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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FATAL (完)

[변백현 빙의글] FATAL 06




FATAL













oo가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엄청난 두통을 호소해야만 했다. 거기에다가 평소에는 잘 걸리지도 않던 감기에 걸려 버린 탓에 열도 장난이 아니었다. 어제 쏟아지던 비들은 다 그쳤는 지, 밖은 햇빛으로 가득했다. 눈부심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oo는 누운 상태로 눈을 굴려가며, 여기가 어디지 하고 상황파악을 해갔다.




"…아으, 더워."




생각해보니 날씨에 맞지 않게 너무 더운 탓에 땀이 날 지경이었다. 생각해보니 몸도 잘 안 움직이는 것 같고. 시선을 아래로 두니, 자신이 마치 김밥처럼 이불에 돌돌 말려져 있는 걸 보고 잔뜩 당황해 버렸다. 




"…야, 변백현!"




당연히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백현 밖에 없었기에, oo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백현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저 멀리서 백현이 불만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발을 질질 끌며 저에게로 다가오고 있었고. 오히려 oo는 백현을 더 째려보며 물었다.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야?"


"네가 그런 말 할 자격은 없는데."







"…뭐?"


"몰라, 어제 너 때문에 섹스도 못 하고."




민망한 단어를 잘도 내뱉는 백현 덕에 oo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뭐? 하고 되물으며 몸을 일으켰다. 백현은 침대 끝 쪽에 앉더니 한 손으로 oo의 턱을 감싸고는 고개를 갸웃 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네가 먼저 했어."


"…아, 그니까 씨발, 뭘 말이야?"




일어나서 처음 마주하고 듣는 말이 섹스라는 단어라니. oo는 확 잡쳐버린 기분을 어찌 돌이켜야 할 지 머릿 속으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백현은 oo에게로 조금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더니, oo의 입술을 톡톡- 치고는 말했다. 




"혹시나 하고 박찬열한테 물었는데, 네가 엄청난 도수의 양주를 마셨더라고. 그러니까 길 바닥에 엎어질 만 하지."


"…내가 길 바닥에 엎어졌었어?"




생각해보니 어제 찬열이 양주를 마시고 있었을 때, 그 많디 많은 양주들 중에 하나를 뽑아 마신 것도 같았다. 근데 그게 이렇게 파장이 컸을 줄이야. 길 바닥에 자신이 쓰러졌다고 해도 백현이라면 당연히 저를 버리고 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행동을 한 백현이 좀 달라보이기도 하였다. 아, 아니지. 그럼 섹스는 뭐야?




"그럼 섹스는 뭐야?"


"네가 자다가 나 덮쳤어. 얼마나 놀랬다고."


"…내가? 니가 아니라 내가?"




덮쳐도 백현이 덮칠 거라고 생각한 oo는 의외의 행동을 한 자신이 너무나도 더러워 보였는 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백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백현의 대답은 한결 같이 같았고, oo는 그대로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안 했지?"


"끊겼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안 했지? 하고 물으니,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끊겼다며 말하는 백현이었다. oo는 이런 변태 같은 놈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소름이 돋았는 지, 앉아있던 몸을 당장 일으켰다. 사실 감기 덕에 머리가 아직까지도 많이 어질거리긴 하였지만,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 급하였다. 




"어디 가게?"


"더이상 못 있겠네, 너 같은 변태 새끼랑."


"너 많이 아픈데."




자신이 아픈 걸 모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oo의 몸 상태를 알고 있는 백현이었다. oo는 백현을 흘깃 바라보다가도 등을 돌려 방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현은 그런 oo를 졸졸 따라다니며, 진짜로 가? 하고 어린 아이같이 물어왔고. oo의 대답은 응, 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







얼굴이 잔뜩 붉어져 있는 상태로 집에 들어온 oo는 소파에서 안녕, 하고 인사하는 찬열에게로 다가가 다짜고짜 멱살을 쥐어잡았다. 찬열은 이런 일이 흔하디 흔한 일인 것처럼 말똥한 눈을 깜빡이며, 왜? 하고 물어왔다. oo는 찬열의 대답이 어이가 없었는 지, 바람 빠진 웃음 소리를 내다가도 입을 열었다. 




