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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2/비단향나무꽃ː영원한 아름다움 (中)

[변백현 빙의글]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07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부제 、그 시절 내가 좋아한 남학생













우리 학교 근처에 큰 교회가 있는데, 거기서 오시는 분들께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맛있는 걸 들고오셔서 석식 시간마다 하느님 얘기를 하는 활동이 있다. 나는 단지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신청을 했는데, 뭐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왜 이 얘기를 하냐면, 활동이 끝나고 조금 남은 석식시간 동안 슬기랑 같이 운동장을 돌다가 배가 너무 불러서 고등학교 옆에 있는 중학교 건물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었다.



"와, 진짜 배불러..."


"그니깐, 움직이지도 못하겠다. 야, 근데 저기 변백현 축구하네?"


"와, 눈도 좋다. 난 보지도 못했는데."



근데 참 운이 좋게도 변백현이 그 벤치 앞에 있는 골대 앞에서 축구를 하며 놀고 있었다. 아니, 나는 가끔씩(?) 아니, 사실 가끔씩이 아니라, 맨날 슬기가 이해가 안 된다. 어쩜 이렇게 병맛 같은 얘기를 잘도 내뱉는 지. 들으면 어이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졌다.



"야, 변백현이 찬 공 여기 날라오면 그냥 너네 둘이 운명. 사귀는 거, 콜?"


"아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최소 불가능."


"그러니까, 불가능이니깐 콜? 너가 고백해."




"그래, 그래. 콜-."



강슬기 얘는 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잘한다니까? 그러다가 좀 전에 지구과학 수업 하기 전에, 노트북을 친구랑 가져왔는데 선생님께서 고맙다고 카프리썬을 하나 주셔가지고 이거라도 변백현한테 줄까, 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슬기가 조금 전에 교회 활동을 하고 받은 바나나도 같이 주라며 나한테 내밀었다. 아, 근데 바나나도 같이 주면 엄청 웃길 것 같지 않냐?



"야, 생각해 봐. 갑자기 와서 바나나 주는데 개웃기겠다."


"야야야,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안 반하나? 이거 하면서 줘. 변백현 반할 듯, 귀여워ㅅ."



그렇게 한참 바나나에 대해서 열정이 넘치는 토론(?)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퐝! 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슬기의 말은 끊겨버리고, 우리는 꺄아아아악!! 하고 여자(?) 같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순간 나랑 슬기랑 부둥켜 안고 완전 난리가 났는데, 몇 초후에 우리 둘이 눈이 마주쳤다. 설마? 설마?



"변백현이 던진 거 아니야?!"


"어? ...아, 나는 네 얼굴 보고 있어서 누가 던진 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슬기 얼굴을 보고 있어서 누가 뭘 한지도 모르겠는데, 둘이서 상황 파악을 해보니 누가 이 쪽으로 실수로 공을 찬 모양이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나와 슬기는 입이 쩍- 벌린 채로 충격을 먹고 말았다. 정말로 아까 얘기 했던 데로, 변백현이 우리 쪽으로 실수해서 공을 찬 모양이었다. 그리고 운동장을 돌고 있던 다른 친구들이 우연히 우리 쪽을 봤다고 하는데, 거의 내 다리 바로 옆에 벽에 맞았다고... 



"죄송합니ㄷ... 어?"



역시 착한 변백현은 우리 쪽으로 뛰어와서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는데 아무래도 처음에는 자신이 모르는 애들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내 얼굴을 보고서, 어? 하고 말을 끊더니,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왔다. 


이렇게 변백현이 다시 축구를 하러 골대 쪽으로 가자마자, 슬기와 나는 난리가 났다며 완전 서로가 서로를 때리고(?) 난장판이 되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냐고! 말이 안 된다. 이 정도면 진짜 운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참 웃겼다. 



"너 고백한다면서."




"야... 솔직히 이건 좀 아니다. 우리 둘 다 최소 불가능이라면서 그랬잖아."


"뭐, 하긴... 야, 근데 진짜 웃긴다. 하필 저 많은 애들 중에서, 변백현이 던진 공이 여기로 날라올 줄이야."





***





날씨가 너무 더워서 오늘 체육 시간에는 물총 놀이를 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체육이 끝나고, 샤워를 하려고 하는데 6교시 시작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그냥 6교시가 끝나고 해야겠다 싶었는데, 6교시가 끝나고 나니깐 물 단수라니! 말도 안 된다. 애들도 장난식으로 물이 단수면 빨리 학교 마치고 집에 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물어왔지만, 선생님들은 다 괜찮다고 넘어가시고... 아니, 화장실 물도 안 내려가잖아!


