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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21

홍일점













생각해보니까 왜 내 주위에는 점점 커플들만 늘어나는 걸까. 사나랑 경수랑 얘기하러 가고 난 그 뒤에 얘기는 못들었는데, 혹시 나 왕딴가... 세훈이랑 경리 일도 그렇고 다들 나한테는 얘기해주기 싫은 건가, 뭐야! 나 나름 도와주지 않았나? ...아닌가.




"짝꿍아, 도경수 결국 김사나랑 사귄다더라-. 그렇게 앙탈부리더니만, 결국 가네요."


"뭐? 사귀는 거야?"



경수가 사귄다니... 물론 사나 정도면 내가 미련없이 보내줄 수 있지만, 아쉬운 감정은 감출 수 없었다. 사실 사나의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나와는 달리(?) 뭔가 경수에 대한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그때부터 경수를 보낼 준비(?)를 했던 것 같다. 근데! 왜 이자식들은 나한테 얘기를 안해주는 거야! 날 도대체 뭘로 생각하는 거야!



"아, 근데 왜 둘다 나한테 말을 안해주는 거지? 경리랑 세훈이 일도 그래. 야, 박찬열. 넌 어떻게 생각해?"




"둘다 짝꿍한테 뭐라고 말할지 고민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 고민할 게 뭐가 있어? 그냥 우리 사겨-. 하고 말하면 될 거 아니야. 진짜 복잡하게 생각하네, 다들."


"oo야!"



이런 일은 잘 없지만 나도 모르게 복도를 걸으며 옆에 있는 박찬열한테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내가 도와준 커플들은 나에게 알려주지를 않는다면서, 한숨을 쉬며 토론을 하고 있으니 뒤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며 와다다- 내 앞으로 뛰어왔다. 어, 사나다. 



"너한테 할 말 있어서... 헤헤-."



사나가 말하는 '할 말' 이라는 건 당연히 경수랑 사귄다는 이러쿵 저러쿵 말이겠지? 나는 얼른 사나가 해줄 얘기를 듣고 싶어서 옆에 있는 박찬열을 앞에 있는 반으로 밀어버리고, 사나에게 팔짱을 끼며 뭔데 뭔데? 하고 대답을 요구했다.



"혹시 너 뭐 좋아해? 먹을 거든, 뭐 다른 거든. 카페 좋아해?"


"...응? 카페? 먹을 거?"


"응. 아아, 맞다. 나 너랑 경리 덕분에 경수랑 사귀게 됐어. 그래서 너희 둘한테 맛있는 거나 뭐든 선물해주고 싶어서 물어보는 거야."




"아-. 안 그래도 되는데... 나 블루베리 케이크 좋아해-."



음, 안 그래도 된다고는 했지만 뭘 좋아하는 지 쯤은 말해줘야지. 처음 사나가 하는 말을 듣고 아주 깜짝 놀랐다. 경수랑 사귄다는 말이 아닌 다른 말이 들려오자 얼마나 당황을 했던지. 그래도 알려줘서 다행이다... 경수 이자식, 이자식은 누나가 그렇게 고민 상담을 해줬는데 이렇게 은혜를 갚는다는 건가! 사나랑 팔짱을 낀 채, 이 귀여운 자식을 어떻게 조질까 고민하는데 사나의 입에서 경수 이름이 나왔다.




"아, 경수도 너한테 고맙다면서 인사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면서 고민하던데. 아, 이건 경수한테 비밀이야!"


"정말? 경수가 그렇게 말했어?"


"응, 네가 제일 많이 도와줬다면서 나한테 그랬어."



아, 역시 귀요미는 다른 건가. 생각도 되게 귀엽게 하네. 내가 특별히 봐주지. 아무튼 사나랑 경리랑 학교 마치고 카페에 가기로 약속을 잡고, 나는 룰루랄라 신나게 반으로 들어갔다. 언제 고민을 했냐는 듯 박찬열의 뒷통수를 때리며, 나 블루베리 케이크 먹으러 간다! 라며 자랑질을 해댔다. 그리고 어느새 내 눈치를 보고 있는 경수의 뒷통수를 아련하게 바라보며 언제 쯤 나에게 말을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





"아아, 오늘 담임이 뭐 출장 갔다왔는데 갑자기 뒤늦게 종례한다고 뭐 그래서... 너희 먼저 카페 가있을래? 나도 곧 갈게!"


-"응? 우리 기다려도 되는데!"


"아니야, 먼저 가있어. 학교에 계속 있으면 쌤들이 야자 하라고 너희 잡을 지도 몰라."


-"음, 그러면 알겠어. 도착할 때쯤에 전화나 문자해줘!"



휴... 왜 하필 블루베리 케이크 먹는 날에 담임이 이렇게 말썽이냐고. 전학 왔을 때 되게 좋게 봤더니만 안되겠네! 오랜 시간 끝에 종례를 했는데, 담임은 별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착한 내가 참아야지. 얼른 블루베리 케이크를 만날 생각에 설레서 후다닥 신발을 신고 내려가는데, 뒤에서 oo야 하는 경수의 목소리가 들려와 재빨리 발걸음을 멈췄다. 아, 맞다. 경수 말 듣는 걸 깜빡하고 있었어.