"너 왜 나한테 그딴 쓰레기 같은 양주를 먹였어?"


"야, 어이 없다? 솔직히 그건 네가 마셨지, 내가 맥였냐?"


"…"




솔직히 찬열의 말이 다 맞는 말이라 뭐라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금방 할 말이 없어져 버린 oo는 금새 찬열의 멱살을 스르르 놓아버렸고, 찬열은 어제 oo가 자신에게 던져주었던 리볼버를 다시 oo의 손에 쥐어주었다. 




"어제 변백현 많이 쏘고 싶었을 텐데, 잘 참았어."


"어우, 알아주니 다행이다."




oo는 드디어 집으로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소파에 그대로 뻗어버렸다. 아직도 어질 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눈을 감았다. 지금 이 몸 상태로는 아무 것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시간이 빨리 흘러서 이딴 감기가 꺼져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할 뿐. 







***







"자네가 나한테까지 다 찾아오고, 오래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군."


"부탁 드릴 게 좀 있어서요."




진리는 해가 바뀌고 처음으로 찾아뵙는 사령관에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본론부터 말 하였다. 항상 부탁을 제외하고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던 진리였기에, 사령관은 이미 익숙한 일인 마냥 뭐냐고 물어왔다. 




"벌써 소문이 많이 퍼졌더라구요. 페이탈의 봉인이 어느 정도 풀렸다는 거."


"자네가 알고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겠다는 건가?"


"…장난치지 마시구요. ooo 상사가 아니면 못 하는 퀘스트가 있어서요."




진리와 oo의 사이가 예전부터 좋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던 사령관이기에, 진리가 이런 말을 하는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도 oo를 엿 맥이려던가, 뭐 그런 거겠지. 사령관은 이 이야기를 더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져, 반대 쪽 귀로 흘려보내려고 하던 참에 진리의 말이 다시금 또렷히 들려왔다. 







***







퀘스트가 없는 덕분에 하루종일 누워서 쉴려고 했던 oo의 생각은 이미 머릿 속을 빠져나간지 오래였다. 잘 없던 사령관의 호출이였기에, oo는 바로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노크도 하지 않고 회의장 문을 벌컥- 여니, 어울리지 않게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령관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었다. 




"왜 부르셨어요?"


"변백현 상사랑 같이 해줘야 할 퀘스트가 생겼네."


"…변백현이요? 그새끼랑 할 바엔 차라리 혼자 할 게요."




백현의 이름이 들먹거리자마자 무표정이었던 oo의 표정은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사령관은 내 말 좀 들어보게, 라고 이야기의 서두를 시작하더니 말을 계속 이어갔다. 




"사실 자네가 오기 전에 최진리 중사가 여기를 찾아왔다네."


"걔가 왜요?"


"자네가 아니면 절대로 하지 못 할 퀘스트를 나한테 말해주더군. 들어보니 꽤나 위험해 보였어. 분명 그 자는 자네를 죽이게 만들려는 속셈이었어. 그래서 변백현 상사와 함께 보내는 걸세."




oo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진리와 저가 그렇게 죽일 정도로 서로를 싫어했던가, 하고. 암만 죽는 게 싫어도 oo는 백현과 같이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도 물론 똑같이 싫었다. 




"…언젠데요?"







"지금 당장."




지금 당장은 oo로서 무리였다. 몸 상태가 완화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사령관이 말할 정도의 위험한 퀘스트를 수행할 체력도 되지 않았다. 물론 안 된다고 말하면 그만이었지만, 몸이 아프다는 이유를 대고 싶지는 않았다. oo는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은 oo에게 무전기 하나를 내밀어주었고, oo는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저 무전기는 있는 데요?"


"변백현 상사랑만 이야기 할 수 있는 무전기일세. 아무래도 상사 둘이니까, 둘이서 할 말이 꽤 있을 테니까."




oo는 정말로 백현과 같은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 건가 싶어 아프던 머리가 더 지끈 아파오는 것 같았다. 회의실에서 빠져나와, 그냥 회의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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