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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2/비단향나무꽃ː영원한 아름다움 (中)

[변백현 빙의글]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09



비단향나무꽃 ː 영원한 아름다움


부제、그 시절 내가 좋아한 남학생













[ 아니거든~ 야 수능 끝났으니까 놀아야지! ]


[ ㅋㅋㅋㅋ그니까 놀아야 되는데 너 어디야? ]


[ 어디긴 집이지! 나 폰 배터리 없어서 탭으로 페메 보내는 중 ㅋㅋㅋㅋ 너 밖이야? ]


[ 응 밖이야 ]



-"여보세요."


"왜 이 시간에 밖이야? 새벽인데."


-"아, 친구들이랑 놀다가... 이제 헤어졌어. 너는 안 자고 뭐하냐?"


"그냥... 잠 안 와서, 이리저리 놀다가. 집에 언제 들어가는데?"


-"곧. 아, 맞다. 나 너한테 할 말 있었는데."


"뭔데?"


-"...우리 사귀자."




"..."


-"..."


"...어? ...어, 그러니까... 그래."





***





"...!"



아씨, 꿈이다. 어쩜 꿈을 꿔도 이런 꿈을 꾸게 될 줄이야. 사실, 다 기억하고 싶은데 전부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꿈 내용을 잊고 싶지 않아, 재빨리 일어나자 마자 씻지도 않고, 연필을 쥐고 아무 종이에다가 꿈 내용을 적어내렸다. 


그래, 너랑 나 둘 다 공기계를 쓰고 있었고, 나는 탭을 쓰고 있었다. 새벽이 돼서 네가 밖이라는 소식에 내가 무슨 용기가 생겼는 지 너한테 전화를 걸었다. 네가 전화를 받고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아닌 네가 먼저 나에게 고백을 했고. 그리고 나는 당연히 장난인 줄 알고, 처음에 대답을 안 하다가 받아주고... 정말 꿈이다. 



"이제 5월도 끝나가네..."



6월 첫 날이 바로 모의고사라서 그런지, 5월이 끝나가는게 참으로 고3인 나에게는 무서운 일이었다. 이상하게 아침부터 좋은 꿈을 꿔서 그런가, 늘 싱글벙글이었다. 변백현은 오늘 또한,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인지, 점심 시간에는 운동장에 아주 잠시만 있다가 그냥 교실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교실로 올라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게, 6모 D-1 라는 현실이라면 당연한 건데, 왜 이렇게 운동장에서 놀기만 하는 건지. 



"아아악!!! 야야야, 잡지 마!!!"



것도 이렇게 신나게 뛰어다니면서. 이렇게 시끄럽게 뛰어놀면 왠지 4층에 있는 변백현 반까지 내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아, 금방 목소리를 죽여버렸다. 그리고 변백현 번호를 딴 게, 이제 생각보다 오래 전 일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조금은 쓸쓸함이 몰려왔다. 



"모의고사 잘 봤어?!"



...이렇게 자신 있게 물어보고 싶다. 그렇지만 변백현과 연락을 안 한지도 오래 됐고, 인사를 나눈 것도 오래 됐고... 그냥 난 변백현에게서 완전히 잊힌 것 같았다. 번호를 땄을 때의 그 자신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지하철 역에서 첫 인사를 나누던 그 당당함은 어디로 없어졌는지. 이제는 모두 다, 속으로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로 처음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





난 눈이 많이 나쁜 편이다. 요즘 싼 5000원 짜리 렌즈를 끼고 다녀서 그런가, 렌즈 부작용이 와버렸다. 덕분에 내가 죽어도 끼기 싫은 렌즈를 끼게 되었고. 점심시간이나, 운동장에 있을 때는 안경을 벗고 있는 탓에 옆에 누가 지나가는 지도 모를 정도로 앞이 안 보이게 살았다. 거의 안 보인다고 해도 무방하다. 슬기가 내 눈이 되어주면서(ㅋ) 그렇게 놀고 있는데, 안 보이는 탓에 변백현도 제대로 못 보게 되었다. 



"아..."



그나저나, 정말 변백현과 처음 그대로 돌아간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 어떻게 얻어낸 기회인데, 내 자신이 그 기회를 뻥- 차버렸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야자를 하는 도중에, 세수라도 할까 싶어서 슬기와 같이 서관에 있는 화장실로 가서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고, 다 했는데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와서 우리는 재빨리 2학년 때 심자실에 들어왔다. 



