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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FATAL (完)

[변백현 빙의글] FATAL 08




FATAL













굵은 빗줄기들이 쏟아지는 모습을 쭉 바라보고 있던 세훈은 피고 있던 담배를 창 밖으로 내던져 버린다. 불씨가 붙어있었던 담배는 빗물 덕에 그대로 바닥에 툭- 하고 떨어져 버렸고, 세훈은 그대로 몸을 돌리더니 무심하게 의자에 앉는다. 곧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단정하게 생긴 여비서 한 명이 들어와 세훈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더니,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ooo 님과 변백현 님께서 집에 들르셨다고 합니다."


"걔네 둘은 무사하고?"


"예, 아마도 책 속에 꽂아둔 암호를 발견한 듯 합니다."




세훈은 여비서의 말을 듣더니 잔뜩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짓고서는 나가보라는 표시로 손을 문 쪽으로 휘저었다. 여비서는 다시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세훈이 있는 방 밖으로 나갔고. 다시 창 밖 쪽으로 고개를 돌린 세훈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ooo를 만나야 하는 건가."







***







-"oo야, 거기 위험한 것 같은데."


"안 닥쳐? 제발 입 좀 닥치고 있어. 내가 알아서 하니까."




저번에 첫 번째로 찾아갔던 집의 퀘스트는 망해버린지 오래였고, 새로운 퀘스트를 또 다시 백현의 팀과 함께 수행하게 된 oo였다. 사령관이 준 무전기를 드디어 사용하는 건가 싶어 oo는 기대 아닌 기대를 하였지만, 쓸데없는 기대일 뿐이었다. 이렇게 시끄러울 줄 알았으면 퀘스트를 나가기 전에 박살을 내고 오는 것이었는데. 


oo는 위험할 것 같다는 백현의 말을 아예 싹 다 무시한 다음, 먼저 폐허가 된 숲 안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oo의 발자국이 내딛어지자마자, 이 곳과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서 펑- 하는 폭발음이 들리더니, 그 곳에는 불꽃이 휘날리기 시작하였다. 깜짝 놀란 oo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크렸고, 멀리서 oo의 행동을 지켜보던 백현은 oo보다 더 놀란 채, 그 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뛰어갔다. 




"……"




불 길이 oo 자신 쪽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oo는 뭐에 홀린 마냥 발걸음을 떼지 못 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거의 oo의 쪽 까지 다다른 백현은 목 끝까지 차오른 숨을 참아내고는 oo의 팔을 세게 붙잡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야, 뭘 그렇게 쳐보고 앉아있어? 죽고 싶어서 안달 났냐?"




아무리 oo와 적 상대라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같은 퀘스트를 수행하는 동료로서 oo가 다치는 꼴은 죽어서도 못 볼 백현이었다. 물론 동료라는 이유가 다는 아니었지만. 


아직도 표정이 멍한 oo는 백현이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평소의 눈빛으로 돌아왔다. 불 길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본 건지, 평소에는 절대로 정신을 놓거나 넋을 놓거나 한 적이 없던 oo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지. 백현은 알 수 없었다. 




"…분명 봤는데."




앞 쪽으로 먼저 걸어가는 백현을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던 oo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내뱉었다. 불 길이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와중, 바로 몸을 피할려고 하던 찰나에 자신의 부모님을 마주할 수 있었다. 


사실 이 퀘스트 말고도, 다른 퀘스트에서도 이런 것과 비슷한 혼령을 많이 보곤 했었다. 아니면 적이 설치한 함정에 빠지거나, 환상을 보거나. 그런 경험은 많았다. 하지만 부모님이 보이는 경우는 없었고, 이렇게 막상 환상으로 부모님을 마주하게 되니 그 상황에서 oo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




바닥에 무성하게 자라난 풀들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백현이 간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oo의 시야로 말끔한 구두가 신겨진 한 쌍의 발이 들어왔다. 백현은 분명히 구두를 신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는 oo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만이 남아있었다. 




"오랜 만이다?"


"…네가 무슨 낯짝으로 내 앞에 나타난 거냐?"




oo는 지금 당장에라도 골반에 장전된 리볼버를 꺼내고 싶었지만, 자신은 세훈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판단을 내버렸다. 그런 oo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세훈은 특유의 싱긋한 웃음을 날리며 말을 이었다. 




"너랑 변백현이 내가 준비한 집에 다녀왔다고 하더라고?"


"집? 설마…"




oo는 상상치도 못 한 소름끼치는 전개에 팔에 오돌톨한 것들이 나타나는 기분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뒷 쪽으로 한 발자국 발걸음을 옮긴 oo는 페이탈의 정체가 세훈인 건가 하는 추측에 속에서 울렁거리던 것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절대로 거기서 빠져나갈 생각은 못 할텐데. 들어보니까 암호를 발견했데, 너네가. 특히 눈치없음으로 소문난 ooo가."


