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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설렘주의 (完)

[오세훈 빙의글] 설렘주의 04





[오세훈] 설렘주의













oo는 세훈에게로 냉큼 달려가, 그의 품 속에 쏙 안겼다. 세훈은 피곤함이 잔뜩 묻어있는 oo의 볼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많이 피곤하냐며 물어왔다. oo는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세훈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요즘 안 힘들어. 팀장님도 나 많이 안 괴롭히시고, 좋아."


"그래? 내새끼 안 힘들다니, 다행이네."


"오빠는? 오늘 어땠어?"




세훈은 자신의 품 속에 매달려 있는 oo의 헐렁하게 묶인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도 오늘 괜찮았어, 하고 웃으며 말하였다. 그러다가도 oo의 손등과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물감들을 발견하였는지, 세훈은 oo를 째려보며 물어왔다. 




"너 지금까지 일 하고 있었지?"


"으응? 아, 마무리 단계야! 금방 끝나 가."


"내가 밤 늦게는 일 하지 말라고 했잖아. 너 어제도 계속 일 하고 있더니."


"에이, 나 괜찮아. 세훈이가 걱정할 정도 아니야."







항상 자신에게는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하는 oo에, 세훈은 당연히 oo를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살랑살랑 일을 해도 괜찮을 텐데, 이렇게나 열심히 하고. 열심히 일 하는 oo가 마냥 예뻐보이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세훈, 덥지? 집에서 뭐 마시고 갈래? ...아, 늦어서 힘드려나."




그와중에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oo에, 세훈은 고개를 내젓고는 고내찮다며 들어가자고 oo의 손을 잡아왔다. 집으로 들어오니, 거실에는 팔레트와 붓들이 바닥 군대군대에서 굴러다니고 있었고. oo의 흔적으로 보이는 그림들도 몇 장 날라다니고 있었다. oo는 재빨리 그것들을 한 쪽으로 밀어버린 후, 아무데나 앉으라며 바닥을 톡톡 쳤다. 




"뭐 그린 거야?"


"아, 페이지에 메인 표지랄까? 홈페이지 리모델링 한다고 해서 말이야. 디자인 도안은 나중에 차차 결정한다고 하길래. 훈아, 커피 마실 거야? 피곤하면 다른 거 마실래?"




피곤해보이는 세훈이 나중에 자는데 방해라도 될 까봐, oo는 조심스럽게 커피가 괜찮냐며 물어왔고. 세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말했다. oo가 그린 그림들 쪽으로 시선을 돌린 세훈은 하나하나씩 그림을 살펴보았다. 파스텔 톤의 색깔들로 꽃들을 그리기도 하였고, 울타리와 통나무 집을 그린 게, 세훈의 눈에는 마냥 예뻐 보였다. 




"최대한 연하게 탔어. 그림 괜찮아?"




oo는 머그잔에 커피를 담아 세훈에게 내밀었다. 그리고선 세훈의 옆에 쭈그려앉아 무릎에 얼굴을 대어 괜찮냐며 물어왔고. 세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쁘다고 oo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차가운 커피를 홀짝였다. 




"너 얼굴에 물감 묻은 거 보니까, 꼭 동화 속에서 나온 주인공 같아."


"에? 그건 또 뭐래, 나 많이 묻었어?"


"음-. 아니, 예뻐."




물감이 묻은 얼굴 마저도 예뻐보이는 지, 세훈은 눈꼬리가 휘도록 웃으며 물감이 묻은 oo의 볼을 손가락으로 살살 만져댔다. 그러더니, oo는 갑자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말 해왔다.




"근데, 너 커피 마시고 못 자면 어떡하지? 내일 회사 어떡해?"


"내일? 내일 토요일이야."




예상치도 못한 세훈의 말에 oo는 헉, 하고 놀라더니, 소파에 나뒹굴고 있는 휴대폰을 집어 바로 요일을 확인하였다. 와, 진짜 오늘 금요일이었어? 넋이 나간 oo의 얼굴을 보고 빵 터진 세훈은 자기 걱정했냐며 oo의 머리를 매만졌다. 




"나 회사 못 갈 까봐 걱정했구나."


"야아, 그래서 내가 일부러 커피도 엄청 연하게 타줬건만! 한 통 다 넣어서 탈 걸 그랬네."


"에이, 나 커피 연한 거 좋아하잖아."


"그럼 여기서 자고 가."




oo의 말에 세훈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oo는 편한 옷이라도 가져 오겠다며 방으로 들어갔고. 세훈은 난장판이 되어 있는 거실을 훑어보았다. 내새끼, 나보다 더 피곤해 보이는데 일도 열심히 하고. 예뻐 죽겠어. 




"세훈아!"




콩콩 거리며 뛰어오는 oo에, 뭔가 싶어 oo 쪽을 바라보다가도, 흥분을 감추지 못 하고 저에게 옷을 내밀어 주길래 뭐냐는 듯 옷을 바라보았다. 




"이거, 우리 옛날에 맞춘 커플 티잖아. 니 꺼 우리집에 있었어."







자세히 보니, 정말 oo의 말대로 세훈과 oo가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적, 맞춘 커플 티셔츠였다. 얼마 안 있어 잃어버렸다며 oo에게 혼쭐이 나도록 혼났던 세훈이었는데, 그게 oo의 집에 있었을 줄이야. 




"잘 됐다. 오빠 이거 입고 자."




세훈은 알겠다며 oo가 내미는 커플 티셔츠를 받아, 와이셔츠를 벗고는 그 옷으로 갈아입었다. oo는 세훈이 입은 반팔 티셔츠를 보고는 흡족하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보다가도, 자기도 갈아입고 오겠다면서 방으로 콩콩 뛰어갔다. 


어느 새, oo는 세훈과 똑같은 티셔츠로 갈아입어 세훈의 풉 속에 쏙 안겨버렸다. 세훈은 자신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고 있는 oo를 보다가, 손을 뻗어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오빠랑 이렇게 있으니까, 너무 좋다."


"나도 좋아. 어쩜, 내새끼 이렇게 예쁘지?"


"얼굴에 물감 묻었다면서. 그래도 예뻐보여?"




세훈은 당연하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감이 묻은 oo의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oo도 이런 세훈의 말과 행동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세훈의 품 속에서 눈을 감았다. 




"얼굴 씻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음... 조금만... 조금만 더 이러고 있다가, 씻을래."




oo는 세훈의 품 속에 더 안겨오며 나중에 씻는다고 말꼬리를 늘리며 말 하였다. 그러다가도, 오늘 회의 했을 적이 떠올랐는 지, 세훈의 손을 잡아오더니 눈을 감은 채로 말을 이었다. 




"어제 나, 너랑 전화하다가 일 다 못 끝내고 그냥 자버렸잖아. 오늘 회사에 일찍 가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데로 끝냈거든? 프레젠테이션 할 때, 불안해서 팀장님 눈치보면서 계속 했는데, 웬일로 나 안 깠어. 요즘 팀장님이 남자 만나는 게 분명해."


"그게 남자 만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 왜 있잖아. 남자 만나면 원래 여자 성질이 좀 죽고 그런 게 있어, 바보야."




어느 새, 가슴팍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올려다보며 세훈을 바보라 칭하고는 그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는 oo다. 그러다가 이제 슬슬 얼굴을 씻고 오겠다며 화장실로 총총 걸어갔다. 세훈은 기지개를 쭉 키며 oo의 방 침대에 털썩 누웠다. 아, oo 냄새... 왠지 모르게 변태 같지만,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