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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설렘주의 (完)

[오세훈 빙의글] 설렘주의 08




[오세훈] 설렘주의













공항에서 분을 지체하면서 까지 세훈과의 통화를 놓치지 않는 oo였다. 사랑한다는 말을 번쯤 들은 후에서야 전화를 끊고, 조금이나마 편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할 있었다. 취리히까지는 12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했고, 편한 비행을 위해서 회사에서는 비지니스석을 끊어줬다. 몸은 편하긴 하다만, 12시간 동안 세훈과 연락을 하나도 한다는 , 마음이 편하지 뿐이었다


oo 옆에 앉아있던 종대는, 머릿 속에 온통 세훈의 생각 뿐인 oo 손등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뭔가 정신을 차리라고 행동인가. 종대의 행동에 oo 살짝 웃어보였다




"남자친구 생각하시는 거에요?"


", 네에...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하잖아요. 오늘도 간신히 나왔어요."


"남자친구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으음, 많이 좋아하죠. 사실 그거 때문에 출장 가는 것도 좋아하진 않았어요."




종대는 oo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뭔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같아, 종대는 창가 쪽을 바라보다가도, 다시 oo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거 알아요? 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우리 당분간 지낼 호텔 옆에 바로 바다 있대요."


", 정말요?"


"바다 좋아해요?"


", 좋아해요."







종대는 금방 얼굴이 붉그스름 하게 변하고 말았다. oo를 바라보고 있는 눈을 피하더니, 반대 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꼭 자신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았고, 그냥 기분이 묘했다. 한 편, oo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버리는 종대 덕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괜찮아요? 하고 물어보며 종대의 팔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고. 종대는 그 행동 때문에 씹덕사로 사망할 것만 같았다. 







***







씹덕사로 사망할 것 같은 12시간의 장시간 비행이 끝나고, 취리히 공항에 내려 숨을 들이키니 oo는 좀 살 것 같았다. 비행기를 오래 타면 그렇게 컨디션이 좋은 상태는 아니라 걱정했는데, 내리니깐 생각보다 괜찮았다. 지금 당장 세훈에게 도착했다고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쉽사리 전화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냥 와이파이가 뜨는 공항에서 세훈에게 카톡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일을 하기 위한 호텔을 가이드에게 소개를 받았는데, 와, 정말 어마어마한 호텔이었다. 종대의 말대로 호텔 바로 앞에 바닷가가 있었고, 바닷가는 금방 빠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색이 아주 맑았다. 저녁 시간까지는 자유 시간이라며 쉬라고 했고, oo는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또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진짜 좋네... 세훈이랑 같이 오고 싶다..."




oo는 다방면으로 찍어낸 호텔 방 사진을 세훈에게 보내주고 나서야, 헤헤- 하고 웃으며 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오직 세훈의 생각을 하며, 뒹굴뒹굴 거리고 있었을까. 얼마 있지 않아 세훈에게서 영상 통화가 걸려오고 있었고. 이걸 받아도 되나? 싶었지만, 와이파이를 쓰고 있으니깐 요금 폭탄은 걱정 없겠지, 하며 페이스 타임을 받으니 자신과 똑같이 침대에 누워있는 세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뭐하고 있었어?"


"나 지금 자유 시간이야! 호텔 침대에 누워있어. 완전 좋아."


-"정말? 난 퇴근하고, 피곤해서 뻗었어... 비행기 타는 거 안 힘들었어?"


"응, 내리니깐 괜찮아졌어. 벌써 퇴근했구나... 우리 아직 낮 1시 정도야."


-"그래? 벌써는 아닌데, 나 8시 다돼서 퇴근했거든."


"뭐야, 오늘도 야근했어? 요즘 왜 이렇게 오빠 일을 많이 하지..."


-"너만 할까. 오빠랑 그만 놀고, 너도 쉬어. 저녁되면 일 하는 거지?"




으응, 알겠어-. 세훈과의 영상 통화를 끊고,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바다나 가볼까 싶어 으라차차, 몸을 일으켜 종대의 방인 옆 방에 노크를 똑똑- 하였다. 혼자 가기엔 뭔가 뻘쭘 하고, 다른 나라니까 불안하기도 하여, 함께 가자고 말 하려던 참이었다. 얼마 있지 않아, 네? 하는 종대의 목소리가 들렸고. 




"종대 씨, 저랑 같이 밖에 가지 않을래요? 바다 보고 싶어서."


"아, 그럴래요? 저도 oo 씨 한테 물어보려던 참이었거든요. 나가요."




호텔 밖으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경치 좋은 바닷가를 보니 괜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바닷물에 손을 넣어, 휘휘- 젓는 oo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종대는 oo와 똑같이 바닷가 앞에 쭈그려 앉아서는 좋아요? 하고 물었고, oo는 마치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헤헤-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애인 분께는 연락 했어요?"


"네, 했죠-. 전화까지 하고 왔어요. 이렇게 좋은 곳에 저만 온다는 게... 많이 미안해요."


"다음에 같이 오면 되죠. 언제 처음 만나게 됐어요?"


"음... 고등학교 때? 제가 빠른 년생인데, 학교 빨리 안 들어가고 원래대로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오빠긴 오빤데, 친구라고 해도 되는... 뭐, 그런 사이에요."




그렇구나, 이렇게 종대와 세훈의 얘기를 하니, 바닷물에 세훈의 얼굴이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았다. 몇 년을 사귀었는 데도 이렇게 멀리, 오랫동안 떨어지는 건 처음이라 oo는 기분이 묘했다. 







***







방 안에는 오직 타닥 타닥- 하는 노트북 자판을 치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고, 조금 있으면 지루해서 돌아버릴 지경까지 가고 있었다. 시계를 슬쩍 바라보니, 세훈은 벌써 자고 있을 시간이고, 시차 적응이 안 되어서 oo 자신까지도 지금 잠이 와 죽을 것 같았다. 메신저로 취리히 본사의 직원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오타도 잔뜩 나는 것 같고, 심지어는 평상시에 쓰던 포토샵도 프로그램이 달라, 모든 것이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암-. 한국 돌아가면 영어 공부나 더 해야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겄어,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밤 11시가 좀 넘어서야, 직원들이 하나 둘씩 이 정도면 되겠다고, 어떻게 보면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내일은 더 많은 디자인 도안을 떠야 하는데,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할 지, 의문이었다. 세훈에게 카톡이라도 보내고 잘까, 하는 생각에 카톡에 들어갔는데 뭐하고 있냐, 부터 시작해서 혼잣말을 하고 있는 세훈의 모습에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뭐야, 귀여워 죽겠네, 완전."




침대 바닥에 대충 노트북을 내려두고, 그대로 푹신 푹신한 침대 위에 몸을 날렸다. 휴대폰을 품 속에 꼭 안고는 세훈과 한국에서 만날 날을 상상하며, 그렇게 얼마 있지 않아 바로 잠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