"...야, 아무도 없지?"


"응... 일단 조금 있다가 나가자."



지금 바로 나가면 왠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마주칠 것 같아서, 심자실에 조금 있다가 나가려고 하는데. 작년에 우리 3학년들이 썼던 심자실이여서 그런가. 변백현 이름표도 보였다. 저번에 여기서 공부를 한다고, 이름표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이름만 봐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뚫어져라 '변백현' 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보는데,



"야야, 그거 빼도 돼?!"


"당연히 되지. 어차피 변백현은 3학년 심자실에서 하잖아. 우리 졸업할 때 그것도 들고 오자. 헤헷-."


"아야, 그건 뭔가 들킬 수도 있을 것 같은..."


"에이, 뭐 어때! 졸업할 때니까 괜찮아."



갑자기 슬기가 변백현 이름표를 쏙- 빼내더니 내 손에 쥐어주었다. 아, 저번에도 이렇게 빼낼까, 생각을 했는데 용기가 안 나서 그러지 못했는데. 이건 절대 내가 뺀 게 아니라, 슬기가 빼준 거다. 나는 잘못 없다. 부적처럼 들고 다녀야지, 헤헤. 다시 원래 사이로 돌아갔는데, 이 정도 욕심은 내도 되겠지? 내가 그 정도로 너를 많이 좋아해, 변백현. 





***





[ 아아, 경찰대를 희망하시는 학생은 지금 곧 4층 학년실로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



아침 자습시간에 갑자기 경찰대 얘기가 나오길래, 어차피 나랑은 다른 길(ㅋ)이므로 그냥 신경쓰지 않고 공부를 했다. 그리고 오늘 변백현과 되게 많이 마주쳤다. 변백현을 좋아한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몽글 뭉글 했다. 


이상하게 변백현을 안 보면 생각이 잘 안 나는데, 보면 미칠 것 같이 자꾸 생각나고 그런다. 이건 내가 변백현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 걸까? 슬기에게 물어보면, 왠지 그건 많이 좋아하지 않는 거라며 타박을 할 것 같았다. 



"어디 가?"


"아, 영어 물어 볼 거 있어서. 갔다 올게."



영어 공부를 하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생겨서 쉬는 시간에 물으러 4층에 내려갔는데, 우리 학교 영어 선생님들은 왜 이렇게 칼퇴를 하는지. 항상 영어 선생님들만 그렇다! 혹시 주위에 변백현이 있으면 물어볼까, 그 생각도 했는데,



"어,"


"야, 변백현. 담임이 너 부르셔."




"어? 아, 고마워."



변백현 생각을 하니, 정말 마법이라도 건 것 마냥 변백현이 내 앞에 나타났다. 것도 친구들과 웃으면서. 다가가고 싶었지만, 갑자기 담임 선생님이 부르신다면서 변백현은 재빨리 교무실 쪽으로 뛰어갔고, 나는 그렇게 얻은 것도 없이 허탈하게 5층으로 올라와야 했다. 교실로 들어오니, 슬기와 다른 친구들이 나를 부르기에 터덜 터덜 걸어갔다. 



"야야, 아까 남친이랑 같이 1반 앞에 있는데, 1반 담임이랑 변백현이랑 얘기하는 거 들었어."




"뭔 얘기?"


"변백현 경찰대 생각하고 있다더라. 하긴, 변백현은 로스쿨이든 경찰대든 뭐든 잘 어울리겠다. 그치?"


"어, 그러면 오늘 아침에 경찰대 방송한 것도 변백현 때문이야?"


"그럴 지도? 내 친구 학교도 그런다던데, 상위권 애들 위주로 대학 입시설명회도 하고, 정보도 주고, 그런데. 좀 기분 나쁘긴 하지만, 걔네들이 일단 우선이니까. 어쩔 수는 없지."



경찰대? 아,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6모를 망쳤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왠지 그때 연락을 안 하길 잘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근데, 아니, 6모를 망쳤는데 국어가 100점이라고? 국어 100점 소리를 듣고, 변백현은 정말 나랑 다르구나, 싶었다. 그래도 변백현 딴에서는 속상할 지도 모르니깐, 난 위로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