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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FATAL (完)

[변백현 빙의글] FATAL 05




FATAL













원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퀘스트를 넣어서 실력을 쌓아가고는 하는데, 이번주에 퀘스트를 넣지 않은 이유는 별반 없었다. 그 누구 때문도 아닌, 백현 때문에. oo는 힘든 숨을 잠시 동안 꾹 참아내더니, 옆에 있는 나무에 등을 대고 털썩- 주저앉았다. 하늘 전체가 진회색빛깔을 뿜어대는 걸 보니 곧 비라도 내릴 것만 같았다. 




"…씨발, 내가 변백현 그 개새끼 생각만 해도 엿 같아서."




훈련을 끝내고 나니 생각이 나지 않던 백현이 다시금 떠올라지고 있었다. 어쩜 oo 자신이 싫어하는 짓만 이렇게 골라 할 수가 있는 건지. oo는 나무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반바지 주머니에 끼워져 있는 무전기를 꺼내들고는 입을 열었다. 




"야, 변백현 지금 어디 있어?"


-"네? 아, 변백현 상사 님 지금 퀘스트 중입니다."


"어디서."


-"6 DS-T 구역에서 하고 계세요."




알겠어. 무심하게 대답을 한 oo는 다시 바지 주머니에 무전기를 쑤셔 넣고,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oo가 예상한 데로 진회색빛을 품고 있던 하늘에서는 빗방울들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







응? 변백현 만나러 간 거 아니었어? 대낮부터 도수가 높디 높은 양주를 꿀꺽 꿀꺽 마셔대는 찬열을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oo였다. 그나저나 이 자식이 내가 변백현한테 간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oo는 그런 눈빛을 가득 담고서는 아무 말없이 찬열을 째려보았다. 




"음, 사실 네가 무전한 거 옆에서 듣고 있었어."


"그럴 줄 알았지, 나쁜 놈. 니네 밑 애들 관리나 잘 해. 우리 애들 엿 볼 생각 하지 말고. 정신 나간 놈아."




oo는 찬열의 앞에 얌전히 놓여진 양주 병들 중에 하나를 손에 꼭 쥐더니, 글라스에 담지도 않은 병 째로 마셔댔다. 오래 마시는가 싶다가도 목이 쓰라렸는 지, 바로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로 탁자에 양주 병을 쾅- 하고 던지다시피 올려놓았다. 찬열은 그런 oo의 모습이 귀여워 보이다가도 왜 안 마시던 술을 마시는 지 싶어 oo를 빤히 바라보았다. 




"뭘 꼬라, 변태 새끼야."


"변태 새끼라니… 너 왜 안 마시던 술을 다 마셔."


"네 새끼가 쳐마시고 계셨잖아요. 네가 하도 맛있게 마시길래."




oo는 입 가에 묻은 양주를 소매로 닦아버리고는 발목에 장전된 리볼버를 꺼내 찬열의 품 속으로 던졌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리볼버에 깜짝 놀란 찬열은 뭐야? 하고 소리를 지르다가도 oo의 눈치를 살폈다. 




"네가 잠시만 들고 있어. 들고 갔다간 쏴버릴 것 같아서."


"야… 너 변백현 쏠려고 했어?"




이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oo라면, 충분히 백현을 쏴버리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oo는 최대한 인간적으로 백현에게 다가가자 싶은 마음으로 리볼버를 찬열에게 넘겨주었는 것이다. 물론 찬열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자신을 너무 괴물 취급하는 것 같은 말에 찬열의 뒷통수를 후려치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백현이 퀘스트를 하고 있다는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oo는 우연치 않게 땀에 쩔어있는 종인과 마주할 수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종인이 먼저 말을 걸고도 남았을 타이밍인데, 아무 말도 않는 종인이 이상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oo는 야, 하고 종인의 앞 길을 막아세우더니 먼저 말을 걸었다. 




"야, 너 왜 상사한테 인사 안 해."


"아-."




oo를 보지 못 했던 건 절대로 아닐 텐데, 그제서야 아-. 하고 탄식을 내뱉는 종인이었다. 종인의 태도에 어이가 없던 oo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종인을 올려다 보았고. 종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안녕, 누나."


"…씨발, 장난해!? 니네 상사가 그렇게 가르치든?"




물론 평소 같았으면, 안녕 누나 라고 한다면 어 하고 지나쳤을 테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물론 후임이라고 이렇게 관리를 한다는 건 저의 사전에서도 오글거려 용납을 할 수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이 상황 만큼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찬열에게 리볼버를 던지고 왔다는 게, 너무나도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왜요, 평소에도 이렇게 인사 했잖아."


"…아, 뒷꼴이야. 내가 이래서 니네 구역을 좋아할 수가 없다니까. 됐으니까 앞 길 막지말고 비켜."







"누나가 먼저 나 막았으면서."




oo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토를 다는 종인이었다. 평소에 oo의 성격 같았으면 바로 리볼버로 머리통을 날려버렸을 테지만, 그나마 익은 얼굴이라 그러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무기가 하나도 없으니. oo와 종인의 시끌벅적한 (일방적으로 oo만 시끄러웠지만) 이야기 소리에, 퀘스트가 끝난 백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쪽을 향했다. 




"어, 형. oo 왔어."


"어?"


"…뭐야? 너 변백현 앞에서는 날 누나라고도 안 부르냐…?"




