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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FATAL (完)

[변백현 빙의글] FATAL 09



FATAL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야 할 회의장에는 백현과 사령관 둘 밖에 있지 않았다. 체력 하나는 끝내주던 oo는 며칠이 지나도록 눈을 뜨지 않았고, 백현은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주변 사람들에게 낼 수 밖에 없었다. oo를 걱정한다거나, 동정한다거나, 무슨 감정인 지는 모르겠지만. 




"오세훈 그 자식이라니까, 왜 믿지를 못 해요."


"퀸 (Queen) 카드가 하나 있다고, 바로 오세훈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바로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은 사령관이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백현은 앞 머리를 무심하게 뒤로 쓸어버리더니, 바지 주머니 속에 구겨져 있던 퀸 카드를 꺼내들더니, 탁자 위에 올려두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결정적으로, oo는 아직 눈을 뜨지 못 했잖아요. 할아범도 이 정도 들었으면 확신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오세훈 한테 돈이라도 먹었는 건가?"




사령관은 백현이 올려던 퀸 카드를 무심히 바라보더니, 카드를 백현 쪽으로 조금씩 밀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현은 인상을 찌푸리는 사령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 건지, 자신이 더 인상을 찌푸리더니 무슨 일이냐며 비꼬는 말투로 물었다. 




"공동 무전기는 왜 박살이 났던 거지?"


"그걸 물을 자격이나 있으세요, 할아범은? 그 위험한 퀘스트에 나랑 ooo 상사, 딱 두 명만 보내놓고서는. 도대체 뭘 더 바라는 건데? 페이탈 녀석들이 만만한 새끼들이 아니라는 건 할아범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잖아."


"대답이나 하게."




사령관의 표정이 의심쩍어 보인다는 걸 느낀 백현은 조금 꺼림직한 마음으로 혀로 입술을 조금 축이더니, 입을 열었다. 




"oo 쓰러져 있는 거 보고 빡쳐서 그냥 부셨어요."


"그럼 ooo 상사 개인 무전기는?"


"…?"




사령관의 물음에 백현은 무심하게 뜬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oo에게 남은 무전기라고는 같은 팀들 전체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공용 무전기 뿐이었다. 백현과 단둘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무전기는 보이지 않았었다. 깜짝 놀란 백현은 무언가 이상하다 싶어, 재빨리 회의장 밖으로 빠져나와 oo가 누워있는 자신의 방으로 죽어라 뛰어갔다. 




"…"




역시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oo의 상태는 그대로였다. 백현은 자신의 개인 무전기를 꺼내더니, 자세히 살펴보았다. oo의 개인 무전기만 사라졌을 뿐, 자신의 것은 남아있기에. 만일 세훈이 oo의 개인 무전기를 가져갔다고 하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었다. 백현은 불안한 듯 손톱을 깨물며 인상이 가득한 채로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치지직-




무전기 쪽에서 치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백현의 눈도 함께 띄어졌다. 숨을 죽이고 무전기의 반응을 계속 지켜보니, 들리냐?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들려왔다. 




"오세훈?"


-"와, 몇 년이 지났는데 내 목소리를 기억해주네?"




백현은 지금 당장이라도 세훈에게 있는 욕 없는 욕과 함께 그 곳으로 찾아 가 명줄을 끊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화를 가라앉혀 목소리를 낮추더니 말을 이었다. 




"갑자기 우리 앞엔 왜 나타난 거야?"


-"네 앞에는 아직 안 나타났지. oo 얼굴만 잠깐 보고 왔을 뿐이야."


"근데 왜, 눈을 안 뜨냐고."


-"음, 그건 무슨 소리지?"




분명 oo가 눈을 뜨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을 터인데, 이렇게 모르는 척을 해오는 세훈 덕에 백현은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 했다. 




"그냥 네가 어디 있는 지 부는 게 더 빠르겠다."







***







"오세훈을 혼자 보러가는 거면 위험할 텐데."


"누가 몰라서 이러고 있냐? oo가 아직 눈을 못 뜨고 있잖아. 원래 같았으면 암만 힘을 다 빼앗겼어도 눈을 떠야 정상인 거야. 그 새끼가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해."




종인은 퀘스트가 끝나고 오랜 만에 보는 백현의 말을 그대로 경청하다가도,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내뱉기에 말을 끊고 최대한 백현이 위험하지 않도록 의견을 내세우는데, 백현이 그런 종인의 의견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벌써 마음을 굳혀버린 건지, 딱히 바꿀 생각이 없어보였다. 거기에다가 평소에 사족을 못 쓰던 oo의 일이기도 하고. 




