행동 때문에 멈춰졌다. 백현은 앞으로 걸어가려는 oo의 손목을 무작정 잡고, 어디 가? 라는 과도한 친근감을 표시하였다. oo는 어이가 없었는 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어디 아프냐며 이마에 손을 갖다대었다. 




"아, 열은 없는데. 그냥 정신줄을 놓친 거니?"


"그건 아니고,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네가 무슨 상관이세요. 신경 쓰지 마라, 어?"







신경 쓰지 말라하는 모습이, 마치 좀 전의 자신 모습과 겹쳐져 보이길래 백현은 알겠어, 하고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뭐야, 물었으면서 이렇게 바로 넘어가? oo는 암만 생각해도 백현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는 지, 백현의 정강이를 구두를 신은 채로 퍽- 갈겨버렸다. 맞은 다리로 콩콩 뛰고, 반대 쪽 다리를 손으로 붙잡으며, 아아! 아파! 하고 소리를 꽥 질러댔다. 




"미친 새끼, 너 그 쪽 다리 안 맞았거든?"


"아, 미안. 티 났어?"







"됐으니까 이제 좀 꺼져라. 내가 먼저 말 걸어서 정말 미안하고?"




oo는 다시는 궁금한 게 있어도 백현에게는 묻지 않겠다는 강한 다짐을 하고, 붙잡힌 손목을 털어내더니 다시 앞으로 또각 또각- 걸어갔다. 


oo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백현은 웃음이 지어진 표정을 지워버리더니 앞머리를 뒤로 쓸어버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







어?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여기서 썩은 내가 진동했었는데. 


oo는 아침과는 달리, 회의장에서 향기로운 꽃내음이 나는 것 같아 좀 전까지 더러웠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사령관에게, 사령관 님! 하고 부른 oo는 조금은 투덜대는 걸음으로 가까이 걸어갔다. 




"청소하셨어요? 냄새 끝내주네."


"어, 자네가 싫어한다고 청소 좀 해달라고 했거든."


"…? 누가요?"




백현이 비밀로 해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사령관은 왠지 모르게 oo에게 사실대로 말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모른다는 뜻으로 어깨를 살짝 들썩여보였고. oo는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뾰로퉁하게 내밀더니, 아무렴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다음 주에 퀘스트 안 넣을게요. 할 게 있어서."


"웬일로 자네가 퀘스트를 안 하고?"




사령관은 하도 입이 싸다고 소문이 났기에, oo는 이 이상 말하면 웬지 백현의 귀까지 이 말이 들어갈 것 같아 더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사령관은 이런 일이 잘 없기에 oo의 말을 쉽게 들어주었다. 




"뭐, 퀘스트 같은 게 없어도 자네는 잘 할 거라고 난 믿어서."


"절 너무 과대평가 해주시네, 감사하게시리."




사령관 눈에는 oo의 웃음과 백현의 웃음이 겹쳐보이기 시작하더니, 흐뭇함에 저절로 하하하- 하고 웃음이 나왔다. oo는 왜 웃냐는 듯이 사령관을 바라보았고, 사령관은 그에 답을 해주는 건지,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이유를 듣자마자, oo는 소리를 꽥 질러대긴 했지만. 




"자네 웃는 게, 변백현 상사랑 꼭 닮아서 말이지."


"…아! 진짜, 사령관 님!! 저랑 그 변태 새끼랑 엮지 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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