뜻 밖에도 오늘 이래로 종인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 너무나도 많아, 좀 전에 마셨던 양주가 위에서 춤이라도 추는 건지 머리가 띵- 해왔다. 그에 백현은 oo의 감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건지, 어느 새 종인과 oo의 사이에 서서는 oo를 바라보기에 바빴다. 물론 oo는 그런 백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지만. 




"그럼 난 간다. 누나 안녕, 다음엔 인사할 게요."


"제발 꺼져."




종인이 가고 난 뒤, oo와 백현만 남은 자리는 둘 답지 않게 아주 조용하였다. 아, 아니. 빗줄기 떨어지는 소리 덕에 조용하지만은 않았지만. 양주 덕에 조금 붉어져 있던 oo의 볼을 더 가까이에서 보려는 건지, 백현이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와 oo를 바라보았다. oo는 이 순간에도 찬열에게 내던진 리볼버의 모습이 너무나도 그리워졌다. 내가 미쳤다고 그걸




"oo 술 마셨나 보네? 볼이 빨개."







"씨발, 더러운 새끼."




물론 전혀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느끼하게 들린 백현의 말투와 목소리에 소름이 끼쳐 버린 oo는 두 팔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백현의 옆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너 술 약하잖아."


"저기 있잖아, 나 지금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거든? 말 좀 시키지 말아줄래?"




지금 이 상황은, oo가 백현에게 볼일이 있어 찾아온 건데 역으로 백현이 oo에게 말을 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oo는 본론을 얼른 말해야 하는데 이렇게 질척거리는 백현 때문에 나오려던 말도 다 까먹어 버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머리가 제 것이 아닌 것 마냥 울려대고, 흔들거리는 게, 곧 있으면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







샤워를 마친 종인은 양주들 틈 사이에 뻗어서 어느 새 잠에 빠진 찬열을 한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수건으로 찬열의 등짝을 짝- 하고 때려버린 종인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찬열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런 대낮부터 술에 쩔어있는 것도 형 뿐일 거다."


"…아으, 머리야. 그러는 너는 왜 쳐마시… 어, 야 그거 마시지 마."


"왜? 아끼는 거야?"




좀 전에 oo가 마셨던 양주 병을 자연스럽게 쥐어 마시려던 종인을 말리는 찬열이었다. 종인은 찬열을 내려다보며 아끼는 거냐며 물었고, 찬열은 고개를 저어대다가도 말을 이었다. 




"그거 진짜 한 입만 마셔도 바로 쓰러져. …어? 근데 누가 마셨는데?"




세상에 얼마 없는 아주 독한 양주였고. 그 독한 양주는 찬열 자신도 손을 못 데는 거라 한 입도 마시지 않았는데, 벌써 어느 정도 양이 줄어들어져 있는 걸 보고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더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







백현은 갑자기 빗물이 가득한 바닥에 철푸덕- 하고 쓰러져 버린 oo 덕에 혼이 빠져나가버린 상태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지금 자신이 왜 oo를 안아들고 집까지 뛰어가는 이유도 잘 모르겠어서 황당 그 자체였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까지도 oo는 눈을 뜨지 않고 정신이 나가있을 뿐이었다. 백현은 이게 뭔 상황이야,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도 잔뜩 젖어버린 oo의 옷을 힐끔- 바라보더니, 싱긋 웃어보였다. 갈아 입혀줘야겠지?




"…"


"잘 때는 이-렇게 깜찍하고 귀여운 것이, 눈만 뜨면 왜 이렇게 대드는 건지."




백현은 어느 새, 빗물에 푹 젖은 모습이 아닌 뽀송뽀송한 oo의 모습을 보고는 만족스럽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다가도 아까 전부터 계속 빨갛던 oo의 볼에 슬쩍 손을 데었는데 불덩이 같이 뜨거운 온도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야, 얘."




감기라도 걸린 건가? 하긴 oo가 어디 아프다는 모습은 잘 보지 못 했던 것 같다. 특히나 이런 사소한 감기 따위는 더더욱. 백현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oo가 너무나도 당황스러워, 어떡하지? 만 무한 반복을 하고 있다가도 갑자기 자신의 팔목을 잡아버리는 oo의 행동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oo 쪽으로 돌려버리고는 입을 열었다. 




"야, 너 괜찮."




백현은 몸을 일으켜 갑자기 자신의 입으로 입을 맞춰오는 oo의 스킨쉽에, 그 짧은 시간에 정신이 아늑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어느 새, 남녀가 서로를 원한다는 듯 서로의 입술을 탐하기에 바빠졌다. 







"하아…"




입을 맞추는 동안 백현은 자연스럽게 oo에게 좀 전에 입혀주었던 자신의 와이셔츠를 벗겨내 버렸고, 속옷의 후크까지 풀어내리려고 하는 순간. 미친 듯이 혀 운동을 하던 oo가 입을 떼어버리더니, 그대로 자신의 어깨로 얼굴을 묻어버렸다. 




"…씨발."




말 그대로 oo에게 당해버린 백현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짜증나고, 한 편으로는 이렇게 oo가 쓰러지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갈 뻔한 자신을 생각하니 웃기기도 하였다. 바람 빠진 웃음 소리를 내던 백현은 그대로 다시 oo를 침대로 눕혀버리더니 oo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말을 이었다. 




"씨발. 어른을. 놀리면. 못 쓰는 거야. 이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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