"그래서, 뭐. 여기까지 친히 발걸음을 옮긴 이유가 이 말 하려고 온 거냐?"







"그건 아니고."




세훈이 하는 말들에 당황을 하다가도, oo는 여기서 정신을 놓아버리면 끝장이라는 사실에 다시 정신을 굳혀내야만 했다. 세훈의 눈을 흘기며 본론을 말하라는 듯한 말투로 말을 꺼내니, 세훈이 입꼬리를 올려내더니 oo 쪽으로 천천히 가까이 다가왔다. oo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세훈을 피해가지 않겠노라 다짐을 한 탓에 똑같은 표정 그대로 세훈을 바라봐야 했다. 




"…으흑!"




너무나도 가까워진 거리에 oo는 세훈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오만가지 추측을 해나갔다. 하지만 oo의 추측이 끝나기도 전에 세훈은 oo의 입술 위로 빠르게 입을 맞춰왔고. 입 안 가득 메워오는 세훈의 혀놀림 덕에 oo는 혼이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백현과 하는 키스와는 차원이 달랐고, 따뜻함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 




"흐으… ㅈ, 잠깐ㅁ…"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목소리로 멈추라고 말을 해보았지만, 세훈은 멈출 겨를을 보이지 않았다. 누구 것인지 모를 타액이 oo의 턱을 타고 흘러내려왔고, 세훈은 그것을 놓칠 세라 바로 입술을 떼더니 oo의 턱에 흐르고 있는 타액의 맛을 혀로 감미하였다. oo는 점점 힘이 빠지는 자신의 모습에, 머릿 속으로는 망했다 라는 문장만 백 만번 쯤 되뇌이고 있었다. 거의 세훈에게 메달리다 싶을 정도로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나도록 입술을 떼지 않고, 혀의 마비가 올 정도로 세훈은 oo의 입 안을 가득 휘저었다. 결국 oo의 얼마 없던 힘을 다 빼앗아 낸 세훈은 자신의 품 속에 고개를 파묻어 쓰러져 버린 oo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그리곤 숲 앞 쪽에 있던 큰 나무에 oo의 몸을 기대어주더니 아직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







한 편, 백현은 분명 자신의 뒤로 oo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하고는 뒤를 보지 않았건만. 타이밍이 얼마나 더러웠는 지,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oo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반 쯤 정신이 나간 채로 oo의 이름을 소리치며 숲을 뛰어다니고 있었을까. 좀 전의 자신과 비슷한 거리 쯤에 있는 나무를 등받이 삼아 기대고 있는 oo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야, ooo…?"




평소에 oo 같았으면, 백현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곁에 왔으면 이렇게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oo의 의식이 없다는 걸 꺠우친 백현은 재빨리 그 쪽으로 다가가 눈을 꼭 감고 정신을 놓아버린 oo의 얼굴과 마주하였다. 


oo의 얼굴 쪽에 머무르던 시선은 점점 밑으로 내려와 oo의 다리 위에 얌전히 올려진 트럼프 카드로 향하였다. 









"오세훈…?"




Q의 스페이스 카드를 본 순간 백현은 입술을 잘근 잘근 깨물었다. 어린 아이가 봐도 누가한 짓인지 답이 나왔기에. 백현은 한숨을 푹 쉬며 머리를 뒤로 넘겨보내더니, 나무에 기대고 있는 oo를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자신과만 할 수 있는 무전기가 아닌, 공용 무전기에서는 수신 신호 소리가 울려퍼졌고. 백현은 무심하게 그 무전기를 꺼내들더니 바닥으로 콱- 하고 내리찍어버렸다. 







***







아까부터 뭐에 미친 사람인 마냥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다 깨부술 직전까지 간 백현을 말리느라 애꿎은 종인이 고생을 해야만 했다. 아무리 상사라지만, 이런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뺨에 주먹이라도 내리 꽂고 싶은 심정이었다. 거기에다가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이렇게 난폭하게 군다면 더더욱. 




"아, 씨발… 그 새끼는 갑자기 왜 나타나가지고…!"




와인병을 손에 쥐고 그대로 카펫이 있는 곳으로 내던지려는 백현의 손을 제지한 종인이었다. 이렇게 오냐오냐 해주면서 봐주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았기에. 




"형, 됐으니까 가서 oo 얼굴이나 더 봐, 그럴 시간에. 오세훈 자식이 힘 뺏은 거 아니야? 이렇게 쓸데 없는 데다가 힘 낭비 하지 말라고."




한숨을 쉬더니 oo가 죽은 듯 조용히 누워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긴 백현이었다. 사실 원래 oo에게 이런 과도한 집착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상대가 세훈이라면 말이 달라졌다. 힘을 얼마나 빼앗긴 건지, 벌써 헬쓱해져버린 oo의 모습에 백현은 조용히 그 쪽으로 다가가더니 oo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맞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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