"참 이상해. 형 oo 싫어하잖아."


"내가 oo를 싫어했던가. 잘 모르겠네."




백현은 자신도 알아듣지 못 할 말을 내뱉더니 무기를 챙기지도 않은 그냥 맨 몸으로 집에서 나왔다. 종인은 백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 한숨을 쉬고 고개를 이리저리 젓더니 옆에서 마치 숨이 끊겨져 있는 듯한 oo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으리으리 해보이는 성, 이 안으로 들어가기만 해도 기가 눌려 당장이라도 숨이 끊길 것만 같았다. 백현은 짜증나는 냄새 뿐만 아니라, 이런 더러운 분위기는 딱 질색이라 들어가지 말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봤자 다 소용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결국 세훈이 말한 장소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 더러운 새끼."




집으로 들어서니 보이는 복도에는, 여자들의 시체도 간간히 볼 수 있었고. 그 시체들의 피는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건지, 말라 비트러져 있을 뿐이었다. 백현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시 정면을 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복도에서 얼마 걷지 않아, 벽에서 어느 여자가 한 명 튀어나오더니, 백현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걸어왔다. 




"오세훈은 어디 있지."




백현은 여자의 인사를 가뿐히 무시해버리고는 용건인 세훈을 먼저 찾아왔다. 여자는 백현에게 한번 더 고개 숙여 인사를 해오더니, 따라오라는 말을 남기고는 막 다른 복도에서 오른 쪽으로 길을 꺾었다. 


또 얼마 걷지 않아, 방 하나가 보이더니 여자는 이 방으로 들어가라는 듯 문을 열어 백현에게 손짓 하였다. 백현은 성큼성큼 방 안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도,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방 안을 가득 메우는 시체 냄새 덕분에. 




"야, 네 자식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길래 방에서 이딴 냄새들이 풍겨?"


"어, 생각보다 빨리 왔네? 네가 사족을 못 쓰는 ooo 일이라서 그런 건가?"




세훈에게서 oo의 이름이 나오니, 백현은 당장이라도 세훈에게 다가가 멱살을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이 더러운 냄새가 가득한 곳에서는 제대로 된 힘들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할 것 같아, 짜증이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oo는, 아직도 못 일어났어?"


"지금 나랑 장난하자고 부른 거냐? 혹시 싸우다가 머리 맞았어?"


"입 거친 건 여전하네. 지금 쯤이면 일어났을 텐데. 내가 oo한테 가벼운 선물을 주고 갔었거든."







가벼운 선물? 아무리 선물이라고 해봤자, 세훈이 줬다면 당연히 쓸데 없는 것이거나, 아니면 위험한 것. 둘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별 말 아니려건만 하고 생각을 했지만, 세훈의 말을 계속 곱씹어 보니, 지금 쯤이면 일어났을 거라고? 




"야, ooo 한테 무슨 짓 했어."


"네가 직접 보고 왔어야지. 색다른 oo 모습에 너도 좋아할 텐데 말이야."


"…"


"내가 요즘 실험을 하는 게 있었는데, 결과가 꽤나 재밌어서. 그걸 oo한테 선물 해주고 왔지."


"씨발, 그래서 그 선물이 뭐냐고 묻잖아, 새끼야!"




결국 화를 주체하지 못하던 백현은 세훈에게 소리를 질러대고 말았다. 세훈은 이런 백현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백현에게 보라색 약물이 담긴 병을 하나 던졌다. 백현은 한 손으로 그 병을 받더니, 이게 뭐냐는 듯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로 세훈을 바라보았다. 




"그거야, 내 선물."


"뭐?"


"생각을 해봤는데, 이 세상에서 oo만큼 훌륭한 전사는 없겠다고 생각했거든. 내 일을 그 누구보다도 잘 도와줄 인재가 될 것 같아서."




처음에는 세훈이 무슨 소리를 해대는 지 전혀 이해를 못 했지만, 계속 들어보니 세훈의 말 뜻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결론만 말하자면 oo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뜻이었다. 




"지금 나랑 장난하고 싶냐?"


"설마-. 나도 장난 하나 하자고 이런 일을 꾸미지는 않아."




세훈은 백현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더니, 백현의 팔에 이름 모를 약물이 담긴 주사를 꽂아넣더니,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백현의 눈이 스르르- 하고 풀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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