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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설렘주의 (完)

[오세훈 빙의글] 설렘주의 07


[오세훈] 설렘주의







세훈은 마음에 든다는 식으로 정면에 있는 찬열을 노려보았고. 찬열은 그런 세훈의 눈빛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 옆에 있는 oo에게 고기를 먹여주기에만 바빴다. oo 아까 전부터 고기를 먹지 않고, 계속 찬열만 노려보고 있는 세훈에게 눈이 갔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어왔다.


"오빠, 먹어?"


세훈은 저에게 쌈을 내밀어주는 착한 oo 덕분에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정말 마음에 든단 말이지, 박찬열 자식. 지금 누구 꺼한테 고기를 먹여주는 거야? 세훈 혼자 만의 불타는 경쟁 의식은 누가와도 말릴 없었다


"근데 너네 , 만나는 건데?"

", . 아까 말했잖아. 말해야 ? 어제 oo 데려다 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고기 쏘는 거라고."


이번에는 세훈의 눈빛이 oo에게로 옮겨졌다. oo 잔뜩 쫄아서는 세훈의 눈빛을 피하고, 불판에 있는 고기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세훈은 알고 있었다. oo 어쩔 없이 찬열을 만났을 것이고. 그냥 친구인 감정으로, 걱정되는 마음으로 집까지 데려다줬을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단지 지금 oo 옆에서 알짱대고 있는 찬열 자체가 짜증날


"ooo, 여기 앉아."

"에이, ? 원래 나랑 oo 단둘이 만나는 거였다고. 형이 갑자기 끼어들어서는 무슨 행패질이셔?"


oo 저를 사이로 두고, 말싸움을 하는 세훈과 찬열 때문에 눈물이 지경이었다. 물론 마음 속으로는 그만하라며 울부짖고 있었지만. 그냥 서로 사이 좋게 지내면 것을, 만남부터 세훈과 찬열은 좋지 하였다

세훈은 찬열이 저에게 대하는 것이, 보통 친구 같지가 않다며 oo 곁에서 떨어뜨리려 하고. 찬열은 그저 귀여운 oo 자기 옆에만 두고 싶다는 마음으로 세훈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 그리고 바람둥이 같이 생겼다나 뭐라나. 생긴 걸로 판단하는 것은 나쁘긴 하다만. 아무튼 oo 둘의 생각, 모두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에이, 열아. 훈이도 같이 먹으면 좋지, 그래-."

" 저자식 들어?"

"너도 마찬가지야. 가만히 고기나 먹어!"


결국 oo 화를 참지 건지, 소리를 지르더니, - 소리도 하고 얌전히 고기만 먹는 찬열과 세훈이었다. oo 진작 이렇게 소리를 지를까 싶은 마음에, 마음 속으로 오십만 번째 한숨을 쉬어냈다




***




요즘 따라 세훈의 성격이 아주 - 예민해져 있었다. 찬열과 oo 만난 이후로부터. oo 사실, 일은 자신이 세훈의 말을 듣지 않고, 행했던 일이니 뭐라 변명을 수도 없고, 그저 세훈을 받아드릴 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회사에서 전화하는 것만은 그만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저, 빨리 전화를 빨리 받아주는 밖에는


-" 잘하고 있어?"

", 오빠는?"

-"나도. 오늘 야근 같은 하지?"

", 아마? 요즘 빠듯한 일은 없어서 괜찮아. ?"

-" 퇴근 시간 쯤에 데리러 . 같이 가자."


, 대충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찬열과 세훈과 함께 고기를 먹은 이후로는 찬열과 연락을 따로 하지 않은 oo였다. 만약 계속해서 찬열과 연락을 해갔다면, 세훈이 정말로 자신에게 화를 지도 몰랐다. 세훈과 틀어지는 무엇보다도 싫은 oo였기에, 찬열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남겨놨었다. 찬열도 것은 이해해주는 건지, 따로 oo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고. 없이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퇴근 시간이 되어가자, oo 혹시나 세훈이 더운 곳에서 기다리기라도 까봐 재빨리 회사 밖으로 뛰어나왔다. 다행이, 세훈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신발 코로 바닥을 톡톡 치며, 세훈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익숙한 차가 보이기에, oo 세훈이다, 라며 바로 쪽으로 뛰어갔다


"기다렸어?"

"아니 아니, 나도 방금 나왔어."


조수석에 타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 덕에 앞머리가 살랑살랑 거렸다. 생각해보니, 앞머리가 너무 많이 길었는데 언제 자르지, 항상 고민을 했던 같다. 세훈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바로 앞에 얼굴을 대고 있는 oo 팔을 자신 쪽으로 살짝이 당기며 하였다.


"그러다가 감기 걸려. 에어컨 쪽으로 ."

"네네, 알겠습니다-."