7교시가 끝나고 나서야 물이 제대로 나왔고, 나도 뒤늦게 샤워를 하고 슬기랑 같이 샤워실에서 나와 매점에 들리자며 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내 체육복 바지에 엄청 큰 츄팝츄스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변백현 뒷통수가 내 눈에 들어왔고. 나는 잘 됐다, 싶어서 재빨리 변백현이 들어간 매점에, 슬기랑 같이 들어왔다.



"저..."



변백현이 뒤를 돌고 있길래 어깨를 툭툭 치고서 츄팝츄스를 내밀었다. 원래 같았으면 미소라도 지어줄 텐데,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물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인사는 해주었지만, 사탕을 준 나도 기분이 그닥 좋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번호를 딴 것도 연락을 한 것도 모두 후회가 되는 것 같다. 변백현이 좋아하지도 않는데, 내가 괜히 피해를 준 것 같기도 하고... 이 일이 있고나서는 나도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츄팝츄스를 주고 나서, 사이가 아주, 정말 조금이나마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고 기대를 했지만 정말 헛된 기대였다. 변백현은 나한테 관심조차 없었고, 그 이후로 마주쳤지만 서로 아예 모르는 사람인 척 계속 지나칠 뿐이었다. 먼저 인사를 해주길 기대하는 건 역시, 정말 바보 같은 쓸데 없는 내 기대였다. 





***





지금 나는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데, 딱히 휴대폰을 많이 쓰는 것 같지도 않아서 투지로 바꾸기로 엄마랑 합의를 봤다. 투지로 바꾸게 되면 변백현이랑 하고 있는 카톡도 자주 못 할텐데... 그것 때문에 고민이 돼서 문자로 바꿔볼까, 하고 생각을 잠깐 해봤는데. 문자면 변백현한테 조금 더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별 거 아닌 일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주위에서는 왜 별 것도 아닌 일로 이렇게 고민을 하냐며, 뭐라 뭐라 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별 거 아닌 게 아니었다. 변백현한테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데... 우리 학교에서 중요한 인재를 나 때문으로 인해(?) 망쳐버리고 싶지 않았다. 물론, 변백현이 나 때문에 공부를 안 할 바보 같은 아이는 절대 아니지만. 



[ 나 ooo인데, 휴대폰 바꾸게 돼서 혹시 문자해도 될까? 방해되면 안 할게! ]



결국 야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렇게 문자를 보내버렸다. 보내기 전에, 변백현이 친구들이랑 지하철역에 들어가는 것도 봤는데, 휴대폰 볼 틈이 없는 걸까? 답장이 한참동안 없었다. 그래서 내 마음은 더더욱 불안해져가기 시작했다. 휴대폰 보는 시간이 그렇게도 없는 걸까? 아니면 나 같은 건, 자신에게 별로 큰 존재가 아니여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바로 휴대폰 부터 켜서 확인을 했는데 답장이 와있었다. 언뜻보기에 내용은 괜찮아 보였지만, 그만큼 그 짧은 시간에 불안함도 배가 되었다. 역시나 내용은 기대하면 안됐었다.



[ 방해는 안 되는데, 신경 쓰여서... 쏘리해! ]



그냥 이건 변백현이 착해서 돌려서 말한 거지, 사실대로 말하면, 너 싫어 꺼져 이런 말과 다름이 없었다. 이 상황이 참 웃긴 게, 그럼 다시 카톡으로 돌아가기에도 참 애매했고, 그냥 모든 것이 애매했다. 그냥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학교에 가서 변백현과 마주친다면 난 절대로 인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인사를 해. 


번호를 처음 땄을 때, 먼저 문자로 시작을 할 걸 그랬나... 아니면 아예 카톡을 했으면 쭉- 카톡으로 이어갈 걸 그랬나. 아니면 내가 변백현 번호를 딴 것 부터가 잘못의 시작이었을까. 정말 오만가지 생각을 해가며 학교로 향했다. 평소 같았으면 4층에 맨날 내려가보고, 친구들이 4층에 갈 일이 있으면 나도 항상 따라다니고 그랬지만, 오늘은 기분이 기분인대로 반에만 딱 붙어있었다. 



"아..."



갑자기 든 생각인데, 요즘 변백현이 너무 자주 보이나 싶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내가 항상 4층에 내려가서 변백현이 있나 없나 확인했던 것이고, 변백현이 고의로 내 앞에 자주 나타난 게 아니었다. 단지 내가 많이 찾으러 다녔을 뿐이지. 그 이유로, 오늘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변백현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