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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FATAL (完)

[변백현 빙의글] FATAL 07




FATAL













낡은 집으로 보이는 곳의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쥐고 문을 여니, 끼이익- 하는 소름끼치는 귓가에 맴돌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박쥐들이 날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oo는 이런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탓에 oo 답지 않게 몸을 잔뜩 움츠린 채로 창고 안을 살피는 백현의 뒤를 바짝 따라 걸었다. 


얼마 있지 않아, 누군가의 작품으로 보이는 액자들이 많이 걸려있는 방이 하나 보였고. 액자 속에 담긴 캐릭터들이 마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oo의 시선은 저절로 바닥을 향했고, 덕분에 앞에 있는 조각상과 몸을 부딪히고 말았다. 




"악…!"




oo가 부딪히는 바람에 백현의 시선은 저절로 뒤 쪽을 향했고. oo는 쪽팔리기라도 한 건지, 어정쩡 하게 있던 자세를 고쳐잡았다. 백현은 그런 oo를 보고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넘어졌어? 하고 마치 어린 아이와 대화한다는 듯 말해왔다. oo는 놀라있던 표정을 바로 바꿔버리고는 신경 쓰지 말라며 백현을 째려보았다. 




"…야, 근데 여기서 도대체 뭘 하라는 거야? 여기 페이탈 봉인이랑 관련된 자료가 있다는 말… 아아악!!"




당장 여기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oo는 답지 않게 말을 길게 쭉 늘어뜨리다가도, 집 밖에 날아다니는 새들의 날개짓 소리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더 굉음을 지르며 몸을 움츠려야 했다. 




"너 때문에 더 놀라겠네. 너 몸도 안 좋으면서, 밖에 나가있으래도."




꽤나 자신을 신경 써서 해주는 말 일지 몰라도 oo는 그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밖에 혼자 있을 바에는 백현과 같이 붙어다니는게 덜 무서울 거라고 판단을 했기에. 


곧 백현과 함께 서재로 보이는 방 안으로 들어간 oo였고, 책들이 많은 탓에 이 곳에서는 별 무서운 느낌이 들지 않아 움츠렸던 어깨를 다시금 쫙 폈다. 페이탈 봉인과 관련된 자료들이 이 곳에 많다는 사령관의 말에 책꽂이에 많이 꽂혀져 있는 책들 중 하나를 빼내어 대충 훑어보았다. 




"대충 찾고, 빨리 나가."


"무서워서 그러지?"







정곡을 찌른 백현의 말에 oo는 손에 쥐고 있던 책을 백현 쪽으로 망설임 없이 던져버렸다. 백현은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가뿐히 몸을 피해버렸고. oo는 입술을 잘근 잘근 씹어대며 떨어진 책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책이 떨어진 자리에는 작은 종이로 보이는 것들이 잔뜩 떨어져 있었고, oo는 또각 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그 쪽으로 다가가 몸을 쭈그려 앉았다. 




"…"




종이 하나하나를 들고서는 안에 적혀져 있는 글을 읽었을 때는 oo의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 ㅇ U ㄲ 1 S u ㄷ K o J K O n A ㄱ k ]




이런 식으로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섞여져 있었고, 당연히 이 암호를 이해할 수 없었던 oo는 쭈그려 있던 몸을 일으켜, 옆에 서있는 백현에게 종이들 중 몇 개를 내밀며 불만스럽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변백현, 이게 무슨 소리야?"




oo의 물음에 여전히 자료들을 찾고 있던 백현의 시선은 oo가 쥐고 있던 종이들로 향했고. oo와 똑같이 인상을 찌푸리며, 종이에 적힌 암호들을 해석해내려 애를 썼다. 하지만 암만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봐도 나오는 건 없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을까. 




"…야, 우리 여기서 나가야 될 것 같다."


"무슨 소리야? 너 사실 무서워서 쫄ㅇ… 야!"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백현의 동공이 조금씩 흔들려져 왔고, 끝내 여기서 나가야 될 것 같다는 말을 내뱉었다. oo는 역시 백현도 이 곳이 무서워서 그런 건가 싶어 비웃으려던 찰나에 백현이 oo의 손을 잡아채더니 재빨리 서재에서 빠져나와, 좀 전에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더니 결국에는 낡은 이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야, 갑자기 뭐 하는 짓이야? 아직 자료 찾은 것도 없는데."


