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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1/설렘주의 (完)

[오세훈 빙의글] 설렘주의 10 (完)




[오세훈] 설렘주의













하루를 함께 보내고, 본격적인 휴가를 나가볼까 하며 계획을 짜려고 했는데 성수기이기도 하고. 벌써 무엇을 정하려고 하기에는 늦어버린 같아, 거실 바닥에 그대로 뻗어버린 oo였다. 물론 집에서만 있는 싫지는 않기에, 상관은 없었다. 기지개를 키며 지루함을 달래고 있다가, 절로 달력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 벌써?”




생각해보니, 다음주면 세훈과 oo 연애를 , 5 째가 된다. 세상에, 시간이 이렇게나 빠르다니. 며칠 전에 4년이었던 같은데. 이렇게 5년이 된다는 것이 감회가 새로웠다. 특별한 기념일인 만큼 뭔가 특별한 하고 싶은 마음에 oo 지루하게 누워있던 몸을 곧장 일으킬 있었다


세훈이 좋아하는 무엇인지 쯤은 바로 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치도 하였다. 5년을 사귀었으면 모든 , - 나올 같았는데. 생각 외로 뭐부터 시작해야 ,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 모르겠다. 훈이 보고 싶어.”




분을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답이 명쾌하게 떠오르지 않아서 결국 전의 상황과 같이 바닥에 뻗어버렸다







***







-“아니, 씨발. 말해줘도 지랄이야. 됐어, 끊어.”


, . 다른 없을까. 진짜 oo 좋아할만 말이야.”


-“내가 oo 씨랑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냥 oo 씨는 너랑 있는 거면 좋아하실 거야.”




세훈 또한 다음 주면 5주년이라는 쯤은, oo 보다 빨리 알고 있었다. 전부터 준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을 많이 털어놨지만. 그때마다 준면은 항상 우유부단한 세훈에게 핀잔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작년에는 어떻게 했는데?”


작년엔 가족들이랑 같이 먹는 걸로 쳤을 …?”


-“제작년은.”


드라이브 하고, 맛있는 먹고…?”




생각을 해보니, 여태동안 oo 사귀면서 남자친구로서 정말 oo 기쁘게 해준 적이 없는 같았다. 없는 기념일을 이렇게 그냥 보내버리다니. 저는 아무 상관 없었어도, 속으로 oo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세훈은 됐다며 준면과 전화를 끊고, 멍하니 휴대폰 달력을 바라보았다




“…보고싶다, oo.”







***







찬열에게, 남자는 뭘 좋아하냐며 조언이라도 받기 위해 세훈에게 절대 비밀로 한 채로 밤 늦게 나와야 했다. 자주 가는 바에 들려, 서로 술 잔을 채워주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생각 보다 찬열이 도움이 더 되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더 빨리 취한 건지, 술 잔이 이제 2-3개로 보이는 것 같아 그만 마실까 생각을 하다가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테이블에 그대로 뻗어버렸다. 




"아... 열아, 나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여..."







"잘 한다, 너 오늘 많이 마셨어. 형이 나한테 또 뭐라고 하겠네."


"음, 아니야아. 내가 훈이한테 말 안하고 그냥 나왔어."


"뭐? 그럼 너 들키면 혼나는 거잖아."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어..."







테이블에 뻗은 채로 찬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찬열은 살풋 웃었다. 그러다가도 테이블에 뻗어있는 oo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주더니 늦었는데 얼른 집에 가자며 말 해왔다. oo는 찬열에게 그대로 기댄 채, 집으로 향했다. 




"선물은 언제 사게?"


"내일 사야지이, 뭐... 모레가 5년이야. 나 완전 바보라니깐, 진작 생각 좀 해놓을 걸. 훈이한테 미안해 죽겠네."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은 채, 찬열에게 업혀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여간 세훈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찬열과 이 짓거리 하고 있는 것 조차 미안해야 할 일이고, 얼마 있지 않은 기념일인데 이제와서 벼락치기로 이렇게 기념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도 세훈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취하는 느낌이 너무 좋아, 미안하다는 생각을 품은 채로 찬열의 등에서 잠들어 버렸다. 


oo의 집으로 와, 그녀를 눕혀주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oo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긴 진동을 울리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보니, 역시나 세훈의 전화였고. 그냥 받을까 생각을 하다가도, 같이 있다는 걸 들키면 oo가 많이 곤란해질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