대충 세훈에게 대답을 하고는 에어컨을 밑으로 살짝이 내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차가 좀 막히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평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세훈과 함께 있는 시간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이 어색함은 oo만이 느끼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슬쩍, 세훈의 눈치를 보았는데 세훈은 그저 무표정일 뿐이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같이 퇴근하자고 한 건지, 세훈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oo의 동네 쪽으로 오니, 차도 어느 정도 덜 막혀 차가 빨리 빨리 지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얼마 있지 않아, oo의 집 앞까지 도착하였고. 세훈은 지상 주차장에 차를 잠시 세워놓고는, oo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나 간다, 오빠?"


세훈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간다고 말한 뒤에 몸을 뒤로 돌리자마자 세훈이 oo의 손을 뒤에서 살며시 잡아왔다. 뭔가 싶어 다시 고개를 돌리려고 하자, 


"보지 말고 들어. 내가 요즘 계속 너한테 못되게 군 것 같아서... 박찬열이 하도 질투나서 그랬어. 니가 내 마음 이해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너무 미안해서."

"...어?"


세훈은 oo와 손을 잡은 채로, 손을 잡지 않은 반대 쪽 손으로 트렁크 문을 열더니 근사한 꽃다발과 함께 케이크가 담겨져 있는 상자를 oo에게 내밀었다. oo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튤립 꽃디발과 컵 케이크를 받으니, 여태동안 세훈에게 서운했던 감정들이 사그리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고, 세훈에게 거의 메달리다시피 안기고는 세훈의 볼에 쪽- 하고 입술을 맞췄다. 

어쩜 이렇게 귀여운 생각들만 하는 지, 세훈이 꼭 잘못해서 엄마한테 혼나는 어린 다섯 살 짜리 아이 같아 보였다. oo는 발 뒷꿈치를 살짝이 들어 세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고맙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나 사실, 좀 무서웠어. 표정이 만났을 때부터 안 좋아있길래."

"뭐라고 사과해야 할 지 생각하고 있었거든. 미안해."

"오빠도 참, 우리가 몇 년을 만났는데. 내가 설마 오빠 마음을 몰라주겠어? 난 오빠 다 이해할 수 있어, 걱정 하지 마."


oo는 이번에는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세훈이 oo를 꼭 껴앉더니, 보내주기 싫다는 듯 징징 거리기 시작하였다. 이제서야 평소의 세훈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 oo는 이렇게 행복할 수도 없었다. 

결국 피곤할 텐데, 들어가서 쉬라는 세훈의 말에 oo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돌아 세훈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인사를 하며 조심해서 가라는 말을 백 만번 쯤 반복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oo는 튤립 꽃다발과 컵 케이크들을 바라보았다. 회사 일로 많이 바쁠 텐데, 이런 것까지 사서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는 세훈이 너무나도 멋있게 느껴졌다. 찬열과 자신의 관계는 만약에, oo 자신이 세훈이었다고 쳐도, 질투를 할 만 했다. 심한 화를 내지도 않고, 최대한 이해해줄려고 하는 세훈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




"으으... 더워 죽는 줄 알았어."


거의 휴가 시즌이 다가왔다. oo와 세훈은 사람 많을 때 휴가는 가지 말자며, 거의 끝 시즌에 가자며 합의를 봤다. 덕분에 다른 몇몇 동료들이 휴가를 떠났는 데도 일을 해야만 했다. 두 명 다 늦게까지 퇴근을 한 바람에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카페에 오자마자 덥다며 테이블에 엎드려버린 oo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는 세훈이었다. 


"아아, 오늘도 몇 시간 못 자고 다시 출근하겠네... 너무 싫다, 오빠."

"괜찮아, 내새끼? 내가 대신 해주고 싶다."

"에이, 오빠가 더 힘들면서. 아, 맞다. 나 오빠한테 못한 말 있는데..."


사실, 휴가를 가기 전에 스위스로 출장을 떠나야 했었다. 원래 다른 직원이 가기로 하였지만, 그 직원이 지금 휴가를 떠난 상태여서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직원들 중, oo가 뽑히게 되었다. 물론 보너스로 돈을 더 받긴 한다만, oo는 딱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남들이 보면 짧은 시간일 지도 모르지만, oo에게 느끼는 시간은 일주일이 1년 같이 느껴질 게 분명했다.


"뭔데?"

"나... 사실 출장 가."

"출장? 언제?"

"음, 3일 뒤? 일주일동안 스위스에 가 있어야 돼... 너무 싫다."

"혼자 가는 거야?"

"아니, 직원 두 세명 정도 더 있어. 사실 어제 결정 됐었는데,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오빠한테 뭐라고 말해야 될 지 몰랐거든."


세훈의 표정이 살짝 시무룩해졌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오히려 세훈이 oo를 위로해주었다. 사실, 스위스까지 세훈이 따라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 하고,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것도 경험해봐야 할 테니. oo는 세훈의 위로에 뾰로퉁하게 내밀고 있던 입술을 꾹 다물었다. 


"열심히 일 하다가 와. 연락 꼬박 꼬박 하고."

"으응, 알겠어... 오빠도 밥 잘 챙겨 먹고."

"응, 사랑해."

"헤, 나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