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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홍일점 (完)

[엑소 역하렘 빙의글] 홍일점 20 (경수 & 사나)

홍일점














"사실..."



경수를 처음 본 건 좀 됐었어. 사실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아예 모르는 사이기도 했고, 첫마디를 뭐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는 거야. 그래서 그냥 혼자 좋아하는 그런, 짝사랑 중이였지. 솔직히 말하면 경리한테 도와주면 안 되냐고 부탁도 해볼까 생각했었어. 근데 이건 경리 일도 아니고, 내 일인데 경리한테 부탁하자고 하니 뭔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생각도 안한 것 같아서 찜찜한 기분도 들었지.



"으음... 경수한테 들어보니까 고백은 했다고... 그러던데."


"아, 맞아. 경수는 빠르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아니였거든... 꽤 오랫동안 좋아한 탓에 이게 빠르다고 생각도 안 했고... 너무 무턱대고 고백한 것 같았어. 그때 당시에는 생각이 없었는데 경수 말을 듣고 나니까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약간 후회했어."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면 절대 고백을 안했을 텐데... 그 덕분에 혼자 나는 고백을 안한거야, 하고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웠는데 경수는 아니잖아. 어제 고백한 애가 오늘 아침에 와서 너무 자연스럽게 인사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뻔뻔해보였지. 


근데 어쩔 수 없었어... 아예 모르는 사이로, 처음처럼 돌아가기는 싫었거든. 어떻게 아는 사이가 됐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잖아. 난 그정도로 경수가 좋거든.





***





"어, oo야. 아직 집에 안 가고 뭐해?"


"아... 얘기 좀 하느라. 너는?"



처음으로 내 얘기를 누군가에게 꺼냈다. oo와 경리에게. 마치 자기 얘기인 것처럼 들어주는게 너무 고마웠다. 어떻게 고맙다고 표현을 해야 할 지를 몰랐다. 학교 벤치에 앉아서 오랜 시간 얘기를 하고 어느새 해가 어둑어둑 져있어서 집에 가려고 하니, 갑자기 나타난 경수 덕분에 내 눈은 동그랗게 크게 떠졌고,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멈춰졌다. 


oo가 부러워졌다. 그렇다고 질투가 나는 건 아니였다. 내가 이런 일을 자초했으니까... 이렇게 자연스럽게 경수와 대화하는 게 너무 부러웠다. 


옆에 있던 경리가 내 팔을 톡톡 하고 가볍게 치더니, 얘기하고 싶어? 하고 경수와 oo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물어왔다. 사실 얘기하고 싶은 건 맞았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경리에게 잘 모르겠다며 애매한 대답을 했다. 내 대답을 듣고 잠깐 경수를 지켜보던 경리는 갑자기 내 등을 경수 쪽으로 밀더니, 얼른 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너도 있었네."


"으응... 저 경수야, 둘이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이왕 경수 앞에까지 섰는데, 얘기도 못할까 싶어 눈 딱 감고 얘기 좀 하자고 말했다. 사실 경수가 좋다고 해도, 싫다고 해도 모두 다 문제였다. 싫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좋다고 하면 어떤 말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문제 투성이였다.



"그래."



생각보다 쉽게 경수가 알겠다고 하길래 조금 빠르게 뛰던 심장이 이제는 아주 빠르게 터질듯이 뛰어왔다. 경리와 oo에게 작은 응원을 받고, 경수와 함께 학교 후문으로 나와 천천히 걸었다. 이제 주위 환경은 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직 경수와 같이 걷고 있다는 생각 만이 내 머리 속을 덮었다.



"그... 어제 고백은 너무 당황스러웠지? 네가 괜찮다면... 난 그냥 이대로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좋아."



경수 얼굴을 보지도 않고 그냥 걷고 있는 내 발을 보면서 줄줄 내뱉었다. 경리와 oo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냥 나는 편한 게 좋았다. 내가 편한게 아니라 경수가 편한게. 경수가 원한다면 내 고백을 없던 일로, 나는 충분히 만들고 싶었다. 옆에서 경수가 멈춰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앞으로 계속 걷던 나는 갑자기 뒤에서 손을 잡아오는 경수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경수가 갑자기 왜 이러지, 하는 생각과 함께.




"너, 없던 일로 하고 똑같이 대할 수 있어?"


"...확신은 못하지만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내가 없던 일로 못할 것 같아."



아... 이렇게 우리 둘 사이가 끝나버리는 건가 싶어 머리를 한대 쿵- 맞은 것 같았다. 경수의 말에 꾸역 꾸역 잘 대답을 하던 내 입도 이제 꾹 다물어져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수가 어떤 대답을 원하는 지도 모르겠고, 이제 더이상 무슨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경수가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고 멈춰선 발걸음을 다시 뗄려고 했는데, 경수가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며 다시 내 손을 잡아왔다. 이렇게 기대하게 하는 행동도 싫었다, 이제는.



"사과할 게 있어. 네 얘기를 oo랑 다른 친구한테 해버렸는데... 미안해."


"...으응, 괜찮아."


"그리고 그때 oo한테 들었는데,"





***





"근데 경수야, 너 김사나 걔 극혐하고 아예 싫은 거야? 완전 떼내고 싶을 정도로?"


"짝꿍아, 도경수 쟤도 눈이 있을 텐데 설마 그러겠어? 그렇게 예쁜 애를."


"아, 넌 조용히 해봐. 경수 말할려고 하잖아."



네가 싫은 건 아니였어. 오히려 박찬열 말대로 예뻤으면 예뻤지. 근데 그렇게 예쁜 네가 나 같은 거한테 마음을 준다는 게 처음에는 이해가 안되고 불편했었어. 내 자신도 그 상황을 인정하지 않았던 거지.



"...싫은 건 아닌데."




"그럼 좋은 거야?"


"그것도 아니고... 잘 모르겠어."


"그럼 무턱대고 잘라내는 것보다는, 서로 알아갈 시간 만드는 게 중요한 거 아니야? 너도 그 친구 좋아질 수도 있는 거잖아. 지금 확실히 어떤 앤지도 모르는 것 같은데."



서로 알아갈 시간을 만드는 게 어떻냐고 물어보는 oo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어. 여태동안 일방적으로 너만 나한테 표현을 했는데, 나도 너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싶거든. 이게 사귀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난 널 알아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