아까 전부터 정말 소중하다는 듯이, oo의 손을 잡은 채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데 oo는 금방 잠에 들어버릴 것 같았다. 사귄지 5주년을 기념하여 이렇게 만났는데, 5년이 지나도, 몇 년이 지나도 이렇게 설레는 감정들이 남아있는게 너무나 신기했다. 세훈은 어느 새, 꾸벅 꾸벅- 졸고 있는 oo의 머리를 넘겨주며, 많이 피곤해? 하고 묻자, 으응? 하고 귀엽게 대답해왔다. 


oo는 손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세훈 덕에, 이 타이밍에 선물을 주면 좋겠다 싶어 클러치백에 넣어온 선물을 헤실 헤실- 웃으며 꺼냈다. 세훈은 뭐야?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도, oo가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니깐... 우리 5년이나 됐는데, 커플링 하나 없더라고. 맨날 너랑 이렇게 만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선물 하나 줄 생각도 못 했는데... 너무 미안해. 얼마 없는 기념일도 맨날 다음에, 다음에 해야지, 하면서 미뤘는데. 앞으로는 안 그럴려고. 그동안 너무 고마웠고, 앞으로는 내가 더 잘할게. 사랑해, 훈아."




사랑한다며 볼에 뽀뽀를 쪽- 해온 oo 덕분에, 세훈은 금방이라도 얼굴이 붉은 사과처럼 붉어질 것 같았다. 세상에 자신을 이렇게 생각해주는 여자가 존재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오히려 얼마 해준 게 없는 자신이 더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미안해, 이런 건 내가 다 챙겨줘야 되는데, 너한테 항상 부담만 주는 것 같네. 마음 같아서는 나만 일하고, 넌 편하게 쉬게 해주고 싶은데 그래주지 못 해서 너무 미안해. 앞으론 더 많이 사랑하자. 사랑하고. 너무 사랑해, oo야."




이번에는 세훈이 oo가 카페에 오기 전에 준비해놨던 선물 상자를 밑에서 꺼냈다. 생각보다 크기가 큰 상자에, oo는 눈을 크게 뜨며, 이게 다 뭐냐며 세훈을 올려다 보았다. 세훈은 별 거 없다며, 웃어보았지만 oo는 세훈에게 너무 부담을 준 것 같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보니, 며칠 전에 고장 나서 쓰지 불편하게 쓰고 있던 사소한 충전기부터 시작해서, 쇼핑을 하다가 무심결에 예쁘다- 했던 목걸이까지. 사소한 곳에서 자신이 갖고 싶다고 한 것, 고장난 것을 모두 선물한 세훈이었다. 




"...생각없이 말 했는데, 다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하지. 오빤 니가 무슨 말 했는 지, 다 알고 있어."


"아아... 고마워서 어떡해. 난 고작 이런 것 밖에 못 해주고..."


"이런 거라니. 우리 사랑 증표잖아. 너무 고마워."




오늘 같은 날에, 휴가지만 갑작스럽게 들어온 작은 작업 때문에, 이런 기념일에 예쁘게 차려입지도 못 하고, 화장도 못 하고, 조금 후리하게 입고 온 oo였다. 하지만 oo가 어떤 옷을 입던 간에, 어떻게 화장을 하던 간에, 세훈은 항상 너무 예쁘다고 oo에게 입버릇 같이 말해왔고. 오늘도 물론, 너무 예쁘다고,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oo의 볼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에이... 오빤 나 화장 안할 때도 맨날 예쁘대. 됐거든?"


"예쁜 걸 예쁘다고 하지. 뭐라고 해? 진짜 나한테만 보였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기 싫어."







"어어? 아, 부끄럽게..."




에어컨 바람에 쌩쌩 한데도 불구하고, 이미 oo의 볼은 불그스름 하게 변한지 오래였다. 그나저나, 세훈은 반지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냐며 물어왔고, oo는 당연히 찬열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할 뻔한 자신의 입을 굳게 틀어막았다. 세훈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게 틀다가도, oo의 표정을 그새 읽어버렸는지, 박찬열이야? 하고 물어왔다. 




"음? 아니, 내가 설마 오빠 사이즈도 모르겠어?"


"만져만 보고 알 수 있어?"


"...응, 당연하지!"


"너 살짝 망설였어. 그래도 예쁜 짓 했으니까 봐줄게."




세훈을 속이는 건 정말 하늘의 별따는 것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앞으로는 절대 세훈을 속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oo다. 슬쩍- 자신과 세훈의 손을 바라봤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새삼스럽게, 왜 진작 이런 사소한 커플링 하나를 못 했는지 후회스럽기도 하였다. 한 편으로는 앞으로는 더 사랑하며 지내야겠다고 웃어보였다. 




"oo야."


"응, 세훈아."


"너무 사랑해."


"응? 헤- 내가 더 사랑해, 훈아."




다음 기념일에는 결혼하자고 프로포즈나 할까?