"사나한테 얘기 들었어? 사귀는 거..."


"응, 들었어."


"아... 네 덕분에 사귈 수 있었어. 네가 해준 말 듣고 약간 생각이 바뀌었거든. 고마워, oo야."



경수는 고맙다는 말도 되게 귀엽게 하네. 그래도 이제 완벽하게 사나에게 보내줄 자신이 생겼다. 무슨 소린진 모르겠지만... 안녕, 경수야. 내가 이제 보내줄게. 


아무튼 경수의 감사 인사를 듣고 경리와 사나를 보기 위해 얼른 서둘러 카페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횡단보도만 건너면 이제 도착이여서 조금 여유롭게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근데, 뭐야! 저 인간 왜 여기 있어?




"..."



진짜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겨가지고... 계속 보면 혹시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얼른 신호가 바뀌길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는데, 옆을 흘긋 바라보니 서강준도 나를 본 모양인지 나한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손을 드는데, 악! 어떡하지?



"oo네? 우리 저번에도 봤었지?"


"아... 네에."


"잘 지내고 있었어? 연락했는데 안 받던데, 번호 바뀐 거야?"


"아, 그건 아닌데... 못 봤나봐요. 죄송해요."


"아니야, 바빴나보네. 어디 가는 길이야?"


"아, 친구들이랑 카페 가려고..."


"그래? 그럼 다시 연락할 테니까 나랑도 카페 가자. 조심해서 가-."



블루베리 케이크 먹고 역류하는 기분이다. 다른 학교인데도 왜 이렇게 엮이는 지 모르겠다. 물론 이번이 2번째지만, 1번도 있으면 안될 일이다. 기분이 잡쳐버려서 표정 관리가 안됐지만 최대한 표정을 풀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





기분이 안 좋아서 어떻게 표정관리를 하지 고민했는데 막상 블루베리 케이크를 냠냠 섭취하니 마법같이 그 엿같은 기분이 사라져있었다. 경리는 세훈이를 만난다고 하길래 우리 동네로 같이 왔다. 같이 정류장 앞에서 세훈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기 골목에서 좀 전에 봤던 익숙한 모습이 보이길래 나는 얼른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내 행동을 바라보던 경리는 나와 같이 골목 쪽으로 시선을 잠깐 두더니 천천히 나와 같이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지 않은 채 말했다.




"서강준 선배네?"


"...엥? 너 어떻게 알아? 우리 학교 아니잖아."


"음, 꼭 우리 학교여야지만 아는 건가. 저 선배 꽤 유명하잖아. 잘 생겼다고. 우리 학교에도 저 선배 좋아하는 애들 꽤 많아."


"뭐야, 그런 거야? 신기하네..."


"너도 아는 사인가봐?"


"친하진 않고... 그냥 이름만 아는 사이."



오늘만 해도 벌써 2번째 마주치는 거라 기분이 딱히 좋지않다. 얼른 세훈이가 와줬으면 좋겠는데, 이 자식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더이상 저 선배 마주치기 싫은데. 근데 경리도 알고 있고... 우리 학교에서도 꽤나 유명하다고 하니 약간 의외(?)는 아니고... 뭐 당연한 건가. 저 외모 정도면 인정해야지.


정류장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으니, 당당하게 아주 천천히 런웨이를 하면서 걸어오는 오세훈이 보였다. 저 자식 늦은 주제에 왜 이렇게 당당한 거야? 지 여친 앞이라면 좀 뛰어오는 척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완전 간땡이가 부었구만, 부었어.



"야, 너 기다린다고 이씨, 못 볼거 봤어. 나 집에 데려다줘."



늦은 오세훈에게 주먹질을 가할려다가 이때동안 함께한 추억들이 떠올라 그냥 봐주기로 했다. 그냥 집에 데려다달라고 자연스럽게 집 쪽으로 몸을 돌리고 걸어가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내 가방을 붙잡아 못 가게 하는 오세훈 행동 때문에 순간 뒤로 몸이 쏠려서 넘어질 뻔 했다. 저 자식이?



"그쪽으로 가면 서강준 선배 있어. 다른 길로 가자."



뭐야... 저 자식 좀 스윗해졌잖아? 경리랑 사귀더니 좀 남자다워진 모습에 잘 키웠다 싶어서 괜히 흐뭇해졌다. 그렇게 경리와 세훈이 사이에 끼여서 거의 연행되듯이 집까지 왔다. 오빠가 집 앞에서 나를 봤다던데, 키 큰 사람 2명 사이에 내가 끼여있어서 그런지 엄마 딸 아빠 이렇게 서 있는 줄 알았다고... 그 말 듣자마자 바로 오빠 멱살을 잡을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