"뒤에나 보고 말 해."




oo는 아무리 무서워도 그렇지, 개인 행동을 한 백현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팔짱을 끼더니 뭐 하는 짓이냐며 핀잔을 늘어놓았다. 백현은 oo의 말에 한숨을 푹 쉬더니, 뒤에나 보고 말 하라며 손가락으로 좀 전까지 있었던 집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지금 백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 전혀 알 겨를이 없는 oo는 순순히 백현이 말한 데로 뒤를 돌았고. 그제서야 입을 쩍 벌리고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집 어디 갔어?"


"몰라."




좀 전에 oo와 백현이 들어갔던 집은 온데 간데 사라져 있었고. oo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앞에 있는 백현과 마주하더니, 말을 이었다. 




"야, 말해 봐. 너 무슨 짓 했어? 너 능력 썼냐?"


"내가 무슨 김종인인 줄 아냐. 집을 통째로 순간이동 시켜 버리게?"




oo는 백현의 말이 맞았는 지 아무 말도 잇지 못 하였고. 그저 공터가 되어버린 공간을 바라볼 뿐이었다. 







***







사령관이 말한 죽을 수도 있다는 퀘스트가 이것이였나, 싶었다. 돌아오자마자 평소처럼 사격 훈련을 하던 oo는 무심코 이마를 손으로 짚었는데, 아직도 열이 펄펄 끓는 걸 느끼고는 재빨리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딴 퀘스트, 하지도 않았지."




아무래도 이 퀘스트는 진리가 꾸며낸 계획이 틀림 없다고 생각한 oo는 앉은 상태로 표적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정확히 중간을 맞춘 oo의 사격 솜씨를 아까 전부터 지켜보고 있던 백현은, 주저앉아있는 oo가 설마 다시 아프기라도 한 건가 싶어 그 쪽으로 재빨리 다가가며 물었다. 




"뭐, 왜 왔는데."


"너 괜찮나 싶어서 온 거지."


"야, 너 언제부터 나한테 그리 신경 썼다고 그래? 평소대로 하자, 평소대로."




oo는 의자에 대충 던져놓은 겉 옷을 다시 제 몸에 걸치더니 사격장 안으로 빠져나왔다. 백현은 그런 oo 뒤를 졸졸 따라가다가도, ooo 하고 oo의 이름을 불러왔다. oo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도 멈추지 않은 상태로, 왜. 하고 대답하였고. 백현은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우리가 갔던 곳, 페이탈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라고 하더라."




마치 누가 계획이라도 했다는 듯, 딱딱 맞아떨어지는 전개에 oo는 페이탈들에게 속아넘어갔다는 사실이 분하였는 지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졌다. 여건이라도 되면 지금 당장 페이탈들을 찾아가 뇌에 총알을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느 새, oo의 바로 앞까지 발걸음을 옮긴 백현은 이도 저도 아닌 oo의 표정을 보고 바람 빠진 웃음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oo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백현과 입을 맞춘 것이 처음이 아닌 데도, 갑자기 묘한 기분이 들던 oo는 그대로 백현의 어깨를 밀어버렸다. 




"혼자 좀 있자."




마음 같아서는 바로 백현의 멱살을 잡아버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을 것 같아 모든 걸 포기했다는 듯 oo는 백현을 지나쳐 다시 걸어갔다. 







***







"당장 퀘스트 잡아줘요, 페이탈들과 정면할 수 있는 걸로."




막무가내로 회의장으로 찾아가 사령관에게 페이탈과 정면 할 수 있는 퀘스트를 달라고 말하는 oo였다. 사령관은 왜 oo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지, 이유를 알았기에 이성적으로 oo를 말릴 뿐이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oo가 페이탈의 일이라면 이렇게 사족을 못 쓰고, 나설려고 하는 이유도 다시금 머릿 속에 떠올려졌다. 




"나도 페이탈들이 지금 어디 있는 지는 모른다네. 그리고 자네 혼자는 위험하다는 걸 잘 알지 않은가."


"잘 알죠. 그러니까 걔네들 죽이고 나도 같이 죽는다고."




지금 oo의 표정은, 마치 십여년 전에 마주한 Q의 표정과 아주 비슷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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